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전문직업성의 전제를 위한 검토: 계약주의에 근거하여

김준혁 1 , * https://orcid.org/0000-0002-9109-270X
Junhewk KIM 1 , * https://orcid.org/0000-0002-9109-270X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치의학교육학교실, 조교수
1Assistant Professor, Department of Dental Education, Yonsei University College of Dentistry.

ⓒ Copyright 2023 The Korean Society for Medical Ethics.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Oct 27, 2023; Revised: Nov 06, 2023; Accepted: Nov 24, 2023

Published Online: Dec 31, 2023

ABSTRACT

While agreeing with the target article’s argument that South Korea’s essential healthcare crisis should be addressed through a reinvigoration of medical professionalism, this commentary suggests that professionalism should be seen through the lens of Scanlon’s contractualism. Distinguishing between social contract theory (contractarianism) and contractualism, this commentary argues that while the former arises from mutual benefits, the latter emphasizes moral equality and the duty to justify oneself to others. From the perspective of contractualism, medical professionals are not simply benefit-seekers in a social contract, but rather morally driven individuals who seek principles “that no one could reasonably reject.” Through specific examples, such as the legislation concerning CCTV cameras in surgical rooms, this commentary demonstrates the potential of a contractualist approach to break the impasse in traditional debates about medical professionalism by shifting the focus from individual benefits to collectively acceptable principles. Ultimately, it is argued that a contractualist perspective on medical professionalism offers a novel way to empower medical professionals and engage society, one that emphasizes shared responsibility and the reason-giving force intrinsic to this approach.

Keywords: 전문직업성; 스캔론; 윤리 이론; 사회적 책임
Keywords: professionalism; scanlon; ethical theory; social responsibility

1. 서론

한국 의료의 총체적 위기 상황을 여러 측면에서 검토하고, 그 ‘근치적 치료’법으로 전문직업성을 제시한 논문[1]의 접근에 동의한다. 그러나, 해당 논문이 인용을 통해 전제하고 있듯, 한국에서 이데올로기적 전문직업성 또는 전통적인 의사 단체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노력에 기댄 전문직업성 논의로 “의학 전문직업성을 수호”하기에는 그 근거가 허약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사회계약적 관점에서 해석되어 온 전문직업성은 사회와 전문직 사이 가설적 계약에 전문직업성을 위치시킨다[2]. 이것은 전문직 단체, 시민사회, 국가의 개별 성립과 각자의 ‘논리’를 전제한다[3]. 문제는 한국에서 전문직의 형성이 국가의 하향식 통제 아래 이루어졌기에[4], 둘 사이의 계약으로 의사 집단의 의무와 권리를 해석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논문이 제시하는 치료법으로서의 의료 전문직업성은 다른 정당화를 요구한다.

본 논평은 그 기초 작업을 위하여 Scanlon의 계약주의(contractualism)를 통해 의료 전문직업성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먼저 사회계약론(contractarianism)과 계약주의를 간략히 구분하고, 계약주의를 통한 의료 전문직업성의 검토를 시행한다. 짧은 논평이므로 이 작업이 충분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에서, 본 작업은 의료 전문직업성의 새로운 철학적, 실천적 검토의 필요성을 요청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그러나, 이 작업은 논문에서 제시한 ‘긍정윤리’적 의료 전문직업성의 양태를 본 논평의 접근법이 제시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2. 본론

사회계약론은 홉스적 자연 상태에서 당사자의 계약을 통한 사회 구성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자연 상태가 폭력으로 인하여 개별자의 자유를 심대하게 제한하므로, 이들은 계약을 맺어 각자의 사익을 제한하고, 합리적인 결정에 도달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각자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그에 따른 권리와 의무를 부여받는다.

