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Journal of Medical Ethics
The Korean Society for Medical Ethics
연구 논문

공유의사결정: 무엇을 공유하고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가?

최경석1,*https://orcid.org/0000-0002-6681-8521
Kyungsuk Choi1,*https://orcid.org/0000-0002-6681-8521
1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과, 교수
1Professor, School of Law, Ewha Womans University, Seoul, Korea
*Corresponding author: Kyungsuk Choi, Professor, School of Law, Ewha Womans University, Seoul, Korea, Tel: +82-2-3277-6659, E-mail: choiks@ewha.ac.kr

ⓒ Copyright 2024 The Korean Society for Medical Ethics.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Aug 29, 2024; Revised: Aug 29, 2024; Accepted: Sep 19, 2024

Published Online: Sep 30, 2024

Abstract

In this article, I analyze the concept of shared decision-making to explain what is shared, who decides, how the decision is made, and how shared decision-making differs from informed consent. Building on the work of Veatch and Charles, I argue that shared decision-making has two essential features: (a) it helps patients make decisions while respecting their right to self-determination, and (b) it maintains the integrity of both physicians and patients. Furthermore, using the three-talk model and the six steps approach to shared decision-making, I explicate the concept of “mutual acceptance,” which is central to this process. Mutual acceptance of the final decision is a two-step process: physicians first formulate options that align with their own integrity, and then patients deliberate and choose the options that best suit their needs, wishes, and constraints. Thus, I argue that mutual acceptance represents physicians’ acceptance of their patients’ final decisions. Furthermore, the closer the original options are to equipoise, the less psychological burden physicians will experience regarding the choices their patients make.

Keywords: shared decision-making; informed consent; right to self-determination; integrity; mutual acceptance; equipoise

I. 서론

최근 “공유의사결정”(shared decision-making)에 대한 관심이 우리나라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공유의사결정의 개념에 대한 분석을 집중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의료현장에서의 실증적 연구를 다루기 전에 개념 분석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는 이 개념의 번역어가 “공유의사결정”, “공동의사결정”, “함께하는 결정”으로 번역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13], 무엇을 공유한다는 것인지, 누가 결정한다는 것인지, 어떻게 결정한다는 것인지 등등 몇 가지 핵심적인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기존의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informed consent)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환자의 자율성 존중 즉 자기결정권 존중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 같긴 하지만 의사가 치료에 대한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는 것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오히려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이론적 측면에서 제기되는 의문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의문이 제기되는 또 다른 이유는 윤여란·배현아가 지적하고 있듯이, “의료적 의사결정과정의 법적 근거는 설명·동의 법제”(p. 74)이고, 이것은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를 바탕으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것을 의미”(p. 74)한다고 이해해 왔기 때문이다[4]. 이 법제 하에서 “의료적 의사결정과정에서 설명의 주체와 동의의 주체는 원칙적으로 각각 의료행위를 시행하는 의사와 동의 능력이 인정되는 경우 치료의 대상인 환자”(p. 75)이다[4]. 즉 설명의 주체는 의사이고 동의의 주체는 환자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따라서 의료적 의사결정에서 결정의 최종 주체는 환자라고 보는 것이 법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공동의사결정”, “함께하는 의사결정”, “의사결정의 참여자” 나아가 “공유의사결정”까지 이 용어들은 법적인 시각에서 누가 결정의 주체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필자는 이 글에서 공유의사결정에 대한 이론적 측면의 질문들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 개념의 단초를 제공한 로버트 비취(Robert M. Veatch)의 “공유” 개념을 분석함으로써 왜 “의사결정의 공유”를 강조하게 되었는지 살펴보고, 비취의 개념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발전시켰다고 판단되는 캐시 챨스(Cathy Charles)의 개념을 검토함으로써 ‘공유의 내용’과 ‘상호 수용’이란 핵심적 개념을 살펴본 후, 현재 자주 거론되는 글린 엘윈(Glyn Elwyn)의 “three-talk” 모델과 독일과 노르웨이에서 사용되는 “6단계 공유의사결정”(six steps of SDM) 모델에 대한 설명을 검토하면서, 무엇을 공유하는지,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대한 필자의 답변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물론 위 질문에 대한 필자의 답변은 현재 거론되는 모든 공유의사결정의 모델에 대한 분석 결과도 아니고 공유의사결정에 대한 일정한 모델을 정립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작업은 공유의사결정에 대한 합의된 개념 정의조차 없어 불가능하다. 다만 필자는 위와 같은 작업을 통해 공유의사결정이 도입되게 된 이유와 관련하여 환자의 결정을 돕고자 했던 것 외에 의사의 관점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있었음을 제시하고, 필자가 제기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통해 공유의사결정의 다양한 모델들을 이해하고 분석할 때, 우리가 민감하게 고려해야 하는 논쟁점이 무엇이고, 이 논쟁점과 관련하여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공유의사결정이 적절한지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보고자 한다. 아울러 이 글에서의 이러한 개념적 논의는 공유의사결정이 우리나라에 도입될 때 어떤 모델이 적절한지, 우리 실정이나 진료 특성에 맞게 기존 모델을 어떻게 변형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나아가 공유의사결정의 이상에 좀 더 접근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에서 보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아울러 이러한 논의는 가족 구성원이나 다수의 의료인들이 참여하는 공유의사결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다루고 이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기초적인 이론적 논의로서 기여할 것이다.

Ⅱ. “공유의사결정”이란 개념의 등장과 주요 용어 분석

1. 서구에서 공유의사결정 개념의 등장

유럽을 중심으로 의료현장에 “공유의사결정”(shared decision-making)이란 개념이 도입되었다. “Shared decision-making”을 “공유의사결정”, “공동의사결정”, “함께하는 의사결정” 어떤 것으로 번역하든, 환자와 의사가 함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다는 것은 분명하고, 이는 매우 바람직하다.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환자에게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정보의 비대칭성이기 때문이다. 치료에 대한 결정은 여러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거나 치료를 할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종종 치료 결과에는 의학적 불확실성이 개입되기도 한다.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의사소통을 활발히 하고 충분한 정보를 환자에게 전달하고 환자가 이 정보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여 환자와 환자의 상황에 적합한 의료 결정이 내려지도록 한다는 것은 당연히 바람직하다.

이와 같은 공유의사결정을 서구에서는 당연한 의료적 의사결정 과정인 것으로 수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유럽과 미국의 학자들은 공유의사결정에 대한 국제학회인 ISDM(International Shared Decision-Making Society)를 운영하면서 이 개념을 의료 현장에서 실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5]. 공유의사결정의 도입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면서, 그동안 서구 의료계에 널리 퍼져 있던 자기결정권 존중이란 가치를 좀 더 제대로 구체적인 의료 현장에서 실현시키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공유의사결정’이란 개념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누가 이 결정 과정에 참여하며, 무엇을 공유한다는 것인가? 그리고 누가 결정을 내리며, 어떻게 결정을 내린다는 것인가? 그리고 공유의사결정은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가?

2. “공유의사결정”이란 개념에 대한 문헌분석 연구 결과: 공유된 정의의 부재

안타깝게도 이 개념에 대해 합의된 명확한 정의는 아직까지 없다. 2006년 그레고리 마쿨(Gregory Makoul)과 말라 클레이만(Marla L. Clayman)는 공유의사결정에 대한 개념적 정의를 담고 있는 161개의 영어 논문을 분석한 결과, “공유의사결정에 대한 공유된 정의는 없다”(p. 304)고 결론내렸다[6]. 하지만 이 논문이 주요하게 인용하고 있는 다섯 개의 모델, 미국 대통령위원회가 제시한 모델, 챨스(Charles)의 모델, 쿨터(Coulter)의 모델, 토울과 가도핀(Towle and Godolphin)의 모델, 그리고 “three-talk” 모델로 잘 알려진 엘윈(Glyn Elwyn)의 모델을 분석하여, 본질적 요소과 이상적 요소로 나누었는데, 본질적 요소에 속하는 (1) 문제의 정의 및 설명, (2) 현재의 선택지, (3) 이익, 위험 및 비용을 포함한 장점과 단점에 대한 논의, (4) 환자의 가치 및 선호, (5) 환자의 능력 및 자기효능감에 대한 논의, (6) 의사의 지식 및 추천, (7) 이해의 확인 및 명료화, (8) 결정하기 또는 명시적으로 결정을 연기하기, (9) 이후 일정 잡기 중에서 위 다섯 가지 모델은 ‘현재의 선택지’, ‘환자의 가치와 선호’에 대해서만 공통적으로 언급하였고, 대통령위원회의 모델을 제외한 나머지 네 모델은 ‘이익, 위험 및 비용을 포함한 장점과 단점에 대한 논의’, ‘결정하기 또는 명시적으로 결정을 연기하기’를 공통적으로 언급하고 있었으며, 이상적 요소로 분류되어 있는 (1) 선입견 없는 정보, (2) 참여에 대한 갈망을 포함한 역할 정의, (3) 현재의 증거, (4) 상호 의견일치 중에서 ‘상호 의견일치’에 대해서만 공통적으로 언급하였고, 대통령위원회의 모델을 제외한 나머지 네 모델은 추가로 ‘참여에 대한 갈망을 포함한 역할 정의’에 대해서도 공통적으로 언급하고 있다고 밝혔다(p. 305)[6].

