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Journal of Medical Ethics
The Korean Society for Medical Ethics
Commentary

헬스케어 AI의 환자·시민참여: 과학기술학의 관점

임소연1,*https://orcid.org/0009-0003-2796-3798
So Yeon Leem1,*https://orcid.org/0009-0003-2796-3798
1동아대학교 융합대학
1College of Interdisciplinary Studies, Dong-A University, Busan, Korea
*Corresponding author: So Yeon Leem, College of Interdisciplinary Studies, Dong-A University, Busan, Korea. Tel: +82-51-200-7922, E-mail: syleem@dau.ac.kr

ⓒ Copyright 2024 The Korean Society for Medical Ethics.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Nov 03, 2024; Revised: Nov 14, 2024; Accepted: Dec 30, 2024

Published Online: Dec 31, 2024

Abstract

This commentary argues that the active participation of patients and the public is essential for developing a more ethical and scientifically robust healthcare AI, one that transforms patients’ everyday knowledge into scientific insights. It begins by introducing conceptual tools and case studies from the field of 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STS) that facilitate patient and public involvement in healthcare AI. Using Jeanette Pols’ study of a community of patients with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COPD) as a focal example, this commentary highlights the crucial role STS can play in integrating patients’ knowledge and expertise into the development and application of AI.

Keywords: healthcare AI; patient and public involvement; 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lay expertise; real world data

I. 들어가며

과학기술학(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STS)은 과학기술의 본성과 실천에 대한 연구부터 과학기술의 사회적 영향 및 규제에 대한 연구에 이르기까지 과학기술을 역사, 철학, 인류학, 사회학, 정책 등의 질문과 방법론으로 탐구하는 다학제적 분야이자 사물과 지식에 대한 독자적인 이론을 정립해 온 탈학제적 분야이다. 본 논평은 과학기술학이 헬스케어 AI(artificial intelligence)의 환자·시민참여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나름의 기여를 할 수 있음을 보이기 위해 쓰여졌다. 김준혁의 논문이 잘 보여주듯이, 헬스케어 AI 영역에서 환자·시민참여가 논의되고 실천된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과학기술학은 어떤 분야보다 오랫동안 과학기술의 시민참여를 고유한 관점으로 고민해 왔고 그 결과 많은 사례 연구와 이론 및 개념을 축적해 올 수 있었다.

본 논평은 헬스케어 AI에서 환자·시민참여를 실현하기 위한 과학기술학의 개념적 도구와 사례를 소개하고 환자들의 지식과 전문성을 AI에 통합하는 과정에서 과학기술학이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음을 보이고자 한다. AI의 시대에 환자와 시민은 단순히 의료 서비스와 기술의 수혜자나 소비자가 아닌 방대한 실생활 데이터의 소유자이자 지식 생산의 주체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환자를 지식 실천의 주체로 바라보는 본 논평의 관점이 헬스케어 AI의 환자·시민참여를 윤리뿐만 아니라 과학(지식)의 차원으로 접근하는 데에 유용하기를 기대한다.

