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논문

인간-동물-환경의 인터페이스 증가에 따른 각 학문 분과의 윤리와 소통의 필요성*

최은주 1 , * https://orcid.org/0000-0001-6397-0811
Eunjoo CHOI 1 , * https://orcid.org/0000-0001-6397-0811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건국대 몸문화 연구소, 연구원.
1Research Fellow, Institute of Body & Culture, Konkuk University.

ⓒ Copyright 2021 The Korean Society for Medical Ethics.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Feb 15, 2021; Revised: Feb 18, 2021; Accepted: Mar 19, 2021

Published Online: Mar 31, 2021

요약

본고는 점차 그 주기가 빨라지고 있는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 위기가 인간-동물-환경의 인터페이스 증가 때문이라는 것에 동의하여, 국제기구들이 대처 방안으로 2000년에 확립한 원헬스 개념을 고찰한다. ‘인간-동물-환경의 건강은 하나’라는 원헬스 패러다임이 작동하고 있었음에도, 코로나19의 예방은 물론 확산 방지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여러 이유가 존재하지만 본 연구는 현대사회의 체계 분화에 따른 폐쇄성에서 원인을 찾고자 한다. 근대 이후, 사회는 조직 간, 학문 간 분화가 이루어졌으며, 고유성을 갖고 각각의 기능을 수행해왔다. 사회 전 분야가 폐쇄적인 분과적 전문성을 갖추면서 대체 불가능성이 주된 특징이 되었으며, 그만큼 다학제적, 다조직적 공조는 어려워졌다. 원헬스는 바로 이런 사회 체계의 폐쇄성을 뛰어넘어야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개념이며, 결과적으로 국제적, 국가적, 민 간적 활동에도 불구하고 원헬스를 둘러싼 공조는 한계를 드러냈다. 정치, 경제, 수의학, 의학, 환경 등의 분과 학문은 물론 정부 각 부처, 국제기구 간의 체계가 각기 폐쇄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작동시킨다는 점 때문이다. 인간-동물-환경의 건강은 하나라는 것을 중요하게 의식하는 것은 물론 각 분과의 고유 성과 대체 불가능성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인식할 수 있어야만 체계 간의 상호의존성은 증가하게 된다. 본고가 원헬스에 대한 국가 간, 부처 간, 학문 분과 간의 공조를 윤리적 차원에서 강조하는 만큼 추가되어야 할 실증적이고 심화된 연구 데이터의 조사는 후속 연구로 남겨 둔다.

ABSTRACT

This paper examines the concept of “One Health,” which was established in 2000 by international organizations to prevent the global spread of infectious diseases due to disruptions in the human-animal-environment interface. Although One Health regards the health of humans, animals, and the environment as inextricably linked, there are in fact many causal factors that contribute to the spread of infectious diseases like COVID-19. This article identifies one causal factor with the “closure” by system differentiation of modern society. All sectors of society have become specialized, and perform their unique functions with exclusivity. As all sectors have their own expertise, irreplaceability has been normalized, and multidisciplinary and multi-organizational cooperation has become difficult. One Health is possible only if it transcends this system closure. However, despite national and international efforts, cooperation remains difficult to achieve because of the closed systems of communication within these different government agencies and sectors of the economy. What is needed is recognition of the fact that the human-animal-environment interface is a single unit and, therefore, that individual organizations, government agencies, or even fields of research cannot solve these complex problems on their own.

Keywords: 코로나19; 원헬스; 다학제적 연구; 니클라스 루만; 사회 체계; 커뮤니케이션
Keywords: COVID-19; One Health; multidisciplinary studies; Niklas Luhmann; social system; communication

I. 연구 배경과 필요성

2000년에 노벨화학상을 받은 대기과학자 파 울 크뤼천(Paul Crutzen)은 인간 활동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이후 기후학자 윌 스테펜 (Will Steffen)은 파울 크뤼천, 환경사학자 존 맥닐(John McNeill)과 함께 “거대한 가속(Great Acceleration)”이라는, 20세기 후반 이후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 인간 활동의 영향 탓에 지구 환경 변화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개념을 내놓으면서, 기후변화에 의한 서식지 파괴나 멸종 등 거대한 가속에 따른 생태계 변화를 일컫는 시대에 관한 이론을 정립했다[1]. 거대한 가속은 그들이 20세기 중반에 시작되었다고 본인류세의 두 번째 국면이다. 이러한 문제성 있는 인류세의 극 복을 위한 철학적 준거틀로 신유물론이 제시되고 있으며, 그 핵심은 서구사상을 지금까지 지배해온 자연과 인간, 사물과 생명의 이분법을 해체하고 자연, 공간, 인공물, 기술 등 비인간 사물들을 사회의 핵심 구성 요소로 파악하는 존재론적 전환에 있다[2]. 그리고 현실적으로 개입하여 인류세를 타 개할 실질적 패러다임으로 원헬스(One Health) 개념을 정립했다. 원헬스는 사람 위주의 건강 관념에서 탈피하여 동물, 환경을 포함한 ‘생태계 전체의 건강’이 지속 가능한 사회에 필수임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다.