위 논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비록 공유된 정의는 없지만, 주로 언급되는 다섯 모델 중 미국 대통령위원회의 모델을 제외한 네 모델에서는 공유의사결정을 정의할 때, 현재의 선택지와 환자의 가치 및 선호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이익, 위험 및 비용을 포함한 장점과 단점에 대한 논의를 수행한 후, 결정하기 또는 명시적으로 결정을 연기하는 것이 공유의사결정이며, 이상적으로는 참여에 대한 갈망을 포함한 역할을 정의하고, 또한 상호 의견일치에 도달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결정과 관련하여 위 논문은 누가 결정하는지에 대해 모호하다. 마쿨과 클레이만은 위 논문에서 “공유의사결정에 참여한다는 것은 의사가 결정 권한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p. 307)고까지 말하면서 “우리는 환자가 의사에게 결정에 책임질 것을 요구한다 할지라도 공유의사결정의 본질적인 요소들이 있었다면 공유의사결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p. 307)고 말한다[6]. 간단히 말해, 환자가 의사에게 결정을 위임하는 경우에도 공유의사결정의 본질적인 요소들이 실행되었다면 공유의사결정이 이행되었다고 평가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의사가 결정 권한을 지닌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추가적인 설명이 없다. 이처럼 여전히 누가 결정하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호함이 있다.

2019년 경험적 분석을 수행한 한나 봄호프-루딩크(Hanna Bomhof-Roordink)와 파니아 R. 케르트너(Fania R. Gärtner) 등은 “환자와 보건의료 전문인 사이의 공유의사결정이 환자 중심의 의료결정과 가치에 기반을 둔 돌봄을 성취하는 모델로서 서구 사회 전역에 걸쳐 점진적으로 규범이 되고 있다”(p. 1)고 평가하였다[7]. 저자들은 2019년까지의 논문을 조사하여 총 40개의 서로 다른 공유의사결정의 모델을 분석하였고, 공유의사결정을 총 53개의 요소로 상세히 나누어 분석했는데, “모델들 사이에 유사성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상당한 이질성이 남아 있다”(p. 7)고 결론내렸다[7]. 즉 2019년까지의 연구결과에서도 공유의사결정 개념에 대해서는 여전히 공유된 단일한 정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40개의 모델 중 50% 이상의 모델이 공통적으로 포함시키고 있는 요소들을 언급하면서 괄호 안에 얼마나 많은 모델들이 공유했는지 퍼센트로 표시했는데, (1) 이익 및 위험, 선택지의 실현가능성을 포함한 “치료 선택지에 대한 기술”(88%), (2) 결정에 대한 문서나 결정하기나 결정의 명시적 연기를 포함한 “결정하기”(75%), (3) 환자의 염려, 환자의 치료 목적, 환자의 선호, 환자의 가치를 포함한 “환자의 선호”(68%), (4) 선호하는 정보를 확인하거나 환자의 말을 잘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명료하게 하기 또는 개인별 접근 등을 포함한 “정보 조정하기”(65%), (5) 숙고나 협상을 포함한 “숙고하기”(58%), (6) 등가상태나 결정에 대한 필요를 명확히 함으로써 “선택에 대한 인식을 만들어내기”(55%), (7) 보건의료 전문인의 말을 잘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명료하게 하는 등의 “환자에 대해 알아보기”(55%) 순이다(pp. 4-5)[7]. “상호 의견일치에 도달하기”는 40개 중 14개로 35%에 그쳤다(p. 5)[7].

위 두 논문에서 우리는 무엇을 공유해야 하는지, 어떤 요소들이 공유의사결정에 포함되는지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왜 이러한 요소들을 공유하고자 했는지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누가 결정한다는 것인지 그래서 어떻게 결정을 내린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 여전히 모호하다. 이상적 요소로만 언급되었던 상호 의견일치라는 것도 어떤 내용인지, 어떻게 상호 의견일치에 도달한다는 것인지 여전히 모호하다.

3. 비취의 개념과 챨스의 개념 분석

그렇다면 명확한 개념도 없이 서구는 의료현실에 이 개념을 실현하고 있다는 것인가? 필자는 명확한 개념이 없다기보다 합의된 개념이 없다고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한다. 비록 합의된 개념은 없지만 누가 이런 개념을 왜 도입했을까? 그 도입 취지를 이해하는 것은 현재의 매우 다양한 모델들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취지를 실현해야만 ‘공유의사결정’이라 불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양한 공유의사결정의 모델을 비교 평가할 때 하나의 관점을 제공해 줄 것이다.

필자는 공유의사결정의 발전 과정에 대해 소개하는 문헌에 등장하는 로버트 비취(Robert Veatch)의 개념을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프랜시스 번(Frances Bunn)과 클레어 굿맨(Claire Goodman) 등은 공유의사결정의 전개 과정을 설명하는 도표에서 비취가 “의사결정의 공유”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소개하며(p. 2), “‘결정을 공유한다’라는 표현은 비취가 환자와 의사의 상호 작용에 대한 윤리를 탐구하였던 논문에서 만든 표현이다.”라고 말한다(p. 1)[8]. 이들에 따르면 이후 캐시 챨스(Cathy Charles)가 정보와 치료 선호에 대한 쌍방향적 교환이란 생각을 소개했고, 이는 엘윈의 ‘three-talk’과 같은 모델로 공유의사결정 모델이 더 발전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p. 2)[8]. 따라서 필자는 공유의사결정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되는 비취의 공유 개념과 챨스의 개념을 살펴봄으로써 앞서 필자가 제기한 의문들, 즉 무엇을 공유하는지,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대한 필자의 해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 과정과 필자의 답변은 공유의사결정에 대한 하나의 공유된 개념을 정립하기 위한 것은 아니며, 공유의사결정을 이해하는 시각을 넓히기 위함이다. 나아가, 이런 분석과 답변을 통해 현재 통용되는 공유의사결정의 모델 중 엘윈의 “three-talk” 모델과 “6단계 공유의사결정” 모델이 제시하는 절차에 등장하는 주요 용어에 대한 이해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1) 비취의 공유의사결정

공유의사결정(shared decision-making)의 핵심 용어인 ‘공유’(sharing)라는 말은 비취가 처음 사용하였다(p. 1)[8]. 비취가 “공유의사결정”이란 용어를 직접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의사결정의 공유”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함으로써 “공유의사결정”이란 개념의 핵심 용어에 대해 처음 언급했고, 이 개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비취는 1972년 발표한 “Models for ethical medicine in a revolutionary age: what physician-patient roles foster the most ethical relationship?”이라는 글에서 의사-환자 관계에 대한 유형으로서, 공학 모델, 사제(priest) 모델, 동료 모델, 계약 모델을 제시하며, 이 중 계약 모델을 지지한다고 밝힌다(p. 7)[9]. 그러면서 “계약적 관계에서는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할 때, 의사는 환자가 자신의 삶과 운명을 통제하는 자유를 지니고 있어야 함을 인정한다는 공유가 있다.”(p. 7)고 말한다[9]. 이 말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이 공유의사결정을 지배하는 규범적인 원칙으로 작동함을 드러내는 말이다.

아울러 비취는 “계약 모델에서는 일단 의료적 결정에 대한 기본적인 가치 틀이 환자 자신의 가치에 기초하여 확립된 후에는 환자의 돌봄을 위해 매일 매일 내려야 하는 무수히 많은 세세한 의료적 결정들을 의사는 이 틀 내에서 내릴 것이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근거를 환자가 지니고 있다는 공유가 있다.”(p. 7)라고 말한다[9]. 이 말은 세세한 의료결정은 환자 자신의 가치에 기초하여 확립된 기본적인 가치 틀에 따라 의사가 결정하면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것은 ‘모든 의료행위에 공유의사결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앞선 인용문에서도 “계약적 관계에서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할 때”라는 조건을 언급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환자와 의사 사이의 이런 인식의 공유로 인해 “계약 모델에는, 환자와 의사 모두 자신들의 도덕적 인테그러티가 유지될 것임을 현실적으로 보장하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에 대한 실질적인 공유가 있다.”(p. 7)고 말한다[9]. 필자는 이것이 비취가 “의사결정의 공유”를 통해 얻고자 했던 핵심적인 공유의 내용이라 본다. 환자와 의사가 모두 어떤 결정을 실질적으로 공유하게 되는 것은 계약 모델을 따르기 때문이며, 계약 모델은 환자와 의사 모두가 각자의 인테그러티를 유지하게 할 때 합의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취는 의료적 의사결정에서 환자의 가치나 인테그러티뿐만 아니라 왜 의사의 인테그러티가 유지되어야 함을 강조했을까? 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의사는 무조건 환자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계약 모델에서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는 무조건적인 것이 아니다. “계약 관계에서 의사가 자신의 양심에 따라 살 수 없다면, 계약은 이루어지지 않거나 파기된다.”(p. 7)[9]고 말함으로써, 비취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은 의사의 인테그러티가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존중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정리하자면, 비취는 의사와 환자가 의료적 선택을 두고 계약을 하는 것과 같이 치료에 대해 상호 합의하는 의사-환자 관계를 지지하면서, 이런 계약적 관계에서 결정은 기본적으로 환자의 가치가 반영된 결정이어야 하지만, 뿐만 아니라 의사 역시 자신의 인테그러티를 훼손하지 않는 결정이어야 함을 주장한 것이라 하겠다.