II. 시민의 지식과 전문성에 주목한 과학기술학

과학기술학(STS)에서 과학기술 시민참여는 20세기 중반 이후부터 논의되고 실천되어 왔다 [1]. 2차 대전에 이은 베트남 전쟁 그리고 산업공해 및 환경오염 등으로 발전된 과학기술의 부정적인 영향을 경험한 시민들은 과학기술의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1970–80년대 등장한 (사회)구성주의는 과학을 다른 인간의 활동과 다를 바 없는 (사회적) 구성물로 보게 함으로써 과학의 객관성 신화에 도전했다.1) 1990년 중반에는 미국과 영국에서 조금 다른 의미의 시민과학(citizen science) 용어가 각각 제시되었다. 북미에서의 시민과학이 과학자의 주도 하에 시민들이 데이터 수집이나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일종의 과학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였다면 유럽에서의 시민과학은 과학의 민주화 혹은 과학시민권(scientific citizenship) 행사의 일환으로 과학 정책 결정과정에 시민이 개입하는 것을 뜻했다. 특히 후자의 시민과학에서 시민참여의 주요한 근거로 제시되는 개념이자 논쟁의 대상이 되어 온 개념이 ‘전문성’이다[2]. 전문가의 영역인 과학기술에 시민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시민에게도 전문성이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전문가인 시민의 지식과 전문성 논의에 첫 발을 내딛은 것은 영국의 과학사회학자 브라이언 윈(Brian Wynne)의 컴브리아 목양농 연구였다[3]. 그는 영국 북서부 컴브리아 지역의 목양농이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양을 키워온 경험에 기반한 국소적 지식(local knowledge)을 가지고 있음을 보였다.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방사능 낙진을 조사한 정부기관의 과학자들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결론 내렸던 것과는 달리 그 지역의 목양농들은 컴브리아 지역의 토질 특성과 양의 섭식 습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방사능 낙진 피해가 클 것이라 주장했다. 미국의 과학사회학자 스티븐 엡스타인(Steven Epstein)은 1980년대 미국 에이즈 운동의 흐름 속에서 에이즈 치료제 개발 과정에 개입하여 새로운 임상시험 방식을 도입하게 한 에이즈 활동가의 전문성을 일반인 전문성(lay expertise)로 규정한 바 있다[4]. 당시 에이즈 환자와 활동가는 신약개발 임상시험에서 위약효과를 막기 위해 고안된 대조군이 환자의 죽음을 방치한다는 점 그리고 그것을 두려워한 환자들이 임상시험의 규약을 위반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새로운 임상시험 방식을 제안했고 이것이 결국 전문가의 신뢰를 얻게 되어 약물병용요법이 도입될 수 있었다. 일반인 전문성 개념은 전문가로 훈련받지 않은 일반인이라 할지라도 충분한 동기가 부여된다면 전문가와 소통하며 더 윤리적이고 더 과학적인 지식을 공동으로 생산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III. 헬스케어 AI, 환자의 지식을 과학으로 전환하기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AI 기술을 포함하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환자의 능동적 참여를 필요로 한다[5,6]. 김준혁의 연구에 따르면 헬스케어 AI는 전통적인 의학지식 및 의료기술과는 달리 병의원의 의무기록뿐만 아니라 환자나 시민의 일상생활에서 측정되고 획득되는 건강 관련 데이터까지 대상으로 한다. 기존 보건의료데이터는 익명처리 등의 방법으로 개인과 데이터 사이의 연결성이 소멸되어야 윤리적이라고 간주되었으며, 그것이 데이터의 효용을 해치지 않았다. 반면 헬스케어 AI가 필요로 하는 실생활 데이터(real world data, RWD)는 의학적인 차원을 넘어 다양한 차원의 개인적 특성과 일상을 반영하기에 개인과 데이터 사이의 연결성을 삭제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연결성을 삭제하는 것 자체가 개인적 특성과 일상이 반영되어야 하는 실생활 데이터의 가치를 훼손하게 되기에 문제적이다. 특히 환자들의 일상은 예측 가능하거나 불가능한 변수들 그리고 충돌하고 경합하는 가치들을 조율하고 선택하면서 자신의 몸을 돌보는 실천의 연속이기에 그들의 실생활 데이터는 다른 환자들에게 유용한 지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실생활 데이터에 기반한 헬스케어 AI의 발전은 기존 환자에게 단순한 데이터 제공자나 소유자 혹은 의료정보 및 기술의 수동적인 수혜자가 아닌 참여적 기여자로서의 역할이 부여됨을 의미한다[7].