19세기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의학과 수의학 사이에 경계가 없다는 인식은 20세기 원메디신 (One Medicine)을 출현시켰으며, 2000년에는 원 헬스 개념을 확립하였다[3]. 범국가적 기구인 세 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 유엔식량농업기구(FAO,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 세계동물 보건기구(OIE, World Organization for Animal Health)1)는 2008년에 “하나의 세계, 하나의 건강에 대한 기여: 동물-인간-생태계의 인터페이스에서 감염성 질병을 줄이기 위한 전략적 체계”를 구축하기로 하였으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1) 국가와 지역 단위에서 원헬스 접근이 가능하도록 전문가와 인프라 구축

  • 2) 인류와 동물의 연구변화를 바탕으로 하는 감염병 경보 체계 개발

  • 3) 동물-인간 간에 발생하는 질병들에 대한 우선순위 선정 및 정책 마련

  • 4) 공중보건 및 동식물 보건 감시, 평가체계 수립

  • 5) 동물 및 공동 보건 감시 시스템 설립 후 의사 소통 창구 개설

국가기관으로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한국 보건복지부 등이 있으며, 민간기구로는 원헬스 위원회(One Health Commission), 원헬스기획위 원회(One Health Initiative), 웬헬스네트워크(One Health Network), 원헬스플랫폼(One Health Platform) 등이 있다. 원헬스 위원회는 인간·동 물·식물 및 환경을 위한 최적의 건강을 달성하기 위해 지역적, 국가적,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관련 분야 및 기관과 함께 다양한 보건과학 전문가들이 공동 노력하며,2) 원헬스기획위원회는 인간·동물 및 환경에 대한 모든 건강관리 분야에서 학제간 협력 및 소통을 확대하기 위한 전 세계적 전략을 이루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3) 원헬스네트 워크는 인간·동물 및 다양한 환경의 접촉면에서 발생하는 위험 및 위기의 영향 완화를 통해 건강과 안녕 추구에 목적이 있다.4)

2011년 제1회 국제 원헬스 컨퍼런스가 호주에서 열렸으며, 2017년 원헬스에 대한 개념 및 지향 성을 공표하고자 유럽 질병통제예방센터(ECDC, European Centre for Disease Prevention and Control)는 “유럽에서의 원헬스 대비(One Health Preparedness in Europe)”를 개최하였다. 유럽의 원헬스는 수의학, 보건, 식품 안전, 수인성 질병 대비, 항생제 내성균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공공의료와 동물 보건 분야의 협력 강화를 통한 감염병 조기 경보 및 대응 시스템 개발에 최종 목표를 두고 있다. 그 외 원헬스유럽공동프로 그램(One Health EJP, One Health Europe Joint Programme)5)은 37곳의 식품, 동물, 의료, 수의 학, 환경, 보건 과학자들과 기관이 협업하여 유럽 전역 인구의 공동체를 창출하는 데 있다. 이와 같은 다학제적, 국제적 접근은 최근 발생하고 있는 식물 매개 인수공통감염병 및 항생제 내성의 위협을 해결하는 데 필수적인 접근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2019년 4월에 1차 원헬스 포럼을 개최 하였다. “국민의 건강은 하나”라는 인식 공유와 감염병에 대한 범정부적 통합대응을 강조하여,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증가와 이동 및 체험 동물원 등 새로운 동물 관련 문화산업의 등장으로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감염병에 대한 마련이 시급하다고 보았다. 특히 다부처·다분야의 공동 연구 및 협업과제를 발굴하겠다고 밝혔다[4].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파되는 감염병에 대한 관찰에 초점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국민의 건강은 하나”라는 슬로건만 보면, 원헬스의 원 개념 “인간-동물-환경의 건강은 하나”가 아니라 국민 감수성을 고려한 듯한 ‘전 국민’에게 초점을 맞춘 것으로 사료된다.