또한 비취는 “의료적 결정에 숨어 있는 도덕적 전제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열린 토론(open discussion)이 있어야 할 것”(p. 7)이라고 지적한다[9]. 이것은 환자가 제대로 된 숙고 과정을 거친 후 자율적인 결정이 내려질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흔히 자율적인 결정이 지닌 특성으로 언급되는 네 가지 특성, 자유로운 결정, 진정성 있는 결정, 효과적인 숙고를 거친 결정, 도덕적인 숙고를 거친 결정이라는 기준[10] 중 마지막 기준이 충족되도록 의사가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으로 필자는 해석한다.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따른 결정은 비록 자신의 선호를 반영한 결정이라 하더라도 이와 같이 충분한 숙고 과정은 거친 후 내려진 진정성 있는 신중한 결정이어야 한다.

비취는 환자와 의사 사이에 단순히 어떤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지뿐만 아니라 어떤 인식을 공유해야 하는지 설명함으로써 “의사결정의 공유”가 지닌 성격을 잘 설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누가 결정하는지의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설명을 제공하지 않는다. 계약 모델이 시사하는 바가 없지는 한다. 하지만 “결정을 공유한다”는 것이 여전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호하다. 환자가 선택한 것이 의사의 인테그러티를 훼손한다면 의사는 그 선택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정도만 비취는 확실하게 언급했을 뿐이다.

2) 챨스의 공유의사결정

챨스는 공유의사결정의 필수 요소를 자신의 “Shared decision-making in the medical encounter: what does it mean? (or It takes at least two to tango)”에서 제시한다[11]. 챨스는 비취가 강조했던 의사의 인테그러티가 유지되는 ‘결정의 공유’라는 개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전개시켰다고 필자는 해석한다. 챨스는 이 논문에서 우선 “현재까지 공유의사결정이란 개념이 다소 빈약하게 그리고 느슨하게 정의되어 왔다”(p. 681)고 토로하면서, 어떤 의사결정이 공유의사결정이 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들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11].

우리는 공유의사결정의 주요한 특징으로 다음을 제안한다.

  • (1) 최소한 두 참여자, 즉 의사와 환자가 관여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 (2) 두 당사자 모두가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것

  • (3) 두 당사자 모두는 선호되는 치료에 대한 합의(consensus)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

  • (4) 이행할 치료에 대한 의견 일치(agreement)에 도달한다는 것(p. 681)[11]

첫 번째 특징인 최소 두 참여자인 ‘의사와 환자가 관여되어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특징이다. 공유의사결정은 “두 사람이 추는 탱고”라는 표현은 이것을 잘 드러내고 있다. 챨스는 물론 한 명의 의사와 환자가 참여한다는 것은 최소한의 요건이고, 공유의사결정에는 가족 구성원이나 여러 의사들이 참여할 수 있음을 언급한다(p. 686)[11].1)

두 번째 특징인 ‘정보의 공유’ 역시 상식적으로 충분히 예상 가능한 요소이다. 그런데 챨스는 여기서 공유해야 하는 정보의 범위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환자와 의사 모두 정보와 가치 둘 다를 가져오는데, 이것은 단순히 의사가 지식을 가져오고 환자는 가치를 가져오는 문제가 아니다.”(p. 687)라고 말한다[11]. 챨스는 “우리는 환자와 의사가 치료에 대한 선호를 공유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많은 정보가 양 당사자들에 의해 교환되었다 하더라도, 공유된 치료 결정과정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고까지 말한다(p. 682)[11].

의사의 선호를 공유한다는 것은 챨스가 치료에 대한 다른 의사결정 모델로부터 공유의사결정을 명확하게 구분시키는 특징이다. 챨스는 공유의사결정 외에도 치료에 대한 의사결정 모델로서, 온정적 간접주의 모델(paternalistic model), 충분한 정보 제공 모델(informed decision-making model, 간단히 ‘informed model’이라고도 부르고 있음), 그리고 대리인로서의 전문가 모델(professional-as-agent model)이 있다고 말한다(p. 682)[11]. 온정적 간섭주의 모델에서 의사는 환자의 선호를 알아내려 하지 않고 환자에게 최선이라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행한다(p. 683)[11]. 충분한 정보 제공 모델은 의사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제공 받고 환자가 결정하는 모델이다(p. 683)[11]. 대리인으로서의 전문가 모델에서는 환자가 전문가만큼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었다면 환자가 선택했었을 것을 의사가 대신 선택한다(p. 684)[11]. 대리인으로서의 전문가 모델에서도 의사는 실제 환자의 선호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자신과 동일한 선호를 가진 것처럼 의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챨스는 이 모델에 반대한다(p. 684)[11]. 챨스는 온정적 간접주의 모델은 의사결정의 과정에서 환자를 배제시키는 것이며, 충분한 정보 제공 모델은 의사의 역할을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제한함으로써 의사를 배제시키는 모델이라고 말한다(p. 683)[11]. 챨스는 충분한 정보 제공 모델 역시 비판하는데, 그 이유는 공유의사결정의 필수 요소인 의사의 선호 공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챨스가 의사의 선호 공유를 공유의사결정의 필수적 요소로까지 보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정보와 선호의 상호 교환이 환자의 인테그러티뿐만 아니라 의사의 인테그러티를 유지하는 방법이고, 그래야만 비취가 말한 “의사결정의 실질적인 공유”가 달성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 필자는 해석한다. 이런 점에서 챨스는 비취의 공유 개념을 보다 구체적으로 실현시키고 있다.

하지만 의사가 자신의 선호를 환자와 공유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환자에게 단순히 의사의 선호를 알려준다는 것인가? 아니면 환자가 이 선호를 반영한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인가? 후자는 너무 강하고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환자 역시 의사의 선호를 알게끔은 해야 한다고 말하고자 했던 것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이렇게 해석한다고 해도 챨스의 주장은 많은 우려를 낳는다. 환자가 의사의 선호를 아는 것은 환자의 결정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영향이 때론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마도 이런 우려 때문에 챨스는 “의사는 가장 좋은 치료에 대한 자신의 가치가 환자에게 부과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p. 687)라고 덧붙였던 것 같다[11]. 의사의 선호도 공유해야 한다는 챨스의 주장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 더 비판적으로 검토해 볼 것이다.

세 번째 특징은 ‘두 당사자 모두가 선호되는 치료에 대한 합의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선호되는 치료”는 누구에 의해 선호되는 치료인지 명확하지 않으나, 앞서 언급된 내용을 고려하면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의사와 환자 모두가 선호하는 치료일 것이다. 또한 치료에 대한 “합의”(consensus)라는 표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의사의 선호와 환자의 선호가 일치해야 하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지만, 이행하기로 결정한 치료에 대해서는 반드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같은 합의를 위해 의사와 환자는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챨스는 주장한다(p. 687)[11]. 첫째, 치료를 위한 여러 선택지들에 대한 환자의 견해가 가치가 있고 이 견해가 필요함을 환자가 느끼게 하는 분위기를 의사는 조성해야 한다. 둘째, 논의되는 치료를 위한 선택지들이 환자의 삶의 스타일과 가치에 부합하도록 환자의 선호를 끌어내야(elicit) 한다. 셋째, 치료를 위한 선택지 각각의 위험과 이익에 대한 기술적인 정보를, 환자에게 가능한 한 왜곡되지 않고 명료하고 간단하게, 전달해야 한다. 넷째, 의사는 환자가 위험 대비 이익에 대해 비교형량하는 과정을 개념화하는 데 도움을 주어야 하고, 치료에 대한 환자의 선호에 기초가 되는 인과적 가정이 잘못된 이해가 아니라 사실에 기초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환자에게 질문해야 한다. 다섯째, “공유의사결정은 의사가 자신의 치료에 대한 권고를 환자와 공유하거나 치료에 대한 환자의 선호에 찬성하는 것을 포함할 것이다”(p. 687)[11].

다소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마지막 조치를 제외한 이상의 조치들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조치들이다. 환자는 자신의 선호를 말하는 것이 공유의사결정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하고(첫째 조치), 의사는 선호를 파악해야 하는데 그것은 환자의 가치관과 부합하는 선택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며(둘째 조치), 논의되는 선택지들 각각의 장단점에 대한 의학적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셋째 조치), 환자의 숙고나 그 과정을 돕고, 환자의 이해가 올바른지 확인해야 할 것이다(넷째 조치). 의학적 정보와 환자에 대한 정보가 상호 소통된다는 점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필수적인 정보 소통이다.

