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Journal of Medical Ethics
The Korean Society for Medical Ethics
연구논문

미국 단일 IRB 제도 검토를 통한 국내 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합리적 운영을 위한 정책 제언*

정은주1https://orcid.org/0000-0003-1882-7930, 김명희2https://orcid.org/0000-0003-1269-8728, 백수진3,*https://orcid.org/0000-0003-0361-0894
Eunjoo CHUNG1https://orcid.org/0000-0003-1882-7930, Myung-Hee KIM2https://orcid.org/0000-0003-1269-8728, Sujin BAIK3,*https://orcid.org/0000-0003-0361-0894
1(재)국가생명윤리정책원, 정책연구부, 주임연구원
2(재)국가생명윤리정책원, 원장
3(재)국가생명윤리정책원, 정책연구부, 연구부장
1Korea National Institute for Bioethics Policy, Department of Policy & Research, Researcher
2Korea National Institute for Bioethics Policy, President
3Korea National Institute for Bioethics Policy, Department of Policy & Research, Research Director
*교신저자: 백수진, (재)국가생명윤리정책원. e-mail: sujin100@nib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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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eived: May 21, 2021; Revised: May 24, 2021; Accepted: Jun 15, 2021

Published Online: Jun 30, 2021

요약

최근 개정된 미국의 45CFR46(common rule)에서 다기관이 참여하는 공동연구에 대하여 하나의 IRB, 이른바 단일 IRB(single IRB)의 이용이 의무화됨에 따라, 소위 중앙 IRB, 공동 IRB 등 다기관 연구의 합리적 심의를 위한 IRB 운영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면밀한 검토 없이, 이러한 제도적 변화를 섣불리 다기관 공동연구에 대한 효율적 심의를 위한 대안으로 이해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에, 본 글은 미국의 연구윤리심의 체계와 관련한 변화와 논의 과정을 살펴보고, 다기관 공동연구에 대한 심의의 중복 등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취해진 노력과 그 시기에 제정 내지 개정된 정책과 법제에서 단 일 IRB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또한, 국내 「의약품임상시험관리기준」과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른 연구관리 및 규정을 비교·검토하며, 다기관 공동연구에 대한 심의나 관리 방안이 각각의 규제와 제도에 따라 달리 검토되어야 함을 제안하였다. 미국과 국내 연구의 심의 및 연구관리 체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본 글은 다기관 공동연구에 대한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 제언으로서, 국내 임상시험 및 인간대상연구 등 관련 법제와 제도에 따라 부여된 연구자와 수행기관의 책임에 대한 명확한 검토와 책임분담에 대한 논의가 심의 일원화보다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 했다. 더불어, 무조건적인 심의 일원화보다는 각 수행기관 단위별 심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컨설팅 및 초기심의 지원 등 자율에 근거한 제도 보완의 검토가 필요함을 제언하였다.

ABSTRACT

In accordance with the recent revision of the Common Rule (Subpart A of the 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regulations for the protection of human subjects in research at 45 CFR 46), the use of single IRB has become mandatory for cooperative research in the U.S. Thus, interest has grown in operating alternative IRB models, including central IRBs and/or joint IRBs. However, since the single IRB mandate has risks as well as benefits, such revision should be carefully considered before adopting it. Accordingly, this study examined the institutional changes and progress of the U.S. research ethics review system, the efforts that have been made to avoid inefficiencies caused by duplicate reviews for multi-center cooperative research, and the single IRBrelated policies and regulations that have been enacted or revised thereafter. Additionally, this study compared the differences between the regulations and guidelines in the Korean Good Clinical Practice (KGCP) and those in the Bioethics and Safety Act. On the basis of this examination, it is argued that before a single IRB review model is adopted in Korea, it is necessary for all relevant parties to conduct a full review of the current responsibilities of researchers and institutions under existing laws and regulations and to determine how those responsibilities would be shared in the event of a single IRB review model.

