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1985년 한국에서 최초로 체외수정술을 통한 아 이가 출생한 후 아이를 갖고자 하는 난임 가정에서 보조생식술1)은 꾸준히 증가해왔다[1]. 2006 년 정부의 난임부부에 대한 시술비 지원사업이 시작되고 2017년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그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2].2)
보조생식술의 발달은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과배란의 유도, 생식세포 채취, 배아의 생성, 착상과 출산의 단계로 물리적·시간적 분절을 야기했다. 즉, 임신과 출산이 연속선상에서 하나의 과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계획에 따라 단계별로, 시간적·물리적 통제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원하는 시기에 출산을 위해 우선 난 자를 채취하여 동결해 두는 비의료적 난자동결보관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3][4].
난자의 동결보관은 암 또는 백혈병과 같은 희귀난치성 질환의 치료 과정에서 가임력 소실 방지를 위한 의료목적의 생식세포 보관(medical egg & sperm cryopreservation)으로 시작되었다. 이러한 난자의 동결보관이 이제는 여성의 가임력 보존을 위한 비의료적 보관(non-medical egg cryopreservation)3)으로 확장되면서 사회적 관심을 받으며 증가4)하고 있는 상황이다[5][6]. 이는 결혼 및 임신 연령이 늦어지는 세계적 현상과 함께 서구 선진국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으며,5) 한국에서도 2014년 해외 모기업에서 여직원의 난 자동결 비용을 지원한다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증가하고 있다[7][8].
체외수정술의 증가로 시작된 비의료적 생식세포의 보관은 항암치료 등 생식능력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치료를 앞두고 이루어지는 의료적 보관의 불가피성과는 달리 개인의 선택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비의료적 생식세포 특히 난자의 보관은과 배란을 위한 약물주사 등 침습적인 의료행위로 인한 부작용의 위험이 있으며, 임신 목적의 사용을 위해 채취된 생식세포에 대한 체외 처치, 동결, 보관, 해동 과정 등의 처리 과정이 향후 생식세포의 상태나 임신에 실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실제 항암치료 등 생식세포의 동결보관 외에 생식력 보존의 방법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해당 시술로 인한 영향을 예측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권장되지 않으며, 향후 임신율 및 출산율 증가의 결과로 이어지기보다 가임연령의 출산 지연만을 야기할 수 있다는 해외 전문가단체의 우려도 있다.6) 그런데도 국내·외 불임 클리닉에서는 생식세포 보관으로 임신 및 출산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다고 홍보하며 첨단 의료 서비스로 이를 소개하고 있다. 게다가 정자와 달리 난자에 대한 동결보관의 경우는 연령이 체외수정술 성공률과 관련하여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면서 가임력 보존을 위한 생식세포의 보관에 대한 관심이 더욱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인간생식배아관리청(Human Fertility and Embryology Authority, HFEA)의 난자 동결보관에 관한 안내서에 따르면, 난자의 동결보관은 항암요법(화학요법, 방사선 요법 등)처럼 난임을 초래할 수 있는 의학적 치료를 받는 사람, 트랜스젠더로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기 전이나 재건 수술을 하기 전 생식력 보존을 위해 진행할 수 있고, 모든 사람이 인생에서 같은 시기에 엄마가 될 준비가 되는 것은 아니므로 적합한 배우자를 만나지 못하거나, 경제적이거나 정서적인 준비가 되지 않아서, 혹은 다른 인생 계획을 추구하기 때문에 아이를 당장 갖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 생식력을 보존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9]. 다만, 성공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나이 특히, 난자를 동결할 때의 연령이 사용할 때의 연령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하며 20대 또는 30대 초반을 동결의 적기로 제시한다. 또한, 국가의료보험에서는 의료적 동결보존만 지원되므로 비용와 위험성 등(난자동결이 임신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과 난자동결에 의한 성공도가 향상되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동결난자를 사용하여 체외수정을 진행한 환자의 약 19% 만이 아이를 가질 수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신중한 결정을 권고한다.
