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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적 행동의 관점에서 간호의 사회적 인식 제고와 제언*

이영준**https://orcid.org/0000-0001-6911-1911, 이황***,*https://orcid.org/0000-0002-8319-882X
Young-Jun LEE**https://orcid.org/0000-0001-6911-1911, Hwang LEE***,*https://orcid.org/0000-0002-8319-882X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고려대학교 ICR센터 연구위원.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Research Fellow, ICR Center, Korea University.
***Professor, Korea University School of Law.
*교신저자: 이 황,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e-mail: hwang_lee@korea.ac.kr

ⓒ Copyright 2020 The Korean Society for Medical Ethics.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Jan 02, 2020; Revised: Jan 09, 2020; Accepted: Mar 09, 2020

Published Online: Mar 31, 2020

요약

이 연구는 간호와 영웅적 행동 간의 관계를 탐색함으로써 간호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개선 방향을 탐구하는 데 목적이 있다. 2000년대 중반 영웅학이라는 새로운 학제가 서구에서 출현하였는데, 영웅학자들은 본질적으로 간호가 영웅적 행동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으며 그런 인식이 간호사들의 잠재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다. 다시 말해, 간호사가 일상적 직무에서 영웅적 행동의 역할과 기능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되면 더욱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간호사들 개개인에게는 자긍심을 불러일으켜 정체성을 제고할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대중들에게 간호의 영웅적 행위를 환기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의료행위의 발전에 기여하는 친사회적 행동으로 이어지게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연구는 영웅과 연계된 간호 교육 콘텐츠 또는 프로그램의 개발, 간호사의 영웅적 행동을 보호할 법적 장치의 마련, 간호 일상영웅의 발굴과 전파를 주장한다.

ABSTRACT

This article aims to study how to improve the social perception on nurses by exploring the relationship between nursing and heroism. Heroism science regards nursing as heroic by nature and encourages nurses to understand and carry out their potential through a recognition of heroic acts in nursing. Accepting such perspective, we claim that the awareness of nursing as heroism should be deeply permeated into our society because it helps nurses recover high self-esteem and reestablish their identity, act more courageously, and ultimately boost social wellness. And hero training contents or programs in nursing and legal safeguards for heroic acts of nurses are needed to be created and operated, and additionally, everyday nurse heroes should be actively discovered and widely known to the public.

Keywords: 간호; 영웅; 영웅적 행동; 용기; 내부고발; 영웅학
Keywords: nursing; heroes; heroism; courage; whistle-blowers; heroism science

Ⅰ. 서론

인류 역사의 시작과 더불어 다양하게 구전되어 온 영웅과 그 삶에 대한 이야기는 오늘날까지도 지속적으로 개인과 사회의 상상력과 발전에 깊숙이 영향을 미쳐왔다[1,2]. 그것은 아마도 “나만큼이나 우리에 관한” 이야기[3]로서 영웅이야기가 우리에게 지혜, 의미, 희망, 영감, 성장이라는 중요한 정서적 욕구를 채워주기 때문일 것이다[1]. 영웅(hero)과 영웅적 행동(heroism)은 도덕적 목적과 그 목적이 수행되는 방식(예를 들면, 개인의 희생과 위험 수반) 때문에 눈에 띄는데, 특히 불만족스럽고 위협적인 상황에서 그 진가가 인정되어 개인과 집단을 위로하고 자극한다[4].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불완전하게 태어나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으며[5], 그런 의미에서 영웅이야기는 도덕적 고양(moral elevation)을 가져오고 정신적 상처를 치료하는 가운데 심리적 성장과 더불어 의식의 변형에 중요한 매개로 작동할 수 있다[6].

2000년대 초 서구에서는 사회심리학계를 중심으로 이와 같은 영웅의 긍정적 가치를 사회에도 입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영웅 연구를 본격화하여 마침내 영웅학(heroism science)이라는 새로운 학제가 출현하였다[7]. 영웅학은 바람직하며 모범적인 인간상으로서의 영웅을 기저로 약자를 괴롭히는 행위(bullying), 테러 행위, 방관자적인 무관심, 비인간적인 행동 등과 영웅적 행동 간의 관계를 조명함으로써 격동적인 이 세계를 좀 더 나은 세상으로 인도하려는 학문적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8]. 그런 가운데 ‘예외적이며 비범한’ 인물로서 과거의 영웅에 대한 인식은 ‘평범한’ 사람의 영웅적 행동이 개인과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으로 확대되었고, 그와 함께 그동안 간과 또는 무시되어 왔던 소방관, 경찰관, 간호사, 내부고발자(공익제 보자) 등의 영웅적 행동이 학문적 범주 속에서 조명되기 시작하였다[9].

영웅학계는 간호사를 영웅의 한 유형으로 제시한다. 그 근거는 어떤 간호사가 거리에서 쓰러져 의식을 잃은 행인을 발견하고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해 구해낸 것과 같이 단순히 생명의 돌봄 (caring)이나 구조라는 고귀한 인간애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간호 행위 속에 있는 영웅적 행동의 잠재 가능성에 있다[10]. 다시 말해, 간호직은 고도의 주의력과 긴장을 요구하는 업무 특성[11], 위해 근무환경[12], 환자나 환자 가족의 비협조적 태도[13], 남성 중심의 의사와 여성 중심의 간호사라는 업무 수행 구조[14], 간호 및 병원 조직의 불합리 또는 모순[15] 등과 같이 견고한 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위험감수 (risk-taking), 자기희생, 보호 및 회복 차원에서의 개입(intervention)을 포함하는 적극적인 리더십이 요구되는데, 이런 행위들은 영웅적 행동의 특징을 함축한다[16]. 이런 맥락에서 간호(사)의 사회적 인식 제고와 그에 따른 간호계의 자긍심 고취는 간호사와 영웅 또는 간호와 영웅적 행동 간의 관계 속에서 논의될 여지를 갖게 된다.