사회계약론에 기초할 때 전문직업성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질병 치료는 모두가 추구하는 재화이지만, 자연 상태에서 치료 기술을 지닌 집단(의료인)과 치료를 받고자 하는 집단(일반 대중)은 서로 충돌하여 서로의 이익을 보장받을 수 없다. 특히, 비슷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여러 단체들이 난립하게 될 때, 의료인은 자신의 직업적 수행에 위기를 겪는 한편, 대중은 나쁜 치료를 받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치료자 집단은 자신의 독점적 치료를 보장받고자 하며, 사회는 이들이 환자에게 충분한 치료를 제공하기를 원한다. 따라서, 둘 사이에 사회적 계약의 형태로 전문직업성이 출현하며, 의료인이 면허 형태의 독점권과 자율성을 허용받을 때 사회는 이들이 능력을 충족하는 한편, 이타적으로 환자의 이득을 위해 치료 행위를 수행할 것을 바란다. 이것이 상호성에 기초하므로, 의료적 수월성 및 이타주의의 의무와 독점 및 자율의 권리는 연결되어 있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의료인 단체가 유사 의료 행위자와의 경쟁에서 자신의 독점권을 보장받기 위해 투쟁해 온 과정을 잘 설명하므로, 영미권이나 유럽의 전문직업성을 설명하는 데 크게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한국은 일제강점기 후 의사도, 의료 기관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국민에게 의료를 제공하기 위하여 정부 주도의 의료 정책 수립과 의료인 양성을 추구했으므로, 이런 가설적 계약식의 전문직업성 설명이 한계에 부딪힌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외국의 의무-권리 쌍에 기반을 둔 전문직업성은 의사 당사자에게 관심 대상이 되기 어렵다[5].

계약주의와 사회계약론은 둘 다 ‘계약’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나, 사회계약론이 상호 이익에서 출발하는 것과 달리 계약주의는 인격의 도덕적 동등 지위에서 출발한다는 차이를 보인다[6]. 계약주의는 당사자 간 합의의 기초로 “아무도 합당하게 거부할 수 없는 원칙들”을 내세운다[7]. 사회계약론이 각자의 이득을 최대화하려는 이들의 계약이라면, 계약주의는 자신을 타인에게 정당화하려는 도덕적 동기를 가진 이들의 계약이다. 다시 말해, 사회계약론에서 각 당사자는 타인과의 흥정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려 하는 반면, 계약주의에서 각 당사자는 사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타인에게 자신을 정당화할 수 있는 방식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 여기에서 계약주의적 주체는 “우리가 서로 어떤 빚을 지고 있는가”를 물어본다.

이것이 전문직업성을 고찰하는 데 어떤 차이를 가져오는가? 독점권 보장이라는 이익 극대화를 위하여 노력하는 데서 출현한 의료 전문직업성, 따라서 의사가 규약을 따라야 하는 이유를 최종적으로 전문직 집단에게 주어질 이득으로 설정해야 하는 사회계약적 방식 대신, 우리는 다른 형태의 의료 전문직업성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 Linder[8]는 상호전문직업성에 관한 논의에서 여러 전문직의 의무가 충돌하는 재난 상황에 계약주의를 적용하였다. 이때, 전문직은 모여서 사전에 모두가 수용할 만한 지침을 만들어 내야 한다. Fritz와 Cox[9]는 보건의료 정책 설정과 관련하여 계약주의적 접근을 롤스적 평등주의(Rawlsian egalitarianism)와 결합한 형태의 프레임워크를 제안한 바 있으며, 여기에서 계약주의는 정책 관련 당사자의 상호 이해를 확보하는 데에 기여한다. 또, Papanikitas와 Young[10]은 계약주의를 통한 전문직업성의 고찰을 시도하였다. 여기에서 이들은 비밀보장, 양심적 거부, 의사 파업, 의료 시장의 사례를 통해 의사와 사회의 논의 촉진과 상호성을 전문직업성의 핵심에 놓고자 한다. 여기에서 전문직업성 또는 의료전문직과 사회의 계약이란 아무도 합당하게 거부할 수 없는 원칙들을 찾는 작업이자 정당화라는 도덕적 동기의 실현이다. 간단히 말해서, 계약주의적 전문직업성은 의사와 사회가 서로에게 빚진 것이 무엇인지 숙고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수술실 CCTV 법안에 대한 찬반 주장에선 찬성측의 부도덕한 의료인의 비행 방지와 폐쇄적인 수술실 환경에 대한 투명성 확보가, 반대측의 환자의 비밀보장 및 의료인의 프라이버시 침해와 감시로 인한 의료 수행의 질적 하락과 부딪혔다[11]. 법안은 시행되었지만, 여전히 불만과 불안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기존 전문직업성은 신탁적 환자 돌봄의 의무와 전문직 자율성의 권리를 모두 제시하므로, 의사와 환자의 이익이 서로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져 해당 사안을 진전시키지 못한다. 반면, 계약주의적 전문직업성에서 초점은 당사자의 이익이 아닌 서로가 합당하게 거부할 수 없는 원칙에 놓인다. 법안 찬반 논의는 합당성과 도덕적 동기에서 출발하게 된다. 도구에 대한 전통적 이해와 달리, CCTV는 신뢰와 책무책임(accountability)을 설정하기 위한 도구로 작동해야 하고, 필요한 곳에 설치할 수 있되 의사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지 않도록 하는 안전망이 제시되어야 한다.

