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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윤리,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

정유석1https://orcid.org/0000-0002-7719-5429, 김도경2,*https://orcid.org/0000-0001-8639-1951
Yoo-Seock CHEONG1https://orcid.org/0000-0002-7719-5429, Do-Kyong KIM2,*https://orcid.org/0000-0001-8639-1951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가정의학교실, 교수.
2동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인문학교실, 부교수.
1Department of Family Medicine, Dankook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Professor.
2Department of Medical Humanities, Dong-A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Associate Professor.
*교신저자: 김도경, 동아대학교 의과대학. e-mail: oliviak1211@gmail.com

ⓒ Copyright 2020 The Korean Society for Medical Ethics.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Dec 07, 2020; Revised: Dec 08, 2020; Accepted: Dec 16, 2020

Published Online: Dec 31, 2020

요약

한국의료윤리학회지에 1998년 창간호부터 2020년 9월까지 총 64호에 게재된 423편의 논문 전체를 검토하여 이 중 216편(51.5%)의 임상윤리 논문을 선별하고 분석하였다. 분석을 위해 임상윤리 교과서 6종의 목차를 참조하여 6개의 대분류와 25개 소분류를 도출하였다. 대분류 6개는 임상윤리 이론과 방법론, 생명의 시작과 끝, 의사-환자 관계, 의학 전문직업성, 의료법과 정책, 그리고 기타로 구성하였다. 25개의 소분류 항목 중에서는 연명의료중단, 의료 관련 법, 의료제도와 생명의 시작(배아/낙태), 임상연구 등의 순서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진실 말하기, 취약한 동료, 환자로부터의 선물, 비밀유지, 치료거절, 검증되지 않은 치료, 육체적/성적 학대 등에 대한 연구는 없거나 매우 드물었다. 한국의료윤리학회지가 만들어낸 연구의 장을 통해 임상윤리 분야의 연구가 치우침 없이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

ABSTRACT

A total of 423 articles published in the Korean Journal of Medical Ethics between the years 1998 and 2020 were reviewed and classified. Of the total 423 papers screened, 216 articles (51.1%) covered clinical ethics. For analysis, six major categories and 25 subcategories were identified by referring to the contents of six clinical ethics textbooks. The six major categories consisted of theory and methodology, birth to death, doctor-patient relationships, professionalism, policy and legal issues, and others. Subcategories that have received extensive coverage in the 216 clinical articles identified include life-sustaining treatment, medico-legal issues, medical systems, and issues at the beginning of life (e.g. abortion). However, few if any articles have been published on topics in other subcategories, including truth-telling, impaired colleagues, gifts from patients, confidentiality, denial of treatment, unproven treatment, or physical/sexual abuse. This study highlights some of the areas of research that the Korean Journal of Medical Ethics should attempt to include in future editions of the journal in order to provide a more balanced coverage of the field of clinical ethics.

Keywords: 임상윤리; 한국의료윤리학회지
Keywords: clinical ethics; the Korean Journal of Medical Ethics

I. 서론

1997년 의과대학에서의 윤리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 선각자들의 노력으로 한국의료윤리교육학회가 출범하였다. 이후 2009년 한국의료윤리학회로 학회명을 바꾸면서 ‘학교 안’ 의학교육뿐 아니라 의료계 내의 제반 윤리 문제를 아우르는 대표 학회로 자리 잡았다. 본 학회가 창립된 이듬해, 당시 복제양 돌리의 탄생을 계기로 본격화된 미증유의 생명윤리 문제에 대해 의학자, 법학자, 종교계, 인문학자들이 참여하는 논의의 장으로 한국생명윤리학회가 만들어졌다. 양대 학회는 명칭뿐 아니라 구성원에 있어서도 겹치는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회원 구성이나 학회명칭 등을 고려할 때 한국생명윤리학회는 좀 더 광의의 생명윤리 제반 문제에, 한국의료윤리학회는 진료실, 혹은 의학연구실의 현장성이 반영된 ‘임상윤리(clinical ethics)’쪽에 무게중심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생명윤리가 생명공학 기술 발전으로 대두된 윤리적 문제를 중심으로 다룬다면 의료윤리는 의사, 의료행위와 관련된 윤리가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생명공학 기술 자체가 의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으며 점점 더 그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본 연구는 의료윤리 중에서 임상윤리와 관련된 부분의 연구 결과물들을 살피려는 것으로, 이는 한국의료윤리학회가 수행해야 할 비교적 고유한 업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의료윤리학회 홈페이지에 소개된 학회의 중점 활동 분야는 매우 적절해 보여 전문을 소개한다[1].