원헬스 개념에 기반을 둔 국제기구들의 대응 방식은 전 지구적 감염병 유행과 그로 인한 건강 피해를 줄이는 데 일정한 이바지를 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는 감염병 글로벌 위기 대응 [WHO 에볼라(Ebola Virus), 지카바이러스(Zika Virus),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 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 선 언을 위해 실시간 질병 감시와 정보 수집, 보고 및 대응 전 과정에서 글로벌 헬스 거버넌스(Global Health Governance)를 재조직하였다[5]. 이런과 정에서 동일한 감염원이 야생동물, 가축을 거쳐 인간에게 감염되는 것이므로 감염원과 감염경로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상식적 수준의 대응은 그간 조류 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신종 플루(Influenza A Virus Subtype H1N1), 메르스 (MERS-CoV;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대응 등에 일부 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 전히 ‘원메디신’ 개념에서 생태계와의 인터페이스 통합을 예고한 ‘원헬스’ 개념이 제대로 된 변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이다[6]. 특히 원헬스를 둘러싸고 야생동물 거래 시장의 문제, 관련 분야(학문, 국제기구간), 국가, 대륙 간의 협치가 없다는 점이 비판적으로 논의되었다.

본고는 2019년에 발발하여 현재에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증 (SARS-CoV-2; COVID-19; 코로나19, 이하 코로나19)을 둘러싸고 세계 각 기구와 국가 부처 간의 의사소통 문제, 정치권의 개입 문제가 원헬스 개념의 ‘좋은’ 패러다임에도 불구하고, 전 지구적 대응을 어렵게 만든 원인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그 원인을 놓고 특정 국가나 기관에 대한 귀책을 논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렇게 할 경우, 특정한 논제에 따라 부정적 서술만 하게 될 것이며, 결과는 근심과 저항으로, 또는 적절히 취급하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으로 기울 것이다. 즉 일반화시킨 부정적 서술만 가능할 것이다. 독일 철학자 니 클라스 루만(Niklas Luhmann)[7]이 지적한 대로, 법이든 정치든 학문이든 각 분야로부터의 접근은 초월적 관찰이 불가능하며, 설사 가능하다 해도 인과 고리의 범위를 정하고 책임을 묻는 것은 실 익이 거의 없다. 대신 기능체계들과 사회조직들의 작동과 관찰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빼앗을 뿐이다. 따라서 사회 각 체계의 고유성과 대체 불가능성이 체계 간 폐쇄적 커뮤니케이션을 고수하는 측면을 분석하고, 그런 체계의 개방성을 위해 원헬스가 프로그램으로써 작동할 가능성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Ⅱ. 신종바이러스와 인간-동물-환경의 인터페이스

현재 시점(2021년 2월 1일)까지 코로나19로 인한 확진자는 전 세계적으로 1억3백만 명 이상이며, 사망자는 2백2십만 명을 넘어섰다. 국내 확진자 수는 7만8천 명을 넘었으며, 사망자는 1천4백 명을 웃돌고 있다. 코로나19는 박쥐를 숙주로 하여 인간에게 전파된 감염병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은 박쥐와 인간 사이의 연결고리(missing link)로 천산갑을 지목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습식시장(wet market)6)에서 박쥐에게 감염된 천산갑의 거래를 통해 인간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는 코로나19의 발생 이후 이곳에서 판매하던 (불법)야생동물들이 모두 제거되고 소독되었다는 이유에서다[8].7) 이처럼 인간의 몸은 숲 등의 자연개발로 인한 야생동물과의 접촉, 여러 지역으로의 빠른 이동을 통한 대륙 간의 접촉으로 순식간에 감염병을 전파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

코로나19는 다른 바이러스처럼 숙주세포의 자원과 시스템을 탈취하여 왕성하게 증식하며 감염된 세포 밖으로 분출된다. 코로나19는 숙주세포에 자신의 RNA를 주입한 후 RNA를 복제하는 RNA 중합효소를 생산하여 개체수를 늘리는 과정을 거치는데, gRNA(genomic RNA)는 인간 RNA 염기와 HIV의 RNA에 비해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크다. 즉 인간의 RNA 염기가 평균 3,000개, HIV의 RNA 염기가 약 1만개인 반면, 코로나19의 gRNA 염기는 약 3만개이다[9]. 외부 침입자를 방어하는 인체의 면역체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는 숙주세포의 표면에 강하게 부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숙주세포와의 결합 이후 숙주세포의 단백질가위가 스파이크단백질의 일부분을 자르면 바이러스가 세포 내로 침투하는 식이다.

