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인공지능(AI)으로 기초·임상별 전문성이 고도로 발달할수록, 의료윤리교육의 필요성은 증가한다. 태어남과 죽음의 영역에 의사 개인 가치관에 따른 의지가 더 깊이 개입할 수 있게 되었다. 미래학자 유발 하라리(Yuval Harari)는 30년 안에 건강한 뇌, 피부, 장기 시장이 활발하게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인간 생명을 대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술기의 심층적 폭이 AI로 인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생사를 주관하는 신적인 영역에 인간의 개입 요구가 커지게 되면서, 의학계 내부적으로 의료윤리교육의 중요성은 상상 이상으로 더 견고하게 될 것이다.1)
한국의학교육평가원(Korean Institute of Medical Education and Evaluation, KIMEE) ASK 2019 인증기준(Accreditation Standards of KIMEE 2019)에 따르면 수업 성과-과정 성과-시기 성과-졸업 성과로 더 강조되는 것은 의과대학 졸업생들의 역량 강화다[2]. 의사의 역량은 한 개인이 낼 수 있는 의학적 술기 능력의 최대치라는 의미를 넘어서야 한다. 의학교육이 목표로 하는 기술적 능력에 더하여 ‘어떤 목적과 가치에 훌륭한 태도로 잘 쓰이게 할 수 있는가’의 실천적 지혜의 문제로 역량을 귀결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의학교 육에서 윤리적 덕목의 체화는 필수요소가 되어야 한다.
전문가에게 있어서 지적 탁월성과 도덕적 탁월성이 한 방향성을 가지지 못할 때 일어나게 되는 사회적 문제의 파장은 비전문가 영역에서 일어나는 문제의 파급효과와 현저한 차이를 가진다. 비전문가 영역에서의 문제가 개인 간으로 한정된다면, 전문가 영역의 문제는 한계치의 범위 가늠이 불가할지도 모른다. 전문가 집단은 사회의 큰 축들을 구성하고 있기에 중요한 사회 시스템을 왜곡 시킬 수 있는 거대하고 세밀한 능력을 가진다. 집단의 자정 능력만큼 개인의 실천적 성찰 능력이 그만큼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따라서 의학계에서 전문가의 권위를 바탕으로 한 프로페셔널리즘 교육의 무게는 더 커져야 한다.
전문가의 권위는 그의 직업윤리에 대한 도덕적 책임에서 나온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문가의 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해 통념적으로 요구되는 특징은 다음과 같다[3]. ① 전문가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능력은 공공장소에서 숙고·추론·논쟁·행동 할 수 있어야 한다. ② 전문가는 직업적 행동의 결과에 대하여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유혹과 딜레마를 안고 살지만, 그 안에서 도덕적 옳음을 판별하며 본인의 입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③ 직업적 진실성은 개인적 성실의 가장 중요한 표지로 여겨진다. ④ 전문가가 아닌 경우는 특별한 상황에서 특별한 개인적 관계 속으로 쉽게 들어가게 되지만, 전문가들은 도덕적인 세계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⑤ 전문가는 자신의 역할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살아간다. ⑥ 프로페셔널리즘은 비판적인 힘과 도덕적인 힘을 동시에 필요로 한다. 직업적 도덕성과 사적 도덕성의 거리를 없애기 위해 전문가 개인의 의지가 그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⑦ 양심의 가책이 드는 개인적인 감정으로 일종의 도덕적이지 못한 직업적 행동에 대해 전문가는 단호하도록 스스로 격려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실천적 지혜는 도덕적 탁월성을 바탕으로 하는 지적 탁월성으로 완성된다. 지식, 술기라는 지적 영역에 의학교육의 중심이 쏠려있었다면, 태도라는 도덕적 영역이 교육의 무게 중심을 맞추어 줄 수 있어야 한다. 전통적으로 의학의 3요소를 지식-술기-태도로 꼽고 있지만, 태도의 주된 대상은 환자 또는 보호자로 여겨지고 있음이 사실이다. 