그러나 간호와 영웅적 행동의 상관성에 관한 학계의 연구 성과는 해외에서 일부 제한적으로 발견되고 있을 뿐[10] 한국에서는 전무한 실정이다. 다비셔(Darbyshire)[17]는 현대 간호학 내에서 영웅적 행동의 위치와 관련성을 탐색하면서 간호학계가 간호 영웅과 간호의 변형적 힘을 보다 공개적으로 수용할 것을 피력하였고, 맥앨리스터(McAllister)[18]는 회복력(resilience)의 관점에서 호주의 종군 간호사 비비안 불윙클(Vivien Bullwinkel, 1915-2000)의 영웅적 행동이 후대의 간호사들에게 전해져야 하는 역사적 가치를 주장하였으며, 브라운(Brown) 등[19]은 어린이들의 미래의 공중보건 영웅으로의 성장에 대중문화 속 초 영웅(superhero)의 역할을 인식하였다. 그리고 워든(Warden)과 로건(Logan)[20]은 캠벨(Campbell) [21]이 유행시킨 “영웅의 여행”이라는 개념을 간호 업무에 적용하였을 때 간호종사자들이 어려움을 더 건설적으로 해석하게 되었음을 입증하였고, 케니(Kenny) 등[22]은 비록 간호사들이 영웅적 행동이라는 수식어를 추구하지는 않을지라도 환자를 보호하고 의료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바를 기꺼이 실행으로 옮기는 “일상 영웅(everyday hero)”이라고 주장하였다. 영웅 연구의 일천한 역사를 고려하면 간호와의 관련 속에서의 이와 같은 미미한 연구가 어떤 면에서는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록 제한적일지라도 이러한 연구들은 반사회적 행동을 예방하고 싸워나 가는 수단으로서 영웅의 친사회적 행동을 가르쳐야 하는 잠재적 가치를 암시한다.

이 연구는 영웅적 행동이 간호에 미치는 개인적, 사회적 효과가 크다는 가설 속에서 시작한다. 간호사가 일상적 직무에서 영웅적 행동의 역할과 기능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되면 더욱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자극할 수 있다. 이는 간호사들 개개인에게는 자긍심을 불러일으켜 정체성을 제고할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대중들에게 간호의 영웅적 행위를 환기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의료행위의 발전에 기여하는 친사회적 행동으로 이어지게 할 것이다. 이런 가설을 입증하는 것이 이 연구의 목표이며, 이를 위해 문헌 분석 방식을 통해 1) 영웅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영웅적 행위’의 정의 또는 의미를 간호와의 관련성 속에서 탐색하고, 2) 한국 간호계가 처한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간호의 인식 제고를 위한 하나의 방책으로 간호의 영웅적 행동을 주장할 것이며, 3) 간호에 대한 사회적, 개인적 인식 또는 이미지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법론을 영웅적 행동의 관점에서 제언할 것이다.

Ⅱ. 영웅적 행동으로서의 간호

간호사 모두를 영웅으로 부를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들 중 일부는 영웅적 행동을 수행해왔고, 하고 있으며, 할 수 있다. 그것은 역사적으로 영웅이 선천적으로 탁월한 예외적인 개인이라는 인식 이 강할지라도 영웅적 행동은 상황의 요구에 따라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일상적으로 실행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23]. 비록 영웅적 행동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회와 개인에 따라 상당한 차이 또는 이견을 드러내기 때문에 절대적 정의는 어렵지만, 최근 영웅학계는 그 간극을 좁혀 어느 정도 합의점에 도달하는 성과를 보이기 시작하였다[16,24,25]. 다시 말해, 영웅학자들은 공통적으로 영웅적 행동을 사람들이 ‘타인을 위해 행하는 속성들의 집합체’로 인식하며 최근 그 속성들을 밝혀내고 있다[26].

대부분의 영웅학자들은 영웅적 행동의 속성들로 위험, 희생, 용기, 보호(보존), 이익의 무기대((無 期待) 등을 지적한다. 이런 용어들 속에서 영웅적 행동을 벡커(Becker)와 이글리(Eagly)[27]는 죽음을 포함하는 심각한 결과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타인을 위해 육체적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로, 제이아위크렘(Jayawickreme)과 디 스테파노(Di Stefano)[28]는 부정적 결과나 위험에 괘념치 않고 보상의 기대 없이 타인의 행복을 이루는 데 목적을 두는 행위로, 코헨(Kohen)[29]은 하나의 원칙 속에서 죽음에 직면할지라도 심각한 위험을 택해 주요 난관을 극복하는 행위로 각각 정의하였다. 이들의 주장을 발전시켜 프랑코(Franco) 등[30]은 위험이나 희생이 예상되지만 타인이나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그런 우려되는 상황에 기꺼이 참여하고 그 행위의 결과로 나타나는 희생을 감수하며 외적 이익을 기대하지 않는 친사회적 행위로 영웅적 행동을 규정하였다. 결론적으로, 영웅적 행동은 타인(들)의 행복을 증진하는 데 목적을 둔 채 개인의 고귀한 목적에의 헌신과 그 목적을 성취하는 데 따른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결과의 적극적인 수용이 있어야 하며 그런 가운데 관찰자로서 우리 일반인은 그런 행위의 결과로 나타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가치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영웅적 행동의 개념을 기초로, 고설즈(Goethals)와 앨리슨(Allison)[31]은 영웅의 사회적 영향에 근거하여 영웅을 10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그중 한 유형이 “투명한 영웅 (transparent hero)”으로 간호사, 교사, 응급상황에 처음 개입하는 사람과 같이 일상적인 영웅 (everyday hero)이 해당하며 이들의 업적은 종종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한 채 잊히기도 한다. 팔리(Farley)[32]는 영웅적 행동을 죽음, 부상, 투옥과 같이 커다란 위험 요소의 동반 여부에 기초하여 “대 영웅적 행동(big H heroism)”과 “소 영웅적 행동(small h heroism)”으로 분류하였는데, “대 영웅적 행동” 중 하나는 간호사, 소방관, 경찰, 응급 구조사(EMT) 등을 포함하는 직무 상황과 관련된다. 이 논문이 주목하고 있는 간호는 분명 대 영웅적 행동의 한 유형이다. 영웅의 특성으로 종종 거론되는 ‘보살피는(caring)’, ‘근면한(hardworking)’, ‘지적인(intelligent)’, ‘친절한(kind)’ 등의 용어를 고려해 보면[33], 간호사들은 이런 특성 거의 모두를 지니며, 그래서 그들이 하는 일은 주목되어야 한다[22]. 용기와 극도의 개인적 위험 속에서 타인에게 편익을 제공하는 것으로서의 영웅적 행동이라는 개념은 간호 속에 의심할 여지 없이 건강하게 살아있다.

