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간호사는 의료인으로서 종합병원, 병원, 요양시 설을 비롯한 임상 영역에서 뿐만이 아니라, 보건소, 학교 등의 지역사회에서 전문적인 돌봄을 실천하고 있다. 간호윤리는 일반적으로 간호사들이 좋은 간호행위를 위해 당위적으로 따라야 하는 규범 및 원칙, 윤리적 갈등 상황에서 윤리적 의사결정, 그리고 간호사가 갖추어야 할 도덕적 성품으로서의 덕윤리와 제도로서 전문직 윤리에 해당하는 윤리강령 등을 다룬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간호윤리학자들은 간호의 본질로서의 돌봄의 특성에 대한 이해로부터 돌봄의 윤리를 전개하였다. 거기서 돌봄이란 인간의 자기이해를 통해 자기 정 체성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방식이며, 동시에 인간 상호 관계 속에서 공감, 동정심, 책임감 등의 도덕적 감정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간호에서 도덕적 이상이라고 주장되었다[1]. 그래서 최근 간호의 돌봄의 윤리에서는 개인에 대한 서사적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상호 인격 존중과 타자를 위한 책임, 그리고 인간 취약성에 대한 도덕적 감수성을 중요시하는 관계의 윤리라는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2].
특히 간호철학자인 에드워즈(S. D. Edwards)는 간호에서 돌봄의 특성을 존재론적 돌봄(ontological caring)과 의도적 돌봄(intentional caring)으로 구분한다[3]. 존재론적 돌봄은 인간의 자기 염려와 관심으로부터 자기 이해를 증진 시켜주는 돌봄이며 인간에 대한 서사적 이해(narrative understanding)를 전제로 한다[4]. 여기서 인간에 대한 서사적 이해란 인간의 취약성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곤경에 처한 환자를 자신의 삶을 기획하며 자기 삶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존재로서 이해하는 것이다. 의도적 돌봄은 취약한 인간이 경험하는 고통에 대한 인식과 이에 대한 도덕적 반응으로서 간호행위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도적 돌봄은 ① 돌봄이 필요한 사람의 취약성에 대한 인식과 평가와 그 사람이 처한 곤경에 대한 공감적 이해, ② 정서적 요소로서 연민과 도덕적 책임, ③ 환자의 요구로 지각되는 것에 대해 반응하는 것이다[3].
특히 간호에서의 돌봄은 자신의 상태나 요구를 표현하기 힘들거나 혹은 환자의 자율성이 침해받는 상황에서 실존적 옹호(existential advocacy)를 통해 수행된다[5,6]. 간호사의 실존적 옹호란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지해줌으로써 대상자의 자기 이해를 돕고 실존적 삶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보호해 주는 개별적인 돌봄이다. 이러한 돌봄은 그 어떤 도덕적 원칙이나 규칙에 따라 일괄적으로 수행되는 것이 아니다. 돌봄은 각각의 상황에 처한 환자의 취약성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연민과 공감의 과정을 거처 이에 대한 도덕적 반응로서의 간호행위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수반한다. 그래서 환자의 실존적 삶을 보호하고 옹호해 주기 위한 간호사의 돌봄이란 결국 도덕적 감정을 매개로 한 환자를 대하는 태도를 통해 드러난다. 이러한 돌봄은 통상적으로 함께 있어 주는 것, 그들의 요구와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 그들의 요구와 부름에 응답하는 것, 신체적 상호 접촉,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특히 간호사의 환자에 대한 의도적 돌봄은 환자 스스로 자신이 처한 곤경(plight)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평가할 줄 알고, 이에 대한 환자의 요구와 요청에 응답하는 것이다[3]. 이는 자기 이해를 돕는 존재론적 돌봄으로서의 삶의 서사성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러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간호사들의 돌봄 현상은 어떻게 드러나고 있으며, 그 특징은 무엇인가? 간호사들은 실무에서 국가의 감염관리 지침에 따라 감염위험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는 환자안전관리를 최우선으로 간호를 하고 있다. 반면 이러한 감염위험으로부터 면회 통제 등 환자의 안전관리는 외부 세계와의 고립, 인간관계의 단절과 신체적 접촉을 통한 인간관계 상호작용의 감소를 가져오고, 간호사의 돌봄 실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글은 외부 세계와의 고립 그리고 인간관계의 소외가 가중되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이 경험하는 돌봄의 현상과 윤리적 특징이 무엇인지 기술해 보고자 한다. 그래서 과연 간호에서의 존재론적 돌봄의 특징으로서 인간에 대한 서사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의도적인 돌봄의 실천방식이 간호 실무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검토해 보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이 글은 누구나 감염에 취약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절실하게 요구되는 돌봄의 윤리가 상호성과 보호의 윤리의 차원에서 어떻게 실천되는지 고찰해 보도록 하겠다.