우리나라 경우, 난자의 동결보관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6년에 비해 현재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난임시술기관은 2배 이상 증가하였고 보관된 난자의 수도 3배 이상 증가하였다[10]. 하지만, 저장된 난자가 실제 임신 목적으로 사용된 것은 없다7)고 한다[11]. 또한, 여성의 가임력은 난자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여성의 연령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2]. 즉, 비의료적 난자의 동결보관이 여성의 가임력 보존에서 결정적 요소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비의료적 목적으로 가임력을 보존하기 위한 난자8)의 동결보관에 대한 국 내·외 현황과 관련 법률 또는 제도 등을 살펴보고, 비의료적 보관의 증가로 인해 예상되는 여러 문제점들과 이로 인해 파생될 것으로 보이는 사회적·윤리적·법적 쟁점 등을 검토한 뒤, 적절한 관리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II. 난자의 비의료적 보관 및 관리 현황
영국 인간생식배아관리청(Human Fertility and Embryology Authority, HFEA)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6년 1,173건의 난자 동결보관(의료적, 비의료적 가임력 보존 목적 포함)이 있었다[13].9) 이는 2015년 대비 10% 증가한 것으로 2010년 이후 난자 동결보관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또한 영국에서 2016년에 동결된 난자를 대상으로 519건의 해동(2015년 대비 16% 증가)이 있었으며, 2016년 난자동결 및 해동을 통한 출생률은 19%로 전체 IVF 출생률(21%)보다 2% 낮으나 2011년 이후로 지속적 증가하고 있음을 보고하였다. 즉, 이 수치는 배아의 동결보존은 물론, 난자동결 및 해동을 통한 출생률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최근 해외 미혼 여성들을 중심으로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한 ‘미래 아기를 위한 보험’으로 난자의 비의료적 보관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여러 자료를 통해 확인된다. 캐나다 불임 및 남성의학협회(Canadian Fertility and Andrology Society, CFAS)의 Annual Meeting 자 료에 따르면, 난자의 비의료적 보관은 2013년 94 건에서 2018년 504건으로 증가하였으며[14], 스 페인도 2010년부터 난자의 비의료적 보관 건수가 증가하여 2007년 25건에 불과했던 보관이 2015년에는 262건으로 약 1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15]. 미국의 경우, 보조생식학회(Society of Assisted Reproductive Technology, SART) 2017 년 보고서에서 최근 난자 동결주기 수(의료적, 비 의료적 가임력 보존 목적 포함)가 10,936건으로 2009년 475건, 2015년 6,207건 등과 비교할 때 급격하게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16][17].
국내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10년생 식세포 및 배아 동결보존 현황10)을 살펴보면, 2009년 33,994건으로 보고된 배아 동결보관량은 2018년 77,809건으로, 난자 동결보관량은 2009년 4,931건에서 2018년 22,614건, 정자 동결보관량은 2009년 31,305vials에서 58,443vials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특히, 최근 난자 동결보관량의 급격한 증가 추세가 두드러진다[10].<표 1>
이를 다시 보관목적(의료적, 비의료적)별로 보면 비의료적 보관 중 특히 난자의 경우가 2016년 2,098개에서 2017년 2,932개로 834개 증가한 것과 비교하여 2018년은 7,023개로 2017년보다 무려 240% 증가하였다[10].<표 2> 또한 난자의 비 의료적 보관을 위한 서비스를 진행하는 기관이 2016년 18개에서 2018년 35개로 약 2배가 되었다. 이는 2018년 정자 동결보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16개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이다. 이러한 증가는 2017년 10월 난임 시술비가 국민건강보험 급여화의 대상이 되면서 체외수정술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진 것뿐 아니라 2018년부터 일부 언론 및 방송 등에서 관련 언급이 증가하면서 홍보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추측된다.
연도 | 가임력 보존(의료적) | 가임력 보존(비의료적) | |||||||
---|---|---|---|---|---|---|---|---|---|
배아 | 난자 | 정자 | 배아 | 난자 | 정자 | ||||
환자수 | 개수 | 환자수 | vial | straw | |||||
2016 | 339 | 893 | 4,671 | 0 | 231 | 2,098 | 17 | 30 | 33 |
2017 | 479 | 1,600 | 4,038 | 0 | 327 | 2,932 | 12 | 41 | 22 |
2018 | 503 | 2,153 | 4,438 | 0 | 677 | 7,023 | 53 | 160 | 29 |
난자의 비의료적 보관이 증가하면서 난자 보관에 대한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국가 생명윤리정책원은 배아생성의료기관별 의료적 보관과 비의료적 보관에 대한 기관별 동결 및 보존 비용을 비교하였다[10]. 기관마다 산출방식 및 구성 항목이 다양해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일반적인 채취 비용은 제외하고, 난자 동결보관 비용은 보관 기간에 따라 청구하고 있었다. 비용을 비교하기 위하여 ‘5개 난자를 5년간 보존할 경우’라는 가정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한 103개 기관에서 평균 약 774,144원의 비용을 받고 있었으며11) 이 중 2018년 비의료적 목적으로 난자 보관을 진행하는 35개 기관의 평균 비용은 896,999원으로 응답기관 103개 기관의 전체 평균보다 122,855원 높았다.
최근 서구 선진국을 중심으로 난자의 비의료적 보관이 증가하면서 보조생식술에 대한 규제 방안의 마련이나 필요성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해외 국가별 주요 규제 상황을 살펴보면, 보조 생식술을 포함한 생식세포 및 배아의 관리에 대하여 법이나 제도로 규제하는 나라와 법이나 제도보다 관련 전문학회 가이드라인 등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용되는 나라로 구분할 수 있다.