여기에서 비전문가의 지식과 전문성에 주목하는 과학기술학이 던지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환자가 일상 생활에서 개발하고 사용하는 지식을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유용하게 만들 수 있는가, 즉 ‘과학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8]. 네덜란드의 의료인류학자2) 지네트 폴스(Jeannette Pols)가 던진 이 질문은 헬스케어 AI의 환자참여를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게 만든다. 환자의 몸은 치료해야 할 병에 걸린 대상이기도 하지만 그 질병의 본질을 파악하는 도구이기도 하며 자신을 돌보는 지적, 육체적 노동을 수행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김준혁의 논문이 윤리적인 헬스케어 AI를 만들기 위해 환자참여가 필수적임을 제안한다면 폴스의 질문은 환자가 일상에서 생산하고 활용하는 국소적 지식을 과학으로 전환하기 위해 헬스케어 AI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가능하게 한다. 폴스는 환자가 만들고 필요로 하는 지식을 일종의 임상 지식(clinical knowledge)으로 본다. 임상 지식은 실험실 지식과 다른 목적을 갖는다. 후자가 지식의 축적을 목적으로 한다면 전자의 목적은 개별 환자들의 일상적인 삶을 개선하는 것이다[9]. 임상 지식으로서의 환자의 지식은 실험실에서 생산되는 의학 지식과는 달리 지식의 범주가 모호하며 매우 다양한 유형의 경험을 포괄할 뿐만 아니라 보편적으로 유용한 지식이 아니라 개별 환자에게 유용한 지식이라는 점에서도 다르다. 환자의 지식은 지식의 체계라기 보다는 일상적인 앎의 실천이며 환자들은 그 실천 속에서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기술을 도출해낸다. 문제는 요령이나 노하우, 삶의 지혜 등으로 불리는 그러한 기술들이 개별 환자의 일상 밖으로 이동하여 다른 환자들이나 의료 전문가에게 전달되고 공유되기 힘들다는 사실에 있다. 그렇다면 AI가 환자의 다양한 실생활 데이터를 학습하게 함으로써 개별 환자의 지식과 돌봄에 대한 전문성을 더 많은 이들에게 유용하게 쓰이는 과학으로 전환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은 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좋은 의사를 양성하는 일이나 환자의 경험을 이야기나 서사의 형태로 가시화하는 작업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환자의 돌봄 경험을 이야기나 서사가 아닌 과학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그러한 지식과 기술을 다른 환자들과 의료 전문가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데이터’의 형태로 번역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데이터를 학습한 헬스케어 AI는 다시 환자의 일상과 의사의 임상 현장에서 더 나은 돌봄이 가능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혹자는 개별 환자의 경험에 기반한 검증되지 않은 지식에 인식론적 권위를 부여하고 그것을 데이터로 축적하는 일을 우려스럽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환자·시민참여 과정에서 환자를 지식의 주체로 본다는 것은 환자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반영한다는 뜻은 아니다. 지식의 내용을 적절하게 담아내기 위해서는 의료 전문가뿐만 아니라 간호학자나 사회과학자 등 연관된 다른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하다[8]. 환자는 질병을 경험한 당사자로서 치료와 돌봄을 위해 필요한 지식을 얻고자 하는 욕구가 크기 때문에[10] 전문가의 개입은 환자들의 참여도와 데이터의 신뢰도를 모두 높일 수 있다.

IV. 만성폐쇄폐질환 환자의 사례

폴스의 만성폐쇄폐질환(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환자 사례 연구는 환자의 지식과 전문성이 중심이 되는 헬스케어 AI를 개발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에 참고가 될 만하다[8]. 만성폐쇄폐질환과 같은 난치성 질환의 경우 질병이 환자의 일상적 경험에서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환자의 경험적 지식과 의학 지식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진다. 만성폐쇄폐질환 환자들이 일상적으로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호흡곤란이다. 그들은 숨이 잘 안 쉬어질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언제 의사를 보러 가는지를 가장 궁금해 한다. 폴스는 그들이 집에 설치해 둔 웹캠에 주목했다. 웹캠은 환자들이 병원에서 습득한 지식을 병원 밖 가정으로 옮겨서 실천하고 그것을 다른 환자들과 공유하는 것을 돕는다. 환자들은 병원에서 자신의 상태와 치료 및 돌봄 방법에 대한 명시적 지식(explicit knowledge)을 제공받지만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을 훈련해야만 한다. 암묵적 지식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노나우(know-now)’라고 부를 수 있는 실천적 지식이다. 노나우란 환자들이 새로운 상황에 처했을 때 그 상황을 해석하여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을 위한 행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 활동이다. 이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고도로 맥락화된 지식이면서 특정 상황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과정 그 자체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숨쉬기 어려운 상황이 온다면 그것은 추운 날씨 탓일 수도 오염된 공기 때문일 수도 혹은 폐에 생긴 염증이 일으키는 증상일 수도 있다. 한 환자는 이런 상황에서 웹캠을 통해 다른 환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알게 되고 기압이 낮아져 공기 중의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으며 더 자주 호흡함으로써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었다.

노나우로 대표되는 환자의 지식은 통상 의학 지식으로 간주되지 않는 지식을 포함한다. 폐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진단 결과는 환자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웹캠을 통해서 환자들은 숨이 찬 상태에서 샤워를 하는 방법을 논의하며 목욕 가운을 입으면 천천히 몸과 머리를 닦더라도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지식에 도달했다. 만성폐쇄폐질환 환자의 적절한 샤워 방법은 실험실에서 생산되기는 어려운 반면 환자들이 각자의 일상에서 ‘실험’한 결과를 공유함으로써 얻어질 수 있다. 어떤 환자는 딸이 준 손주 사진을 보며 삶의 의지를 되새기는 것이 투병 생활에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지만 모든 환자들에게 같은 효과를 내지는 않을 것이다. 환자들이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데에는 의학적 논리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구체적이고 변화하는 일상적 상황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데에는 의학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지식과 정보, 가치 등을 조율하는 과제가 동반되며 이 과정에서 수많은 노나우가 필요하다. 웹캠은 환자들이 이러한 지식을 함께 생산하고 다른 환자들이 그 지식에 접근하게 해줌으로써 돌봄 공동체를 가능하게 했다. 웹캠이 한 일이라면 AI 기술은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사례 연구는 헬스케어 AI 개발 및 활용에서 환자와 시민의 구체적인 삶이 핵심에 있음을, 그리고 그래야 함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V. 나가며