II. 본론
간호에서의 돌봄의 윤리는 자기 삶의 체험과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여 자기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인간에 대한 서사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이러한 인간에 대한 서사적 이해는 상호 대화적 관계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기 정체성을 구성하게 하는 자기 돌봄의 윤리적 차원을 지닌다. 이것은 간호사와 대상자가 서로 대화하며 좋은 삶을 향해 함께 윤리적 이야기를 구성하는 관계 속에서 전개된다. 이 이야기는 또한 임상 상황에서 환자의 개별성과 취약성을 드러내며 자기 정체성이 위협받는 환자의 곤경과 고통에 반응하고 응답하는 보호의 윤리 차원을 함축하고 있다. 특히 보호의 윤리란 자기 스스로에 대해 말하고 스스로 보호할 수 없는 환자의 곤경을 인식하고 이에 대해 도덕적 반응을 하는 것이며, 이것은 간호 실무에서 환자에 대한 실존적 옹호의 차원에서 실천된다.
그렇다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간호사들의 돌봄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국가의 코로나19 전염병 예방관리지침에 따른 환자안전관리는 특히 병원이나 중환자실, 요양병원과 시설 등에서 가족을 비롯한 외부인의 면회 통제 및 금지 등을 시행하도록 하였다[7]. 이러한 감염위험으로부터 환자 안전이 중요시되는 상황에서 특히 인간관계의 대화적 상호작용과 신체적 접촉이 중요시되는 간호사의 돌봄이 어떻게 실천되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일반 병원에서 환자와 가족 간의 면회 통제와 중환자실에서 면회가 금지되는 상황이 지속 됨에 따라 환자들은 세상과의 단절과 인간관계의 소외를 경험하게 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가족의 돌봄이 중요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들은 병원 입원 과정 동안 주로 가족으로부터 받았던 돌봄을 병원 내의 의료인, 특히 간호사에게 요구하게 된다. 그래서 간호사는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직접적인 신체적 접촉이나 면대면 대화를 통한 인간관계의 상호작용에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마치 가족이 하던 신체적 정서적 돌봄의 역할을 요구받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간호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면회 통제로 인해 단절될 수 있는 자신이 살아왔던 생활세계를 이어주는 가족과의 소 통을 매개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중환자 실에서 환자가 갑작스러운 임종을 맞이하게 되는 경우, 가족이 부재하는 상황에서 임종 돌봄을해야 한다. 간호사들은 이러한 상황을 대비하여 가족과의 지속적인 소통은 물론 그리고 사후의 가족 돌봄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가족을 비롯한 외부인의 중환자실 면회 금지는 환자에게 생활세계로부터 차단된 치료환경에서의 인간관계의 고립을 더욱 가중시킨다. 그래서 간호사들은 환자의 몸의 반응을 읽어 내고 눈빛, 몸 짓, 목소리를 통한 신체적 상호작용에 의한 돌봄과 정서적 지지를 통해 세상과의 소통을 이어주는 전인적 돌봄을 요구받는다. 여기서 전인적 돌봄이란 환자가 살아왔던 생활세계로부터 고립된 취약 한 상황을 이해하고 신체적 돌봄뿐만이 아니라 정 서적, 심리적, 영적 돌봄을 통한 자기 정체성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3]. 특히 의료인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노인환자의 경우 면회 통제와 중단은 더욱 몸의 무능력과 삶의 무력감을 경험하게 할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지내왔던 자기 삶의 이야기에 대한 단절을 경험하게 한다. 이때 무엇보다도 가족과 함께 한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이어가게 할 수 있고 세상과의 소통을 지속시킬 수 있는 간호사의 역할이 전인적 돌봄을 위해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간호사가 가족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전달하는 역할이 환자가 살아왔던 생활세계를 이어주게 하는 돌봄의 역할인 것이다.