하지만 특이한 부분은 다섯째 조치로서 “의사의 치료에 대한 권고의 공유”는 두 번째 특징에서도 언급된 의사의 선호에 대한 공유와 맥을 같이 한다. 그런데 “권고”의 공유를 언급한 후 “그리고/또는”(and/or)으로 연결시키며 “환자의 선호에 대한 찬성(affirm)”을 포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또는”에서 “또는”에 주목한다면, 의사의 치료 권고의 공유나 환자의 선호에 대한 찬성 둘 중 하나는 반드시 공유의사결정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다시 말해, 챨스의 공유의사결정 개념에서 의사는 자신의 선호를 밝히는 것은 필수적이지만 치료에 대한 권고까지 공유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환자의 선호에 대해 의사가 찬성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챨스는 앞서 언급했듯이, 의사는 의학적 정보를, 환자는 자신에 대한 선호나 가치관의 정보를 소통한다는 이분법적 소통에 반대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챨스는 의사 역시 자신의 가치나 선호를 환자와 소통해야 하며, 이것이 공유의사결정의 핵심적 특징이라 생각한 것이다. 물론 공유했다고 해서 즉 이런 소통이 있었다고 해서, 환자가 반드시 의사의 선호나 치료에 대한 권고를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의사는 환자가 선택한 치료에 동의해야 한다는 것은 챨스가 제시한 공유의사결정의 핵심 요소라 하겠다.

챨스가 공유의사결정의 네 번째 특징으로 지적한 것은 ‘이행할 치료에 대한 의견일치 즉 동의’이다. 이 특징을 “치료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고 두 당사자 모두 그 결정에 동의한다(agree)”(p. 688)는 말로 설명하기도 한다[11]. “공유의사결정은 통상 암묵적으로든 명시적으로든, 의사결정 과정의 유형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치료에 대한 공유된 결정은 또한 결과물, 즉 공유된 또는 의견이 일치된 결정을 언급할 수 있다.”(p. 688)고 챨스는 말한다[11]. 간단히 말해, 공유의사결정이 목표로 하는 것은 이행할 치료에 대한 의견일치인 것이다(p. 688)[11].2) 위에서 환자의 선호에 대한 의사의 찬성을 필수 요소로 언급했던 것도 바로 이런 성격의 의견일치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상의 공유의사결정의 특징에 대한 챨스의 주장에서 필자는 다음의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챨스는 기본적으로 비취의 계약 모델을 이어받고 있다는 점이다. ‘상호 수용’(mutual acceptance)이나 ‘합의’(consensus), 또는 ‘의견일치’(agreement)라는 용어가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 그 근거이다.

둘째, 상호 수용이나 합의 또는 의견 일치의 성격에 대한 챨스의 이해이다. 계약 모델을 따를 경우, 합의된 내용을 계약 당사자들이 모두 수용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합의의 성격이다. “결정을 공유한다”, “함께 결정한다”와 같은 용어들이 모호하게 읽히는 이유는 결정의 성격, 즉 합의의 성격이 무엇인지 모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챨스가 “찬성”(affirm)을 언급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합의는 흔쾌한 의견일치만이 아니라, 다소 이견이 있더라도 그 정도면 “찬성한다”는 것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런 성격의 찬성은 환자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의사가 제시하는 치료가 아주 흡족한 내용은 아니지만 다른 대안이 없으므로 환자는 찬성할 수 있다.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라는 것이 환자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항상 결정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는 없다.

셋째, 이상의 논의는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에서의 동의(consent)와 공유의사결정에서의 의견일치나 상호 수용이 어떻게 다른지 보여준다. 공유의사결정에서의 의견일치나 상호 수용은 쌍방향적인 정보의 공유를 거쳐 도달한 것이다. 이 공유는 챨스에게는 의사나 환자 모두로부터 선호, 심지어 의사의 치료에 대한 권고까지 포함한 정보의 공유였다. 의사의 인테그러티가 유지되려면, 의사가 환자의 인테그러티 유지를 존중하는 것처럼, 환자 역시 의사의 인테그러티 유지를 존중해야 한다고 챨스는 생각했던 것이다. 환자가 의사의 선호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의사의 치료 권고 역시 반드시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선택한 치료는, 의사의 직업전문성에 비추어 볼 때, 의사로서 의사다운 역할을 수행하는 것과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챨스는 이런 이유에서 얼마든지 의사 역시 자신의 선호나 치료에 대한 권고를 환자와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우려를 낳게 하는 특징을 챨스는 공유의사결정의 필수적인 특성으로 제시했던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챨스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공유의사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의사는 자신의 인테그러티에 부합하지 않는 선택지는 선택지의 풀에서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의사의 선호를 공유하지 않더라도 의사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자신의 인테그러티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행사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절에서는 최근 현장에 도입되어 운영되는 엘윈의 “three-talk” 모델과 독일과 노르웨이에서 사용되는 “6단계 공유의사결정” 모델을 살펴봄으로써 선택지 구성의 역할을 포함하여, 챨스가 필수 요건으로 보았던 의사의 선호 공유가 포함되어 있는지, 결정이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살펴봄으로써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지의 문제에 대해 답해 보고자 한다.

Ⅲ. “Three-talk” 모델과 “6단계 공유의사결정”모델 분석: 누가 결정하는가?

1. “Three-talk” 모델과 “6단계 공유의사결정” 모델

비취나 챨스의 견해가 현재 운용되는 “공유의사결정” 모델에도 유지되고 있을까? 특히 앞서 필자가 의문을 제기했던 의사의 선호에 대한 공유나 심지어 의사의 치료에 대한 권고가 필수 요소로 들어가 있을까? 또한 비취가 기초했던 계약 모델이나 챨스가 직접적으로 강조한 의견일치나 상호 수용, 즉 결정에 대한 공유라는 의미가 어떻게 구현되어 있을까? 필자는 엘윈의 “three-talk” 모델과 “6단계 공유의사결정” 모델에 제시된 절차 및 설명을 분석함으로써 이 문제들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자 한다.3)

우선 “three-talk” 모델의 내용부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 모델은 엘윈 등이 개발한 것으로 “선택 대화”(choice talk), “선택지 대화”(option talk), 그리고 “결정 대화”(decision talk)라는 3단계로 주요 대화의 국면을 나누고, ‘선택 대화’는 준비 단계로서 문제를 확인(step back)하고, 의사가 환자와 논의하고 싶은 선택지가 있어 이것들이 어떻게 다른지 논의하고자 한다고 말하고(offer choice), 개인적 선호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고, 불확실성이 있음을 알리며(justify choice), 환자의 반응을 확인하고, 더 상세한 논의를 위해 대화의 종결을 연기하는 것(defer closure)를 포함할 수 있으며, ‘선택지 대화’는 환자가 치료의 선택지나 해당 치료의 이익과 해가 무엇이라고 알고 있는지 확인하는 “지식 확인”, 적절하고 긍정적인 용어를 사용하며 선택지의 목록을 알려주는 “선택지 목록화”. 선호를 탐색하며 선택지의 해와 이익에 대해 설명하는 “선택지 설명하기”, 선택지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지원 도구를 활용하는 “환자에게 결정 지원 제공하기”, 선택지를 다시 설명하고, 다시 설명해 보라고 요구하며 환자의 이해를 평가하는 “요약하기”를 포함하며, ‘결정 대화’는 환자가 선호를 구성해 내도록 가이드하는 “선호에 집중하기”, 시간을 더 주거나 환자를 기꺼이 가이드하고자 한다는 것을 밝히며 “선호를 끌어내기”, 결정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결정을 연기할 필요가 있는지, 시간이 더 필요한지, 추가적인 질문이 있는지 질문하며, “결정으로 나아가기”, 결정에 대한 검토 가능성을 알리며 종결에 도달하는 “검토 제안하기”를 포함한다(pp. 1363-1364)[12].

중요한 세 가지 대화를 중심으로 의사가 임상 현장에서 어떤 대화를 이끌어 나가야 하고, 실제로 어떤 문장을 이용할지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three-talk” 모델은 현장의 의사들에게 매우 유용해 보인다. 그러나 공유의사결정의 개념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이나 개념적인 설명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이 모델에서 의사의 선호나 추천을 포함시켜 논의해야 하는지 여부는 분명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그리고 ‘누가 결정하는가?’의 질문과 관련하여, 환자에게 “결정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묻고 있기 때문에 최종 결정은 환자가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상호 의견일치에 도달해야 하는지 여부는 분명하게 밝히고 있지 않다. 상세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제기했던 핵심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여전히 확실한 답변을 포착해 내기 어렵다.

독일과 노르웨이는 “6단계 공유의사결정” 모델을 바탕으로 의료 현장에서 이 개념에 따른 공유의사결정을 실행하고 있다[13,14]. “6단계 공유의사결정” 모델은 직접적으로 공유의사결정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계별로 어떤 목표를 갖고 있고 어떤 설명이 덧붙여져 있는지 살펴봄으로써 이 모델에 담긴 개념이 무엇인지 추론해 볼 수 있다.