간호사는 법적으로는 “상병자나 해산부의 요양을 위한 간호 또는 진료보조 및 대통령령으로 정 하는 보건활동을 임무”(의료법 제2조제2항제5호)를 수행하는 것으로, 학문적으로는 “전문직 영역에서 환자에게 깊은 애정과 존중, 사랑을 갖고 독자적으로 간호를 제공함으로써 환자의 건강과 회복을 돕고, 대상자의 자가 간호 능력을 향상시키고, 지역사회와 산업장 그리고 학교에서 건강 상담을 통하여 건강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활동”[34]을 하는 것으로 규정되고 있다. 그러나 간호의 목적 또는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이와 같은 규정들 만을 사회적으로 수용할 경우, 간호 행위 속에서 내재한 본질적 특성의 일부로서 영웅적 행동에 대한 인식은 간과 또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 간호사들은 자연재해 지역과 갈등 지역에서 부상당한 자, 죽어가는 자, 굶주린 자, 두려움에 떨고 있는 자에게 돌봄을 제공하고 있으며, 감염의 우려 외에도 응급실과 같은 병원 현장 내에서 폭력이나 폭행과 같은 물리적 위해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거 나 실제로 경험하는 가운데 지속적으로 환자를 돌보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17]. 이런 맥락에서 케니(Kenny) 등[22]은 영웅의 주목할 만한 특성을 보유한 채 환자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행동하는 간호사를 영웅으로 호명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간호는 때때로 엄청난 도덕적 용기를 요구한다. 간호가 비인간화를 완화하는 데 기능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며, 간호 속에는 용기를 위한 영역이 항상 존재한다[35]. 전쟁 지역에서 부상이나 죽음에의 높은 가능성 속에서도 봉사로 헌신한 호주의 불윙클처럼 전통적인 간호사 영웅들은 용기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입증하였다[10]. 존경스런 간호사 영웅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는 플로렌스 나이팅게일(Florence Nightingale, 1820-1910) 또한 전쟁영웅에서 시작하여 전후에는 일상영웅으로서 의료 조직 내의 많은 장벽을 걷어 내는 데 있어 용기의 중요성을 증명하였다[22]. 군 간호사들 외에도 적십자와 국경없는 의사회(Medicine Sans Frontiers)와 같은 자원봉사단체의 간호사들은 거의 모든 전쟁 지역, 거의 모든 기아에 신음하는 국가, 거의 모든 독재로 황폐해진 지역, 거의 모든 “지구의 지옥”으로 불리는 곳에서 발견된다[17]. 우리는 그들을 이런 곳으로 이끌게 하는 상황들이 존재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여전히 그런 곳들은 존재하며 간호사들은 계속해서 이에 응답 한다.

1980년대 HIV/AIDS, 2003년 사스(SARS), 2015년 메르스(MERS)와 같은 신종 감염병의 출현을 둘러싼 공포와 위험에 간호사들은 용기로 반응하였다. HIV 감염자와 AIDS 환자의 간호는 감염된 혈액과 체액에 의한 2차 감염의 위험이 뒤따른다. 간호사들은 일반인들보다 HIV/AIDS에 대한 지식이 상대적으로 높아도 그런 노출이 수반하는 위험성을 심각하게 인지한 채 환자를 대하는 데 있어서 여전히 두려움을 느낀다[36]. 전 세계적으로 공포를 몰고 온 사스의 유행 이후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 메르스는 국내에서도 38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비록 의료인들의 헌신과 노력이 언론을 통해 연일 보도됨으로써 의혹과 두려 움이 만연한 사회 분위기에 신뢰와 용기를 주기는 하였지만, 동시에 치료에 관여했던 의료인들의 감염과 실제 사망 사례의 발생은 의료인들에게 윤리적 갈등을 촉발하였다[37]. 이와 같은 감염병 발생 사례는 위험과 부담에도 불구하고 간호사와 의료진들이 자신들은 누구이고 또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보여주는 최고의 사례라 하겠다[17]. 그들의 행동은 개인적 이익과는 일정 수준 거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거의 항상 뒤따르고 있는 개인적 위험을 용기를 통해 실체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영웅적이다.

영웅적 행동을 자기희생과 위험 속에서 타인이나 사회에 혜택을 베푸는 것으로 정의할 때, 위험이 질병, 부상, 죽음과 같은 육체적 위해(危害)를 항상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사회적 지위의 하락, 직업이나 신용의 상실, 경제적 불안, 사회적 외면, 체포, 구금 등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9]. 울프 (Wolf)와 주커맨(Zuckerman)[38]은 이런 맥락 속에서 활동가, 불복종시민, 내부고발자, 반역자, 이 단아, 자유의 전사 등이 행하는 행동 또한 영웅적 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종래에는 영웅으로 인식하지 못했던 내부고발자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이들의 행동이 앞서 영웅적 행동의 개념 정의와 일치하는 가운데 이들의 행위가 수반하는 위험이 때때로 일하고 있는 바로 그 조직 내부에서 발산되어 나오기 때문이다. 간호사가 속한 조직 또한 예외적일 수는 없으며, 생명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내부고발은 상당한 의의를 지닐 수밖에 없다.

의료 조직과 시스템 내에는 다양한 형태의 부패가 존재한다. 이를 막기 위한 공식적인 다양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을지라도 조직 최전방의 간호사들의 목소리는 귀 기울여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침묵을 강요받는다[17]. 이런 상황에서 간호사(436명)를 대상으로 한 김태숙[39]의 연구에 따르면, 실험참가자 중 절대다수(95.7%)가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업무를 외부에 알리는 행위는 정당할 뿐만 아니라 권장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하였고, 또 다른 실증 연구에서도 많은 간호사가 내부고발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40]. 내부고발은 일종의 일탈행위이다. 일탈행동 대부분은 일반적으로 나쁘고 사악한 것으로, 아니면 사회에 해로운 것으로 이해되지만, 일부는 긍정적인 사회변화를 이끌며 더 정의롭고, 더 공정하며, 더 인간적인 사회의 형성과 관련된다[38]. 내부고발이 정의를 증진시키거나 사회의 고통을 줄이는 데 기여할지라도 종종 배신자라는 낙인과 동료로부터의 소외, 실직과 그에 따른 경제적 피해와 가족의 해체 등 다양한 형태의 커다란 희생을 동반한다[7]. 예를 들어, 2004 년 6월 대한적십자사가 수혈과 의약품 원료로 부 적합한 헌혈 혈액을 공급함으로써 수혈 환자들이 간염과 에이즈에 걸린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는데, 이것은 일신상의 불이익을 감수한 2명의 제보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40]. 개인의 희생이라는 위험 속에서도 용기 있는 간호사들은 책임을 회피하게 하는 강한 압력이 있을 때조차 올바른 일을 하기 위해 행동한다. 이런 두려움을 무릅쓴 사회적 ‘일탈자들’의 행위야말로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전화케하는 영웅적 행동인 것이다.