노인요양병원이나 시설, 그리고 정신병원 보호 병동에서는 외부인의 면회가 전면 금지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집단감염으로 코오트 격리된 병원이나 시설에 대한 혐오의 시선은 그곳에 격리된 환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곳에 격리된 환자가 경험하는 외부 세상과의 고립과 특히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세상에 대한 불신과 분노는 고스란히 환자를 직접 간호하는 의료인들에게 투사된다. 이 경우 간호사들은 무엇 보다도 의료인에게 투사된 세상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이해하고 세상과의 소통을 매개해 주는 방법을 찾아 이들을 돌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간호사의 환자에 대한 전인적 돌봄을 필요로 하는 곳은 코로나 전담병원의 격리병동이다. 특히 격리병동, 음압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코로나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에 대한 두려움을 경험한다. 그래서 감염을 막기 위한 장갑, 가운, 마스크, 안면보호대로 이루어진 4종 보호 장구 또는 Level D 방호복과 공기정화장치를 착용한다. 간호사들은 이러한 보호복과 보호 장구의 착용 시점부터 피로감을 느끼며, 이를 갖추고 근무할 때 체력적 소모가 커서 2~3시간 간격으로 교대를 해야 한다. 간호사는 20분 이상 소요되는 개인보호 장구 착·탈의에 불편함과 체력소모, 장갑 착용으로 인한 정맥주사의 어려움, 흡인처치 등만으로도 간호업무의 부담이 가중된다. 더욱이 간호사는 감염 예방을 위해 최소한의 인원만 격리병동 출입이 가능해서 장비 세척, 분류, 각종 청소(병실, 복도, 화장실 포함)와 식사 배식과 정리 등의 의료인으로서의 간호사의 업무가 아닌 간호보조, 미화원의 업무까지 도맡아 해야 한다[8]. 또한, 간호사는 환자로부터 동의서를 받아서 간호사실에서 CCTV로 음압격리병실에 있는 환자의 상태를 24시간 내내 모니터링 하면서 간호업무를 수행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처럼 간호사는 음압 격리 병동에서 보호 장비의 착·탈의의 피로감, 간호 이외의 업무 등의 부담을 감당하면서 면회금지로 인한 가족과 외부세계로부터 철저히 고립되어 전적으로 의료인에게 의존해 있는 환자들을 위한 전인적 돌봄을 요청받는다. 밀폐된 공간에서 환자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간호사뿐인 격리병동에서 간호사는 가족을 대신한 위로와 안위 제공 등의 정신적 신체적, 영적 돌봄까지 제공해야 한다[9]. 무엇보다도 간호사는 거기서 환자와 가족과의 소통을 매개해 주는 전달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더욱이 간호사는 반드시 보호복과 글러브를 끼고 간호해야 하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몸짓과 손짓, 눈빛 등의 신체적 상호작용과 언어적 의사소통을 통해 더욱더 환자의 곤경 상태에 대한 공감적 이해를 해야 한다. 또한, 간호사는 24시간 CCTV로 노출되는 환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비밀을 유지하여 환자의 인격이 존중되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코로나19 환자에게 요구되는 진정한 돌봄은 바로 그들이 겪고 있는 곤경 상태를 그 들의 총체적인 실존적 삶의 위기로 인식하여 그들 각자의 생활세계로부터 이어지는 삶의 이야기가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돌봄인 것이다.
윤리적 고뇌란 ‘개인이 윤리적으로 올바른 판단 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나 상황적 혹은 서열적 제약으로 인해 행동으로 옮기지 못할 때 경험하는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심리적 반응’으로 정의된다[10]. 간호에서 윤리적 고뇌는 간호사가 환자와 가족의 옹호자이며 도덕적 주체로서 행위를 해야 함을 인식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도덕적 신념이나 윤리적 가치관과 상충되는 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고통스러운 반응으로 이해된다[11]. 다음의 간호사 수기는 코로나19 상황이라는 제약으로 인해 환자를 위한 돌봄을 제공할 수 없는 윤리적 고뇌를 보여주고 있다.