지면의 한계로, 의료윤리학에서 계약주의에 관한 고찰이나 계약주의적 전문직업성에 관한 정밀한 논의는 후속 연구 과제로 남겨두고자 한다. 그러나, 본 논평은 계약주의적 전문직업성이 한국 의료의 총체적 위기에 대한 답변으로써 전문직업성을 내놓는 데에 기여할 수 있는 바가 있다고 본다. 첫째, 전문직업성이 한편으로 의사의 책무책임을 부여하는 한편, 사회 또한 의사의 직무 수행을 위한 책임이 있음을 해당 접근은 보여준다. 의사는 전문가이지만, 또한 사회의 구성원이기도 하다. 모두가 거부할 수 없는 원칙은 각자가 의료 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책임이 있음을 제시하며, 이를 통해 의사와 사회 모두가 전문직업성을 구현, 발전시키는 데 참여하게 한다. 둘째, 전문직업성의 동기유발력(reason-giving force)을 계약주의는 제공할 수 있다. 계약주의의 행위 정당화는 그 자체로 그에 따라 행동할 이유를 제공하며, 의사(와 사회)는 이미 확립된 규범을 무비판적으로 따르기만 하는 대신 정당화할 수 있는 원칙들을 탐색한다. 이것은 규범의 집합으로써 전문직업성에 대한 전통적인 이해와 충돌하지만, 오히려 의사들로 하여금 능동적으로 원칙을 탐색하고,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긍정윤리적 전문직업성을 구현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한다.

결국, 지금 다루고자 하는 것은 필수의료의 위기다. 의사들이 필수의료에 참여해야 할 이유는 외부에서 주어지지 않을 것이기에, 전문직업성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진단은 적절하며 타당하다. 그러나 다시, 그 이유가 직접 의사들을 움직여 필수의료를 전공하고, 필수의료 영역에서 일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전문직업성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필수의료를, 아니 의료의 본질을 따라 수행해야 할 정당한 ‘이유’다. 우리가 의사로서 기능하고 기능해야 할 이유를 찾고, 그 정당화를 사회와 국가가 받아들이며, 마찬가지로 외부의 이유들을 수용하는 것을 전문직업성 개념으로 다시 생각할 때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3. 결론

앞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사회계약론과 계약주의가 모두 계약에 근거하더라도 둘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하며, 특히 계약주의는 정당화 가능한 원칙을 묻는 것으로 귀결한다. 필수의료의 위기와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의료 전문직업성의 정의와 역할을 재평가하는 과정에서 이런 계약주의적 접근은 새로운 관점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계약주의는 당사자 간의 도덕적 동등성과 합당성을 중심으로 하며, 이로 인해 의료 전문직업성의 구현과 발전이 공통의 과제로 제시될 수 있다. 이런 계약주의적 접근은 필수의료 문제의 집합적 접근을 위한 중요한 도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본 논평은 필수의료의 위기 앞에서 전문직업성의 쇄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를 표하며, 그 기반을 마련하기 위하여 전문직업성의 이론적 배경에 관한 대안을 제시하였다. 계약주의를 충실히 다루지 못했고, 그에 기반을 둔 의료 전문직업성의 특성, 양태, 예시를 충분히 고찰하지 못한 것은 본 논평의 한계이다. 이는 아직 본 논평에서 전개한 방식으로 전문직업성을 검토한 논의가 국내외에서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도 기인한다. 앞으로 관련된 이론적, 실제적 고찰을 더 많이 다룰 것을 약속드린다.

Conflict of Interest

There are no potential conflicts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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