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Journal of Medical Ethics
The Korean Society for Medical Ethics
‘우리 사회의 의사조력자살 법제화’에 대한 논평

‘조력존엄사법’, 아직은 그때가 아니다

김문정1,*https://orcid.org/0000-0003-0291-4087
MoonJeong KIM1,*https://orcid.org/0000-0003-0291-4087
1동아대학교, 철학생명의료윤리학과, 부교수.
1Associate Professor, Department of Philosophy and Biomedical Ethics, College of Humanities, Dong-A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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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eived: Dec 09, 2022; Revised: Dec 09, 2022; Accepted: Dec 28, 2022

Published Online: Dec 31, 2022

ABSTRACT

With the recent proposal in the Korean National Assembly of the so-called “Aided Dignity Death Act,” which allows certain patients to end their lives with the help of medical professionals, public debates are underway in South Korea concerning appropriate end-of-life medical care and what it means to die with dignity. This article argues that preemptive concerns about the death of assistance dignity should be prioritized. As a result of this, continuous discussion and interest in assisted suicide, that is, assisted suicide, are naturally necessary.

Keywords: 조력존엄사; 의사조력자살; 연명의료결정; 자기 결정권; 웰다잉
Keywords: assisted dignity; assisted suicide; life-sustaining treatment; self-determination; well-dyingy

한국인은 오래 살지만, 건강하게 살지는 못 한다. 한마디로 병든 채 오래 산다는 의미이다. 2022년 12월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1], 2021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83.6년으로 OECD 평균보다 남자는 2.7년, 여자는 3.4 년 더 높은 수치다. 그런데 그러한 긴 기대수명 중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보내는 기간은 남자는 65.7 년, 여성은 67.5년이다. 결론적으로 남자는 15년을, 여성은 19.4년을 유병 기간으로 보내다가 사망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해마다 늘어나는 평균 기대 수명과 노인인구의 급속한 증가 속에 자연스럽게 웰빙(Well-being)을 넘어 웰다잉(Well-dying)으로 관심이 확대되고 있고, 더 구체적으로는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닥뜨리기 이전에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지난 6월 이른바 ‘조력존엄사법안(so called ‘Aided Dignity Death Act’)’이 발의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의사조력자살(physician-assisted suicide)’ 허용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이에 고윤석(이하 필자)의 논문 ‘우리 사회의 의사조력자살 법제화’는 우리 사회의 의사조력자살 법제화에 대한 쟁점 및 과제를 여섯 가지 관점에서 논의하고 있다. 논평자는 그의 입장에 주목하면서 이를 비판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관점 1

의사조력자살 논의에서 핵심적인 쟁점은 의사표시가 가능한 환자의 죽음 선택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환자의 자율성 논의로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삶과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 권이 보장되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때 환자의 선택권 또는 자율성은 내적·외적 통제적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적이며, 충분한 이해 능력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자율성의 능력이라는 것이 온전한 상태에서부터 완전히 부재한 상태까지 다양한 층위에서 논의되어야 할 문제로서, 무엇보다도 환자의 자율성이 잘 발휘되기 위해서 의사결정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여러 가지 복잡하게 연관된 요인들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가령 연명의료를 위한 비용과 이로 인한 가족의 부담 등으로 인해 환자의 자율성이 온전히 발휘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경제적 부담은 환자가 자율성을 실현하는 데 장애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러한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압박으로도 작동할 위험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제도적 토대가 우리 사회에 충분히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관점 2

조력존엄사법안이 기존의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에 포함되어 ‘일부개정법률안’ 형태로 발의되면서 원래의 법안의 입법취지와 충 돌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1) 오랜 시간 동안 사회적 협의의 과정을 거쳐 이끌어낸 합의의 결과인 연명의료결정법은 “회생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 상이 악화되어 사망이 임박한 상태라고 담당의사와 해당분야 전문의 1명으로부터 임종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은 환자의 뜻에 따른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것이다. 즉 임종기 환자에 한해 연명의료중단을 대상으로 하며 치료 효과 없이 그저 임종 기간만을 연장하는 행위를 중단함으로써 그 행위의 의도가 환자의 생명 단축에 있지 않다. 반면에 ‘조력존엄사’는 “암 등의 질병에 걸린 후 적극적 치료에도 근원적인 회복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되어 담당의사와 전문의 1인으로부터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단을 받은 환자” 본인이 의사의 조력을 받아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종결하는 것이다[2]. 연명의료결정법과 조력존엄사법은 여러모로 상이한 특성을 가진다.

게다가 입법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나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 절차도 없이 입법취지가 상이한 두 법률안을 추가하는 방식은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 이는 법의 일관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이를 시행하는 의료현장에서 큰 혼선을 초래하게 될 수 있다. ‘조력존엄사’는 독립된 법안으로 발의되어 검토될 필요가 있다.