1) 한국의료계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논쟁점에 대하여 의료인과 일반인이 관심을 제고하도록 돕는 활동, 2) 효율적인 교육과 훈련을 위한 교육과정 개발 등을 통하여 의료윤리 확산을 위한 활동, 3) 한국의 의료 환경에 합당한 의료윤리 지침의 개발과 확산을 위한 활동, 4) 국내외 관련 전문분야와 협력하여 의료윤리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활동, 5) 의료의 윤리적 실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적절한 의료정책을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며 정책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활동

5가지 중점 활동 분야가 모두 현 한국 의료계라는 ‘현장’에서 ‘현재’ 발생하는 윤리적 사안 및 정책에 대한 관심과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학적이고 추상적인 이론윤리보다는 임상윤리를 강조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한국의료윤리학회의 연구활동은 창립 이듬해인 1998년에 학술지인 『의료·윤리·교육』 창간호의 발간과 함께 시작되었다. 이후 2004년 『한국의료윤리교육학회지』로, 2009년에는 『한국의료윤리학회지』로 제명을 바꾸었고 창간 후 2020년 9월까지 423편의 논문을 소개하기에 이르렀다.1) 필자들은 이들 논문 중에서 임상윤리를 다룬 연구가 어느 정도이며 또 어떤 주제들을 다루어 왔는지, 어떤 분야에 소홀했는지 등을 알아보고자 분석을 시도하였다. 임상윤리 분야를 다루는 학술지가 없다는 점에서 한국의료윤리학회지의 임상 분야 논문 분석은 우리나라 임상윤리에 대한 학문적 상황과 논의의 깊이를 살펴보는 데 하나의 지표가 될 것이다.

II. 본론

1. 연구 방법

한국의료윤리학회지에 1998년 창간호부터 2020년 9월까지 총 64호에 게재된 423편의 논문 전체를 검토하여 이 중 임상윤리 논문을 선별하고 분석하였으며,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 ① 임상윤리(Clinical ethics, Bedside ethics) 관련 국내외 임상윤리 서적의 목차를 분석하여 6개의 대분류와 25개 소분류를 도출하였다[2-7]. 대분류 6개는 임상윤리 이론과 방법론, 생명의 시작과 끝, 의사-환자 관계, 의학 전문직업성, 의료법과 정책, 그리고 기타로 구성하였다.<Table 1>

    • - 임상윤리 이론과 방법론에는 특정 주제나 사건을 다루지 않은 포괄적인 인식조사, 전문직업 성, 고통, 진료자율권, 온정적 간섭주의 등 개념에 대한 고찰, 결의론, 인터넷 토의 등 방법을 다룬 연구들을 포함했다.

    • - 생명의 시작과 끝 대분류 하에는 배아, 낙태 등을 다룬 생명의 시작, 연명의료 결정, 호스피스를 포함한 연명기 돌봄, 안락사를 소분류로 두었다.

    • - 의사-환자 관계 대분류 하에는 의사결정모델 및 나눔, 의사결정능력,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informed consent), 사생활과 비밀보호, 치료거절, 진실 말하기,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소분류로 두었다.

    • - 의학전문직업성 대분류 하에는 이해상충, 취약한 동료 의료인, 검증되지 않은 치료, 환자로부터의 선물, 의료실수 및 환자안전, 육체적/성적 착취를 소분류로 두었다.

    • - 의료법과 정책 대분류 하에는 의료법, 정책 및 보험 항목을 포함했다.

    • - 자원의 분배, 장기이식, 의과대학생 및 전공의 윤리, 임상윤리자문 및 위원회, 임상연구윤리 등은 대분류 기타 항목에 포함했다.

  • ② 대, 소분류와 별도의 관점에서 얼마나 다양한 임상의학 분야들이 다루어지는지를 알고자, 5개의 전문과목(소아, 산부인과, 외과, 마취과, 정신과)과 2개의 특수 분야(응급실, 중환자실), 그리고 장기이식을 포함한 총 8개의 전문과목 혹은 특수 분야를 선정하여 별도 코딩에 활용하였다.