의사의 도덕적 탁월성이 ‘의학의 숭고한 가치를 대하는 태도’에서 출발할 때, 지식, 술기라는 지적 탁월성은 실천적 지혜로 연결될 수 있다.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의학의 가치를 대하는 태도로의 의식변화는 의료 활동에서 지식, 술기를 ‘어떤 가치를 목적에 두고, 어떠한 방식으로 잘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로 숙고의 방향을 바꾸어 준다. 즉, 태도는 좁은 의미에서 의사로서 주요한 역량으로 평가되는 지식과 술기의 기반이자, 넓은 의미에서는 의사로서 삶의 양식 자체를 결정하는 핵심 영역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관점으로 지식-술기-태도에서 ‘태도’ 부분은 의학에서 프로페셔 널리즘과 윤리교육의 당위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2)
현재까지 의학교육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의료 윤리는 큰 틀에서 생명윤리(bioethics)를 주로 다루는데, 이는 크게 연구윤리(research ehtics)와 임상윤리(clinical ethics)로 나뉜다. 연구윤리는 의학적 지식의 생산과정의 정당성을 다루는 것이고, 임상윤리는 의학적 지식을 응용하는 과정, 즉 진료행위와 관련된 윤리를 말한다. 특히 임상윤리는 환자-의사의 관계적 윤리와 죽음윤리를 포함 한다. 이 글에서 프로페셔널리즘의 개념은 WMA에서 선언한 자율규제를 바탕으로 한 통념적 맥락 안에서, 의사로서 사회적 책임이라는 좁은 의미에 서부터 전문가로서의 탁월한 삶의 결과로서 좋음까지를 포함한다.3) 현재의 윤리교육 현황과 본래 윤리교육의 학문적 토대를 살펴본 후, 의학교육에서 잃어버리고 있는 지점은 어떤 것인지를 성찰해 보고자 한다. 그래서 어떤 윤리교육의 정신을 되살리면, 의과대학생들의 실제적 직업적인 부분 및 삶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고찰해 볼 것이다. 이를 위해 Ⅱ장에서는 현재 40개 의과대학의 윤리교육 현황과 대구의 한 의과대학 의료윤리 관련 교과목 들을 분석해본 후, Ⅲ장에서는 덕 윤리 교육을 통한 프로페셔널리즘 강화 방안에 대한 의료윤리교육 제언을 할 것이다.
Ⅱ. 40개 의과대학의 의료윤리 교육과정 현황 및 의료윤리 교과목 분석
국내 40개 의과대학의 홈페이지에 게시된 의료 윤리에 관련된 교과목은 주로 의료인문학 교육과 정 안에 있었다.4) 802개의 의료인문학 과목 중, 의료윤리와 관련된 과목은 총 45개로 5.6%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 의료윤리 전체 45과목 중 학 년별 분포는 ① 의예과 1학년: 4과목 약 9%, 가천의대 「생명과 윤리」, 고신의대 「생명윤리」, 전남의대 「생명윤리」, 충북의대 「인간과 윤리」, ② 의예과 2학년: 6과목 약 13%, 가톨릭관동의대 「생명윤리의 쟁점들」, 경북의대 「의사와 윤리」, 가천의대 「생명과 윤리」, 단국의대 「생명윤리」, 동국의대 「의학 역사와 윤리」, 동아의대 「생명윤리」, 인제대 「의학과 윤리」, ③ 의학과 1학년: 8과목 약 18%, 강원 의대 「의료인문학2: 의료윤리 기초」, 「의료윤리1: 의료윤리 기본원칙」, 경북의대 「의료윤리학」, 경상 의대 「환자, 의사, 사회2: 의학면담, 의료윤리, 환자면담」, 계명의대 「의료윤리(1)」, 성균관의대 「윤리와 의사1」, 순천향의대 「의료윤리」, 을지의대 「의료윤리」, ④ 의학과 2학년: 12과목 약 27%,가 톨릭관동의대 「의료 및 연구윤리」, 「환자안전과 의료윤리1」, 강원의대 「의료인문학2: 임상의료윤리, 동물의료윤리」, 건국의대 「의료윤리2: 상황별 의료윤리」, 계명의대 「의료윤리(2)」, 고신의대 「의학 윤리: 환자안전」, 대구가톨릭의대 「생명의료윤리」, 성균관의대 「윤리와 의사2」, 「윤리와 의사3」, 울산의대 「의학의 역사와 의료윤리」, 조선의대 「의사윤리」, 충남의대 「의료윤리」, ⑤ 의학과 3학년: 8과 목 약 18%, 가천의대 「임상의료윤리」, 가톨릭의 대 「의료윤리와 연구윤리」, 건국의대 「의료윤리3: 관계별 의료윤리」, 건양의대 「의료윤리」, 고려의대 「의료윤리와 프로페셔널리즘」, 고신의대 「의료 윤리학」, 단국의대 「의료윤리」, 아주의대 「임상의료윤리」, ⑥ 의학과 4학년: 7과목 약 16%, 계명의 대 「의료윤리(3)」, 고신의대 「의료윤리세미나」, 대 구가톨릭의대 「사회윤리학」, 동국의대 「의료윤리」, 동아의대 「임상윤리3」, 영남의대 「의료윤리」, 충남의대 「임상윤리3」이다.