보조생식술 관련 법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영국, 캐나다, 스페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국가의 법에서는 난자의 비의료적 보관을 법에 명시하거나 구분하여 관리하고 있지는 않지만 보조생식술 관련 기관에 대한 인증(면허) 제도 및 모니터링 체계 안에서 관리하고 있다.
영국은 보조생식술 전반을 관할하는 법(Human Fertility and Embryology Act, HFEAct)과 기관(Human Fertility and Embryology Authority, HFEA)을 가지고 생식세포 및 배아의 수정 등에 대하여 보관, 치료, 연구에 대해 각각의 면허를 발급하고 있다[18]. HFEA는 보조생식술 관련 기관 별 등록(registry)을 통해 운영 현황을 보고하도록 의무를 부여한다. 즉, 난자의 비의료적 보관에 대한 구분이 있는 것은 아니나 난자 등 생식세포 보관을 위해서는 보관을 위한 면허를 득해야 하며, 치료와 연구도 각각의 행위를 위한 면허가 필요 (다만, 치료면허를 가진 경우는 보관면허를 득한 것으로 본다)하다. 또한, 기관에게 질 관리 시스템 (The Quality Management System)을 갖추고 운영 현황을 보고하도록 하며, 최소 2년마다 평가받도록 한다[19]. 기관의 운영현황과 질을 직접 관리하는 영국은 생식세포(난자 또는 정자)의 주체와 배아의 생성 주체, 보관기간 및 기증과 수증, 그리고 배아로 태어날 아이의 권리까지 법률에 담고 있으며, 현황 및 데이터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보조생식 관련 동향을 상시적으로 파악하고 적시에 적절한 개선방안과 유용한 정보 등을 마련하여 공유하는 등 비교적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캐나다는 인간보조생식법(Assisted Human Reproduction Act(2004)) 제65조(1)에 첨부된 정 자 및 난자의 안정성 규정(Safety of Sperm and Ova Regulations)에 따라 난자 등 생식세포를 다 루는 의료기관을 보건부에 등록하도록 하며, 질 관리 체계(질 관리 및 추적 시스템, 연례보고 의무 등)를 갖추고 2년마다 감사를 진행한다[20].
스페인은 난자 등 생식세포 채취, 보관, 체외 수정을 시행하는 기관을 의료법(Ley 14/1986, de 25 de abril, General de Sanidad.)에 의하여 관리·감독할 뿐 아니라 인간보조생식술에 관한 법(Ley 14/2006 26 de mayo sobre tecnicas de Reproduccion humana asistida)에 따라 추가 인증을 받도록 한다[21]. 인증받은 기관은 보관, 채취, 배아생성 등의 시술 행위별로 마련된 질 관리 기준(인력, 시술 등)을 갖추어야 하며[22], 이 과정에서 구득된 모든 데이터는 정부에 등록하여 의료기록으로 수집되고, 이를 국가보조생식술위원회에 보고할 의무도 가진다[23].
미국은 난임시술 성공률 등록법(The Fertility Clinic Success Rate and Certification Act of 1992)에 따라 배아검사실 인증과 성공률(출산까지 연계) 연례증명서 제출 의무를 부여하고, 국가보조생식술 감독시스템(the National ART Surveillance System, NASS)을 구축하여 운영하며[24], CFR 21 PART 1271의 Subpart B에 따라서 시설 현황과 시설에서 취급되는 모든 조직 및 세 포 현황을 보고하고 보고된 자료는 홈페이지 등을 통하여 일반인에게 공개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보조생식술을 별도로 규율하는 법률은 없다. 다만, 체외수정 즉, 배아의 생성과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생식세포의 채취 및 보관 등과 관련하여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윤리법)에 일부 내용을 다루고 있고, 난임의 입장에서 모성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모자보건법」에 일부 내용이 있다. 생명윤리법은 생식세포 채취 및 배아의 생성과 동결보관에 관하여 일부 사용12)을 규정하고 있으나, 입법 목적13)과 같이 보조생식술 자체보다는 ‘체외수정’이라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식세포와 배아의 취급과 관련 문제들에 대하여 규율하고자 했다. 따라서 의학적 시술로서 보조생식술이 아닌 생식세포나 배아 또는 시술대상자 등 각각의 행위주체별 선택성(자율성)에 대한 내용을 주로 포함한다. 생명윤리법상 난자의 비의료적 보관에 대한 명문화된 조항이나 내용이 없기 때문에 난자의 비의료적 보관 목적의 채취 및 보관이 불법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보관된 난자에 대한 배아의 생성과 시술 등은 생명윤리법에 따라 임신 목적으로만 제한되므로 난자의 비의료적 보관 목적으로 채 취 및 보관하였다 하더라도 추후 체외수정시술 이용 시14)에는 배아생성의료기관에서 임신목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15) 따라서 비록 비의료적으로 보관된 난자를 사용한 체외수정시술이라도 생명 윤리법에서 마련된 법적 절차에 따라야 하며 제반 서식(배아생성에 관한 동의서, 생식세포 기증 동의서, 생식세포 수증 동의서, 연구이용 동의서)을 이용해야 한다.