Keywords: 기관생명윤리위원회; 단일 IRB; 다기관공동연구; 공동심사위원회(공동 IRB);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의약품임상시험관리기준
Keywords: Institutional Bioethics Committee(IRB); single IRB; cooperative research; joint IRB; Bioethics and Safety Act; Korean Good Clinical Practice(KGCP)

I. 서론

최근 미국의 45CFR46(common rule)1)이 개정 되며 다기관이 참여하는 공동연구에 대하여 하나의 IRB(Institutional Review Board), 이른바 단일 IRB(single IRB, 이하 단일 IRB)의 이용이 의무화 됨에 따라, 소위 중앙 IRB, 공동 IRB 등 다기관 연구의 합리적 심의를 위한 IRB 운영에 대한 관심 이 높다. 하지만, 여기에는 미국의 인간대상연구 (human subject research)에 대한 관리 및 감독 체계와 그 간의 경과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이를 섣불리 제약회사에 의해 수행되는 다기관 임상시험(clinical trial)에 대한 효율적 심의를 위한 대안으로 이해하는 것은 위험하다.

미국에서 인간대상연구의 윤리적 수행을 위한 감독 체계는 1974년 미 의회가 제정한 국가연구 법(National Research Act)에 따라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 대하여 설치하도록 규정된 IRB를 중심으로 관리된다.2) 보건부(HHS)가 국가나 정부가 수행·지원하는 연구의 관리와 연구대상자 보호체계 정립을 위해 마련한 연방규정 45CFR46 이 여타 연방기관들에 의해 보편적 규정으로 채택되며, 미국의 연구 관리체계는 각 기관에 독립적으로 설치·운영되도록 규정된 IRB를 중심으로 정착되었다. 이처럼 미국은 45CFR46에 따라 각 기관에 설치·운영되는 IRB에 따라 연구에 대한 기관별 책임과 관리가 일찍이 안정적으로 마련되고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연구가 다양해지고 많아짐에 따라 개별 기관의 IRB를 중심으로 한 운영 체계의 문제점과 관련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특히, 다기관 연구의 확산과 상업화, 연구 프로젝트 수의 급격한 증가를 비롯한 연구 환 경의 변화는 동일한 연구계획서를 가지고 여러 기관이 함께 수행하는 다기관 공동연구(cooperative research)의 심의·관리에 대하여 효율적인 IRB의 운영을 모색하도록 요청했다. 다기관 연구의 연구계획서를 참여 기관의 IRB에서 각각 승인함에 따 른 불필요한 심의 중복과 행정 부담, 공동연구 수행기관 중 IRB 승인을 득하지 못한 기관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어 계획한 연구대상자의 수를 달성할 수 없거나, 연구결과에 오류가 발생하고, 결국 연구의 국제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다[2].3)

미국은 이미 45CFR46 개정 이전, 다기관 공동 연구의 경우에 불필요한 심의 중복을 줄이고자, 참여기관 간 공동심의(joint review)를 수행하거나 타 기관의 IRB 심의를 수용(rely on the review of another IRB)하는 등의 방식을 가능하도록 하였고,4) 일부 연구에서는 다른 IRB의 심의결과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연방기관이나 연방에서 지원하는 컨소시엄 등에서 운영하는 중앙화 된 방식의 IRB, 이른바 중앙 IRB(Central IRB, CIRB) 이용이 이루어져 왔다.5) 하지만, 당시 이같은 IRB 운영은 문제 발생 시 책임과 관리 부담을 개별 기관에 부과하는 관리 방침에 따른 실질적 한계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제도 개선 요구로 이어지게 된다.