전체 학년의 45개 주요과목 중 10과목으로 22% 정도의 분포를 가지는 의예과 주요과목의 강 의계획을 살펴보면, 주로 “생명과 윤리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이는 의학의 첫 출발선에 선 학생들에게 철학적 고민을 하게 함이라고 여겨진다. 특이점은 동국의대에서 의학 역사 안에서 윤리를 다룬다는 점이다. 이는 학생들에게 의학사 안에서 있었던 사건과 사회문화적 요소를 고려해 윤리적 고민을 하게 할 것이다. 의학과의 윤리교육 분포는 학년별로 18%, 27%, 18%, 16% 정도를 차지하는데, 임상실습을 앞둔 의학과 2학 년 학생들에게 집중적 기초 윤리교육이 시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의학과 1학년 때 이론적인 의료윤리교육을 바탕으로 해서, 2학년 때 동물의료 윤리, 연구윤리를 비롯해 환자안전, 환자와의 관계에서 필요한 임상윤리의 중요성을 중심으로 교육한다. 3학년의 과목들은 환자와의 대면에서 필요한 실제적 주제를 주로 다루고 있다. 고려의대의 경우 「의료윤리와 프로페셔널리즘」이라는 과목으로 윤리와 프로페셔널리즘을 연계시켜 교육하고 있다. 4학년 때도 의료현장에서 필요한 임상윤리를 기본교육으로 하며, 대구가톨릭의대에서는 「사회윤리학」 과목에서 의료윤리를 의사-환자에서 사회윤리로 프레임을 더 확장시키고자 함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과목은 의료 환경에 대한 정책 및 사회적 목소리가 더 커짐에 따라, 의사의 책임과 의무, 권리를 더 깊게 사유해 볼 수 있게 한다고 판단된다.
종합적으로, 의예과보다 의학과에서 윤리교육을 더 강화하고 있으며, 비교적 다른 교과목에 비해 의료윤리는 6개 학년에 고른 분포를 보인다. 이는 의학교육에서 전반적으로 윤리교육의 중요 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동시에 훌륭한 교육 구성에 대한 필요성을 함의하고 있다. 윤리교육의 교육과정 구성은 교육목적을 분명히 하고, 연구 및 임상 윤리에서 다루어야 할 주제별 교육에 대한 유기적 통합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에 더해, 의학사 안에서 의료윤리 문제의 해결 방식을 배우고, 현대사회에서 요구되는 사회적 윤리와 의료윤리의 접점에서 논쟁되는 주제에 대한 교육도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교육은 미래사회에서 학생들이 부딪힐 윤리적 딜레마 상황에서의 문제해결능력 및 연구능력의 향상에 도움을 줄 것이고, 이는 한 전문가로서 프로페셔널리즘 역량 강화에 토대가 될 것이다.
대구의 한 의과대학 의료윤리 교육과정에 대해 의학과 1, 2학년을 대상으로 한 표적집단면접조사(Focus Group Interview, 이하 FGI) 결과를 바탕으로, 윤리 교과목에 대한 실제적인 분석을 하고자 한다. 이 대학은 「의료윤리」(1), (2), (3)을 전 공필수로 각 1학점, 16차시로 구성하여, 의학과 1학년, 의학과 2학년, 의학과 4학년 세 개 학년에 걸쳐 교육하고 있다. 「의료윤리」(1), (2)에 관해 2021학년도 1학기 강의계획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의료윤리(1)」에서는 ① 의료윤리 이론과 직업 전문성, ② 갈등 야기 요인과 갈등 해결, ③ 의학 연구과정에서의 윤리적 문제, ④ 유전자 연구윤리의 문제, ⑤ 출생과 유전자 기술, ⑥ 연구부정행위의 유형, ⑦ 의사와 동료의료인 관계, ⑧ 생명윤리와 연구윤리에 대한 주제로 생명윤리, 연구윤리, 관계윤리 등의 의료윤리 이론적 기초를 다졌으며, 「의료윤리(2)」에서는 ① 환자-의사 및 동료 보건 의료인과의 관계, ② 유전자 검사 및 연구, ③ 의료분쟁, ④ 팬데믹, ⑤ 연명의료, ⑥ 생명의 탄생, ⑦ 동물실험에 관련된 주제로 관계윤리, 생명윤리, 전염병에 관한 윤리, 연구윤리, 죽음윤리 등의 실제적 의료윤리를 케이스 분석 및 토론식 수업을 더 강화해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교육을 하였다.