“외부와 접촉이 단절된 환자들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시간과의 싸움을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했다. 식사와 투약 때마다 “언제 나아져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라고 묻은 환자에게 “힘내세요”라는 말을 전할 때 환자들은 눈물을 뚝뚝 흘렸고 마음이 아려왔다. 가족과의 만남을 간절히 바랐지만, 끝내 가족 누구도 지켜보지 못한 상황에서 임종을 맞는 환자도 있었다. 그 순간 환자를 지키는 건 간호사들의 몫이었다. … 한 사람이 떠난다는 것은 한 세계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세계의 끝에서 우리는 생사를 넘어선 무언가를 마주하기도 하면서 말할 수 없는 슬픔을 안으로 삼킨다.[9]”
코로나19 환자의 경우 가족이 담당해 왔던 임종 돌봄과 애도의 과정을 온전히 간호사가 감당해야 한다. 가족은 환자의 임종과정을 지켜보지도 못하고 작별인사도 못하고, 환자가 사망해도 고인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CCTV를 통해 확인할 수 밖에 없다. 임종과정을 지키지 못한 가족의 슬픔을 위로하고 또한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애도의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 죽음의 사후 처리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간호사들의 윤리적 고뇌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간호사들은 특히 환자와 작별인사도 못하고 떠나보내야 하는 가족의 슬픔과 시신 처리 과정에서 수의도 입지 못한 채 시신 백에 밀봉되어 곧바로 화장되는 상황에서 간호사는 존엄한 죽음에 대한 윤리적 고뇌와 엄청난 충격을 경험하였다[8]. 거기서 간호사들은 가족이 CCTV로 사후 면회를 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슬픔과 죄책에 시 달리는 가족을 돌보는 역할까지 해야 한다. 그래서 첫 번째로 코로나19 격리병동 간호사들이 경험하는 가장 힘든 윤리적 고뇌는 전적으로 가족이 곁을 지킬 수 없는 임종 돌봄이나 존엄한 죽음이 사라지는 사후 처리 과정, 애도를 허락하지 않는 속수무책의 죽음에 관한 것들이다.
두 번째로 간호사들은 외부인의 면회가 전면 금지된 격리병동에서 가족과 환자 사이의 전달자의 역할과 환자와의 신체적 의사소통이나 신체적 돌봄의 어려움을 경험한다. 가족이 멀리 다른 지역에서 면회를 왔음에도 면회가 금지되고 환자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면회를 간절히 원할 때도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연결해 줄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에 대한 고뇌를 느끼고 있다. 또한, 격리병동 간호사는 2~3시간 교대근무를 하면서 장갑이나 보호장구 착용의 부담감, 감염에 대한 극도의 조심과 불안을 경험한다. 이로 인해 간호사들은 환자들을 위해 필요한 신체적 상호작용이나 신체적 돌봄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도 윤리적 고뇌를 경험한다[8].
세 번째로 간호사들은 점차 환자들의 고통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자신의 탈감각화 현상에 대해 갈등한다. 간호사들은 코로나 감염 특성상 서서히 경증에서 중증으로 진행되다가 사망하게 되는 외로운 투병 과정을 지켜보며 환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연민, 안타까움을 경험한다, 또한 간호사들은 그 코로나 환자에 대한 사회의 차가운 혐오의 시선에 대해 분노를 느끼며 동시에 그들을 간호한 이유만으로 자신들을 회피하는 사회의 두려운 시선을 경험하면서 연민을 감정을 느낀다. 그러나 간호사들은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환자의 고통에 대한 연민과 공감이 오히려 자신에게 극심한 피로로 싸이는 정서적 전이와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면서 점차 환자의 고통에 무감각해지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윤리적 고뇌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8].
네 번째로 간호사들은 인력 부족과 전문성 부족으로 통합적이며 전인간호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무력감을 경험한다. 간호사들은 코로나19 격리병동의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호흡 기계 중환자 간호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환자들이 지닌 다양한 기저질환이나 분야별 증상에 대한 치료와 간호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러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전문 교육과 훈련을 받은 숙련된 간호사들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무엇보다도 격리병동 간호사들은 신속하고 정확한 문제 발견, 응급상황 대처, 경증에서부터 중환자 간호에 대한 전문성을 두루 갖추어 각 환자에 적합한 전문적 돌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12]. 또한, 간호사들은 격리병동이라는 예외적 상황에서 극도로 정서적으로 불안해하거나 ‘acting out’하는 환자들에 대한 심리 정신적 간호를 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함을 호소한다. 코로나19 환자들은 병동에 고립되어 전적으로 의료인에게 의존되어 통합적인 전문 간호가 필요하다. 그러나 간호사들은 간호 인력과 전문적 역량 부족으로 전문가로서의 돌봄의 역할을 할 수 없음에 대한 무력감과 좌절 감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11].