제도 보완과 논의를 거쳐, 미국 인간대상연구에 대한 연방규정인 커먼룰은 2018년 전면 개정되었다. 특히, 2018년 개정 중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공동연구(cooperative research) 수행에 대한 심의 효율성을 위하여, 다기관 공동연구의 심의를 한 곳의 IRB에서 관리·담당하도록 하는 ‘단 일 IRB(single IRB) 제도’를 의무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보건부(HHS)의 기관이지만 의약품이나 생물학적 제제 및 의료기기 등 제품에 대한 임상 조사를 규제하는 미국 식품의약국(이하 FDA)은 실제 45CFR46이 아닌 21CFR56을 통해 별도의 규제를 한다는 것이다.

다기관 공동연구에 대한 합리적인 관리도 중요하지만, 미국에서 어떠한 논의에 따라 규정이 변경되었는지에 대한 과정을 이해하지 않고 단편적으로 단일 IRB 제도화를 이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특히, 국내 도입 또는 적용을 고려할 때에는 해당 국가에서 관련 규정이 어떻게 변모하였고 기존의 문제들이 어떻게 보완되어 왔는지를 검토하고 분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수행된 기관생명윤리위원회(이하 기관위원회 또는 IRB) 관련 연구는 해외 국가에서 다 기관연구에 대하여 운영 중인 IRB 모델을 소개하거나[9,10,11], 단일 IRB 제도 도입과 운영 경험에 대한 설문연구[12,13] 정도가 있을 뿐이다. 더욱이 제도적 배경이나 수준에 근거한 분석이나 고찰이 충분치 않아 실질적 제도 개선의 방향을 제시하거나 모색하기에는 부족하다.

이에 본 글은 지난 20여 년간 미국의 연구윤리 심의 체계와 관련한 변화와 논의 과정 살펴보고, 다기관 공동연구에 대한 심의의 중복 등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취해진 노력과 그 시기에 제정 내지 개정된 정책과 법제에서 단일 IRB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다음으로 국내에서 다기관 연구의 심의 및 관리에 대한 논의 경과, 그리고 국내 법률에 따른 다기관 연구에 대한 기관위원회의 심의·운영 제도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를 검토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미국의 제도 변화에서 참조할 만한 사항과 국내 다기관 공동연구에 대한 심의 및 관리에 대한 제도를 분석하여 국내에서 수행되는 다기관 공동연구에 대한 합리적인 기관위원회 운영 및 효율적 관리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II. 미국 IRB 제도와 다기관 연구에 대한 논점 및 경과

1. IRB 제도 및 역할에 대한 개선 요구

미국에서는 1990년대 말부터 기관 중심의 IRB 체계가 변화된 연구 환경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오히려 연구대상자 보호에 적절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1970년대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한 명의 연구자가 정부 자금을 지원 받아 소규모 인간대상연구가 수행되었던 것과 달리, 90년대에는 연구가 빠르게 상업화되었고, 다 기관에서 수행되는 다양한 형태의 공동연구가 증가하였다[14]. 이러한 대규모, 다기관 연구의 확대는 연구를 수행하는 모든 기관에서 IRB 심의를 받도록 하는 기존 심의체계에 문제를 제기했다.

가장 먼저 기관 차원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모 색한 곳은 보건부 산하 국립암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te, 이하 NCI)로, NCI는 암 연구에 대한 연구 기획 및 관리, 운영, 지원 등에서 현 시스템 내 변화가 필요한 부분을 조사했다. 1997년 아미티지 보고서(Armitage Report)를 통해 공유된 조사 결과는 NCI 연구센터나 협력기관과의 연구 수행 시, 보다 간소화된(streamlined) IRB 심의 절차를 도입한 효율적 운영이 필요함을 권고 하였다[15]. 이어서 1998년 보건부의 법무감시국 (Office of Inspector General)은 「IRBs: A Time for Reform」 보고서를 발간하며 당시 IRB 운영 체계가 직면한 여섯 가지 문제점을 제시하고 개혁을 요구했다[14]. 보고서는 IRB가 1) 전 세계적으로 다기관이 협력하여 연구방향을 설정하고 분석하는 현재의 연구 패러다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점, 2) 연구 수, 규모, 유형이 방대해지고 있으나, 전문가가 부족하여 지나치게 많은 양을 빨리 심의한다는 점, 3) 지속심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4) IRB 독립성이 위협을 받으며, 5) 연구자와 위원에게 충분한 교육이 지원되고 있지 않고, 6) 규제기관이 IRB의 효율적 운영을 관리·감독하는 노력이 미흡한 점을 지적했다. 특히, IRB 업무가 급증하는 것에 비해 충분한 심의 시간이 확보되지 못한다는 점과 다기관 연구 등 공동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관별 IRB 체계는 비효율적이므로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2. 다기관 연구의 심의 효율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