이렇듯 한 동물에게서 유래한 바이러스가 어떤 다른 동물보다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으로 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파악된 터라, 인간은 인간 위주가 아닌 동물, 환경을 포함한 생태계 전체의 건강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뜻에서 원헬스 개념이 확립되었으며, 그 역사 또한 짧지 않다. 그 배경과 관련하여, 국제적, 국가적으로 동물-인간의 인터페이스 문제 증가와 관련하여 다학제적 접근을 요구하는 당국 또는 국제기구 입장에서 예산을 따내는 데 원헬스가 효과적이라는 점과 세계보건기구, 세계동물보건기구, 유엔식량농업기구 간의 오랜 긴장 관계를 해소할 수 있다고 여긴 실용적 이유가 존재한다는 평가가 있다[10]. 여기에서 세 국제 기구가 오랫동안 긴장관계에 있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각 조직 체계는 각기 다른 목적에 맞춰 계획, 설치, 실행하는바, 세계보건기구는 의학·공중보건학적 문제에, 세계동물보건기구는 수의학·국제교역의 문제에, 유엔식량농업기구는 농업·개발의 문제에 주력해왔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했던 2000년대 초, 세 계보건기구는 전 지구적 유행에 대한 대비를, 세계동물보건기구는 축산업에서 바이러스의 박멸 을,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야생동물-가축 간, 가축-인간 간 감염경로를 차단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당시 감염 확산을 막고자 광범위한 가금류 살처분을 요구한 세계보건기구에 대해 세계동물보건기구와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축산 농가의 생계 문제, 식량 안정성의 문제 등 경제적 효율성과 실 질적 예방 효과를 놓고 살처분 정책에 반대하면서 충돌하였다[11]. 이처럼 각 조직 체계가 본래부터 지향하는 바가 다르게 정해졌기 때문에 체계 간에는 서로 다른 커뮤니케이션의 작동으로 인해 각 기구 간의 긴장과 갈등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이 기간에 조류 인플루엔자를 조류의 질환으로 정의, 축산업과 축산업자의 생계 문제로 인식하는 ‘동물 건강’ 내러티브가 작동하여, 축산업의 안전성, 현대화, 구조조정, 제3세계 가축 생산 및 교환의 비공식성, 야생동물 교환의 문제 등만 거론 되었고, 그 외 생산과 교환 관계의 배후에 존재하는 공장식 축산의 근본 문제, 제1세계 거대 축산 기업의 문제는 누락되었다고 평가된다[12]. 인간 감염 혹은 인간 간 감염에 대한 ‘공중보건’ 내러티브는 대응책으로 감염예방, 치료제·백신 개발 등에 초점을 두면서도, 치료제와 백신 생산 유통기업의 이윤 문제, 제3세계 국가의 사회경제적 불평 등 문제, 공중보건 인프라 부족 등 사회구조적 요인들은 외면되었으며, 조류 인플루엔자의 전 지구적 확산 저지 논의가 활성화된 ‘전 지구적 준비’ 내 러티브 내에서는 시민 비상사태 대비, 기업 안정적 확보 방안, 봉쇄책 등이 논의되는 가운데, 이러한 대응으로 인한 인권 침해나 공권력 남용의 문제, 감시 사회 혹은 관리 사회에 대한 논의는 봉쇄하는 효과를 낳았다[13].

이와 같은 선례는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8)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은 원헬스 전략이 ‘내용’이 아니라 ‘체계’의 문제라는 점을 드러냈으며, 결정권자가 누구냐에 따라, 소속이 어디냐에 따라, 어떤 것에 중점을 둘 것인가의 문제뿐만 아니라 이것에 답을 구하기 위한 논쟁에서 누구의 말을 들을 것인가에 따라 선택과 결과가 달라진다. 기능 분화된 사회적 체계, 사회 조직이 어떻게 각각의 자기준거적 작동에 따르는지, 그런 사회적 체계들의 맹점은 무엇인지, 맹점의 대가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이 원헬스의 필요성에 동의하고, 설치한 기구, 기관들의 목적 지향에도 불구하고, 앞서 국제기구 간의 갈등에서도 살펴본 것처럼, 원헬스 작동을 둘러싼 경향과 결과 또는 궤적과 효과 사이의 관계가 뒤얽혀 코로나19의 예방, 선제적 대응에 성공을 거두는 것은 어려웠다. ‘인간-동물-환경의 건강은 하나’라는 원헬스 개념에서 인간과 동물, 환경의 접점이 문제가 되는 만 큼의 간(間) 학문적, 간(間) 부처별 소통과 공조가 핵심 작동 기제이다.

2006년부터 국내에서는 반려동물의 폐 이상 사례가 확인된 바 있다. 비슷한 시기에 의료계에서도 사람의 폐 이상에 대한 보고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에 사람과 동물의 질병 관련 정보가 통합적으로 관리됐다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크게 줄이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다음의 지적은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 가습기 살균제 판매가 중지된 것은 2011년 11월로, 수의학계와 의료계에서 특이한 폐 이상을 확인한 지 5년 뒤다[15]. 원 헬스 접근이 중요한 이유는 분절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건강에 대해 정보의 통합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메르스가 국내에 발생했을 때도 감염자와의 접촉자 수가 급증하면서 신속, 정확한 진단의 어려움이 따랐다. 수의학에서는 이미 낙타나 박쥐를 통해 감염될 가능성에 대비해 MERS 진단키트(dip stick)가 개발, 승인되어 사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동물용이라는 이유와 식약처 승인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배제되었다[16]. 이처럼, 학문, 분야 간의 공조가 강조되는 것과는 달리, 각 체계의 용어 및 커뮤니케이션은 다른 목적지향에 따라 작동되며 여타 체계에 대해서는 폐쇄적이라는 것이다.