끝으로, 헬스케어 AI에서 환자와 시민의 참여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과학기술학의 연구방법론이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음을 덧붙이고자 한다. 개별 삶 속에 머물던 앎의 실천을 데이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환자와 시민의 참여는 윤리적 문제이자 과학적 문제이다. ‘어떤 지식이 과학인가’와 ‘누가 전문가인가’는 과학기술학의 핵심 질문으로 헬스케어 AI의 환자·시민참여에 과학기술학의 접근이 유용할 것임을 말해준다. 과학기술학은 대중과 과학자가 각각 그리고 상호작용하며 지식을 생산하고 적용하며 소통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지식 생산 과정에서 ‘무엇을 아는가’만큼이나 ‘어떻게 아는가’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환자의 지식을 과학으로 전환하려면 지식 실천 현장에 대한 질적 연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폴스는 만성폐쇄폐질환 환자들의 일상에 참여하고 관찰함으로써 그들의 ‘노나우’가 개발되고 공유되는 과정에서 웹캠이 주요한 도구로 사용되었음을 밝혀냈다. 이처럼 환자를 돌보는 실천과 그 속에서 형성되는 지식의 생산과 활용 및 공유 방식을 면밀히 분석하는 작업이 요구된다.3) 유사한 국내 사례로 아동발달 전문가와 치료사, 그리고 부모를 심층면담하여 자폐증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다양한 앎의 실천을 드러낸 과학기술학자 장하원의 연구가 있다[11].

본 논평은 김준혁의 연구가 잘 보여준 헬스케어 AI의 윤리적 정당성의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AI가 환자의 지식을 실생활 데이터로 나아가 과학으로 전환하는 도구라는 점에서 환자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환자와 시민을 전문가로 개념화하는 것은 헬스케어 AI를 더 과학적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접근이다. 물론, 이 개념화는 과학기술학 내부에서도 논쟁의 대상이며 과학기술 연구개발 과정에 시민이 개입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12]. 헬스케어 AI에 활용되는 모든 실생활 데이터가 환자나 시민의 지식 실천을 반영한다고 전제하거나 그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본 논평은 제한된 지면과 논평이라는 글의 특성 상 과학기술학의 고유한 관점을 부각하는 시론적 논의를 담는 데에 그치고 있으며, 헬스케어 AI 정책에서의 시민참여나 실제 기술 설계 및 개발, 그리고 출시 후 활용 단계에서 각각 가능한 환자와 시민의 역할에 대해서 논의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후속 연구를 통해 헬스케어 AI의 환자·시민참여를 위한 의료윤리학과 과학기술학의 접점이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더 확장되기를 기대한다.

Notes

행위자-연결망-이론(actor-network-theory)은 사회구성주의와 구분하여 구성주의 이론으로 불리기도 하며 두 이론 모두 과학기술 시민참여 연구와 실천에 영향을 주었다. 본 논평에서 과학기술학적 접근은 특정 이론이 아닌 소위 비전문가가 갖는 지식과 전문성을 개념화해 온 작업에 초점을 맞춘다.

지네트 폴스처럼 인류학자로서 인류학적 방법론으로 과학기술과 의료현장을 연구하는 과학기술학 연구자가 많다는 사실은 과학기술학의 다학제적 특성을 잘 보여준다.

본 논평은 헬스케어 AI의 환자·시민참여에 대한 본격적인 과학기술학 연구에 앞선 예비적 논의로서 만성폐쇄폐질환 환자 사례가 보여준 것과 같은 환자들의 암묵적 지식과 ‘노나우’를 어떻게 AI의 데이터로 전환하고 다시 어떻게 그 데이터를 시민과 환자, 의료진이 접근가능한 언어로 전환할 것인지 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추후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다.

Conflict of interests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Acknowledgements

Not applicable.

Funding information

Not applicable.

Data availability

Upon reasonable request, the datasets of this study can be available from the corresponding author.

Author contributions

The article is prepared by a single author.

Ethics approval

Not applic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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