미 연방규정은 다기관 연구의 심의 중복을 피하기 위하여 이미 “다기관 연구에 참여하는 기관은 노력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공동심의(joint review)를 이용하거나, 적절한 다른 IRB의 심의를 수용 (rely on)하거나 유사한 방식을 이용”하도록 하여 기관의 자율을 허용하는 방식을 마련해 두고 있었다. 하지만, 국가 차원의 적극적 노력은 없었으며, 당시 정부 주도의 공공기관에서 심의 일원화를 구현한 곳은 기존 아미티지 보고서의 권고에 따라 2001년 NCI가 운영한 중앙 IRB(NCI Central IRB, 이하 NCI CIRB)6)가 유일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무감시국이 제시한 IRB 개혁과 대체 모델에 대한 요구는 정부의 규제기관 차원에서 IRB 심의 일원화 정책을 적극 발굴·추진하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되었다.

인간대상연구에서 연구대상자 보호 체계를 관리하는 보건부 산하의 OHRP는 1998년 「Consideration of Local Context with Respect to Increasing Use of Single IRB Review」 가이드라인을 발간하여, 해당 기관이 아닌 외부 IRB의 심의를 수용하더라도 지역적으로 고유한 맥락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16]. 또 한, 관련 업무대상자를 대상으로 2005년 워크숍과 2006년 FDA, NIH 등의 정부기구와 함께 컨퍼런스를 개최하여 대안적 IRB 모델 제안과 그 장단점을 논의하고, 지역적 맥락에 대한 고려, 기관 간 책임, 필요한 자원 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검토 하였다[17]. 워크숍과 컨퍼런스에서는 다기관 연구의 심의 일원화와 관련한 걸림돌도 파악되었는데, 당시 OHRP가 심의를 양도한 외부 IRB에서 발생한 위반이나 미준수에 대한 법적 책임을, 외부 기관이 아닌 심의를 양도한 개별 기관에게 묻고 제재조치를 취하는 규제 관행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또한, 2004년에는 인간연구보호에 관한 보건부 장관 자문위원회(Secretary’s Advisory Committee on Human Research Protections, 이하 SACHRP)에서 연방규정(CFR)의 5개 부칙 중 하나인 subpart A(인간대상연구의 기본규정) 검토를 위한 소위원회를 발족하며, 대상자 보호에 별다르게 기여하지 않는 규제 축소와 IRB 심의 대체 모델 발 굴에 대한 숙고를 진행했다. 위원회는 보건부 장관에 보낸 서신에서 여러 기관이 협력하는 협업적 IRB 모델(collaborative IRB models)을 지지하며,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촉구했다[18]. 구체적으로, OHRP에는 심의 일원화를 위한 표준운영지침과 협정 서식을 포함한 지침을 개발할 것과 보건부 산하에서 의료와 건강 관련 정책 및 연구를 지원·감독하는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 of Health, 이하 NIH)에는 NIH가 지원하는 다기관 연구에서 하나의 IRB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연구할 것을 권고했다.