Ⅲ. 원헬스 패러다임과 커뮤니케이션 체계

2019년 12월 30일 중국 우한중심병원에서 폐렴에 걸린 응급실 환자의 폐포 세척액에서 사스와 유사한 코로나바이러스와 일치되는 진단보고서를 받은 아이펀(艾芬) 응급의학과장이 위챗 (WeChat)에 올리면서 코로나19가 알려졌다. 그러나 사회적, 국가적 패닉 상태를 먼저 고려하여 중국 정부와 보건당국은 적극적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았으며, 세계보건기구 또한 경제적, 군사적 문제를 고려한 대응방식과 문제 심각성에 대한 인식 부족, 및 전 지구적 공동 대응의 비협조가 코로나19의 귀책으로 손꼽힌다. 특히, 정치 지도자들의 지도력과 발언이 문제가 되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미국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Rodrigo Duterte) 필리핀 대통령,9)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 브라질 대통령과 캄보디아 훈 센(Hun Sen) 총리10)는 코로나19의 영향을 축소하거나 쉬운 해결책 또는 치료법을 제시 함으로써 대유행을 단순화시키고, 위기에 대한 그 들의 대응을 대단한 것으로 보이게 만들면서, ‘국민’과 위험한 ‘다른 사람들’ 사이의 분열을 조장하고, 위와 같은 것을 뒷받침하는 의학 지식을 주장 했다. 코로나19의 영향을 축소해 발언한 것은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Jean-Michel Fr d ric Macron)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존슨(Alexander Boris de Pfeffel Johnson) 영국 총리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와 같은 전 지구적 공중보건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동대응 관점에서 국제기 구를 중심으로 보안개념 바탕의 접근이 필요하다. 대륙과 지역 및 국가별로 처한 정치, 경제, 사회, 공중보건 상황에 맞게 개별 대응하고 있는 문제해결 방법은 오히려 문제점으로 대두된다. 이러한 문제점은 이미 원헬스 출범 당시 인지한 사실이었다. 인간과 동물, 환경 사이의 접점이 지속해서 변함에 따라 지난 세기 동안 출현한 모든 감염병 바이러스가 동물에 그 기원이 있으며, 인수공통 감염 바이러스를 출현할 수 있게 하는 소인적 요인의 증가로 이어졌다. 감염병 대비책이 원헬스의 접근법에 따라 ‘평시(in peace time)’에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19].

해마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인플루엔자 전염병은 가금류와 돼지가 인간과 접촉하여 생겨난다. 2003년 사스 발생의 원인 또한 합법적·불법적 야생동물, 동물 부위가 거래되었던 것과 관련이 있다. 중국에서 야생동물로 인한 거래는 매년 5,200억 위안(미화 740억 달러)에 이른다[20]. 코로나19의 유발 원인 중 하나로 공장식 축산이 지목되었는데, 식량 생산의 산업화에서 소외된 일부 소규모 농가들이 생계를 위해 야생동물 거래를 늘렸고, 대규모 공장과 농장들에 밀려 점차 야생지 역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박쥐 등에서 발생하는 야생 바이러스에 접촉되는 밀도와 빈도가 증가한 것이 이유로 꼽힌다[21].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중국 후베이성의 우한시장이 지목되었을 때 시장을 폐쇄하는 단순하고 손쉬운 행정처분이 행해졌으나 습식시장은 단지 먹거리를 사고파는 것뿐만 아니라 오랜 식습관, 전통적인 로컬 문화, 사회적 상호 작용이 형성되는 곳이다. 생업에 종사하는 판매자 뿐만 아니라 신선한 식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또한 습식시장을 형성하는 주요 요인이다. 사회 공동체의 이해관계와 사회 구성원들 개개인의 세계관과 행동 양식은 집단적인 전체 사회의 문화양식에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인간-동물-환경을 아우르는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 놀라운 것은 이 들의 식습관과 로컬 문화가 아니라 이전에 사스를 이미 경험했다는 사실로, 유사한 감염병의 예측은 충분히 가능했다는 점이다.