위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격리병동 간호사들은 전인적 돌봄이 요청되는 상황에서 이를 실천할 수 없다는 윤리적 고뇌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간호사들은 신체적으로는 설사, 두통, 구토, 두근거림, 그리고 심리적으로는 환자로부터 전이된 우울과 퇴행 현상, 극심한 정서적 소진과 감염에 대한 불안감과 좌절감과 화, 무기력, 그리고 더 나아가 환자의 고통에 대해 무심해 지닌 탈 인격화 혹은 탈감각화 현상을 경험한다[8]. 이것은 또한 코로나19 전담병원 간호사들이 진정한 돌봄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이를 지원하는 인력확보와 전문적 교육, 그리고 무엇보다도 간호사 자신들의 자기 돌봄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제도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일반 병원, 특히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한 노인요양병원이나 시설, 코로나 전담병원의 격리병동 입원환자들은 외부 세계와의 고립과 인간관계의 소외로 인한 삶의 위기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격리병동 간호사들은 환자의 투병과정을 실존적 삶의 위협상황으로 파악하고 개인의 삶에 대한 서사적 이해에서 비롯된 전인적 돌봄을 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이 상황에서 특별히 요구되는 돌봄의 윤리는 각자의 삶의 이야기를 지닌 환자와 가족을 위한 실존적 옹호자로서 역할인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의료행위는 인간관계의 신체적 상호작용이 축소되고 가족을 비롯한 외부의 세계와의 접촉이 통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진다. 이때 간호사는 가족이 했던 돌봄의 역할은 물론 가족과 환자와의 교량적 역할과 정서적 지지, 환자의 권리나 이익을 위한 옹호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간호사의 환자를 위한 옹호자로서의 역할은 의료인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취약한 상황에 처한 환자의 인격을적 극적으로 지지해주고 보호해 주는 역할이다. 그래서 환자가 처한 각각의 곤경에 대한 인식과 판단을 하여 환자를 옹호해 주기 위해서는 환자 각자의 삶에 대한 서사적 이해를 전제로 한다. 그렇다면 환자를 옹호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옹호(advocacy)란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하여 대신 말해주거나 호소해주는 행동이다. 간호에서 옹호란 환자가 힘과 의지, 지식이 결핍되었을 때 스스로 그것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며,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여 환자의 복지를 확보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옹호는 다양한 간호 상황에서 환자의 소원을 전달하거나 의료적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서 환자를 지지하며, 환자와 같이 있거나 혹은 환자가 부재한 상황이나 의사결정능력이 저하된 상황에서도 환자의 의지와 소망을 표현해 주는 것을 포함한다[5,6].
의료체계 내에서 옹호의 모델은 바로 첫 번째로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모델로서 간호사는 환자 권리의 도덕적 중재자이다. 간호사는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그 권리를 알리고 권리에 대한 침해를 방지해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가치 중심적 의사결정 모델이다. 이것은 환자가 자신이 신념과 생활방식에 맞는 요구, 이익,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사람으로서 간호사를 보는 것이다. 간호사는 환자에게 가치나 결정을 강요해서는 안 되지만 환자의 신념과 가치에 가장 적합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사항들의 이익과 손해 등을 살펴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세 번째 해석은 인간 존중의 모델이다. 여기서는 환자를 서로 존중하는 삶의 동료로 보는 것이다. 옹호자로서 간호사는 우선 환자를 인간의 존엄성, 사생활, 자율적 선택에 의한 행위들을 보호하여야 한다. 환자가 선택할 능력이 없다면 간호사는 환자를 대리 결정해 줄 수 있는 가족을 정하여 그의 안녕을 옹호하여야 한다. 만약 아무도 환자의 안녕을 규정 할 수 없다면, 간호사는 최대한 능력을 발휘하여 환자가 최대한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 간호사는 환자의 인격적 가치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이들을 보호하여야 할 책임이 있으며, 이것은 간호 전문직의 지위에 해당하는 옹호자의 역할인 것이 다[13]. 이러한 간호사의 환자 권리에 대한 옹호는 전문직 윤리로서 한국간호사윤리강령1) 제3장 대상자의 윤리, 제8조 취약한 대상자의 보호와 또한 제4장 제23조 옹호자 역할 수행에 잘 드러나 있다[14].