이에 대해 2021학년도 1학기 FGI에 참가한 11 명의 학생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의료윤리(1)」은 진료, 의사소통, 환자 지지, 프로페셔널리즘, 문제해결과 연구, 자기개발의 6가지 졸업 성과에 교과목 성과가 ‘연관’되어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① 매우 연관, ② 연관, ③ 연관 없음의 질문에 6개 영역 모두 평균 2.3의 값을 얻었다. 「의료윤리 (2)」는 「의료윤리(1)」에 비해 교과목 성과가 졸업 성과에 더 ‘크게 연관되어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프로페셔널리즘, 환자 지지, 의사소통은 평균 1.2, 자기개발은 평균 1.4로 매우 연관, 문제해결과 연구는 평균 1.6, 진료는 평균 2.0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객관식 지표의 측면에서는 「의료윤리」(1), (2) 모두 수업내용, 수업방법, 평가방법에서 학생들이 ‘매우 만족’한다고 대답하였고, 강의, 토론, 팀기반 학습(Team-based learning, 이하 TBL) 방식의 수 업방법과 토론 및 발표, 보고서 과제, 필기시험으로 평가하였다고 했다. 특히, 「의료윤리(1)」에서는 의사와 동료의료인의 관계에 대해서 평소 생각 하지 못했던 주제로 사유하게 된 점, TBL 수업으로 가치관과 행동 기준이 명확해지는 힘을 기르게 된 점, 사례 중심으로 이해하기 쉬운 강의에 더불어 조별 토론 및 피드백으로 다양한 조별 사유 공유로 흥미로운 수업이었다는 평가가 있었다. 「의료윤리(2)」에서는 「의료윤리(1)」에 비해 더 논란이 되는 의료상황과 해결방법에 대한 사유과정이 평소 의식하지 못했던 의료윤리와 관련된 부분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의견이 많았고, 수업 후 각자 주제 요약을 해보는 과정과 토론과 에세이 작성이 평가에 중점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도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또한, 케이스별로 의사로서 생각해보아야 하는 지점이 어떻게 일반인과 달라야 하는지에 대한 상황 분석 수업은 의료윤리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었다고 평가했다. 이렇게 사례기반학습을 통한 실제적 의료윤리교육이 해당 대학의 졸업 성과에 연관한 교과목 성과를 이루는 데 효과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동시에, 해당 의료 윤리교육이 보편적인 의료상황지침, 원리·원칙을 제시하는 데 그치며 토론과 발표 시간을 통한 깊은 사유와 담론의 기회는 제한되는 등의 한계점도 주관식 질문에서 조금 더 심층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학생들은 의료윤리 수업에서 최근 부각되는 이슈에 대한 상황별 윤리를 다루는 수업이나 의사로서 지켜야 하는 원칙이나 의무를 제시하는 내용을 주로 학습했다고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업방 식은 대체로 보편적 규범을 제시하는 강의 형식이 주를 이루며, 일부는 사례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학생의 의견을 과제물로 제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기도 했다. 이러한 규범윤리 기반의 수업은 이미 여러 선행 논문에서 그 한계를 지적하고 있는 방식이다[6]. 이러한 방식은 빠른 기술적 발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새로운 사회적 이슈 각각에 의과대학 학생들을 대비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으며 의사로서의 책무만 강조할 뿐 품성 측면을 함양시키기에는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한계점 등은 해당 대학의 의료윤리 교육이 사례기반학습이라는 교육방법을 사용하는 데에 의의를 둘 뿐, 해당 교육에 사용되는 사례들을 시대의 변화, 교육목표 등의 명확한 근거를 토대로 선별 및 교육 자료로 재가공하지 못했음을 성찰해 볼 수 있겠다. 실제로 급속한 생명공학이나 생의학 발달은 의료 본질에 관해 의구심을 갖게 하거나 목적을 충분히 혼돈하게 할 다양한 쟁점들을 쏟아 내고 있다[7].