  • ③ 두 명의 의료윤리 교육자인 연구자들이 제목과 초록을 통해 각자 423편 중 임상윤리 논문을 선별한 후 위에 제시한 소분류, 대분류, 특수 분야로 코딩한 후 엑셀로 빈도 분석을 시행하였다. 각각의 작업은 단계별로 진행되었고, 단계마다 이견이 있거나 분류가 애매하다고 여겨지는 논문은 함께 내용을 확인하여 그 범주를 결정하였다.

    • - 먼저 전체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중 임상윤리에 해당하는 논문을 선정하였다. 학회지 논문 중에서 임상윤리 내용의 글을 별도로 범주화하는 것은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처음 자신들이 각자 세운 기준에 임상윤리 논문 범주를 만들었으며, 이 자료를 서로 비교하면서 어느 범주까지의 논문을 다룰지 논의하였다. 결과적으로 임상윤리와 직접 연관이 낮은 주제의 논문을 배제하는 방식을 택했고, 이에 환자가 피험자로 참여하지 않는 연구윤리 및 연구·기술 중심의 생명윤리적 논의, 학생 교육, 이론 중심의 윤리·철학· 종교·사회학적 논의,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인식도 조사 등을 제외했다.

    • - 내용에 따라서는 두 가지 대분류 모두에 해당하는 것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환자-의사 관계를 다루었지만 주로 가치에 대한 연구, 의사결정 이론을 다룬 연구, 직업전문성의 개념과 덕목을 다룬 연구, 고통 자체에 대한 고찰 등 [8-15]이었는데, 내용상 개념에 대한 고찰이 주된 내용이고 넓은 시각에서 임상윤리의 이론적 배경을 제공하는 데 기여하는 경우는 ‘윤리이론 및 방법론’ 연구에 포함했다. ‘의료법과 정책’ 영역의 논문도 상당수 다른 대분류 영역의 주제와 겹쳤는데, 법을 중심으로 다룬 경우는 의료법 논문으로 분류하였다.

  • ④ 대분류, 소분류 항목에 따른 분류와 별도로 특수 분야에 대한 코딩을 진행하였다

Table 1. The distribution from clinical ethical standpoint of the papers in the Korean Journal of Medical Ethics(1998-2020)
Major category Minor category No(%) of minor category No(%) of major category
Theory & methodology Clinical ethics theory/strategy 26(12.0) 26(12.0)
Birth to death Beginning of life 14(6.5) 55(25.4)
End of life decision(DNR etc) 26(12.0)
End of life care(Hospice) 8(3.7)
Euthanasia(active & passive) 7(3.2)
Doctor-patient relationship Shared decision making 9(4.2) 26(12.0)
Decision making capacity 9(4.2)
Informed consent 5(2.3)
Confidentiality, privacy 1(0.5)
Refusal of treatment 1(0.5)
Truth telling 0(0.0)
Patient’s best interest 1(0.5)
Professionalism Conflict of interest 11(5.1) 15(6.9)
Impaired colleagues 0(0.0)
Unproven treatment 1(0.5)
Gift from patient to doctor 0(0.0)
Patient’s safety, Medical error 2(0.9)
Physical/sexual abuses 1(0.5)
Policy/legal issues Medico-legal issues 24(11.1) 39(18.1)
Policy & insurance 15(6.9)
Others Resource allocation 4(1.9) 55(25.4)
Organ transplantation 8(3.7)
Students/residents issues 6(2.8)
Clinical ethics consultation 13(6.0)
Research ethics 14(6.5)
etc(genetics, chemical castration … ) 11(5.1)
Total, No(%) 216(100.0) 21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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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연구 결과
1) 의료윤리학회지에 실린 ‘임상의학’ 논문 분포

총 423개 논문 중 임상의학을 다룬 논문은 216 편(51.1%)이었다. 먼저 대분류를 살펴보면, 6가지 중 ‘생명의 시작과 끝’과 ‘기타’에 해당하는 논문이 각각 55편(25.4%)씩을 차지하였다. ‘의료제도와 법’을 다룬 논문이 39편(18.1%)으로 그 뒤를 이었다. ‘임상의학의 이론과 방법론’과 ‘의사-환자 관계’는 각각 26편(12.0%)이었고, 직업전문성을 다룬 연구가 15편(6.9%)이었다.<Table 1>