간호사, 소방관, 경찰관, 군인 등은 직무(duty)의 성격상 본질적으로 위험과 관련된다는 점에서 영웅으로의 호명에 반대의 목소리가 있을 수 있다. 그 목소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종종 영웅으로 호명된 사람에게서 발화된다. 심각한 부상에도 불구하고 동료 병사들의 퇴로를 위해 전쟁터에 남기로 선택한 병사를 가정해보자. 그는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저는 해야 할 제 일을, 제 의무를, 제 사명을 다했을 뿐입니다”라고 말한 다[41]. 즉, 이들의 행위는 직무와 상호 관련된 의무행위라는 인식이 그것이다. 하지만 직무는 일이나 역할에 부여된 것과 같은 좁은 해석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도덕적 요구’라는 보다 넓은 관점을 통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들의 행위는 분명히 직무의 범주를 넘어서는 행위인 이른바 ‘초공(超功, supererogation)’이기 때문이다. 데이빗 헤이드(David Heyd)는 초공을 의무적인 것도 금지된 것도 아니며 하지 않는 것이 잘못이 아니므로 제재나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누군가를 위해 자발적으로 행해지는 도덕적으로 선한 칭찬할만한 행위로 정의한다[42]. 그러므로 간호라는 직무가 의무라는 관점을 일부 수용하고 있을지라도 직무의 요구 사항을 넘어선다면 초공으로 간주할 수 있고, 이는 영웅적 행위로 연결된다. 많은 간호사가 전쟁터, 기아와 치명적인 신종 감염병의 출현 현장, 폭력의 위험성이 도사린 응급실을 비롯한 다양한 장소에서 초공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카보넬(Carbonell)[43]이 주장했듯이, 이들의 이런 실천은 다른 모든 사람이 인식하고 있는 의무의 수준에 대하여 증가효과(ratcheting-up effect)를 가져오는 영웅적 행위이다.

간호사는 특징적으로 일상영웅과 상당 부분 일 치한다. 일상영웅은 단지 올바른 것을 행하는 사람을 함축하며 영웅적 가치가 설명될 수 있는 평범한 역할과 직업, 그리고 콘텍스트를 가리킨다 [24]. 그렇기 때문에 간호사들의 영웅적 행동은 대 개는 대중의 시선에서 벗어나 있고 그래서 적은 수의 사람들에게 제한적으로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호는 본질적으로 영웅적 행위이다. 친사회적 행동으로서 간호는 그 속에 극기, 자아인식, 마음챙김(mindfulness), 감성 지능을 포함하고 있으며 인간조건을 고양하고 개선한다[44]. 간호사는 자기희생의 가능성이라는 자신의 악마와 싸워나가며 타인들을 의도적으로 마음속 깊이 돕는다. 영웅은 투쟁과 파열을 통해 회복력(resilience)을 진작시키고 자신과 공동체에 혜택과 행복을 가져오는 긍정적으로 변화된 개인이기 때문이다.

Ⅲ. 간호의 현실과 영웅적 행동

간호사들은 생물의학 패러다임 내에 위치하지만 때때로 자신들의 일을 치료와는 상반되는 돌봄으로 정의하는 역설 속에 처해 있다. 일반적으로 치료가 더 높은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므로 치료의 한 축으로서 돌봄이라는 간호의 핵심은 종종 감춰지고 불충분하게 인식되어 그것의 수행 또는 완수를 어렵게 한다. 간호사들은 돌봄의 가치와 직업상의 소명, 기술적으로 높은 생의학적 환경과 제도적인 요구, 과중한 환자 돌봄의 부담, 구시대적인 업무 패턴 사이에서 분열된 다[45]. 또한 병원이 돌봄의 주요 장소가 되었으므로 의료가 상위에 위치한 위계질서의 발달로 인해 간호는 의료에 의해 지배당하게 되었다[46]. 간호직의 지배력과 자율성의 결여가 병원과 의사에의 의존성을 확대시키는 결과로 귀착되는 가운데 간호직에는 그것과 비례하여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게 되었다. 더욱이, 간호가 여성의 경험과 친밀하게 연계된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간호직은 역사적으로 여성이 우위를 점하는 전문직으로 자리 잡아 왔지만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늘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었다[47]. 여성은 일반적으로 무기력한 집단으로 여겨지고 대체로 간호사들은 여권운동의 관점에서도 빗겨나 있었다. 간호사들은 직업상의 삶과 직무에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며 더 진실한 방법을 추구하려 하지만 이런 환경 속에서 경직되고 냉담해지고 지쳐버림으로써 ‘로봇’처럼 반응하는 기계적 대응의 가능성을 드러내게 되었다[45].

대한간호협회[48]에 의하면, 간호사의 96.2%가 여성인 것처럼, 간호직은 역사적으로 몇 안 되는 예외적인 전문직으로서 여성 주도 직업으로 자리 매김해왔다. 이것은 양성 불균형과 1900년대 간호 프로그램을 마련한 (남성) 의사들과 관련되는데, 의사들에 의한 억압행동의 토대가 되었고 오늘날에도 분명하게 남아있는 두 직업군 간의 갈등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14]. 이는 간호사 편에서는 소위 ‘억압집단행동(oppressed group behavior)’이라는 심리적 행동양상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견고한 위계질서 속에서 억압된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해 경멸과 자부심 결여, 그에 따른 낮은 자존감으로 이어지는 열등구조 내에 위치하게 되고 타자들의 지배 결과로서 자신들을 심지어는 ‘시녀(handmaid)’로까지 인식하게 된다[46]. 다시 말해, 그들은 희생자의 자세를 내면화하고, 지 배 패러다임의 언어를 받아들이며, 내적으로 분열하면서 변화가 가능하다는 희망마저 잃어버린다. 이런 점은 그들이 저항해야 할 때 순종하게 하며 반응이 필요할 때마다 방관자적인 무관심을 갖게 한다[14].