관점 3

의사조력자살은 질병 회복 및 고통 완화라는 의료의 본질적 가치와 이러한 본질적 가치를 실현하는 의료인의 역할에 배치된다는 것이다. 물론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의 권리 주체로서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일 역시 의료인의 중요한 역할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또 다른 중요한 원칙, 가령 선행의 원칙과 충돌 시, 균형감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하는 일 역시 의료인의 본분이다. 나아가 의사조력자살의 요청이 온전한 환자의 자율적인 판단인지의 진위 여부 확인 역시 담당의사의 몫이다. 고통 속에서 질병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환자의 자율성 실현을 위해 여러 요인의 다양한 층위가 고려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의료인의 어려움은 결코 소홀히 취급될 수 없다. 따라서 조력존엄사의 합법화가 추진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료계의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관점 4

연명의료결정법이 법의 취지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의료 현장에서 연명의료 중단 및 임종 돌봄에 대한 수련의사들의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의사조력자살의 도입은 더 많은 혼란과 어려움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죽음 전반에 대한 의료인들의 교육 수준은 충분하지 않으며, 짧은 시간 내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관점 5

따라서 우리 사회는 조력존엄사법안의 도입이 아니라 현행 제도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시정하고 이를 보완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지 4년이 조금 넘은 상황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 및 보완 조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법안이 아니라 기존에 시행 중인 연명 의료결정법의 개선이다.2)

관점 6

이러한 상황들을 고려해 볼 때, 우리 사회 전반에 ‘좋은 죽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세계보건 기구가 정의하는 “환자와 가족, 보호자가 피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고, 소망을 존중받으며, 임상적·문화적·윤리적 기준에 부 합하는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환자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가지 물질적, 비물질적 제약 요인들에서 벗어나 자기의 죽음 자체에 직면할 수 있도록 진정한 의미의 좋은 죽음을 논의할 수 있는 기구 역시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누구나 좋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실질적인 준비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필자의 의사조력자살 법제화에 대한 여섯 가지 관점에서 따른 논의는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판단 된다. 이는 우리 사회가 좋은 죽음을 준비해 나아가기 위한 논의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과연 조력존엄사라는 용어가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숙고할 필요가 있다. ‘존엄’이라는 용어는 이미 그 자체로 개념의 혼란을 유발한다. 존엄성이란 상황에 따라, 대상에 따라서 다르게 판단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행위를 규정하는 분명한 용어를 사용할 것을 필자는 권고하고 있다.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의사조력자살이라는 용어는 행위의 의미를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어 오해의 소지가 적다. 그러나 ‘자살’이라는 용어자체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순화된 표현이면서도 분명하게 의미 전달도 가능한 ‘의사조력 자의임종’3)이라는 용어의 추천도 의미 있어 보인다[3].

이처럼 용어를 결정하는 문제에서부터 의료현장에 적용까지 아직 우리 사회는 의사조력자살법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법안 발의를 위해서는 먼저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논의가 선행되어야 하고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서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선제적인 고민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물론 조력존엄사법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논의는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가 아니다.

Notes

필자에 따르면,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은 환자의 뜻에 따라 무익한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것으로 그 행위의 의도가 환자의 생명을 단축시키고자 하는 것이 아니어서, 환자의 자살을 유도하는 ‘조력존엄사’와는 사회 규범과 의료 조치 및 의료윤리 측면에서 매우 다르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조력존엄사’법안을 연명의료결정법에 추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독립된 법안으로 발의되고 검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애당초 연명의료결정과 관련한 절차와 조건 등에 한정된 내용이었으나 법률의 제정 과정에서 기존의 호스피스·완화의료와 관련된 내용까지 합쳐지면서, 법률의 명칭 역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에 관한 법률」이 되었다. 즉 연명의료결정법 자체도 이미 상이한 토대를 가진 연명의료중단과 호스피스·완화의료를 함께 규율하고 있는 셈이다.

필자에 따르면, 의사로부터 임종을 유도하는 약물을 처방받아 환자 스스로 복용하여 임종에 이른다면 ‘조력존엄사’라는 용어보다는 ‘의사조력 자의임종’이라는 것이 더 분명하게 의미를 드러내면서도 ‘의사조력자살’보다 한층 순화된 표현이기도 하다. 캐나다도 관련 법률을 제정하면서 ‘Canada’s Medical Assistance in Dying Law’라고 명명하였다.

Conflict of Interest

There are no potential conflicts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REFERENCES

[2].

Lee SM, Kim SJ, Choi YS, et al. Consensus guidelines for the definition of the end stage of disease and last days of life and criteria for medical judgment. Journal of the Korean Medical Association 2018:61(8):509-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