독일에서 공유의사결정을 운영 중인 프리드만 가이거(Friedemann Geiger)는 “The six steps of SDM: linking theory to practice, measurement and implementation”라는 논문에서 “우리는 공유의사결정의 이론, 측정(measurement), 중재와 이행을 조직화(coordination)할 때 발생하는 간극을 메우기 위해 공유의사결정의 6단계를 개발하였다.”(p. 75)라고 했으며[15], “우리는 임상 맥락 전반(즉, 어떤 하나의 의료적 특수성이나 질병에 특화된 것이 아닌 임상 맥락)에 걸쳐 적용되기에 충분한 융통성을 지닌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었다.”(p. 75)고 말한다[15]. 가이거를 포함한 위 논문의 저자들은 공유의사결정의 6단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p. 76)[15].

1단계: 자문 목표를 설정함

2단계: 참여자에 대한 요구를 설명함

3단계: 의료적 선택지 각각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설명함

4단계: 환자의 선호와 요구를 탐색함

5단계: 공유된 결정을 내림

6단계: 결정을 이행함

위 6단계는 공유의사결정이 거쳐야 하는 단계가 무엇인지 순차적으로 잘 드러내는 장점이 있다. 6단계 각각에는 의사가 환자에게 건네야 하는 말을 구체적인 문장으로 덧붙여 놓았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p. 76)[15]. 1단계, 자문 목표 설정단계에는 “오늘 우리는 우리가 당신의 조건을 계속해서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함께 결정합니다.”라고 말이 덧붙여 있다. 이것은 자문 목표를 정한다는 것이며, 향후 진료과정을 위해 함께 결정하는 과정을 밟아가기 위해 공유의사결정 과정을 시작한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함께 결정한다”(we have a decision to make together)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비취는 “결정을 공유한다”는 표현을 사용했고, 챨스는 “합의한다”거나 “이행할 치료가 무엇인지에 대해 서로 의견이 일치하게 된다”는 표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2단계, 참여자에 대한 요구를 설명하는 단계에 덧붙여진 말은 “의학적으로 서로 다른 합리적인 선택지가 있습니다. 이 선택지 각각은 장점과 단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가 어떤 선택이 당신과 당신의 개인적인 상황에 가장 적합한지 결정하기 위해 당신에게 듣기를 원합니다.”이다. 이 말을 통해 여러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과 의사는 환자로부터 환자의 선호에 대해 듣고 싶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핵심이다.

2단계에서 의사가 하는 말은 환자의 선호가 무엇인지 그 내용을 이 단계에서 듣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환자의 선호에 대한 공유는 4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2단계는 환자가 공유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환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하는 단계이다. 또한 위에서 의사가 하는 말에서 필자는 “우리가 --- 결정하기 위해”라고 표현된 부분에 여전히 주목한다. “우리가 결정한다”는 것은 의사 역시 결정의 주체로 이해되게 하기 때문이다.

3단계, 치료 선택지 각각의 장단점 설명 단계에 덧붙여진 말은 “당신의 경우에는 예를 들어, A, B. C라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저는 지금 각각의 선택지가 지닌 장점과 단점을 설명할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선택지로 시작해야 하나요?”이다. 3단계는 의사가 환자에게 의학적 정보를 전달하는 단계이다. 선호 파악을 거친 후 제시되는 선택지는 아니므로 통상적인 환자들의 선호를 고려하면서 의사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선의 선택지라 여겨지는 것들을 선택지로 제시하는 단계라고 이해된다.

4단계, 환자의 선호와 요구 탐색 단계에 덧붙여진 말은 “제시된 이 세 가지 선택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당신의 우선 순위는 어떻게 됩니까?”라는 질문이다. 4단계는 의사가 환자의 선호나 요구를 탐색하는 단계이며, 환자는 자신의 선호를 밝히는 단계이다. 선호뿐만 아니라, 선택지에 대한 우선 순위에 대해서도 의사는 환자에게 묻는다. 그런데 의사도 자신의 선호와 우선 순위를 밝히고 환자와 함께 논의해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5단계에 제시된 질문을 보면 4단계에서 제시된 질문들은 의사가 환자에게 묻는 질문으로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따라서 챨스가 필수 요소로 본 의사의 선호에 대한 공유를 “6단계 공유의사결정” 모델은 필수 요소로 언급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사소한 문제이지만, 3단계와 4단계는 순차적 진행이 필수적이라 보기는 어렵다. 4단계가 먼저 진행되고 3단계가 진행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환자로부터 선호나 요구를 먼저 듣고 의사가 이 선호나 요구에 부합하는 선택지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필자가 이렇게 이해하는 이유는 다른 단계들은 열을 달리하며 진행 순서를 보여주듯이 도식화하였지만, 3단계와 4단계는 같은 열에 수평적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사실 이 두 단계는 일회적인 단계적 이행으로 보기도 어렵다. 환자의 선호는 선택지의 장단점을 들은 후 수정될 수 있고, 환자의 선호가 어느 정도 파악된 뒤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선택지가 제시될 수도 있으며, 기존 선택지를 일부 수정한 선택지가 제시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5단계, 공유된 결정 내리기(또는 결정을 연기하기) 단계에 덧붙여진 말은 “이제 선택지들 중 하나를 당신이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또는 그 결정을 위해 좀 더 필요한 것이 있나요?”이다. 이것은 “6단계 공유의사결정” 모델을 이해하는 데 많은 것을 시사한다. 1단계와 2단계에 등장했던 “함께 결정한다”는 표현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호했다. 하지만 5단계에서 드러나듯이, 결정할 수 있는지 대답해야 하는 사람은 바로 환자이다. 그리고 환자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겠다면 결정을 연기할 수도 있음을 밝히고 있다.

6단계, 결정의 실행 단계에 덧붙여진 말은 “의견 일치가 이루어졌습니다. (agreed) 그래서 다음 단계는 ---입니다.”이다. “Agreed”라고 표현한 것은 앞서 챨스가 수 차례 언급했던 용어와 동일하다. 이것은 “우리는 결정에 합의했습니다.”를 의미한다. 하지만 5단계에서 언급했듯이 결정 주체가 환자라면, “당신이 선택한 결정에 당신과 나(의사)는 합의했습니다.”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좀 더 간단히 말하면 “당신이 선택한 결정에 나(의사)는 찬성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2. 누가 결정하는가?: “공유된 결정”의 의미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three-talk” 모델과 “6단계 공유의사결정”에서 무엇을 공유하는지 그리고 누가 결정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공유해야 하는 것은 의학적 정보와 환자의 선호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두 모델에서는 챨스가 공유의사결정의 필수요소로 언급했던 “의사의 선호”에 대한 공유를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의사의 선호 공유가 공유의사결정의 필수 요소로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누가 결정하는가와 관련해서, “three-talk” 모델에서도 최종 결정은 환자가 내리는 것이었다. 의사가 찬성하거나 동의하는 것이 필수적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히 언급되어 있지 않다. “6단계 공유의사결정” 모델은 1단계와 2단계에서 “함께 결정한다”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이것이 의사와 환자가 동등한 결정 권한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고 있다. 왜냐하면 4단계와 5단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결국은 환자가 선택하고 의사가 동의하는 결정 과정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앞서 살펴본 두 모델에서 최종 결정은 환자의 몫이다.

공유의사결정을 “함께하는 의사결정”으로 번역하는 국내 논문들에서도 최종 결정은 환자가 내리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보인다. “디지털 환경에서 효과적인 ‘함께하는 의사결정’을 위한 요인”이란 논문에서 김도경, 김문정, 김혜경은 “최종 결정은 환자가 하며, 가급적 의사와 환자가 동의한 범주내에서 선택이 이루어지도록 한다”(p. 2)라고 밝히고 있다[16]. 또한 “함께하는 의사결정의 구성요소에 관한 통합적 문헌고찰”이란 논문에서 최지연은 “의사는 환자가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치료의 옵션과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p. 67)라거나 “환자는 치료 옵션의 장단점에 대하여 충분히 이해한 후 내린 결정이여야 한다”(p. 70)라고 함으로써 최종 결정은 환자가 내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해석된다[3].

환자가 최종 결정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함께 결정한다”라거나 “우리가 결정한다” 또는 “공동 결정”이란 말의 의미는 “의사결정을 공유”한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의사결정의 공유”란 어떻게 결정하는가에 대한 답변을 제시하는데, 그것은 환자의 결정에 대한 의사의 찬성이 핵심이다.