억압집단행동은 의사와 간호사 간의 관계에 국한하지 않고 간호사 집단 내에서도 작동한다는 점에 심각성이 배가된다. 간호사 집단 내에는 종종 위계적이고 경쟁적인 관계가 형성되어 상하 간의 권력 관계로서 복종 구조가 자리한다[49]. 억압집단으로서 간호사들은 억압자(oppressor)로부터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기 위해 자신들 집단 내에서 ‘조작(manipulation)’을 자행한다[50]. 다시 말해, 상대적 권력과 지위를 얻기 위해 그 조작은 괴롭힘(bullying)과 같은 수평적 폭력의 형태를 띠기도 하며 갈등 상황에서는 대화와 지지를 회피하는 침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행동은 집단 이 문화 내에서 권력 또는 권위를 얻는 데 필수적인 단결의식과 응집력을 약화 또는 무력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함으로써 낮은 자존감과 작업환경의 통제 상실을 고착화하게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직장의 분위기를 악화시켜 환자 보호에 잠재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51].

한편, 최근 호주에서 간호사 대다수(92%)가 언어 학대를 경험하였고, 69%는 물리적 위협을 당하였으며, 직접적인 물리적 공격의 희생자가 된 간호사도 52%나 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17]. 한국도 예외일 수는 없어 간호사의 90.6%가 언어 폭력을 경험한 바 있다[52]. 이러한 직접적인 피해 외에도 간호사들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데, 한국만 하더라도 2017년을 기준으로 전체 간호사 면허소지자 대비 의료기관 활동 인력은 49.5%에 불과하며[53], 의료법상 입원환자 5인당 간호사 2인의 법정정원 충족률은 2013년 기준으로 종합병원이 63.4%, 병원이 19.4%, 의원 이 63.2%(입원환자 5인 이상 의원은 12.4%)에 머물고 있다[54]. 이런 가운데에서도 병원 조직은 여전히 병원의 생존전략이라는 조직 중심적 사고에 함몰된 채 주된 고객으로서 환자와 환자 보호자를 위한 친절교육을 강조하는 감정노동을 강요하고 있다[13,52].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 환경의 문제에서 간호사들이 겪는 이런 어려움은 궁 극적으로 소진(burnout)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으며, 그 결과는 극도의 피로, 냉소주의, 직무로부터의 분리, 비효율성, 성취의식 결여 등으로 모아진다[55]. 따라서 이런 경험들이 잦은 결근과 이·퇴 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간호사는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한 생명존 중이라는 사명 속에 놓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도로 발달해가는 현대 의료상황에서 환자의 삶에 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사결정과 관련하여 종종 윤리적 딜레마가 발생하고 있으며, 실제로 그들은 거의 매일 이런 상황을 마주한다[56]. 환자와 의사와 더불어 의료실무현장의 한 축을 구성하는 간호사는 업무 특성상 이들과의 상호의존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독립적인 간호학적 판단 이 환자의 의견 또는 의사의 결정과 충돌할 때에는 윤리적 갈등에 처하게 되며[57], 더욱이 현재의 의사와 간호사 간의 의사결정 권한의 불균형은 이를 심화시키고 있다[51]. 이런 상황은 간호사의 윤리 지식과 도덕적 가치관을 심각하게 훼손함으로써 간호사 개인에게는 불확실성이나 절망감을 확대시켜 자기 방어적인 순응과 타성화, 그리고 이에 뒤따르는 소진이나 이직의 한 요인으로 작용함으로써 전문직으로서 간호의 발전에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56,58].

간호와 관련된 이와 같은 직무 환경은 일반 대중과 의료계 다른 직종의 사람들이 간호사를 수동적, 의존적, 기계적이며 의사의 조력자로 그 역할을 수행하는 주변 인물이라는 이미지로 투영시킨다[34]. 아마도 영화로도 제작돼 널리 알려진 키시(Kesey)[59]의 소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에 등장하는 간호사 랫체드(Ratched)가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비록 사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 출현의 위기와 같은 특별한 시대적 상황이 TV, 신문, 잡지, 영화 등의 대중매체에 의해 간호사를 영웅의 이미지로 한껏 추켜세울지라도 한시적이며 파편적일 뿐 간호의 전문성과 사회적 역할은 여전히 과소평가되고 있다[60]. 마찬가지로, 간호의 가치와 전문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간호 대학생들조차 간호사는 의사의 보조자로서 힘들고 바쁜 직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팽배하며 더 심각한 것은 간호사들 스스로 자신들의 가치를 절하하는 태도마저 보인다는 것이다[61]. 이런 이미지 또는 유형의 간호사가 현실 세계에 존재한다는 것은 간호계에는 불행한 일이다.

간호계의 현실적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시도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런 것은 조직경영과 같은 시스템상의 해결책을 포함하며, 세부적으로는 간호사 확충이나 근속을 꾀하기 위한 금전적 보상, 이주 또는 주거비용 제공, 간호조무사의 고용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48]. 또한 비슷한 각 도에서 간호사와 의사 간 갈등의 해결책으로 협업 (collaboration)을 조정하는 행정적인 가이드라인과 규약이 실행되고 있다[51]. 그러나 이런 전략 들은 피상적이고 단기적인 접근이다. 간호 문화에 뿌리 깊은 부정성을 바꿔나가기 위해서는, 미 카엘런(Mikaelian)과 스탠리(Stanley)[14]의 지적처럼, 간호사들 스스로 집단으로서 자신들에 대해 느끼는 태도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간호 행위가 자신과 간호조직, 나아가 사회와 국가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는 중요한 일이라는 자긍심이 간호사 내부에서 일차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11,61]. 그것은 수준 높은 자긍심이 자신의 역할에 만족감을 부여해 친사회적 행동으로 인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간호사들에게 정신건강 보호 또는 진작이라는 일차적 가치를 뛰어넘어 구성원으로서 침묵이 아니라 목소리로, 또 행동으로 조직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케 함으로써 제도적 장치의 수정을 유도하고 궁극적으로는 간호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하는 가운데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이 간호가 영웅적 행동이라는 인식이 필요한 이유이다.