코로나19가 증명하듯이, 선제적 대응을 둘러싼 판단과 선택, 결정이 초래한 인명 피해, 경제적 손 실, 사회적 혼란과 같은 나쁜 체험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사회는 환경에 반응한다고 할 수 있는데, 다양한 언론 미디어에서 코로나19 발생 전후로 원 헬스에 관한 기사를 다뤘다.11) 국내의 주요 일간지 외에 수의학, 동물학 전문 일간지에서도 소개가 되었으나 인간, 동물, 환경의 타학문 간 연계를 단순 인식하는 정도에 그쳤다.

문제는 하나의 세계, 하나의 건강이라는 구호 아래 야생동물, 가축, 인간, 환경에 대한 공중보건 학적, 수의학적, 의학적 접근을 강조하기만 할 뿐 정작 전 세계적인 하나의 공조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은 간과하는 데 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원헬스 연구의 접근에 대한 폭넓은 환경시스템의 역할은 고려하지 않고 대개가 축, 야생동물의 인수공통병과 상호작용에만 집중하여 원헬스 개념을 축소하는 데 있다. 인구의 생리적 스트레스에서부터 서식지 변화에 이르기까지, 생태계 과정과 관련된 생물 다양성의 구성요 소와 생태학적이고 진보적인 역할을 개발하는 연구는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22]. 세계화된 환경에서 생태학, 인간, 수의학, 공중보건, 환경과학의 학문적 협력의 요구가 중요한 단계라고 해도 원헬스 패러다임을 성공시키려면 커뮤니케이션 연구, 교육학, 사회심리학, 행동심리학 같은 사회과학적 방법론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주장(M.K.Lapinski) 외에 행동심리학적, 인류학적, 역사적 연구가 필 연적으로 선행되어야 하는(M.Whittaker)만큼 다 종민속학, 음식인류학, 생태학적 인류학과 민속-생태학, 경제학, 보건체계, 수의학적 인류학, 그 지역의 역사적 토착 문화 등 모든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원헬스 패러다임에 따른 정책 수립과 사회변화에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3]. 이러한 복잡성 때문에 원헬스 패러다임의 실효성 가능 여부에 대해 의구심 외에 비판이 따른다.

정부가 2019년 시작한 “원헬스 항생제 내성균 다부처 공동대응사업”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포함하고 있다. 다부처의 공조를 내세우기는 하였으나 인간-환경-동물 사이의 하이픈(-)은 허물기가 결코 용이하지가 않다. 그만큼 다국적, 다학제적, 다부처 간 상호협력을 요구하는 원헬스 패러다임에서 그 사회 공동체에 대한 이해관계는 물론 각 조직 간 학문 분과 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체계의 장벽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다학제적, 다부처적 융합 연구의 가능성은 역동적인 새로운 조합이 될 수도 있으나 반대로 학문적, 부처별로 분화된 조직 간의 폐쇄성에 의해 기능체계의 행동이 규제될 수 있으며, 따라서 기능체계 안 연구자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융합이 지지부진하거나 미실현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원헬스 전략의 핵심이기도 한 조직 간, 분야 간, 학문 간 커뮤니케이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오히려 실행이 훨씬 어려운 것은 그것이 논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이라고 해도 사람과 제도/관계는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각 체계가 내부에서 관찰 가능한 것만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인데, 정치가 경제를 대체할 수 없으며, 경제가 과학을 대체할 수 없고, 과학이 법 또는 종교를 대체할 수 없고, 종교가 정치를 대체할 수 없는 식이다[24]. 루만[25]에 따르면, 환경은 전통과의 단절에 본질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환경은 그리스적 사고와 중세적 사고에서 우주가 포함하고 있는 모든 것에 적합한 위치와 경계를 가리키는 가시적인 살아있는 우주는 아니라 하더라도 포괄적인 몸(Soma Peri chon)으로 간주하였다. 큰 몸에 의한 작은 몸의 포함과 유지, 경계는 가능성을 배제하거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부여하고 지지하며 보호하는 장치로 간주하였다. 지금 현재 시점에서 환경은 체계가 정 한 것이고, 체계의 경계 저편에 있는 것으로서 환경을 구성하였다. 생태학적, 진화적, 환경과학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한데도, 실제 연구 조직과 사회의 지원 부문별 배분은 여전히 학제 간접근법과 통합 운영 조치의 개발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생태, 환경, 진화과학과 인간, 동물의학을 분리하는 학제 간의 장벽을 없애는 것이 과학을 넘어 정치(보건, 농업, 양식, 토지관리, 도시화, 생물보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원헬스 개념의 이행을 향한 도전으로 남아있다. 실용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적 능력은 충분한가라는 질문이 충족되어야만 하며, 그리고도 사회 내 부분 체계들의 가능성의 한계가 조사되어야 한다. 분화된 형태의 학문 분야와 부처의 구조적인 기능체계의 대체 불가능성은 독립성을 보유하는 만큼 자기 준거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작동만 가능하다. 예를 들면, 사람에 대해, 병원균에 대해, 기생충에 대해 전문 학문(과학) 분야가 각각의 고유한 지식 생산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각 기능체계의 대체 불가능성은 다양한 방식의 상호 의존을 배제하지 않는다. 경제가 정치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기능의 대체 불가능성이 오히려 증대하는 상호 의존으로 상쇄된다. 기능체계들이 서로를 대체할 수 없는 바로 그 이유로 인해 한 체계의 문제는 다른 체계로 지속해서 이동한다[26]. 이렇게 하여 독립성과 상호 의존성, 독자성과 의존성이 동시에 증가하며, 이러한 증가의 작동적이고 구조적인 균형이 개별적인 체계를 기대하고 통제할 수 없는 고유 복잡성으로 팽창시키는 것이다.