총 25개의 소분류 주제 중에서는 ‘연명의료중단 결정’을 다룬 연구가 26편으로 전체의 12.0%를 차지하였고, ‘의료 관련 법’을 다룬 논문이 24편 (11.1%), ‘의료제도와 보험’ 문제가 15편(6.9%), ‘생의 시작’과 ‘임상연구윤리’가 각각 14편(6.5%), ‘임상윤리자문’ 관련 논문이 13편(6.0%)으로 뒤를 이었다. 그다음은 ‘이해상충’ 11편(5.1%), ‘의사결정능력’과 ‘의사결정나눔’과 관련 각각 9편(4.2%), ‘임종기 돌봄’, ‘장기이식’ 관련 각각 8편(3.7%), ‘안락사’ 7편(3.2%), ‘학생 및 전공의 관련 윤리’ 6 편(2.8%), ‘인폼드콘센트’ 5편(2.3%), ‘자원분배’ 4 편(1.9%)의 순이었다. ‘비밀유지, 프라이버시’, ‘치료를 거절하는 환자’, ‘환자의 최선의 이익’, ‘검증되지 않은 치료’, ‘육체적/성적 학대’를 다룬 논문은 각각 1편(0.5%)이 실려 겨우 명맥을 유지하였다. 교과서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진실 말하기’, ‘취약한 동료 의료인’, ‘환자로부터의 선물’을 다룬 연구는 한 편도 없었다<Table 1>.

특별한 전문과목 혹은 임상 분야와 관련한 논문 40편 중 산부인과 영역 11편(27.5%), 장기이식 9편(22.5%), 소아과와 중환자실이 각각 6편 (15.0%), 응급의학 4편(10%), 정신과 2편(5%), 외과와 마취과 영역이 각각 1편(2.5%)씩이었다 .<Figur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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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The distribution from clinical specialities of the papers in the Korean Journal of Medical Ethics (1998-2020) OBGY: Obstertircs and Gynecology, Organ-Tran: Organ Transplantation, ER: Emergency room, ICU: Intensive care un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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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임상의학 연구들의 주제별 특성
  • - ‘임상윤리 이론 및 방법론’을 다룬 26편의 연구 중에는 환자, 간호사, 전공의, 치과의사 등 다양한 직역들을 대상으로 하거나[8,16-19], 마취과, 중환자실, 응급실 등 특수 분야에서 발생 하는 윤리 문제에 대한 인식조사연구[20-24]가 10편으로 가장 많았다. 이 밖에 프로페셔널리즘의 이론과 실천을 담은 연구들, 의사결정 과정에서 동양 고전의 내용을 다룬 논문, 환자의 고통을 다룬 논문들이 있었다[9-14].

  • - 두 번째 대주제인 ‘생명의 시작과 끝’을 다룬 연구에서는 ‘연명의료중단의 결정’과 관련된 소주제를 다룬 논문이 26편으로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연명의료중단 관련 인식도 조사, DNR 관련 내용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고, 사전의사결정, 의사결정에 있어서 보호자의 역할, 무의미함의 의미 추적, 연명기 환자에 대한 내러티브 연구들도 일부를 차지하였다[25-33]. 안락사를 다룬 7편의 논문 중에서 3편은 죽임과 죽게 내버려 둠, 네덜란드에서의 안락사 담론 등 소위 적극적 안락사를 다루고 있었다[34-36].

  • - ‘의사-환자 관계’ 관련 연구들 26편 중 23편 이 ‘의사결정’과 ‘인폼드콘센트’를 다루고 있었다. ‘비밀보호’, ‘치료거절’, ‘환자의 최선의 이익’, ‘진실 말하기’ 등과 같은 다양한 소주제들은 1편 혹은 0편으로 연구가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 - ‘프로페셔널리즘’을 다룬 연구가 15편이었고 이 중 11편이 제약회사와의 이해상충을 다룬 연구였다. 이 밖에 다양하고 중요한 주제들인 ‘취약한 동료’, ‘검증받지 않은 치료’, ‘환자로부터의 선물’, ‘환자와의 애정 및 폭력 관계’ 등은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다.

  • - ‘의료제도와 법’을 다룬 총 39편의 논문 중에서 의료 관련 법을 다룬 연구가 24편으로 정책을 다룬 15편보다 많았다. 연명의료법, 장기이식법을 다룬 논문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고, 의약품 쌍벌제, 모자보건법, 뇌사, 착한 사마리아인 법 등을 다룬 논문들이 1-2편 있었다. 의료제도나 정책 관련한 연구 중에서는 글리벡 급여정지, 잉여 배아, 민간보험, 과잉진료, 의사파업, 의사면허제도 등과 관련한 논문들이 1-2편씩 분포하고 있었다.