영웅은 개인에게 자아증진의 동기를 부여하고 영웅의 업적을 함께 하려는 열정을 만들어내며 동 화를 통해 자기평가를 고양하는 자극으로 작용할 수 있다[62].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영웅들을 지켜보는 것은 강력한 정서적 결과를 낳을 수 있어 분위기와 자존감뿐만 아니라 심리적 변화를 유인케 한다[1]. 설리번(Sullivan)과 벤터(Venter)[63]는 실증 연구를 통해 영웅이 사람들의 자아와 일치하고 있음을 밝혀내었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실험참가자가 영웅의 자질을 서술할 때에는 자신의 자아관에 기반하며 이것은 영웅이 개인의 자아인 식 형성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증이라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영웅을 모방하려고 하기 때문에 윤리적 이념과 영웅은 같은 길 속에서 상호 간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 의미에서 영웅은 인식론적 한계에 봉착한 간호사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맥앨리스터(McAllister)[18]는 지난 100여 년 동 안 수많은 간호사가 이 직업을 키워내는 데 흘린 피, 땀, 눈물 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직무환경 자체가 더 이상 직업에 대한 기여가 불가능하다며 교대 근무에 자신들의 역할을 스스로 제한하고 있는 일부 간호사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런 개인주의적 태도가 만연할 위험성에 노출된 간호계에 당면 현안이 드러내는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하고 조절할 수 있는 사회적 지지가 그에 대한 보호요인으로 제시된다[52]. 영웅이 사회적 지지의 결과물이며 영웅적 행동이 친사회적 행동이 라면, 간호 또한 친사회적 행동이며 그래서 사회적 지지는 간호사들이 누려야 할 당연한 결과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간호사들 스스로 간호가 영웅적 행동이라는 사실을 내면화해야 한다. 21세기 간호사들은 간호의 영웅적 행동의 울림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많은 영웅이 외형상 작고 조용한 방식으로 사회의 도덕체(moral fabric)에 누적 영향을 미치는데[22], 간호사의 삶 또한 그러한 궤적 속에 있다.

Ⅳ. 간호의 영웅적 행동과 교육 간의 관계

많은 영웅학자는 영웅적 행동이 상황과 밀접하게 관련된다는 프랑코(Franco)와 짐바르도 (Zimbardo)[9]의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그들에 따르면, 영웅적 행동은 개인 성향의 결과라기보다는 상황의 힘이 작동한 결과로 특정 시간에 특정 상황 속에서 발현된다. 실제로 영웅으로 불리는 많은 사람은 “같은 상황에 부닥친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가 했던 일을 했을 것이다”라며 자신 행동의 독특성을 부인한다. 상황은 그 상황에서 발휘되는 개인의 특성과 특별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함으로써 영웅적 행동을 하게 하는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즉, 외부의 상황적 힘은 개인을 변형시키는 정서적 반응을 촉발하는데, 도덕적으로 아름다운 행위를 목격한 후에는 정서적으로 고양되며 이런 고양된 감정이 이타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5]. 영웅상(賞)을 수상한 50명의 사람을 연구한 워커(Walker) 등[64] 또한 영웅적 행동을 상황적 특징과 성격 간 상호작용의 결과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는데, 이에 로스(Ross)[65]는 상황의 힘의 결과를 통해 영웅은 태어나는 것이라기보다는 변형 여행 속에서 만들어진다고 주장 한다.

영웅적 행동은 올바른 사람이 알맞을 때에 알맞은 장소에 있을 때 일어난다는 영웅적 행동의 상황주의적 통찰은 그런 행동이 학습을 통해 배양될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한다. 코헨(Kohen) 등[66]은 타인을 구하기 위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쓴 사람들의 특징을 조사하면서 그들이 평소에 타인에게 도움이 필요한 상황을 마주친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상상하곤 했으며 이미 영웅적 행동을 하게 만드는 어떤 경험이나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영웅적 행동의 공통적인 조건으로 학습을 피력하였다. 유사한 맥락에서 맥나미(McNamee)와 웨솔릭(Wesolik) [67]은 영웅적 행동으로 카네기상을 수상한 사람들이 부모의 가치 교육, 타인에 대한 공감, 타인을 돕는 모습, 타인을 돕기 바라는 기대 속에서 성장하였다며 영웅적 행동이 학습된 기술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연구들은 영웅적 행동에서 상황의 중요성을 토대로 반사회적 행동과 싸워나가는 예방적 수단으로서 친사회적 행동의 교육 가능성을 제시한다.

상황을 통한 영웅적 행동의 교육 가능성은 하이너(Heiner)[68]의 연구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이너는 2006년 매트 랭던(Matt Langdon) 이 아동의 친사회적 행동을 배양할 목적으로 설립한 “영웅수립단(The Hero Construction Company, 이하 THCC로 표기)”의 교육 프로 그램에 참여한 미국 미시간 주에 거주하는 62명의 4-5학년 초등학생을 관찰한 결과, 교육 직후와 30일 동안의 두 구간에서 모두 용기의 정도가 상승하였음을 발견하였다. THCC는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큰 주제 속에서 초등학교 학생부터 고등학교 학생에게 윤리적으로 복잡한 상황을 제시하고 어떤 행위가 취해질 수 있거나 취해져야 하는지를 상상하도록 요구하는 커리큘럼을 통해 영웅적 습관을 개발토록 교육하고 있다(www.heroconstruction.org 참조). 이 기관의 논지는 영웅적 행동은 하나의 선택이고 그런 선택은 도덕적 딜레마 상황의 직간접적 체험을 통해, 즉 교육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영웅적 행동의 교육 가능성은 간호학 분야에 서도 연구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하인리히(Heinrich)[69]와 워든(Warden)과 로건 (Logan)[20]의 성과가 눈에 띄는데, 이들은 공통으로 캠벨의 “영웅의 여행” 개념을 이용하였다. 전 세계의 고전영웅들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연구한 캠벨에 의하면, 영웅은 공통으로 일상에서 시련으로 가득한 초자연적인 세계로 이동하며 시련을 극복하는 동안 정신적 변형과 성장을 겪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사회에 혜택을 베푸는 과정을 밟는다. 하인리히는 간호대학생이나 초임 간호사가 유능한 간호사로 이동하는 과정이 이러한 영웅의 여행과 닮아 있어서 이들이 공부하는 동안이나 낯선 업무 현장에서 직면하는 장애물을 건설적인 것으로 사고할 수 있다면 영웅적 자기정체성을 계발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유사한 관점에서 워 든과 로건 또한 많은 간호사가 간호계에 발을 디 딜 때 처음에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힘든 업무 환경을 겪게 되지만, 임상간호사(nurse practitioner)로 가는 고통스러울 수도 있는 그 힘든 여정을 영웅의 여행으로 인식하게 된다면 이런 도전을 더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들은 간호사의 자아존중과 자긍심 고취를 위한 대안으로 영웅적 행동으로서의 간호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교육 가능성과 필요성을 열어놓고 있다.