이러한 시선으로, 의료윤리교육 만족도에 대한 FGI의 결과로써 아쉬운 점을 네 가지 갈래로 종 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의료윤리 수업 중 Medical professionalism에 대한 강의에 따르면, 프로페셔널이란 이론적 지식에 근거한 기능을 수행하고, 시험에 의해 자격을 부여받으며, 윤리강령에 의해 유지되는 전문직에 대한 충성을 표하고, 이타적 서비스나 달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의료인은 인권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 구조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의료의 프로정신의 기본원칙으로는 환자복지 우선 원칙, 환자의 자율성에 대한 원칙, 사회정의의 원칙 등이 있었다. 수업시간 사례 분석에서는 이러한 원칙들에 비추어 여러 가지 잘못된 사례를 제시하는데, 이는 표준적인 목표와 규범을 제시하기는 하나 실제 상황에서 환자의 자율성을 어떻게 존중해야 하는지, 어떤 것을 옳다고 판단해야 하며, 정직 등의 덕목 본질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 수 없었다.(문제 1)
의료윤리 수업에서 유전자검사, 팬데믹, 연명 의료와 동물실험에 대한 윤리적 문제와 관련 원칙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특수한 상황별 사례만을 접하는 것은 각각의 개별적 상황에서 어떤 보편적 원칙을 가지고 행동해야 하는지, 각 원칙에서도 어떤 것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또한, 수업을 듣는 입장에서 이러한 원칙들이 단지 이론적으로만 다가왔을 뿐 의사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각 상황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문제해결능력을 갖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의료윤리 과목에서 다루는 상황 분석의 대부분은 품성적 측면보다도 보편적인 의료 상황지침이나 원리·원칙의 제시에 국한되어 있다. 인간 본연에 대한 본질적인 측면이나 다양한 개별적 상황에서 판단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의 교육은 수업시간 안에서 충분히 다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문제 2)
의료분쟁, 팬데믹, 연명의료 등 중요한 이슈별 행동지침이 수업자료로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급변하는 사회문화적 상황에서, 다양한 생명의료기술은 발전하고 있는데 학교 수업의 내용은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는데 부족하다고 여겨진다. 생명공학이 의료기술 아래서 나타낼 딜레마적 상황 속에서, 관습적으로 당연하다고 여겨져 온 윤리적 판단에 대한 실천적 비판이 교육되어야 할 것이다. 실무적 원칙을 바꾸고 혁신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만한 기본적 덕목의 가치들을 의과대학 학생으로서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문제 3)
의료윤리교육이 다양한 사례를 중심으로, 토론과 발표 및 상황 분석·문제 해결을 주제로 한 과제로 이루어지는 수업방식은 만족한다. 그러나 정해진 수업시간의 한계로 토론과 발표는 충분히 깊게 다루어지지 못하고 있고, 타 과목의 엄청난 학습량으로 윤리 과제에 노력을 투입할 시간도 부족한 실정이다. 팬데믹의 위력을 겪고 있는 학생들로서 교수님들의 훌륭한 강의를 통해 의료윤리과목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현재 교육과정에서 더 깊게 사유하고, 동기들과 더 많은 담론이 오갈 수 없는 현실에 대해 아쉬움은 분명히 있다.(문제 4)
이처럼 학생들은 현재 의료윤리교육 방식에 대 체로 만족하고 있지만 ① 프로페셔널리즘 교육을 통해 가져야 할 의료인의 프로정신 기본원칙과 의료윤리 실제적 사례에서 필요한 자율성 간의 좁혀지지 않는 간극, ② 케이스별 의료윤리교육에서 인간 본연의 본질적인 감정 및 감성이 토대가 되지 못하고, 보편적인 상황 지침에 국한된 원리 및 원칙 제시가 가져오는 현실성 부족, ③ 전염병 및 의료와 관련된 인공지능 기술 발달에 따른 의학적 딜레마에 관한 교육 부족과 의료윤리에 관한 전통적 관습에 대한 비판적 실천능력 양성에 대한 교육 결핍, ④ 정해진 수업시간 한계 및 의학교육의 과도한 학습량에 따른 깊고 풍부한 사유 시간 부족에 대해 아쉬움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의료윤리 교육의 목적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는 큰 이유는 의과대학 자체의 방대한 수업량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윤리교육을 소홀히해 왔으며,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아 교육 인력과 재정적 지원이 충분하지 못함이었다[8].
이러한 문제점은 결국 현재의 의료윤리 수업과 정을 프로페셔널리즘과 깊이 연결시키지 못하였고, 사례별로 중요한 덕목과 행위지침의 본질 교육을 부족하게 만들었다. 의료윤리교육은 책임 규제의 윤리를 넘어서서, 자신의 직업과 인생에 대한 태도를 스스로 고찰할 줄 알며, 자신의 직업적 환경에 대한 관심과 책임을 바탕으로 옳은 일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9]. 결국, 학생들이 느끼는 한계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육 방법적인 문제를 넘어서, 방향성의 문제로 접근해야 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Ⅲ. 탁월성을 추구하는 의료윤리교육을 통한 프로페셔널리즘 강화
덕 윤리적 접근을 통해 현재의 의료윤리교육의 규범적 접근법을 비판하면서 사례 중심의 반복적 학습을 통한 가치체계 내면화 또는 롤 모델과 관련된 덕목 제시 등을 대안으로 제시해온 연구들이 있다[1,6,7,9,10]. 이 장에서는 선행연구의 기조를 이어가되 탁월성과 프로페셔널리즘의 개념에 더 세밀하게 접근하여, 이미 제시된 방법론에 더해 사례기반학습에서 사례를 구성하는 기준을 논하려고 한다. 이에 더해, 토론을 통한 프로페셔널 리즘의 내면화에 대한 방법을 제안하겠다.