코로나19 상황에서 특히 간호사의 환자를 위한 옹호자 역할은 무엇보다도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되고 또한 자율성이 약화된 상황에서 환자의 자율성을 증진하고, 그들의 권리와 이익을 대변해 주고 소망을 표현해 주는 데 있다. 특히 격리병동에서 환자의 실존적 옹호자로서의 간호사의 역할은 세상과 격리된 상황에서도 자기 삶의 서사성이 단절되지 않도록 자기 이해를 도와주는 존재론적 돌봄에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간호사는 신체적 상호작용이 어려운 상황에도 몸짓, 눈짓을 동반한 상호 대화를 통해 자기 이해를 일깨워 자율성을 증진시켜주며 친숙한 생활세계를 이어주는 가족이나 친구와의 영상통화 등을 통한 소통을 중재해 줌으로써 자기 삶의 정체성을 이어가도록 하는 것이다.
간호사는 자기 삶의 실존을 위협을 받는 취약한 상황에 처한 환자를 삶의 목적이나 가치를 지닌 삶의 이야기를 지닌 존재로서 이해해야 한다. 환자의 실존적 옹호자로서의 간호사의 역할은 이러한 개인의 삶에 대한 서사적 이해를 바탕으로 환자와 함께 윤리적 내러티브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여기서 윤리적 내러티브란 간호사와 환자가 함께 좋은 삶을 향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삶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방식인 것이다[15].
간호사와 환자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윤리적 이야기는 상호성과 보호의 윤리적 차원을 지닌다. 간호 실무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호성의 윤리는 환자와 간호사와의 신체적 상호작용과 대화로부터 출발한다. 거기서 경험하는 가까움, 친밀한 접촉, 관심과 애정 어린 눈길은 인간의 신체적 지각에 뿌리내린 인간관계의 신뢰를 형성한다. 예를 들어 서로의 표정, 눈 맞춤, 제스처, 접촉과 대화 등을 통해 형성되는 신뢰적 관계는 좋은 삶을 향해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나가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고통에 대해 대처하는 힘을 지닐 수 있게 된다. 특히 간호사와 환자 사이에 서로 주고 받는 대화는 자기를 해석하고 염려하는 존재로 서로 일깨워 주며 이야기를 탄생시킨다. 그래서 대 화 속에서 형성되는 이야기들은 서로의 결핍을 채 워주는 우정의 관계를 형성하게 하여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자기 존중을 서로에게 촉진시켜준다. 또 한, 간호 실무에서 환자 개인에 대한 서사적 이해는 보호의 윤리를 함축한다. 보호의 윤리란 가족이나 의료인에게 자신의 생명을 의존할 수밖에 없고 스스로 자기를 말할 수 없는 환자의 경우, 그의 인격 훼손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윤리인 것이다[16]. 이 경우 돌보는 사람은 자기 스스로 말할 수 없는 곤경에 처한 환자의 삶의 태도나 가치관, 소망, 습관 등 그의 인격이 담긴 삶의 이야기를 가족이나 지인 등을 통해 전해 듣고 그의 자기 정체성을 구성해 낼 수 있다. 그의 인격은 바로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구성된 그의 이야기를 통해 존중받고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다. 간호사는 가족이나 의료인에게 자신의 생명을 전적으로 의존 할 수밖에 없는 환자의 곤경 상태를 이해하여 그의 인격을 보호해야 하며, 이것은 특히 환자를 위한 실존적 옹호라는 간호사의 역할에서 잘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상호성과 보호의 윤리가 어떻게 간호 실무에서 실천되고 있는가? 환자를 돌보는 신뢰 관계에서 형성되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는 상호 배려와 보호의 윤리적 차원 모두를 지닌다. 특히 외부 사람들과의 면회 통제와 금지로 인해 생활세계와의 단절된 환자들에게 더욱 요구되는 것은 간호사를 비롯된 의료인과의 신체적 상호작용과 대화를 통해 형성되는 인간 관계의 신뢰와 상호 자기 존중인 것이다. 보호복 착용 등으로 인한 신체적 상호작용의 어려움 속에 서도 관심과 애정 어린 눈길과 몸짓, 따뜻하고 친 밀한 목소리 그리고 안위를 주는 제스처 등은 환자와의 상호 대화로 이루어지는 상호성 윤리로 나아간다. 여기서 삶의 이야기들이 교류하면서 간호사와 환자가 좋은 삶을 향해 윤리적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 이 윤리적 이야기는 서로 좋은 삶을 소망하는 우정의 관계 속에서 서로의 결핍을 채워 주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형성되는 것이다[16]. 이처럼 윤리적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우정의 관계는 자기 존중이 서로 교환되고 촉진되어 자기 성장의 계기로 작용하게 하는 것이다. 다음의 간호사 수기는 이러한 환자와 간호사의 이야기의 윤리적 차원을 보여주고 있다.