일본은 보조생식술 관련 별도의 법률이나 제도가 없지만, 일본산부인과학회의 가이드라인에 의해 보조생식술을 시행하는 모든 의료시설은 특정 기준을 갖추어 학회에 등록되어야 하며 관련 행위는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26][27]. 반면, 미국은 관련 법률이 있음에도 법이 규제하지 못하는 내용에 대해서 미국생식의학회(the American Society for Reproductive Medicine, ASRM), 미국보조생 식술학회(the Society for Assisted Reproductive Technology, SART), 미국조직은행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Tissue Banks, AATB) 등 전문학회가 지침을 마련하여 자율적으로 규율하고 있다.
난자의 비의료적 보관에 대한 전문학회 가이드라인은 시행 초기에는 과학적 불확실성과 시술의 위험성으로 인해 권장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어졌으나, 최근 생식의 자율성에 대한 사회· 문화적 변화 등에 따라 충분한 정보에 기반한 동의와 객관적 정보 추출을 위한 투명하고 통합적인 데이터 모니터링 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경되고 있다.
2013년도 미국생식의학회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생식독성 치료 또는 생식성 적출을 시행하는 환자에게 가임력 보존을 위한 배아, 난자, 정자 등의 동결보존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건강한 여성의 생식노화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난자를 동결보관하는 것에 대하여 권장할 충분한 자료는 없다고 하였으며[28],16) 같은 시기 일본생식의학회도 건강한 여성의 미래 임신을 대비하여 난자를 동결보관 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40세 이상에서 난자를 채취하거나, 45세 이상에서 임신을 시도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으며 위험이 가장 적은 임신적 령기는 20-34세라고 밝혔다[29]. 또한, 2014년 캐나다의 CFAS는 난자동결로 인하여 태어난 아이에 대한 결과가 제한적이며, 체외수정의 부작용도 이미 알려져 있기에 주치의는 난자동결을 원하는 여성에게 대안에 대한 정보와 함께 안전성, 성공률에 대한 적절하고 균형잡힌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재정적, 윤리적, 사회적 영향에 대하여 여성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발표하였다[30]. 일본산부인과학회 윤리위원회17)에서도 2016년 건강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난자 동결보관은 난소출혈이나 감염 등의 우려, 수정란이나 태아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없음으로 임신 및 출산을 보장할 수 없기에 권장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31].
그러나 2018년 미국 생식의학회는 두 번째 가이드라인을 통하여 시술을 요구하는 여성에게 그 효과, 안전, 이익, 위험, 장기간의 건강 영향에 대해 불확정성 등을 적절하게 설명한 뒤 동의를 받아야 하며, 해당 클리닉 고유의 통계, 또는 냉동-해동 난자의 임신 성공률 공개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덧붙여, 난자 동결보존은 상대적으로 신기술이고 아직까지 그 효과와 적절한 사용에 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생식상의 자율성에 해당되는 영역으로 윤리적으로 허용 가능하다고 하였다[32]. 이는 예상되는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기술의 확산 필요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선회하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III. 난자의 비의료적 보관에 따른 문제점
수분 함량이 높은 난자의 동결보관 및 해동 기술은 배아에 대한 동결 및 해동 기술의 적용보다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33].18) 따라서 인위적인 채취와 보존을 통한 난자의 비의료적 보관에 대한 논의에 앞서 중요한 것은 해당 기술의 의학적, 과학적 타당성의 확보에 있다. 앞서 살펴본 많은 전문학회의 가이드라인에서는 난자의 동결보관이 아이의 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과학적 불확실성의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실제 2015년 영국 HFEA 데이터에 따르면 해당 기술을 사용하여 보관된 난자 중 임신까지 성공한 확률은 2%, 출산까지 이어질 확률은 0.7%로 나타났다[34].19) 이 기사에서 산부인과 전문의는 “모든 난자가 배아로 생성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모든 배아가 임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모든 임신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라고 설명하였다. 또한, HFEA는 난자를 동결시키고 실제로 그것들을 다시 사용하는 여성들이 매우 적기에 그렇게 작은 표본으로부터 해당 행위의 과학적, 의학적 안정성 등에 근거한 확고한 결론을 도출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미국에 서도 2017년 초 11개의 난자를 동결한 여성이 이를 사용하여 임신하고자 했을 때 2개의 난자는 해동 과정에서 생존하지 못하였고 3개의 난자는 수정에 실패하였으며, 수정된 6개의 배아 중 5개의 배아가 비정상적이었기에 단 1개의 배아만을 사용하여 이식을 시도하였으나 결국 착상되지 못하였다는 기사가 보도된 바 있다[35].