먼저, 탁월성이란 본래 목적된 대로 그 존재 자체가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의 최고치를 말한다. 숙고할 수 있는 능력과 미덕의 실천으로 인간은 그 존재로서 본질을 다하게 되는 것이다. 탁월성은 제2의 천성이라고 하는 습관에서 비롯됨으로 아리 스토텔레스는 작더라도 유덕한 행위의 잦은 실천을 중요하게 여긴다.5)
다음으로, 의학교육에서 프로페셔널리즘의 용어는 유연하게 사용되고 있다. 공동체에서 원하는 직업윤리 및 사회적 규범에 따라 구성원들의 건강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정의할 경우, 직업윤리, 사회적 책무성, 리더십 교육을 통해 이러한 역량이 길러질 것이다. 펠레그리노(Edmund D. Pellegrino)에 따르면 직업의 본질은 사회의 기대에 맞추어 특정 활동에 전념하겠다는 사회적 공언인데, 의대를 졸업하면서 하게 되는 히포크라테 스의 선서에 그 의도가 정확히 드러난다.6) 지식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직을 넘어서 환자의 복지에 임하며, 의사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것임을 공인한다. 이것은 신뢰성에 대한 자율적이자 도덕적 책임을 지는 공언이다[14]. 의사의 전문직업성은 의사를 전문가이게 만드는 정신 또는 이데올로기를 뜻하기도 한다. 전문직은 고도로 전문화된 지식과 기술을 가짐으로써 사회에서 특별한 지위를 갖게 된다. 그러므로 배타적인 권한과 보장받는 지위에 따른 자율적 정화능력이 요구된다[15].
이제까지의 덕 윤리로 프로페셔널리즘을 기르겠다는 연구들은 주로 교육자의 입장에서 사례를 통한 품성의 내면화를 이야기해왔는데, 결국 내면화는 이론의 청취로만 이루어지지 않다는 것이 앞서 살펴본 학생들의 생각이었다. 이를 위해서 이론과 현실의 간극, 강의실과 의료 현장의 간극, 즉 여러 가치체계 간의 간극을 학생과 교수의 토론과 상호작용을 통해 좁혀보는 것이 더 실질적인 교육의 대안일 것이다.
먼저, 의료윤리교육을 위한 사례기반학습에 사용되는 사례들을 선별하는 기준을 제언한다. 현 교육과정에서 사례기반 수업들은 대부분 팬데믹, 의료분쟁 등 특수한 이슈를 중심으로 구성되었고, 이마저도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내용이 많다. 이렇게 당시에 부각되는 이슈들이 사례 선정의 기준이 된다면 앞으로 제기될 다양한 문제에 대응할 능력을 충분히 기르지 못할 것이고, 보편적 기준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제시하는 모델의 덕목 기준은 의과대학의 윤리교육에 맞춘 - 한국교육개발 원 KEDI 인성검사지 및 강예지 등(2020)의 내용을 참조·수정·보완한 - 10가지의 인성덕목이다 [16,17].
이는 자기존중, 성실, 배려·소통, 책임, 예의, 자기조절·자제력, 정직·용기, 지혜, 정의, 사회적 책무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10가지 덕목은 모두 프로페셔널리즘의 구성요소라고 판단 된다.7) 이러한 덕목들로 사례를 구성하면, 의료 환경 변화에 맞춘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전통적,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변화하는 환자-의사 관계에 맞추어서는 배려·소 통, 예의 등의 덕목에 무게를 실은 사례교육을 활용할 수 있겠다. 해당 사례로는 환자-의사 및 동 료 보건의료인과의 관계, 혹은 의료분쟁 등이 있겠다. 실제로 2000년 이후, 의료 영역에서 환자의 자율성 및 자기결정권에 대한 인식의 확산으로, 환자의 권리·의무, 의사의 권리·의무, 환자와 의사 사이의 권리 관계에 커다란 변화가 이루 어지고 있다[22]. 다음으로, 각 대학의 교육목표에 맞게 의료윤리 교육과정을 최적화할 수 있겠다. 선교활동과 전 세계적 인류애 실현에 초점을 맞춘 대학이 있다면 책임, 사회적 책무성 등의 덕목의 교육에 용이한 사례를 선별하여 의료윤리교육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의료윤리에서 덕 윤리적 접근은 이미 여러 번 강조된 바 있다. 그러나 의료윤리가 덕목을 본질적으로 이해하고 내면화하는 데 필요한 사례중심수업 내용을 구성하는 것을 학습의 목표로 한다면, 학생들이 미래 상황에서 만날 다양한 상황에서 더욱 분명하게 문제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탁월성을 추구하는 교육을 살펴보면, 실제적인 교육목표가 더 드러 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탁월성을 발휘하는 활동을 행복이라고 했다. ethics의 어원은 그리스어 ethos인 습관에서 비롯 되었으며, 욕망을 추구하는 존재인 인간에게 습성의 덕은 탁월성을 나타낸다.8) 즉, 습관에서 비롯 된 활동은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 뿐만 아니라 감 정, 동기 등 내면 상태에서 올바른 방식으로 덕이 지속적인 방법으로 발휘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활동이 삶의 성격을 결정하고, 진실로 좋은 사람이고 현명한 사람은 품위 있게 참고 견딜 줄 알며, 상황 안에서 가장 가치 있는 방법을 강구해 낼 줄 아는 자라고 했다[11]. 