“… 밀폐된 공간에서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의료진과 간호사뿐이었다. 역지사지라고 했던가, 코로나19라는 재앙을 사이에 두고 간호사와 환자라는 두 가지 세계에서 나는 많이 힘들고 외로웠다. … 내가 환자를 지켰듯이 나를 지켜주는 간호사들과 가족이 있고 절망적이던 격리의 시간을 긍정적으로 이 겨내며 그전보다 내 마음이 더 건강하고 단단해졌다.[9]”
“… 계속되는 고열과 급변하는 증상들,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소외감까지 느끼는 환자에게 더 많이 공감하며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코로나 환자를 돌본다는 이유만으로도 우리도 이미 주변의 경계와 방어를 경험하고 있었기에 동병상련의 느낌이 저절로 들었다. … 고글과 N95 마스크 때문에 공감의 표정을 보여줄 수 없어도 목소리를 통해 마음을 전하고, 방호복 때문에 환자와의 따뜻한 손 맞춤은 어려웠지만 두 귀로 외로움을 들어주고, 미안하다고 하실 때는 괜찮다며 어깨를 토닥여 드렸다. 이곳에 선 신체적, 정서적, 영적 간호 즉 최상의 전인간호가 이뤄지고 있었다.[17]”
그러나 간호사와의 대화적 관계를 형성할 수 없는 스스로에 대해 말할 수 없는 환자에게는 실존적 옹호자로서 간호사의 보호 윤리가 요구된다. 예를 들어 중증치매나 무의식 환자의 경우, 그와 함께 한 친구나 가족으로부터 그의 삶과 죽음의 태도나 가치관 등을 전해 듣고 ‘누구’로서의 그의 인격을 존중하고 보호할 수 있다. 즉 환자 자신의 인격은 그와 함께 한 가족으로부터 들은 삶의 단편적 조각들을 이야기로 구성함으로써 환자 자신의 인격을 존중하고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14]. 특히 코로나 전담병원 격리병동이나 중환자실에서 면회가 금지되고 갑자기 임종을 맞이하는 환자의 인격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가? 임종이 임박 한 환자나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은 가족이나 지인과의 지속적인 연락과 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간호사들은 가족이나 지인들로부터 환자의 삶의 이야기를 듣고 마지막 순간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그들의 삶의 가치와 믿음과 소망 등을 존중해 주며 인격을 보호해 주는 임종 돌봄과 사후의 가족 돌봄의 역할까지 담당한다. 다음의 수기는 이러한 환자와 가족의 실 존적 옹호자로서 간호사의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
“요양원에서 입원할 때부터 상태가 좋지 않아 산소 호흡기를 계속 쓰고 계셨고, 하루하루 상태가 점점 나빠져 가족들에게 사망 가능성까지 설명한 어르신이 계셨다. 환자 상태를 계속 앞에서 지켜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교대로 돌아가며 방호복을 입고 들어가 환자를 봐야 하는 상황이어서 혹시나 내가 들어가지 못한 사이에 돌아가시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가족이 면회를 올 수도 없는 상황에서 임종하시게 되면 마지막에 얼굴도 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수간호사 선생님과 간호사들이 회의를 해 병동에 지급된 스마트폰으로 가족들에게 영상통화를 시켜주기로 했다. 방호복을 입고 스마트폰을 들고 들어가 영상통화를 시켜주었고, 가족들은 10분이 넘는 시간 동안 환자와 마지막을 보냈다. 영상통화 마지막에 환자분의 딸이 간호사 선생님들께 감사하다며 이제는 괜찮다고,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했을 때는 울컥하며 부끄러웠다. … 보호자의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에 ‘내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 이것도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간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음 날 환자분은 돌아가셨다. 전날의 영상통화가 가족에게 그리고 우리 간호사들에게 중요하고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됐다.[17]”
III. 결론