“Three-talk” 모델은 환자의 결정에 대한 의사의 찬성이나 동의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고 있어 “결정의 공유”란 개념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지 않다. 하지만 “6단계 공유의사결정” 모델의 경우, 5단계의 명칭인 “공유된 결정 내리기”(make shared decision)란 표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결정의 공유’란 개념이 남아 있다. 6단계에 덧붙인 말인 “의견일치가 이루어졌습니다.”라는 표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합의, 의견 일치, 상호 수용이란 챨스의 개념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결정의 공유”라는 개념은 챨스가 비판했던 의사소통 모델로서의 충분한 정보 제공 모델과 공유의사결정의 차별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충분한 정보 제공 모델은 의사의 찬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충분한 정보 제공 모델에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는 것은 의사의 임무이고,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환자의 임무이다. 또한 “6단계 공유의사결정” 모델이나 “three-talk” 모델이 보여주듯이, 공유의사결정은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의사와 환자 사이에 선택지의 장단점에 대한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환자의 참여를 촉구하는 의사소통, 환자의 선호와 요구를 탐색하는 의사소통 등 다양한 의사소통 과정이 포함되므로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와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

Ⅳ.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와의 차이점과 선택지 구성의 의미

하나의 통일된 공유의사결정 개념이 존재하지 않아, 여러 모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유의사결정을 의료 현장에서 시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는 공유의 내용과 결정 방식과 관련해서는 어떤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1.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의 한계

결정 방식에 대해 모호함이나 모델 사이에 다소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유의사결정을 의료현장에서 시행하는 이유는 공유의사결정이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가 지닌 부족함을 채워주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는 사실 의사결정 과정을 보여주는 개념이 아니다. ‘의사결정 과정’이란 의사소통을 포함한 일련의 결정 과정을 의미하지만,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란 결정이 갖추어야 하는 특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는 의사가 특정 안을 마련하면 환자가 그 안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듣고 이해한 후 승인해야 한다는 것을 말할 뿐이다. 만약 이 충분한 정보라는 것이 단 하나의 안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이런저런 안에 대한 장단점도 포함해야 하고, 환자의 선호나 가치관 등도 포함되어야 한다면, 이 개념은 이미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개념으로 이행한 것이다. 간단히 말해, 복수의 선택지에 대한 정보 제공은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의 필수요건이 아니며, 개별적인 환자의 선호에 대한 고려는 아예 포함대상이 아니다.

또한 공유의사결정은 의사결정의 한 모델이기 때문에 결정에 관여된 사람들이 합의된 결정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며, 이 과정의 결과물은 어떤 합의된 결정이다. 비록 결정을 연기하더라도 결정을 연기한다는 것에 대한 합의가 결과물이다. 반면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라는 개념은 동의의 필수요건에 대한 개념이다. 따라서 동의가 제대로 발생했는지 평가하게 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임상시험에서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라는 개념은 연구대상자가 되거나 되지 않는 것이란 결과물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 결정이 이루어지기 위한 전제조건이 무엇인지 밝히는 것이 그 핵심이다. 그러므로 연구자인 의사가 충분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지가 이 개념을 충족하는지 평가하는 핵심이며, 연구자인 의사의 제안에 대해 협의하거나 조정하는 것은 고려할 수 없다. 의료 서비스의 맥락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의사가 제시한 안에 대해 환자에게 치료의 내용과 부작용 등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는지가 핵심이다. 환자가 동의하면 그 안대로 치료를 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환자는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이다. 다만, 의료 서비스에서는 환자가 의사의 제안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의사가 그 환자를 계속 진료하고자 하고 환자 역시 그 의사로부터 계속 의료 서비스를 받기 원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의사는 다른 안을 준비하여 다시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를 얻어 내려 한다. 최종적인 승인을 얻어 내기까지 이런 제안과 동의 여부의 결정이란 과정이 반복된다면,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의사와 환자 사이에 여러 치료 대안에 대한 논의와 환자의 선호 등이 고려되는 의사소통을 진행하며 최종적으로 합의된 결정에 나아가고자 한다면, 이 과정은 이미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라는 개념을 넘어서서 이미 쌍방향적인 의사소통과 상호 논의와 협의라는 과정이 포함된 의사결정 과정이란 개념에 따라 해결책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에 대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자 하는 환자라면 단순히 의사가 제시한 단일안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고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 자신은 이런저런 것을 원한다고 하거나 이런저런 치료 방법은 없느냐고 질문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치료법을 모색하기 위해 질문하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것이다. 의사는 이런 대화를 통해 환자의 가치나 요구에 부합한다고 예상되는 치료안을 준비해 그 장단점을 설명할 것이고 충분한 정보를 획득한 환자는 그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할 것이며, 의사가 이 선택에 동의한다면 의사와 환자 사이에는 치료 결정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의 최종 결과물인 결정은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이지만, 이 결과물에 도달하기 위해 거쳐온 과정은 정보를 공유하는 의사소통 과정과 공유한 정보를 숙고하는 과정을 포함한 의사결정 과정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상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는 환자의 선호를 탐색하는 과정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그래서 통상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에서 ‘충분한 정보’란 제시되는 의료적 선택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의미한다. ‘Informed’라는 것은 “동의권자에게 충분한 내용을 알려주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라는 개념 그 자체에는 환자의 선호에 대한 정보를 의사가 획득해야 한다는 개념이 필수적으로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의사결정 과정으로서의 공유의사결정은 최소한 의사로부터의 의학적 정보와 환자로부터의 선호에 대한 정보가 교류되는 과정을 반드시 포함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공유의사결정은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와 동일한 것이 아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를 강조할 때, 아무런 도움 없이 정보의 비대칭성을 지닌 환자에게 스스로 선택하라는 강요가 주어진 것이라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었던 것이다. 다른 대안의 제시나 비교는 이 개념 안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고, 환자의 선호를 반영해야 한다는 개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라는 개념에만 호소하는 경우, 우리는 의사결정의 과정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래서 환자는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 개념에만 호소할 경우, 동의할지 말지 환자는 외로운 선택을 해야 하는 것으로 묘사될 수 있다.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나 공유의사결정 모두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환자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이해한 후, 자신에게 최선인 선택을 하게 하려는 개념이지만, 각각의 개념이 담아내고자 하는 것이 미세하게는 서로 다른 맥락에 있다.

2. 무엇을 공유하고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가?
1) 무엇을 공유하는가?: 의사의 선호 공유를 배제하는 이유

앞선 논의에서 이미 확인할 수 있듯이, 무엇을 공유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사로부터 제공되는 의학적 정보, 환자로부터 제공되는 선호와 가치 등이 공유되어야 함은 분명하다. 의학적 정보에는 환자의 건강상태에 대한 정보, 검사결과에 대한 정보, 가능한 치료와 치료 진행에 대한 정보, 각각의 치료에 따른 장단점에 대한 정보가 포함될 것이고, 장단점에 대한 설명에는 치료 후 예상되는 경과 등에 대한 정보도 포함될 것이다. 환자는 종종 분명하게 자신의 선호가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환자가 자신의 선호를 분명히 자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할 수 있다. 그래서 앞선 모델들에서 선호를 “끌어낸다”는 표현이 등장하였다.

쟁점은 챨스의 견해처럼 의사의 선호에 대한 정보도 필수적으로 공유되어야 하는가이다. 필자는 앞선 논의에서 의사의 인테그러티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비취의 공유 개념을 고려할 때, 챨스가 의사의 선호 역시 공유의 대상으로 삼은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의사의 인테그러티가 유지되는 결정이 내려지려면, 의사 역시 자신의 선호를 알리고, 심지어는 치료에 대한 권고까지 공유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환자가 의사의 선호를 알고자 하고, 이것을 논의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 만큼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극복할 능력이 갖춰져서 상호 간에 의견 교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서로의 의견이 비판적으로 검토될 수 있는 경우가 논리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의학에 비전문가인 환자가 의사의 선호를 공유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다. 환자는 의사의 선호를 따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쉽기 때문이다.

임상시험에서 언급되는 “치료적 오해”(therapeutic misconception)는 연구와 치료는 다른 것인데, 의사가 연구 참여를 권하는 경우, 치료에 도움이 되니까 자신에게 권했을 것이라고 오해하는 것을 말한다[17]. 유사한 오해가 의사의 치료에 대한 선호 공유에도 발생할 수 있다. 의사의 선호 역시 기본적으로는 선호이기에 기호나 느낌을 포함할 수 있다. 그래서 선호는 근본적으로는 주관적이다. 하지만 환자는 의사의 선호에는 객관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따라서 자신보다 이 문제에 경험이 많은 의사가 권하는 것은 자신에게 객관적으로 더 좋은 것을 권하는 것이라고 무비판적으로 의사의 선호를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어떤 환자는 의사와 대립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에 의사가 원하는 대로 해 주는 것이 결과적으로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환자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환자가 합리적인 숙고를 거쳐 선택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의사의 선호에 대한 공유는 챨스가 주장하는 것처럼 매우 이상적인 담론에서는 고려해 볼 만한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필자는 의사의 선호가 공유되어야만 공유의사결정이라는 챨스의 견해에 반대한다. 의사의 선호가 공유되어야 하는 취지가 다른 방식으로 달성될 수 있다면, 굳이 우려의 여지가 있는 의사의 선호에 대한 공유를 공유의사결정의 필수 요소라고까지 주장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2) 의사의 선호 공유에 대한 대안: 의사의 인테그러티에 부합하는 선택지 구성

그렇다면 의사의 선호가 공유되지 않으면서도 의사의 인테그러티가 유지되는 결정이 내려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필자는 의사가 구성하는 선택지에 그 해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공유의사결정 과정에서는 반드시 선택지의 장단점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의사는 이 선택지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가?