행복을 감정이 아니라, 미 덕에 맞는 활동으로 보기에, 의료윤리는 때에 맞게 덕을 고찰하고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겸손의 덕목이 요구되고, 환자를 포함하여 객관 세계에 대한 경외심이 필요하다. 규범적 윤리 법칙에 따라 행동을 조절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인격이라는 가장 큰 가치 앞에 서서 무감각하고 무신경적인 움 직임에서 탈피해 감성적 동기를 토대로 매 순간 선택을 한다면 자신의 내면세계에 대해서 성찰할 수 있는 역량이 생긴다[24,25].
미래 의료 환경의 모든 변화와 상황별 대처방식에 대해서 모두 지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상황별 태도와 이론적 원칙 교육의 관점을 넘어서 서 탁월함에 따라 ‘의학의 가치를 대하는 원칙과 태도’ 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서 의료 활동 중 지식과 술기를 ‘어떤 가치를 우선하여, 어떠한 방식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미덕의 실천을 의료 현장에서 접목해 낼 수 있는 저력을 키워주는 것이 교육목표가 되어야 하겠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윤리학이 필요한 이유가 미덕이 무엇인지 이론적으로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탁월성을 실천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함이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황에 따라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고찰’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는 행동할 때 ‘자신의 행동이 즐거운 가, 괴로운가?’ 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행동지표로 보기에, 즐거워해야 할 일은 즐거워하고, 괴로 워해야 할 일은 괴로워할 수 있도록 실천 속에서 알게 하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고 했다[11]. 이렇게 쾌락과 고통을 잘 다루는 자가 탁월한 사람이고, 덕을 실천하는 방법으로는 특정한 마음가짐에서 행동해야 함을 제시한다. 이는 ① 우연히 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무엇을 행하는지 그 본질을 고찰할 수 있어야 하고, ② 수단이 아니라, 행위를 선택하는 목적 그 자체 때문에 행해야 하며, ③ 확고부동한 탁월성의 덕목에 따라 안정되게 굳 어진 품성 상태에서 나온 행위여야 한다고 해석된다.
심리적 감정이 아니라 인간의 탁월한 활동이 행복이라는 의견을 토대로, 사례기반학습에서 ‘자기 존중, 성실, 배려·소통, 책임, 예의, 자기조절· 자제력, 정직·용기, 지혜, 정의, 전문직업성’의 덕목에 따라 케이스별로 위의 ① 사건의 본질 이해, ② 행위 목적 인식, ③ 상황에 따른 확고한 탁 월성 고찰 및 행위방식을 사유하고 담론하는 방법의 수업은 학생들의 프로페셔널리즘을 강화하는 탁월한 수업이 될 것이라 여겨진다.
‘정의’의 덕목을 목표로 한다고 가정해보겠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정의는 옳은 일을 행하게 하고, 올바르게 행동하게 하며, 옳은 것을 원하게 하는 마음가짐으로, 마음가짐은 지식이나 능력과는 다른 것이다. 정의는 타인을 위한 좋음으로 여겨지는 유일한 미덕이며, 가장 탁월한 사람은 자신의 미덕을 자신을 넘어서 남들에게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이다[11]. 이때 정의로운 행동이란 공정한 것이며, 자발성에 근거하여 행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정의의 본질은 의료윤리교육을 통한 프로페셔널리즘의 역량 강화에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옳은 것과 올바른 것을 숙고하는 방법은 실천적 지혜를 행하는 과정인데, 이는 각 상황에서 양극단적인 것을 고찰해보고, 우리의 감정과 행동을 잘 조절해서 그 중간을 선택하는 능력이다. 즉, 위에서 제시한 10가지 덕의 탁월성을 목적에 두고, 이런 방식으로 방법론적인 수단을 잘 숙고하는 방법을 통해 프로페셔널리즘을 체화하는 것이다.