보관 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적절성도 중요하다. 미국은 배아검사실 인증을 하고 있음에도 최근 불임시술센터 저장탱크 오작동 사례(클리블랜드 대학병원 저장탱크의 전원장치 고장으로 약 4,000개의 난자 또는 배아를 상실하였으며, 비슷한 시기에 샌프란시스코의 태평양 불임시술센터에서도 저장탱크 고장 발생)가 있었다[36][37][38].20) 그 후로 미국에서는 안전을 위한 점검 장치, 백업 탱크 및 업데이트된 모니터링 시스템을 포함한 예방 조치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보관 기관에 대한 기준 및 질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 요인인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적 목적으로 난자 및 배아를 동결하고 있는 배아생성의료기관조차 시설 기준[39]으로 잠금장치가 되어있는 배아보관용 액체 질소탱크가 있어야 한다는 것과 관리지침[40]으로 잔여배아, 잔여난자, 잔여정자에 관리번호를 부여하여 보존해야 한다는 것, 관리를 위한 기관 내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21) 외에는 난자 동결보관의 질 관리를 위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인간에게 생식은 매우 사적인 행위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보조생식술의 발달은 생식에 대한 기술 개입 증가로 생식세포의 수증과 기증을 가능하게 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매매 및 대리모뿐 아니라 상업화로 인한 비용의 상승, 기술 수준 등의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인간 생식에 대한 영역은 점차 사회화되었다.
최근 만혼 등으로 인한 저출산의 사회적 현상도 생식세포의 동결-해동 기술 발전과 체외수정술의 접근성이 증가하면서 생식세포의 동결보관을 통하여 극복이 가능한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 난자의 비의료적 보관이 마치 장래 출산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인위적으로 출산 시기를 조절하여 임신 실패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험처럼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충족되어야 하는 과학적 근거조차 마련되지 않았음에도 난 자의 동결보관 자체만으로 출산 시기 조절이 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재의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 실제 미국에서는 기업, 언론사, 대학까지도 보험 상품을 연계하여 난자 동결보관을 지원하는 현상이 증가하는 것에 대하여 기업의 온정주의와 암묵적인 사회적 압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자본주의가 작용하는 방식을 비판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하였다[41].
앞서 살펴보았듯이 생식은 사적인 행위로 당사자의 결정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스스로의 결정 그 자체만으로 자율성에 의한 결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자율성의 바람직한 실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informed consent)’이다. 난자의 동결보관을 결심하는 단계에서 결정해야 할 권리자가 참조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충분한 정보에는 가임력 보존을 위한 생식세포의 채취 및 보관, 활용으로 기대되는 이익과 위험은 물론 향후 선택 가능하거나 혹은 선택 가능하지 않거나, 거부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내용 등이 포함되며, 정보의 생성뿐 아니라 공유도 개인 및 우리 사회의 생식에 대한 자율성 존중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영국에서는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의 확보를 위하여 해당 시술을 제공하는 클리닉에 설명 의무를 부여할 뿐 아니라 이를 고려하는 모든 사람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HFEA 홈페이지22)에서 난자채취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해동과 정에서의 유산율, 데이터 부족 등에 대해서 정보를 공개하여, 시술을 결정하기 전 숙고에 의한 신중한 판단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2018년부터는 난자동결에 대한 일반인 대상 안내서를 마련하여 배포하고 있다[9]. 