첫째, 의사는 환자에게 제시하는 선택지를 구성할 때 자신의 인테그러티에 부합하지 않는 선택지를 포함시키지 않아야 한다. 어느 누구도 의사가 의사로서의 인테그러티를 파괴해 가며 환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요할 수 없다. 이것이 비취가 언급했던 계약 모델의 핵심이다. 따라서 의사는 자신이 기꺼이 이행할 수 있는 치료를 선택지로 제시해야 한다. 자신의 인테그러티에 부합하지 않아 자신이 수용할 수 없는 치료법이 존재한다면, 의사는 그것이 무엇인지 밝히고, 선택지에서 제외시킨 이유를 설명해 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의사가 선택지에서 제외시킨 치료법을 환자가 원하는 경우, 환자는 담당의사의 변경이나 전원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는 자신의 인테그러티에 부합하는 선택지를 구성하여 제시함으로써 환자가 선택지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하든 의사의 인테그러티가 침해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의사는 자신의 인테그러티에 부합하는 치료법으로 선택지의 풀을 구성했지만, 여러 선택지 가운데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선택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한다는 것은 충분한 정보가 제공된 후 환자의 신중한 숙고를 거쳐 환자의 선호에 따라 내려진 결정이라면, 의사의 관점에서는 그 결정이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선택이 아닐지라도, 환자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의사에게는 비록 최선의 선택은 아니지만 자신의 인테그러티가 침해되는 선택은 아니라는 점이다.

둘째, 의사는 자신이 제시하는 선택지 각각에 대해 객관적인 증거에 기초하여 장단점을 설명할 수 있다. 이 장단점에 대한 소개는 객관적인 증거에 근거하여 논의되는 대화이다. 의사는 이 대화에서 치료에 대한 자신의 의견이 객관적인 근거와 함께 어느 정도 환자에게 전달될 수 있다. 여기서 의견은 선호와 구별되어야 한다. 의견은 객관적인 논거와 함께 제시되는 것이라면, 선호는 객관적인 근거 없이도 제시될 수 있는 기호나 느낌이다. 따라서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고 논의하는 선택지의 장단점에 대한 대화를 넘어서서 의사의 선호를 공유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장단점 설명을 통해 전달될 수 없는 의사의 선호는 의사의 주관적인 판단에 불과하다. 환자가 의사의 주관적 판단, 즉 선호조차도 듣고 참고하고자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의사의 선호가 공유된다는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득보다는 해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

3)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가?: 공유의사결정에 포함된 두 가지 결정

이제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지의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결정을 공유한다”는 것은 누가 결정을 내리는지에 대한 명확한 진술을 피하는 표현이다. 그래서 이론적으로는 의사가 결정을 내리고 환자가 동의하는 형태가 가능할 것이고, 환자가 결정하고 의사가 동의하는 형태도 가능할 것이다. 이 두 형태 모두 비취가 직접적으로 표현한 “결정의 공유”에 해당하고, 챨스가 언급한, 합의, 의견 일치, 상호 수용에 해당한다.

하지만 6단계 공유의사결정에서는 환자가 결정하고 의사가 동의하는 형식을 취했다. 그런데“결정을 공유한다”고 할 때 우리는 공유의 대상이 되는 결정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선택지에 대한 결정만을 결정이라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Three-talk” 모델이든 “6단계 공유의사결정” 모델에서든 대부분의 공유의사결정에 포함된, 선택지의 장단점에 대한 의사소통이 있기 전에 선택지 풀을 어떻게 구성할지 결정하는 단계가 있다는 것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환자가 선택지 중 하나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기에 앞서 반드시 의사는 선택지의 풀을 어떻게 구성할지 결정해야 한다. 통상 전자는 환자의 결정이고, 후자는 의사의 결정이다. 전자의 결정에서는 의사가 환자의 선택을 이행하겠다고 동의함으로써 환자의 결정을 공유하는 것이고, 후자의 결정에서는 환자가 선택지에 대한 장단점을 고려함으로써 의사의 선택지 풀 구성에 대한 결정에 동의하는 것이다.

물론 선택지의 풀을 구성하는 것은 의사소통 과정을 거치면서 조정될 수 있다. 환자의 선호를 반영하여 일차적으로 제시된 선택지를 변형한 선택지가 등장하거나 처음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선택지가 추가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선택지로 논의된다는 것은 환자가 그 선택지를 이행하기로 결정하면 의사는 그것을 이행하겠다고 결정했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결정의 공유는 이처럼 선택지에 대한 환자의 최종 결정과 선택지 풀의 구성에 대한 의사의 결정이란 두 가지 결정을 공유한다는 것이며, 여기서 ‘결정의 공유’란 상대편의 결정에 찬성한다는 것, 그래서 ‘합의에 도달했다’ 또는 ‘상호 수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4)

이렇게 결정의 내용이 세밀하게는 두 가지로 나뉜다는 것을 고려해 보면, 이 모든 결정을 의사에게 위임하겠다는 환자의 결정은 자기결정권을 소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선택지에 대한 의사의 선택에 대해 동의할지 말지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공유의사결정의 개념에 이런 소극적인 자기결정권의 행사를 배제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치료를 위한 선택지가 많아지고, 치료에 대한 결정에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환자들이 많아지는 추세를 고려한다면, 이런 소극적 방식을 공유의사결정의 기본값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4) 선택지 풀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가?: 등가상태와 의사의 심리적 불편감

선택지 풀을 구성할 때 의사는 자신의 인테그러티에 부합하는 치료로서 자신이 이행할 의사가 있는 치료가 선택지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행할 의사가 있기만 하다면 모든 선택지가 선택지의 풀 안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일까? 의사가 이행하겠다고 결정할 때 의사는 어떤 생각에서 결정하는 것일까? 통상 의사는 환자를 위한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따라서 의사는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는 치료를 포함시키고자 할 것이다. 비교 대상이 되는 치료법이 의학적 관점에서 그 효과에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면 그것을 선택지의 풀에 포함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의사는 환자를 위한 최선의 치료라는 가치에 부합하는 치료를 선택지의 풀에 포함시킬 것이다. 각각의 치료법이 지닌 장단점은 객관적으로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겠지만, 환자의 선호나 환자의 상황에 따라 달리 평가될 수 있다면 이런 치료법들도 선택지의 풀 안에 포함될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선택지를 구성하는 치료법들이 어느 정도는 객관적으로 나름의 장단점이 있어 의사가 선택하기에도 다소 어려움이 있는 것들이어야 할 것이다. 효과뿐만 아니라 비용을 포함하여 각 선택지의 장단점을 비교할 때, 선택지들이 등가상태[18]5)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의사는 환자가 어떤 선택을 하든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선택지들이 등가상태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의사의 주관적인 선호는 줄어들 것이고, 환자가 잘 숙고하여 결정하는 것이 의사의 어려움도 해결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등가상태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의사는 환자의 선택이 자신의 선택과 일치하지 않을 경우 심리적인 잔여, 즉 뭔가 흡족하지 못한 느낌이 발생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의사는 일반적으로 최선의 이익이 초래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치료법과 일반적으로는 최선의 이익이 아닐 수도 있지만 해당 환자에게는 의학적인 가치를 넘어서서 총체적인 환자의 가치관 등을 고려할 때 환자에는 적합한 선택이라 여겨지는 치료법이 있을 수 있다. 환자가 후자를 선택했을 때, 의사는 다른 선택이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환자의 숙고된 선택 이후에도 의사가 다른 선택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한다면 의사는 환자의 가치관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환자의 가치관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판단할 때 다른 선택이 더 낫다고 판단하는 것일 수 있다. 또는 최악의 경우로서, 자신이 이행하겠다고 하지 않았어야 할 치료를 선택지 풀 안에 잘못 포함시킨 것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의사는 선택지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현실에서는 선택지들이 엄밀하게 등가상태에 있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최대한 등가상태에 있는 선택지들이 구성될 때 의사는 환자가 선택지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하든 심리적인 불편감이 최소화될 것이다.

등가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선택지의 구성, 즉 어느 하나의 선택지가 압도적으로 환자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되는 경우, 공유의사결정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별다른 효율성을 발휘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의사나 환자 모두 그 치료의 선택지에 대한 장단점을 금방 비교하여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 대한 예외가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은 여호와의 증인이 수혈을 거부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따라서 수혈이 필요하다는 의학적 설명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수혈을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제 수혈을 포함한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반드시 공유의사결정을 거쳐야 할 만큼 중요하고 복잡한 의사결정의 문제가 된 것이다.

선택지는 복수로 구성되어야 하는가? 공유의사결정을 설명할 때 등장하는 선택지는 통상 둘 이상의 선택지를 암시한다. 그렇다면 복수의 선택지가 없는 경우에는 공유의사결정이 적용될 수 없는가? 필자는 복수의 선택지가 없더라도 하나의 치료법을 유보할지 중단할지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경우, 이것 역시 공유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 여긴다. 왜냐하면 치료를 할지 말지 역시 복수의 선택이며, 치료를 중단할지 말지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의 말기에 고민하는 연명의료의 유보나 중단에 대한 결정은 당연히 공유의사결정의 적용 대상이다.