III. 고찰 및 결론

1998년부터 23년간 423편의 논문이 의료윤리 학회지를 통해 소개되었으며 이 중 임상윤리를 다 룬 논문은 216편으로 51.1%였다. 이들은 임상윤리의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으나, 특정 주제 (치료중단, 의사결정, 의료정책, 배아연구, 제약회 사와의 관계)에 집중되어 있었고, 의료자원의 재 분배 등 사회적 이슈나 진실 말하기 같은 진료실 내에서의 실제적인 주제들은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다. 전문과목별로는 산부인과, 소아과, 중환자실, 응급실은 다양한 이슈들이 다루어졌지만, 정신과, 수술실(마취과) 등은 상대적으로 연구가 미미하였다.

논문집에서 가장 많이 다루어진 주제는 심폐소생술 하지 않기(do not resuscitate, DNR)를 포함한 연명의료결정으로 환자나 의사 등을 대상으로 한 임종기 의사결정 설문, 윤리적 이슈 등이 26편 (12%)을 차지하였다. ‘의료법과 정책’ 영역의 24편 논문 중 연명의료결정법 및 대리인 지정에 대한 논문이 7편으로 전체 연명의료결정에 대한 논문은 216편 중 33편(15.3%)에 달한다. 연명의료에 대한 여러 집단의 인식조사, DNR 문제, 임상적 상황과 현상, 치료중단에서의 이론적 문제, 법적 문제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연명의료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고 보인다. 이러한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와 실무자의 관심, 참여가 연명의료 결정법의 제정과 개정, 호스피스를 포함하여 연명 의료를 둘러싼 임상 환경의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리라 여겨진다.

‘생명의 시작’과 관련된 14편의 논문은 크게 낙태(4편)와 보조생식술을 포함한 재생산권(10편)으로 나뉘며 ‘법과 제도’ 영역에서는 각각 2편씩 4편의 논문이 이와 관련되어 있다. 이 중 낙태죄를 주제로 한 논문은 대부분 2019년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지기 전 사회적 관심이 많았던 2018년에 게재되었다.2) 논문의 주제는 낙태나 낙태죄 여부에 대한 근거, 여성의 자기결정권, 법적 논의 등으로 임상현장에서 의사와 환자가 겪는 어려움을 다루는 논문은 없었다[37-39]. 낙태가 오랫동안 산부인과 영역에서 매우 민감한 주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낙태가 불법시술이었고 개인적·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기에 윤리를 주제로 한 통계분석이나 해당 관계자들의 진술을 담은 학술적인 글쓰기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여겨진다.

임상현장에서의 구체적 갈등상황을 다룬 논문에는 소아, 응급, 중환자, 정신과, 마취과 영역 등의 전반적 윤리 문제3)를 서술한 것과 논란의 여지가 있는 구체적 사례를 다룬 것이 있다. 임상윤리의 궁극적인 목적이 임상에서 최선의 돌봄(excellent clinical care)이 이루어지도록 돕는 것이라고 할 때 [7], 이를 학문 분야로 하는 학술지는 임상 상황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고민하는 논의의 장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본 학술지에서 구체적인 사례 논문은 보라매병원 사건이나 김할머니 사건 등 국내 의료윤리학에 이정표가 되는 사례의 분석과 농약중독 환자의 치료에 대한 판례 등이 있을 뿐[40,41], 실제 임상현장에서 의료인들에게 고민을 주는 구체적 사례를 엄밀히 분석하는 논문은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임상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을 분석하고 윤리적 입장을 제안하는 사례중심의 연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연구는 의료인들의 임상윤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더 나은 의료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데 기여할 것이다.

임상윤리의 핵심은 환자-의사 관계이며, 임상 윤리학의 주된 주제는 선택의 주체이자 의료의 대 상이 되는 환자, 환자 돌봄에서의 임상윤리 실천 주체인 의사에 관한 것이다. 환자-의사 관계에서 학술지에 실린 대부분의 논문은 환자의 자기결정 및 동의에 대한 것이며 기밀유지나 진실 말하기 등 의료인들의 실천 영역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인다. 물론 임상윤리가 의료인을 대상으로 하는 윤리이기 때문에 주제의 전면에 의료인의 역할 논쟁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의료인에 대한 이야기다. 또한 논문이 다루는 내용은 기존의 정설이나 다수의 입장, 현재의 제도나 여건에 대한 반성과 비판이기에 환자의 자기결정 등이 논문 주제로 다수 등장하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의학 전문직업성의 소분류에도 의료산업과의 이해상충 외의 다른 논문이 거의 없어 의료인들의 실천 영역 - 진실 말하기, 기밀유지, 의료실수에 대한 대처, 전문직 경계 등 - 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더욱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전문직업성을 주제로 한 논문 중 이론적 배경, 의료직의 품위, 교육 등에 해당하는 것은 임상윤리의 범주에 넣지 않았다. 임상윤리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전문직업성 주제의 논문은 21편으로 집계된다.