그러나 현재 대한산부인과학회[1]에서 제시하고 있는 난자 동결보존 동의서는 해당 시술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 성공률에 대한 정보 및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선택지들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23) 또한, 공개된 배아 생성의료기관의 홈페이지 게시 정보와 해당 동의서 서식 등으로 볼 때 현재 상태의 비의료적 보관에서 대상자의 자기결정권 보호를 위한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를 보장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난자의 비의료적 보관이 스스로 자율적인 결정에 의해 이루어지는 행위가 되려면 난자 동결보관과 관련한 과학적, 의학적 사실에 대한 충분한 정보의 제공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즉, 난자의 과배란 유도와 채취, 보관과 그 후 활용을 포함한 과정 전반에서 관련자들에게 난자의 과배란 유도, 채취 과정에 대한 설명 및 부작용뿐 아니라 동결보관 및 해동 관련 기술, 과정, 부작용 등에 대하여 적절하고도 충분한 설명이 제공되어, 이를 고려하고 있는 당사자가 충분히 숙고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앞서 우리는 난자의 비의료적 보관에 대한 안전 성과 유효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 부족에도 불구하고 자율성 보장이라는 이름으로 의료기관에서 비의료적 보관을 마치 보편적으로 이용 및 선택할 수 있는 의료적 서비스 중 하나인 것처럼 홍보하고 대상자에게 동결보관이 장래 자신의 출산을 보장받을 수 있는 수단인 것처럼 오도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지적하였다. 이 같은 현상이 자칫 해당 위험을 간과하고 자율성이 강조되는 사회 또는 문 화적 풍조로써 특히,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보편적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거나 첨단 기술을 이용한 앞선 선택으로 인식되어 확산될 경우, 이는 인위적 난임의 유도 또는 유발을 초래하는 사회적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앞서 살펴본 것처럼 국 내 의료기관의 홈페이지에서는 해당 시술에 대하여 미래의 임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내용과 시술대상, 시술방법 등 상당히 제한된 정보만 게시24)되고 있어 대상자들이 결정을 하기 전 충분한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상태이기에 시술에 대해 개인적으로 허용된 접근성 범위 내에서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인위적으로 임신의 지연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난자의 동결보관은 결국 체외 수정술을 통한 임신을 전제한 기술이므로 해당 시술을 이용하기 위한 많은 사람들이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한계에서 선택으로 야기된 인위적인 지연으로 기인한 난임에 대해서도 결국 국민건강보험과 같은 공적 재정 등의 투입이 이어질 수 있기에 사회적 비용의 지불이 정당한지에 대한 논란도 유 발25)될 수 있다.
영국 HFEA에서 공개한 비용 정보에 따르면 배 아 이식까지를 포함한 난자의 동결 주기에 대한 평균 비용은 7,000-8,000파운드 정도이다[42]. 미국의 경우 비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언론에 따르면 난자동결의 한 주기에 대한 비용은 5,000-8,000달러에서 시작하며 생존 가능한 난자의 수를 얻기 위하여 일부 여성들은 여러 번의 난자동결 주기를 겪어야 하기에 두 배에서 세 배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수술 전 환자에 주사하는 호르몬으로 수천 달러가 추가될 수 있으며, 의사의 방문비와 보관 비용이 추가될 수 있다고 보도하였다[43]. 과배란 요법이 포함된 난자 채취 비용은 개인마다 상이하겠지만, 난자의 비의료적 보관을 위하여 난자 채취 과정에 대한 비용과 함께 동결 및 보존, 그 기간에 대한 비용의 부담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동결보존에만 평균적으로 약 90만원(5개의 난자를 5년간 보관할 경우)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며 동결하는 난자의 수와 보존기간에 따라 비용의 차이가 발생한다[44].26)
현재 생식세포의 채취 행위 그 자체가 법에의해 명확하게 규율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생명윤리법 제22조제1항에 따라 “체외수정을 위하여 난 자 또는 정자를 채취·보존하거나 이를 수정시켜 배아를 생성하려는 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배아생성의료기관으로 지정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간접적으로 규제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의료법에 따라 해당 의료기관 내에서 제공되는 의료행위에 대한 설명의 의무와 동의 등을 구하고 있다. 그러나 난자 동결보관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에서는 기관별 상황이나 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고려보다 생명윤리법에 따라 받아야 하는 법정동의서나 보건복지부에서 제공한 배 아생성의료기관 표준운영지침에 따른 권고서식 등에 맞추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생명윤리법 제24조에 따라 배아생성의료기관이 배아생성을 위해 동의를 얻기 전에 설명 하고 동의를 받아야 하는 내용27)을 심지어 배아생 성을 고려하지 않고 보관만 의뢰하는 시점에 받는 상황까지 나타난다. 그러나 비의료적 보관을 위한 동의에는 생명윤리법에 따른 배아생성 시에 고려할 내용뿐 아니라 목적에 대한 타당성과 고려사항 즉, 임신이나 출산의 성공률, 안전성이나 유효성 등에 대한 판단을 위한 충분한 데이터의 부족, 추후 생식권자의 변화 등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상황(결혼, 이혼, 사망 등) 등에 대한 문제, 목적 외 사용의 가능성에 대한 의향과 권리의 행사 방법, 소유권으로부터 파생되는 권리 간의 상충은 물론, 향후 그로 인해 태어날 아기의 권리와 상충 가능성 등에 대한 별도의 고려가 필요하다. 