Ⅳ. 분화체계의 사회구조에서 탈분화적 공조의 가능성

감염병 발생 경로를 살펴보면, 지구온난화와 이 동 활동, 서식지 파괴, 산업화에 의한 세계변화 (global changes)와 인간행동, 사회적 네트워크, 식량 변화, 농사 같은 인간 활동(human activities) 이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생물의 다양성을 잃으면서 유독성, 감염위험을 증가시켰다. 이로 인하여 생리, 면역력, 유전학, 후생유전의 유기체와 상리 공생하는 병원성의 생물 상호작용이 인간-환경-동물 관련 질병을 유발한다. 인간의 신체는 주변 환경과 공간, 세균과 바이러스 같은 물질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처럼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여타 살아있는 물질들의 복잡한 네트워크를 통해 형성되고 유지되는 것이다.

새로 발생하는 감염병의 확산에 따라 세계적인 규모로 적용할 수 있는 건강 전략을 세운다 해도 지역, 사회, 세계의 다양성을 감안할 때 모든 지역에 매끈하게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 전략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27]. 인간-동물-환경 간의 인터페이스 없이 공통적으로 건강해야 서로에게 이롭다는 발견에도 불구하고, 원헬스 연구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인수공통병에만 중점을 두느라 포용적 생태계의 역할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원헬스의 접근방법이 가능한 모든 특정 질병이나 증후군을 과학적 연구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접근은 복잡하여, 오히려 핵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 연구자들은 원헬스에 대한 보다 실질적인 접근 방식으로 다른 종, 군(群) 또는 생태계에 대한 상관관계를 잘 알고 있으며, 서로 밀접해질 때마다 그 양상을 포함할 준 비가 되어 있다. 강요당해서가 아니라 그저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인간, 동물, 식물 질병의 통제를 위한 생물학적 권리에 대한 지역적, 국가적, 국제적 접근법의 통합과 인간과 동물에게 공통적인 질병 감시와 조사에 대한 통합적, 학제적, 부문 간접근을 위해서는 우선 인구통계학, 위생 상황, 건강 결정 요인(인간, 동물, 생태계) 및 위험 요인을 포함하는 데이터베이스의 개발이 요구된다. 관련 연구결과에 따라 영양이 공급되는 이러한 다 부문 및 부문 간 협력은 (때로는) 모순된 관리 목표(식품 생산, 건강, 생물다양성 보존 등) 사이의 생물경제학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리고 생태학적으로 허용되는 절충안을 식별하는 데도 필수적이다[28].

특히 비인간물질에 대해 인간의 예측이 점차 어 려워지고 있으며, 아무리 훌륭한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기능 체계화된 복잡한 사회에서 제대로 기능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한 개의 기능 분화 된 체계는 모든 것을, 동시에 볼 수 없으며 특화 된 어떤 것만을 볼 수 있으므로 하나의 체계 의존적 맹점을 갖는다.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주목되어온 원헬스 개념은 코로나19에 대한 사회, 여론의 기술적인 해결방법으로 비칠 수도 있다. 즉 사람, 병원균, 기생충이 상호 이동하는 패턴을 포착하는 역학관계의 연구 시도는 통합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각 체계의 대체 불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한 체계가 다른 체계로 지속해서 이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작동 원리에 반응하는 능력을 갖출 때 원헬스의 패러다임은 달성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의사, 수의사와 미생물학자가 같은 실험실 장비나 사무실 공간을 공유하거나 샘플에 대한 접근이 과학 커뮤니티 내에서 더욱 관대하게 공유되는 과학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수집하기 어렵고, 값비싸며, 윤리적으로 복잡한 생물학적 샘플(조직, 혈액, 배설물 샘플, 유출물 또는 기타 관련되는 모든 것)은 같은 병원 균이나 독소에 관심이 있는 여러 연구 그룹이 다른 각도에서 사용할 수 있다[29]. “오픈 액세스 출 판(Open Access Publishing)”과 “오픈 액세스 생체 자원 은행(Open Access Bio Banks)”은 (일반 대중이 아니라 관련 연구 그룹에게 개방되기는 하지만) 과학의 여러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원헬스 시대에 다가올 현상인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사용 중인 ‘바이러스와의 전쟁’이라는 문구에서처럼 인간이 ‘어떻게’ ‘무엇을’ 해서 궁극에는 바이러스를 이길 것이라는 인간중심적 사고에 고착되는 것으로는 인간-동물-환경의 인터페이스 증가로 인해 발생할 문제를 궁극적으로 극복하기 어렵다. 인간 생명에 대한 윤리만큼이나 비인간, 즉 동물과 환경에 대한 윤리가 중심에 있어야만 비로소 원헬스의 활성화는 가능해질 수 있다.