개원의사들을 중심으로 하는 일차의료의 현장에서의 임상윤리는 본 연구에서 사용한 교과서적 분류와는 다소 온도 차가 있다. 개원의사들은 한 의학과 관련된 문제들(교통사고 환자 유치, 정부의 한방 난임사업 지원 등), 탈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의료광고, 실손보험과 관련한 이해충돌(도수치료, 프롤로 주사, 칵테일 비만약 처방 등) 등 더 실제적인 문제들에 관심이 많은데, 논문의 저자들은 주로 교육기관에 종사한다는 점에서 이런 문제들은 상대적으로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다. 향후 개원의사들의 문제 제기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본 연구의 제한점은 ‘임상윤리’라는 용어의 개념이나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조차 없는 상태에서 두 명의 의료윤리교육자가 그들만의 관점으로 분류한 것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물음일 것이다. 실제로 임상윤리의 정의와 범위, 분류에 대해서는 통일된 의견이 없었기에, 차선책으로 임상윤리를 표제로 하는 교과서 6종의 목차를 참고하여 범위를 가늠하고 나름의 분류를 시도하였다. 분류에 합의한 이후에 두 명의 연구자가 각각 423편의 논문을 각자 ‘독립적’으로 코딩하였고, 그 이후 일치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심층 논의를 통하여 최종 분류를 진행하였다. 이후 분석 과정에서의 문이나 이견이 발생한 경우는 재분류, 재배치과 정을 진행하며 최대한의 타당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런데도 연구자들의 주관적 판단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점은 본 연구가 넘어서기 어려운 한계이다. 하지만, 지난 23년간 한국의료윤리학회지에 실린 전체 논문을 처음으로 리뷰했다는 점, 그리고 이를 통해서 학회를 통해 발표된 연구들의 분포를 개략적으로나마 살펴보고 우리의 강점과 부족한 부분을 고찰한 것은 절대 작지 않은 성과라고 할 것이다.

임상윤리가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을 채워 가며 학문적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임상 상황에서 혼란을 야기하는 개념의 철학적·윤리적·법적 고찰, 환자와 의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제도, 법, 산업, 기술 등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 그리고 임상의 개별적 상황에서의 대처 방안 등 다양한 방향으로 여러 주제가 논의되어야 한다. 이러한 논의가 한국의료윤리학회지가 만들어낸 연구의 장을 통해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길 바라며, 여러 전문가의 참여와 숙고를 통해 더욱 성숙한 의료 문화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Notes

1) 한국의료윤리학회의 홈페이지에 소개된 학회지의 발간 목적은 다음과 같다. “『한국의료윤리학회지』는 한국의료윤리학회의 공식 학술지로서 ‘의료윤리’, ‘의료윤리교육’ 및 생의학의 윤리적, 법적, 사회적 측면을 다루는 학제적 연구를 다룬다. 본 학술지는 연 4회 발간되며 의료윤리, 생명의료윤리, 의학교육, 의철학, 윤리학, 법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 및 실무가들의 논의의 장 형성을 목표로 한다.” 임상윤리는 의료윤리의 하위 그룹으로 생명윤리를 다루는 학술지와 구분된 한국의료윤리학회지에서 다뤄져야 할 고유한 연구 분야이다.

2) 2018년 한국의료윤리학회는 ‘인공임신중절의 윤리’를 주제로 춘계학회를 개최하였다. 이때 발표 중 일부를 논문으로 출간하여 낙태죄에 대한 윤리적, 법적 측면에서 논의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3) 2014년 한국의료윤리학회 추계학회에서 다양한 임상분야의 윤리적 문제를 다루었다. 이때 발표 내용 중 중환자·응급진료·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발표 및 논평을 2015년 3월 한국의료윤리학회지에 게재하였다.

Conflict of 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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