특히, 배우자가 없는 상황에서 개인의 선택으로서 진행한 난 자의 비의료적 보관이었으나, 추후 배우자가 생긴 경우 어떤 법적 근거에 따라 누구의 책임으로 이를 관리할 것인지 등은 매우 중요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비의료적 보관을 통하여 체 외에 보관된 난자의 절대적 수량이 증가한다는 것은 그 보관된 난자의 다양한 활용의 가능성을 수반하기 때문에 배아생성의료기관에서 동의서 작성 당시, 적절한 동의 내용과 절차, 구체적인 체외수정술에 대한 계획이 없기에 발생할 수밖에 없는 열린 결정과 그에 대한 처리 방식, 배아생성 전 보존기간의 결정 및 변경에 대한 기준이나 절차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Ⅳ. 난자의 비의료적 보관에 대한 관리방 안 제언 및 결론
난자의 비의료적 보관을 통하여 임신 및 출산을 시도하는 것은 기대하는 이익을 얻게 할 수도, 기대하는 이익을 얻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임력 보존을 위한 비의료적 보관이 활성화되어 체외에 보존된 난자 등 생식세포가 증가한다는 것은 많은 사회·윤리적 문제 및 법적 문제가 동 반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부는 비의료적 보관으로 인한 여러 문제의 발생으로 사회 질서의 훼손이나 갈등이 유발되지 않도록 생식세포 채취 및 보관 등 취급에 대한 적절한 관리방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최근 보조생식술 관련 법 유무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국가에서 보조생식술 시행기관의 인증체계와 시술 데이터 관리체계를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생명윤리법에 따른 배아생성의료기관의 관리와 난임시술의 건강보험 급여화에 따른 난임시술의료기관의 관리로 이원화되어 있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채취와 동시에 진행되는 임신 목적의 시술을 전제로 하고 있기에 비의료적 보관은 생명윤리법이나 모자보건법, 건강보험 등에서 명확히 다루고 있지 않아 관리를 위한 근거 규정이 미흡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생명윤리법은 생식세포 및 배아의 채취, 생성, 보관 및 이용 현황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비록 난자의 비의료적 보관이라고 하더라도 생명윤리법에 따른 규제범위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현행 법률에 근거하여 비의료적 보관까지 포함한 보조생식술 전반의 모니터링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등으로 대표되는 미래 사회는과 거와 같이 인력이나 장비, 시설 등에 의존하는 사회가 아니라 데이터에 근거한 사회이기에 충분한 데이터에 기반한 예측 정확성의 의미가 중요하다. 따라서 모니터링 시스템은 생식세포 및 배아 관련 기증자 및 수증자, 시술대상자 등에 대한 적절한 사생활 보호를 위한 장치 등을 갖추되, 비의료적 보관 현황에 대하여 이용 현황 및 관리가 가능하고 장기추적 등 향후 해당 시술에 대한 정확한 정보 생성을 위한 데이터 축적이 가능하도록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 데이터에 기반한 관리는 비의료적 보관 뿐 아니라 보조생식술 전반에 대한 예측을 통해 적절한 관리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를 위해서는 현재 생명윤리법에 따라 배아생성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매년 보고하도록 규정한 잔여배아 및 잔여난자의 보존 및 제공 현황의 내용, 서식, 방법 등을 실제 현장에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표준화하여 관리가 가능한 형태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여기에 모자보건법에 따라 제출되는 난임시술의료기관의 정보와 통합하여 일원화된 전산 체계를 마련한다면 작성 및 제출해야 하는 의료기관의 행정적 부담은 줄이고 관리의 효율성은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생명윤리법과 모자보건법의 담당 부서는 다르지만, 보조생식술 관련 보고 및 자료 제출의 대상은 보건복지부장관으로 동일하므로 데이터 표준화 및 전산화와 이를 통한 데이터 통합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생식세포 채취 및 보관이나 그 활용과 관련된 흐름의 파악이 용이하여지기에 투명한 관리체계 및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 등에 대한 예측이나 간접적 관리 등도 가능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생명윤리법이 보조생식술 전반을 관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난자의 비의료적 보관의 경우에는 난자채취과정이 체외수정시술 대상자와 동일하게 진행되기에 안전하고 윤리적인 수행의 측면과 대상자의 자율성 존중을 위한 측면에서 지원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과학적 근거는 미비하고 그로 인한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율성에 근거하여 이를 시행하고자 할 경우 안전하고 적절한 시행을 위한 관련 가이드라인의 마련이 필요하다.