Ⅴ. 간호사의 영웅적 행동 확산을 위한 제언

1. 영웅으로서 간호사 상(象)의 정립

전술한 것처럼 간호사는 본질적으로 큰 위험요 소를 동반하는 “대 영웅적 행동”의 특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실에서는 그와 같은 전형적 영웅의 면모가 부각되지 못하고 기술적인 속성과 직업적 행태에만 초점이 놓여,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영웅적 행동을 확산시키는 데 별다른 동인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간호사의 본질과 직업적 특성이 영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학문적, 실천적 노력이 이루어져 간호사의 일 상적 업무수행이 갖는 영웅적 특성을 준별해내고 이를 고취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요청된다.

2. 간호영웅교육 프로그램의 개발과 도입

영웅적 간호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의 가능성과 필요성은 앞에서 살펴보았다. 그런데 한국의 간호교육기관(60개소)의 교육목표를 분석한 박 정혜[70]에 따르면, 간호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역량으로 전문능력, 문제해결능력, 관계능력, 외국 어능력, 정보활용능력 등이 제시되어 있으나 간호사를 심리적으로 지지하는 인문학적 교육은 상당히 미흡하다. 특히, 외부에서 간호직에 요구하는 숙련된 기술이나 능력에 대한 높은 관심과 비 교해 자신을 스스로 관조하며 전문직 의료종사자로서의 가치를 내면화시키거나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에 대해서는 충분한 고려가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들은 영웅과 영웅적 행동을 간호교육에 도입해야 할 필요성과 교육 콘텐츠 또는 프로그램의 개발과 적용을 제언한다. 영웅교육 콘텐츠는 교육기관의 상황에 따라 구성 방식이나 내용, 시간 등이 상이할 수 있겠지만 개략적으로는 (직무)영웅과 영웅적 행동의 현대적 정의, 내재적 의미에서의 간호의 영웅적 행동, 역사적 차원에서의 간호영웅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71]. 특히, 주목받지 못한 현대의 간호사 영웅들(예, 신종 감염병과 싸우는 간호사나 내부고발자 등)의 발굴과 적용이나 간호의 영웅적 행동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등이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영웅교육 콘텐츠가 교육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한다면 간호사 개인과 집단의 자존감 향상과 직무만족에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이는 사회적 지지로 이어져 양질의 간호인력 확보와 더 나아가 국민건강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믿는다.

3. 간호의 영웅적 행동 보호 및 제고를 위한 법제도적 보장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의 간호 인력은 1,123,926명(간호조무사 72만 9,264명 포함)으로 의사 147,967명(한의사 24,861명 포함)과 비 교해 의료인 내에서의 비중이 월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72]. 그러나 간호의 영웅적 행동을 보호 또는 지원하기 위한 법적 장치는 차치하고라도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의 국외 입법례와는 대조적으로 간호에 관한 별도의 개별 법률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 간호계에서는 1972년부터 정부와 국회에 독립적인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여 왔지만 [73], 불행하게도 법률 제정은 여러 차례의 의안으로 이어졌을 뿐 소원한 상태이다. 따라서 간호의 영웅적 행동에 관한 법률 장치는 간호법 제정이라는 선결과제 속에서 논의를 전개하는 것이 옳을 것으로 보인다.

간호사는 의료법의 테두리 안에 있다. 의료법은 의료인 5개 직종(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조산사)을 의료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포괄하여 의료는 의사직의 업무로, 간호사는 그 보조역할로 설정하고 있다. 의료행위는 의사와 여러 전문 의료직종의 팀워크에 의해 이뤄지고 각각의 고유 역할이 수평적이면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야 함에도 간호사를 단순히 “진료보조자”로 규정하는 것은 책임의식을 고취시키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있다[73]. 최근 법원에서는 간호사의 독립적인 의료행위를 인정하는 추세인데, 민형사상의 소송에서 환자관리감독의무, 경과 관찰의무, 의료기구점검의무 등을 독립적 간호행위로 받아들여 이를 기초로 과실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74]. 의료세계의 현실변화와 분화경향 및 각국의 입법례에 비추어 볼 때, 현재의 의료법상 규정은 간호행위의 독자성과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으로 독립된 법으로서 간호사법 제정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런 요구는 국회에 제출된 다수의 간호법 관련 의안에도 나타난다. 대표적으로는 2019년 김세연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간호법안을 들 수 있다. 이 법안은 “간호와 관련하여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국민에게 제공하고 간호에 관한 전문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함으로써 국민의 건강 증진 및 보건의료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75]. 그러나 이 법안이 간호의 업무범위를 확정하고 간호 인력의 수급이나 교육 등에 관한 사항 등을 체계적으로 규율함으로써 간호 행위의 독자성을 인정한다는 긍정적 측면을 갖고는 있으나, 간호의 영웅적 행위에 관한 규정들을 포함시키는 데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간호의 업무범위에 의료 관련 사항들 외에도 다른 보건의료인의 비윤리행위 및 불법행위에 대한 신고 규정, 즉 영웅적 행위의 한 유형으로서 내부고발 규정을 포함시킬 것을 주장하는 대한간호협회의 요구는 반영되어 있지 않다 [40]. 게다가, 응급상황에 처한 자를 선의로 보호 또는 구조하는 행위 도중 발생한 재산상의 손해나 사상(死傷)에 대하여 면책을 명시하는 소위 ‘선한 사마리아인 법리(good Samaritan law)’ 또한 간호법안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간호가 영웅적 행위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선한 사마리아인’ 법리와 ‘내부고발’ 규정은 간호법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이 두 법리는 이미 다른 법률로도 제어가 가능하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2015년 영국의 “사회적 행동, 책임, 영웅적 행동에 관한 법(The UK Social Action, Responsibility, and Heroism Act)”이 제정 당시 영웅적 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과실책임에 대하여면 책을 부여하는 기존 법률들의 답습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영웅적 행동의 사회적 확산이라는 입법취지로 탄생한 것처럼, 영웅적 행동의 사회적 보호는 그 상징성으로 말미암아 존재 의의가 상당하다 [7]. 간호사의 직무만족을 연구한 김순현과 이미애 [15]에 의하면 간호사들은 ‘직업안정’과 ‘승진’을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범경철[76]은 최근 의료분쟁에 휘말리는 간호사들의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적절한 법적 보호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간호사에게 영웅적 행동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간호법에 영웅적 행동을 보호하고 장려할 수 있는 법률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당위적이라 할 수 있다.