다양한 윤리적인 딜레마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신념을 가지고 공정하게 행동한 의사나 역사적으로 그렇지 못했던 선례를 제시하고, ① 사건의 본질 이해, ② 행위 목적 인식, ③ 상황에 따른 확고한 탁월성 고찰 및 행위방식을 찾아보는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같은 상황이라면 어떤 가치로, 어떤 원칙을 가지고, 어떤 수단을 찾아서 왜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지 토론을 하는 것이 수업방식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난한 외국인 노동자가 진료를 보러 왔는데 보험이 적용되지 않을 때 어떤 제도적, 법적 장치를 활용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치는 이론적인 것과 동시에, 이러한 상황에서 정의라는 덕목은 무엇이며, 어떤 수단을 통해 달성하고, 탁월성을 위해 어떤 원칙을 가지고 사고해야 하는지 토론을 통해 찾아 나갈 수 있다면, 학생들은 단순히 이론적 규범을 배우는 것을 넘어서서 의사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실천적 지혜를 체화시키는 과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때 토론은 단순한 의견 교환을 넘어서서, 탁월성에 따른 하나의 윤리적 원칙으로 수렴하는 활동이 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교육자의 역할이 중요하며, 교육자의 주관적 가치를 부여하기보다는 여러 번 논의되고 수정되어 확립된 인류애적 보편 원칙의 방향으로 학생들의 담론을 이끌어가야 한다. 이는 결국 수업의 목표가 덕목의 체화이기 때문이다. 실제적인 경험 현장에 학생들을 드러내기 힘들기 때문에, 더욱이 사례의 결과를 단순히 이론적으로 알려주기보다 사유 활동의 과정을 더 중요시해야 한다. 학생들이 사례에 대해 진지하게 숙고하며 실천적 지혜를 논하게 함으로써, 협업으로 사례에 해당하는 원칙을 세워 탁월한 행동을 스스로 제시할 수 있도록 매듭지어져야 한다. 이러한 방식을 활용한다면 현재 의료윤리 교육과정에서 부족한 품성 측면을 통한 프로페셔널리즘 교육의 빈틈을 메워 나갈 수 있을 것이다.
Ⅳ. 결론
본 연구에서는 40개 의과대학의 의료윤리 교과목의 현황과 한계에 대해 살펴보고, 학생 의견 분 석을 통해 현재 의학교육에서 의료윤리 과목이 놓치고 있는 지점을 알아보았다. 특히 사례기반학습 이 명확한 기준을 가지지 못하고 진행된다는 점과 이로 인해 학생들의 실천적 지혜 함양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에 착안하여, 한국교육개발원의 인 성덕목을 사례 선정의 기준으로 제안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토론을 통한 사례의 본질 이해, 행위 목적 인식, 상황에 따른 탁월성 고찰 및 행위방식 탐색을 수업방식으로 제시하였다.
학생들이 의사라는 직업 정체성을 확립하고 여러 상황별 대처 능력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규범의 나열이 아닌 의학적 가치 내에서 탁월성을 찾아 나가는 숙고의 과정이 필수적이다. 현재 윤리교육은 규범적인 부분에 치중되어 있고, 사례기반학습을 통해 학생들의 사유를 끌어내려고 노력 하지만, 시간적 부족과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품성 측면의 교육은 간과되고 있다.
‘의학의 숭고한 가치’에 대한 태도를 교육하고 윤리적 덕목을 체화하는 것을 의료윤리교육의 목표로 정한다면, 결국 이것은 전문직업성과 의료 전문직 정체성으로 연결될 수 있다. 학생들은 의사로서 환자를 대할 때 환자를 의료기술의 적용 대상으로 환원하지 않고, 환자와의 만남에서 의학적 가치를 실현함으로써 의료의 비인간화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탁월성을 지속해서 실천 하는 과정을 통해 의사 자신도 본연의 행복에도 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결국 의사의 직업적 탁 월함과 선의라는 결과로 환자에게 되돌아가는 선 순환 작용으로 올바른 의료행위와 의료수준 향상에 이바지할 것이다.
의료윤리교육의 목적을, 의학의 가치를 배우고 이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를 습득하며, 실천을 통해 탁월성에 도달하는 것에 두는 것은 의과대학 학생들이 직업 안에서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고 행 복을 찾는 진정한 프로페셔널리즘을 갖도록 할 것이다. 프로페셔널리즘의 교육은 훌륭한 가치를 향 유 할 수 있는 진정한 전문가를 만들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탁월성을 기준으로 한 사례기반학습에서 효과적인 토론 방식의 수업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향후 더 심도 있는 사유와 담론을 통해 윤리적 원칙과 기본을 학생 스스로 수립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방법과 평가에 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