현재 코로나19의 상황에서 공중보건윤리는 ① 개인의 인권과 공동의 이익, ② 의료와 돌봄 제공의 평등과 공정성, ③ 의료자원의 분배의 균형성, ④ 의료자원의 분배에 있어서 투명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⑤ 해악의 감소를 주된 윤리적 쟁점으로 다룬다[18]. 이것은 보건정책이나 관리 지침 마련을 위한 의료전문가나 정책결정자의 관점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윤리적 쟁점들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간호에서 돌봄의 윤리는 돌봄의 대상자에 중 점을 두고 실존적 삶의 위기를 경험하는 개인에 대한 서사적 이해로부터 출발한다[19,20]. 그래서 돌봄의 윤리는 간호사와 대상자가 함께 좋은 삶을 향해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상호 인격적 관계 속에서 실천되는 것이며, 이것을 특히 간호사의 실 존적 옹호자의 역할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위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특히 환자들은 익숙한 생활세계로부터 고립되어 가족을 비롯한 인간관계의 소외를 경험하고 있다. 거기서 간호사는 가족이 했던 기본적 돌봄의 역할은 물론 가족과 환자와의 교량적 역할을 하여 환자의 자기다운 삶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실 존적 옹호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간호사 수기에서 어느 격리병동 간호사는 “… 고글과 N95 마스크 때문에 공감의 표정을 보여줄 수 없어도 목 소리를 통해 마음을 전하고, 방호복 때문에 환자와의 따뜻한 손 맞춤은 어려웠지만 두 귀로 외로 움을 들어주고, 미안하다고 하실 때는 괜찮다며 어깨를 토닥여 드렸다”라고 전한다[17]. 이러한 간호사의 돌봄은 신체적 상호작용의 어려움 속에서도 대화와 친밀한 신체적 표현을 통해 인간관계의 신뢰를 형성하고 서로의 삶의 이야기가 교환되는 연민과 공감을 통해 우정의 차원으로 나아갈 수 있다. 여기서 환자와 간호사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이야기들은 서로 좋은 삶을 소망하는 자기 존중이 서로 교환하는 자기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코로나 전담병원 격리병동이나 중 환자실에서 임종이 임박한 환자나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은 가족이나 지인과의 지속적인 연락과 소통을 통해 환자의 삶의 이야기를 듣고 이들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그들의 삶의 가치관과 믿음과 소망 등을 존중해 주며 인격을 보호해 주는 임종 돌봄과 사후의 가족 돌봄의 역할까지 담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은 삶의 이야기가 삭제된 채 환자의 존엄한 죽음을 지킬 수 없는 안타까움과 환자의 생활세계를 매개해 주는 가족과의 소통의 어려움, 환자들에게 필요한 신체적 돌봄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윤리적 고뇌에 부딪힌다. 특히 간호사들은 극심한 체력소모와 환자들의 고통이나 충격이 자신에게 전이되어 오는 심각한 정서적 소진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간호사들은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인력부족은 물론 숙련성과 전문성 부족으로 통합적이며 전인간호를 할 수 없는 힘든 상황에 대한 윤리적 고뇌를 경험한다. 이러한 윤리적 고뇌는 간호사에게 신체화현상과 더불어 우울과 퇴행 현상, 극심한 정서적 소진과 불안, 무기력 그리고 탈인격화 현상을 경험하게 한다. 따라서 코로나 19 전담병원 간호사들의 수기에서 보았듯이 전인적 돌봄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간호사들이 윤리적 고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환 경에 대한 숙고가 절실히 요구된다. 그래서 간호사가 사회적 책임에 따른 헌신과 희생을 요구받는 ‘천사’, ‘영웅’으로 단순히 불리는 것이 아니라, 전 인적 돌봄의 윤리를 실천하는 전문가로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탄력적인 인력 확보와 전문적 교육을 위한 정책이나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21]. 그래서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적 관점에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인력확보체계가 세워져야 하며, 이를 위해 환자의 중증도에 따른 간호와 돌봄의 요구를 위한 전문적 간호사 교육과 훈련, 유연하고 다양한 근무제도로의 전환 등이 개별병원이 아닌 국가의 제도적 차원에서 수립되어야 할 것이 다[22]. 또한, 무엇보다도 간호사들의 신체적, 정 서적 소진에서 보호하기 위한 간호사들의 자기 돌봄을 위한 제도적 지지체계가 절실히 요청된다. 이를 위해 공중보건위기에 대응하는 간호사의 회복탄력성을 유지하고 안녕을 증진시키기 위한 심 리적 상담서비스 제공 등의 정책이 지원되어야 한 다[23]. 이러한 환경 아래서 간호사는 자기 존중이 서로 교류하는 좋은 삶을 향한 환자와의 윤리적 이야기를 만들며 자기 성장과 전문직 발전을 위한 진정한 돌봄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