Notes

* 이 논문은 2020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20S1A5B8097404).

*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Ministry of Education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NRF-2020S1A5B8097404).

1) 1924년 28개국이 서명한 국제협정으로 프랑스 파리에 설립된 기원 때문에 정식명칭은 영어로“World Organization for Animal Health”지만, 약어는 프랑스어 약자 OIE(Office international des ?pizooties)를 유지, 사용하고 있다. 국제수역사무국이라고도 부른다.

6) 우한시의 시장에 대해서는 수산시장, 농수산물시장, 농축산물시장, 야생동물시장 등 여러 명칭이 사용되었으나 야채, 과일, 활어, 닭고기 등 육류를 판매하는 노점상들로 조성된 습식시장이며, 일부 (불법) 야생동물이 즉석에서 도축, 판매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7) 2021년 1월14일부터 세계보건기구 주도로 국제 전문가들이 중국 우한에서 진행한 코로나19 기원 조사에서 여러 가설이 발표되고 있으나, 조사팀의 최종 보고서는 추후 발표 예정이다.

8) 2020년 11월 26일을 기점으로 첫 농가의 조류 인플루엔자 확진 판정 이후 인근 농장에서 가금류 2천 마리 이상이 살처분되었다. 이를 놓고, 과잉 방역과 최대 방역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으나 백신도 치료제도 사용이 불가한 상황에서 최고의 방역은 바이러스째 소멸시키는 살처분이라는 것이 정부의 견해다[14]. 그러나 조류독감에 걸리지 않은 닭의 살처분 비중이 75%라는 점과 직선거리 3km 법칙이 비과학적이고 폭력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9) 외교적으로 중국에 밀착해왔다. 미국의 군사동맹국이면서도 2016년 취임 이후 ‘차이나 머니(China Money)’의 실익을 좇았다.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필리핀 보건의료계가 중국 본토 방문객들의 입국을 제한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프란시스코 두케 보건장관은 중국 관광객의 입국금지가 정치적, 외교적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거부하기도 하였다[17].

10)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브라질에서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이후에도 이를 ‘가벼운 독감’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코로나19 공포감이 확산하는 것을 두고 ‘언론의 히스테리’라며 엉뚱한 곳으로 화살을 돌렸다. 훈 센 총리는 친중 지도자로서 중국발 팬데믹의 위험을 평가절하했다 [18].

11) 그린포스코리아. 사람·동물·환경 연계한 ‘원헬스’로 사회적 참사 재발 막아야. 2019.03.24.; 한겨레. 원헬스, 동물이 살아야 사람도 산다. 2019.04.01.; 세계일보. 감염병, ‘원헬스’ 관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2020.02.03.; 경향신문. 해양 포유류에도 코로나 바이러스… ‘원헬스 시스템’ 도입 필요. 2020.02.20.; EBN. ‘원헬스’ 신종 감염병 대응 화두로 부상. 2020.05.28.; 연합뉴스. 미래 감염병 X를 대하는 원헬스 전략. 2020.06.17.; Plattum. ‘원헬스’ 가치 확산시키는 스타트업에 관심 쏠려. 2020.06.18.; DailyVET. 코로나19는 원헬스 대응의 선순환 모델이 될 수 있다. 2020.11.04.; 국방일보. ‘원헬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주는 깊은 가르침. 2020.12.01.; 뉴스1. 제2의 반려동물 가습기살균제 피해 막으려면…9일 심포지엄 개최. 2020.12.08.; 현대축산뉴스. 원헬스 차원에서 동물약품 관리 개선 방안 모색. 2020.12.18.; 뉴스1. 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 개원 … 동물복지·원헬스 본격 연구. 2021.01.21.

Conflict of Interest

There are no potential conflicts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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