4. 간호영웅 발굴과 홍보 강화

일반 대중에게 간호사의 이미지는 가치와 보람의 대상이라는 긍정적 측면과 동시에 자율성 부족이나 의사 보조자라는 부정적 측면이 공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60]. 간호사들은 부정적 이미지가 간호의 전문성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과소평가에 기초하며 이런 문제는 간호계 자체의 내적 요인보다는 외부의 힘에 의해 형성되고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간호의 대중 이미지 개선이 간호계의 가장 중요한 현안 중 하나가 되고 있다 [34]. 이런 의미에서 영웅적 행동으로서 간호의 본질적 가치를 대중에게 각인시킬 수 있다면 간호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완전하지는 않을지라도) 개선될 것이며, 이를 위한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일상영웅’으로서의 간호영웅이 발굴되고 홍보되어야 한다. 나이팅게일과 같이 널리 회자되고 있는 간호영웅들의 역사성이 간호의 이미지 개선에 상당한 기여가 분명한 반면에 그 한계점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왜냐하면 대중의 인식 속에 이미 자리한 과거의 간호영웅들은 그들의 삶이 사실일지라도 허구적으로 보이게 하는 신화적 단계로까지 격상하였기 때문이다[22]. 환자와 대중의 건강과 보건, 안전, 복지 등은 종종 간호사의 돌봄에 의지하지만 그것은 보이지 않는 일상성 속에 숨겨져 있다. 이것이 ‘나와 다르지 않은 너’로서의 간호영웅이 필요한 이유이며, 지속적인 일상적 간호영웅의 발굴과 대중에게 대한 홍보는 간호의 영웅적 가치를 사회 저변으로 스며들게 함으로써 간호사의 부정적 이 미지 개선에 효과적일 것이다.

간호계에서의 간호영웅 발굴 노력이 그간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한간호협회에서는 간호직의 위상정립에 기여 또는 선행과 봉사활동을 통한 간호 정신의 구현에 기준을 두고 매년 ‘올해의 간호인’을 선정하여 수상하고 있다. 그런데 수상기준이 다소 추상적이고 모호해 간호사의 실질적인 이미지 개선에 효과적인지 의문이다. 이상이 대부분 간호계에 오랜 시간 종사하며 기여 또는 공로한 자를 치하하는 관행적 성격이 짙으므로 수상기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형태로 보완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별도의 새로운 공로상 신설을 검토해볼 만하다. 물론 새로운 공로상은 영웅적 행동의 정의와 취지가 깊숙이 반영되어야 할 것인데, 이것은 일반대중에게 간호의 영웅적 행동에 대한 실질적인 설득 차원에서 사회적 영향력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간호영웅의 능동적 홍보 또한 중요하다. 소극적으로 언론이 보도해주기를 기대하기보다는 대중 문화매체 속으로 적극적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아동 또는 학생의 괴롭힘(bullying)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미국의 “괴롭힘 근절(Stomp Out Bullying)”[77]이라는 NGO와 영화사 마블 코믹스(Marvel Comics)의 협력은 참고해 볼 만하다. 이 비영리기관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마블 코 믹스는 자사의 영화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 저(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 2014)”,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The Guardians of Galaxy, 2014, 2017)”,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The Avengers: Age of Ultron, 2015)” 등에 괴롭힘을 당하는 아동과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반영하였다. 간호계는 이제 언론홍보라는 수동적 차원을 넘어 영화계, 연극계, TV 드라마 제작사 등 대중문화 관련 단체와의 협력을 통하여 간호의 영웅적 행동을 사회 곳곳으로 확대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 마련과 실행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Ⅵ. 결론

안전에 대한 염려, 신종 감염병의 발생, 기아와 국지적 분쟁 등과 같은 최근의 위기는 간호의 중요성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여전히 효율성과 양, 생산과 수익에 집중하는 구시대적 산업 마인드에 갇혀있어, 환자와 간호사,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간호사들 간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은 채 의미 있는 의사 소통을 상실하고 인간성과 진정한 돌봄은 길을 잃어가고 있다[45]. 고도의 전문성과 주의력을 과거 보다 더욱 요구하는 간호과정 속에서 간호사는 때때로 환자 돌봄과 관련된 직접적인 요인들보다는 그것을 둘러싼 외적 요인들로 인해 소진과 같은 부정적 현실과 대면하게 되었다[14]. 그렇다고 간호사들이 ‘직업상 일어나는’ 어쩔 수 없는 일로 부 정적인 현실 환경을 내면화하고 침묵해야 하는가? 그에 대한 해답으로, 다비셔(Darbyshire)[17]는 21세기 오늘날 간호사들이 영웅적 행동의 정의를 되새긴다면 그 용어를 공유하는 데 거리낌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을 영웅으로 부를 수 있으며 영웅적 행동이 무엇인가에 대한 최근의 서구 영 웅학계의 정의를 한국적 상황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가? 그런 정의의 타당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그것을 한국의 간호학계가 의심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 연구는 영웅과 영웅적 행동에 대한 한국 학계의 의견 수렴이 거의 없는 현실에서 시작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논의는 서구적 정의를 바탕으로 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취약한 논리 구조로 이어질 위험성을 동반한다. 그런데도 영웅적 행동은 친사회적 행동이며 간호가 영웅적 행동이라는 본질적 의미는 불변이다. 따라서 이런 논쟁적 논의가 영웅적 행동이라는 친 사회적 행동을 사회 속으로 확산시키는 기제가 될 수 있다면, 그래서 한국 간호학계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간호의 영웅적 행동은 사회 속으로 스며들어야 한다. 그것 이 현재와 미래의 간호사들에게, 궁극적으로는 사회의 보건의료 향상에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간호와 영웅적 행동, 간호사와 영웅에 대한 더 정제된 연구와 학문적 담론이 후속 연구를 통해 이어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Notes

* 이 논문은 고려대학교 특별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음.

*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Korea University research fund.

Conflict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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