5) 공유의사결정은 모든 치료에 적용되어야 하는가?

하나의 치료에 대해서도 치료를 할지 말지가 복수의 선택지로 이해된다면, 모든 치료는 공유의사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논리적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논리적으로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모든 치료에 공유의사결정을 적용하려는 것은 지나치게 이상적이라고 본다. 공유의사결정을 굳이 모든 치료 과정에 적용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에서의 의사결정이 모든 상황에서 진지하게 숙고해야 할 만큼 선택의 갈등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 정도만 획득하면 되는 결정도 존재한다. 의사가 복수의 선택지를 구성할 만한 상황도 아니고, 하나의 선택지라도 그 선택지를 수용할지 말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공유의사결정을 기본값으로 하여 의사결정을 진행할 필요는 없다. 이미 의사와 환자가 공유하는 치료의 목표가 명확하고, 특정 치료법의 선택이 너무나도 명확한 경우, 굳이 공유의사결정을 거쳐야 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감기의 경우 공유의사결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과도하다. 응급 상황과 같이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가 너무나도 명백한 경우, 공유의사결정을 적용하기보다는 신속하게 필요한 치료를 결정하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공유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은 비취가 언급했듯이 “계약적 관계에서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할 때”이거나 복수의 선택지 사이에서 선택의 갈등이 존재하거나 단일 선택지라도 이행할지 말지 선택하는 데 갈등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필자의 이와 같은 입장은 향후 공유의사결정을 제도적으로 도입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다. 공유의사결정이 적용되어야 하는 의료의 성격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우선 이미 현장에서 의사나 환자가 복수의 선택지 가운데 어떤 치료를 해야 할지 선택의 어려움이 발생하는 상황이라면 이 분야의 치료부터 공유의사결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과 같이 의사가 환자에게 투여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상담 수가 또한 제도적으로 마련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공유의사결정은 현실적으로 그 필요성이 인정되고, 효율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진료 영역부터 도입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Ⅴ. 결론

필자는 이상의 논의를 통해, 비취가 처음 제안했던 “의사결정의 공유”라는 개념이 챨스를 거쳐 최근 “three-talk” 모델이나 “6단계 공유의사결정” 모델에 이르기까지 어떤 부분이 공유의사결정의 핵심으로 유지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아울러 무엇을 공유하고,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지 살펴봄으로써 “결정을 공유한다”의 실제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자 하였다.

공유의사결정에 포함된 의사소통, 이해, 결정이란 사실 생각처럼 단순한 일이 아니다. 의사소통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지만, 항상 효율적으로 간명하게 효과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의사소통은 신뢰가 쌓여야 하며[19]6), 정보가 비대칭적일수록 더 많은 시간이 요구될 것이다. 의사소통이 잘 진행된다 하더라도 무엇을 “이해한다”는 것은 인식론적으로 상당히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무엇을 이해한다는 것이 정확할 수 있을까? 우리는 제대로 이해하는가? 시간이 지난 후에 “아하, 그게 사실은 이런 의미로 말했던 것이었어.”라는 생각이 든다면 의사소통이 정확하지 못했던 것임을 알 수 있고, 이해했다고 생각했지만 미리 경험할 수 없는 것이어서 당시 그걸 그 정도로까지 심각한 것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 불편함이라 것이 이런 것이었어?”라고 말한다면, 이해는 했다고 했었지만 정확하게 이해한 것은 아닐 수 있다.

결정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의 선택은 많은 경우 제한된 것들 속에서 발생한다. 만족스러운 선택지가 없어서 선택이 어려울 수도 있다. 숙고할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고, 장단점에 대해 이해했다지만 해당 부작용이나 해가 발생할 개연성은 0%나 100%가 아닌 그 사이의 수치로 전달되며 언제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동반된다. 불확실성 속에서의 선택은 항상 선택의 갈등과 어려움을 동반한다. 게다가 재정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면 결정은 더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결정이 아니라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일 수 있다. 이런저런 가치 갈등의 상황 속에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그래서 불안함 속에서 결단해야 하는 것일 수 있다. 결정은 합리적인 추론에 바탕을 두어야 하지만 우리의 추론이 항상 정확하고 합리적이지만은 않다. 설사 합리적이었다 하더라도 예상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을 때, 우리는 정보에 대한 평가가 다소 왜곡되었다거나, 결정 당시 어떤 생각이나 자료에 부여했던 비중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그때의 결정에 대해 후회할 수 있다. 이것이 어쩌면 의료 영역만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서 흔히 접하는 결정일 것이다.

필자는 공유의사결정이 이런 후회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장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공유의사결정’이란 개념이 현실에서 제대로 실현되어 운영되기 위해서는 이 과정이 잘 진행되도록 지원하는 도구들, 환자나 의사를 위한 교육 도구가 필요할 것이고, 구체적인 질환별로 질병과 치료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는 도구도 중요할 것이다. 또한 의사결정 과정이 제대로 운영되었는지 평가하는 도구도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임상윤리상담과 같은 의료상담 시스템의 유무 또한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의사소통, 이해, 결정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나 의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제3의 전문가 집단이 해당 기관에 존재하고, 이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구가 있다는 것은 공유의사결정의 제도적 도입 이전에 신중하게 검토해 보아야 할 전제조건이라 생각된다. 이런 점에서 이은영이 상담에 대한 부가적 방법으로 개발된 환자의사결정도구를 소개하고[20], 아울러 의사결정 코칭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21].

환자의 내부에서 발생하는 가치 갈등이나 의학적 정보의 이해를 도와줄 제3의 전문가들은 환자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의사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흔히 환자는 자신의 선호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전제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환자의 선호가 고정적이지 않을 때, 선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상담해 줄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 의사와 환자가 의사소통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이를 도와줄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공유의사결정을 제도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나라들은 이미 의사와 환자의 진료 시간이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더 양호한 나라들이며, 임상윤리상담 제도를 이미 운영하고 있는 나라들이라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Conflict of interests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Acknowledgements

Not applicable.

Funding information

This research was supported by a grant of the Korea Health Technology R&D Project through the Paient-Doctor Shared Desicion Makeing Research center (PDSDM), funded by the Ministry of Health & Welfare, Korea (grant number: RS-2023-KH142275).

Data availability

Upon reasonable request, the datasets of this study can be available from the corresponding author.

Author contributions

The article is prepared by a single author.

Ethics approval

Not applicable.

Notes

두 명 이상이 참여하는 공유의사결정에서는 의사결정 과정이 더 복잡하고 역동적일 것이라 예상된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서는 별도의 추가 연구를 바탕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이 글에서는 논의하지 않을 것이다.

공유의사결정 과정을 거쳤지만, 어떤 결정이 내려지지 않을 수도 있고, 의견불일치가 나올 수도 있다고 챨스는 언급한다(p. 688).

앞선 봄호프-루딩크와 게르트너 등이 공동저자로 게재한 논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40여 개의 다양한 모델이 공유의사결정으로 언급되고 있다. 이 모든 모델들에서 필자가 이 논문에서 궁금해하는 질문에 대해 어떻게 답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이 논문의 목적이 아니다. 다만 마콜과 클레이만의 논문과 봄호프-루딩크와 게르트너 등의 논문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된 엘윈의 모델과 최근 독일과 노르웨이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6단계 공유의사결정” 모델을 살펴봄으로써 필자가 제기한 질문에 답하고자 하였다. 미국의 SHARE 접근법은 5단계 과정을 제시하는데, 각 단계가 의사가 해야 하는 행동을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고, 결정과 관련해서도 “환자와 함께 결정한다”라고만 표현되어 있어 누가 최종 결정자인지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아 분석에서 제외했다(SHARE에 대해서는 https://www.ahrq.gov/health-literacy/professional-training/shared-decision/tools/factsheet.html[accessed 2024 Sep. 17]에서 확인 가능). 따라서 여기서의 분석은 모든 공유의사결정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라기보다 언급된 두 모델을 바탕으로 한 필자의 평가이다.

여기서 필자는 결정의 공유가 사실은 두 가지 결정 모두에 대한 공유를 의미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지, 공유의사결정은 이 두 가지 결정만이 핵심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공유의사결정은 이 두 가지 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 다양한 성격의 의사소통과 환자의 결정을 도와주는 지원 도구의 활용 등 다양한 요소들이 개입되는 의사결정 과정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등가상태가 이론적 등가상태(theoretical equipoise) 즉 주관적인 등가상태가 아니라 임상적 등가상태(clinical equipoise) 즉 임상공동체가 판단하는 등가상태여야 한다.

김지경은 공유의사결정이 단지 의사와 환자 사이에 정보와 환자의 선호가 공유되는 것만이 아니라 이들 사이의 관계에 더 초점을 맞춰, 문제 파악과 해결책 제시 방식 등까지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전자를 협의의 공유의사결정으로, 후자를 광의의 공유의사결정으로 구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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