먼저, 정부는 침습적인 의료행위인 난자채취는 반드시 의료기관에서 수행되도록 하는 것뿐 아니라 해당 기관 내 의료인에게 의료법에 준하는 정확한 정보 전달의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해당 서비스에 대하여 당사자가 가질 수 있는 오해 요소(비의료적 보관에 대해서는 여성의 연령, 보존 사유 및 결정 당시의 상황 및 기대하는 방향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채취 대상자 개인별 차이에 의한 영향이 큼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이거나 일반화 가능한 수단인 것처럼 안내되거나 비의료적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에서 수행되기에 의료 영역으로 오인하게 할 수 있는 소지 등)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교육이나 홍보 자료 등을 마련하여 당사자의 자율성을 온전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여야 한다. 특히, 비의료적 보관을 포함한 모든 생식세포의 채취 행위는 채취 시점에는 예상할 수 없었던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에 궁극적으로는 변화하는 환경에서도 자기결정권의 행사가 지속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불확실성을 포함하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활용하는 디지털 기반의 동적 동의방식(dynamic consent)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28)
앞서 살펴본 비의료적 보관에 대한 특성상 의료기관에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과학적,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현재 상황에서 진행되는 해당 시술은 미래의 환자 발생을 방치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여지가 있으며, 실제 그렇게 나타날 경우 이는 의료 현장에 대한 신뢰에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더욱이 비의료적 보관은 사회적 요인에 따라 대상자의 선택이 중요한 측면이 있으나 결국 그 시술의 필요 여부를 대상자의 안전과 보호를 위해 검토할 수 있는 사람은 해당 시술을 담당할 의사이므로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대한 기준과 원칙 등에 대하여 전문가 집단 내 합의도 중요하다. 따라서 의료기관은 제공되어야 할 정보나 적절한 광고 등에 대하여 자체 심의 기준 및 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산부인과학회 나 생식의학회 등 전문학회를 중심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대상자 보호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준수하도록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정보 제공의 표준을 마련하여 접근성이 높은 방식으로 대상자들에게 공유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더 나아가 불확실성을 포함한 위험관리 차원에서 기준의 미준수 시 또는 대상자의 불이익이나 불편의 발생 시 적절하게 대상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고려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옹호 그룹(advocacy group)을 통한 상담 및 컨설팅 창구의 마련과 운영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겠다.
우리 사회가 임신과 출산의 의료화를 어디까지 수용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 문화적 측면에서는 어떤 고려가 필요할지 등은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즉, 현재 행위의 가능 여부나 관리 및 책임의 주체에 관한 논의 이전에 우리 사회에서 난자 뿐 아니라 생식세포 및 배아의 취급에 대한 법적·제도적 개입 여부와 그 정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계속 언급되었던 것처럼 생명윤리법은 보조생식술과 관련하여 체외수정술을 전제로 그 규제 범위를 한정하고 있으며, 보조생식술에 대한 기준이나 절차 등 보조생식술 전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더욱이 기존의 법률체계 내에서는 보조생식술로 인한 가족관계 형성의 변화 또는 변형을 다루고 있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생명윤리법에서 생식세포의 기증을 통한 배아생성에 관한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명윤리법은 민법에 따른 부모와 자에서의 친생자29)에 대한해 석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내용 없이 생식세포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자를 단지 ‘기증자’로 표현한 것은 태어날 아이와의 생식세포 기증자와의 생물학적 관계를 중요하게 강조하려는 의도가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비의료적 목적이든 또는 의료적 목적이든 생식세포를 동결보 관하여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사용이 가능해 진다는 것은, 향후 잔여 생식세포를 다시 제3자에게 기증하여 타인의 생식에 사용한다는 등의 관점에서 인위적 개입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킬 전제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보조생식술의 증가는 결국 다양한 형태로 생식세포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논란과 새로운 부모와 자녀의 관계 및 가족 형태의 변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현재 생식세포를 채취하여 보관하고자 하는 시도의 최종 목적은 배아의 생성이고 그 배아를 통한 임신이다. 그러므로 보관된 생식세포는 궁극적으로 보조생식이라는 의료적 시술과 필연적으로 만나게 된다. 생식세포의 비의료적 보관은 보조 생식에 대한 의료적 접근의 범위에서 매우 중요한 포석이다. 현대의학은 난임을 질병 즉, 의료적 접근이 필요한 시술로 보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비의료적 생식세포의 보관은 보조생식술이 전 제되는 것으로 난임의 범주로의 유입이다. 우리 사회가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정책이나 법률을 마련해야 할지는 의료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 모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도 일부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비의료적 생식세포 보관에 관심을 유도하는 시도가 증가하고 실제 생식세포의 비의료적 보관이 증가하는 것은 우려스럽다. 자연스러운 임신과 출산에서 약물과 기술의 힘을 빌린 임신과 출산이 증가하는 형태로 변화되는 현실에서 우리 사회에서 생식권은 무엇이며, 그 권리가 누구에게 있으며, 다른 권리와의 상충으로 인한 문제의 발생은 없는지 등 다양한 관리방안적 측면에서 검토와 논의가 아직 이루어지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하루빨리 비의료적 생식세포의 보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