FDA도 2006년 「Using a Centralized IRB Review Process in Multicenter Clinical Trials: Guidance for Industry」를 발간하여 비효율성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중앙화된 방식의 중앙 IRB(Central IRB) 이용을 권고하였다[19]. 다기관 임상시험 과제 수뿐 아니라 후기 임상시험의 규모와 복잡성에 따라 심의 중복 등 불필요한 노력과 연구 지연, 비용 증가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을 명시하였다. 즉, 중앙 IRB에 연구계획서 전체 또는 일부를 심의하도록 하여 그 결과를 수용하는 방식과 이때 중앙 IRB와 개별 기관의 책임과 역할을 문서화하여 규정할 것을 권고하였다. 다만, 지침은 그 서문에서 중앙 IRB 운영이 다기관 연구의 중복 심사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FDA 규정 (21CFR56 제114조)에 준하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장사항임을 명시하였다.

이후 2010년 OHRP는 FDA의 중앙 IRB 운영에 대한 권고 입장에 동의하였다[20]. 같은해 OHRP 디렉터 Menikoff는 “개별 기관의 IRB가 동일한 연구계획서를 중복심의하는 것이 윤리적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증거가 없고 시간과 노력의 낭비를 초래하며 오히려 연구의 윤리적 완전성 (integrity)을 저해하는 위험을 내포할 수 있어 다 기관 연구에 대한 심의체계 변화와 노력이 시급하다”고 명시했다. 또한, 다기관 연구에 대한 심의 중복을 지양하기 위해 각 기관의 심의를 대표하는 단일 의견(Single Opinion) 의무화 가능성을 제시 하였다[21]. 이로써, 다기관 연구의 심의 효율화를 위한 정부기관과 정부위원회 등의 정책적 노력이 보다 실제화되었다.

3. 의견 수렴 및 제도 보완

다기관 공동연구에 대한 IRB 일원화를 장려하는 가이드라인과 정책이 발표되고 공동연구에 참여하는 개별 기관의 책임에 대한 모호성이 지적되며, SACHRP에서 IRB 대체 모델 연구와 지침 개발을 권고하는 등 실질적 운영 현실을 고려한 IRB 제도 변화의 촉구는 관련 규제와 법제 개정의 필요성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게 하였다. 구체적인 정책·법제 변화에 앞서 미 보건부(HHS)는 다기관 연구의 심의를 한 곳의 IRB에서 시행·관리하는 단일 IRB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과 우려점 등에 대하여 의견을 구했다.

먼저 OHRP는 2009년 연방관보에 사전입법 예고(Notice of Proposed Rule Making, 이하 NPRM)를 발행하여 문제 발생 시 외부 IRB에 연 방규정 준수를 요구하고 직접적인 책임을 부가할 경우, 단일 IRB 이용확대가 가능할지 의견을 물었다[22]. 이후 2011년 보건부(HHS)와 과학기술정책실(Office of Science and Technology Policy)은 2009년 OHRP의 NPRM를 통해 수렴된 의견을 참고하고, 한발 더 나아가 단일 IRB 의무화를 포함한 커먼룰 전면 개정에 대한 사전고지(Advance Notice of Proposed Rulemaking, 이하 ANPRM)를 발표했다. ANPRM 서문은 “여러 곳의 IRB가 동일한 연구계획서를 동시에 심의한다고 해서 연구대상자보호가 강화된다는 증거는 없으며, 오히려 심의에 대한 책임을 여러 곳에 분산시킨 기존 체제가 대상자 보호를 약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개정 취지를 밝혔다[23]. 그리고 대중에게는 단일 IRB를 의무화 할 때의 장단점과 지역사회의 고유한 맥락(context)이 단일 IRB에서 적절히 반영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있는지, 어떤 기준으로 단일 IRB를 선정해야 할지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다. 그동안 개별 IRB 심의로 인해 연구 지연을 겪었거나 대상자 모집 기회를 잃었던 연구자와 질병옹호그룹은 단일 IRB 의무화를 선호한 반면, 현장에서 단일 IRB를 실제 운영해야 하는 IRB와 기관 대표자들은 반대를 표명했다. 가장 빈번히 거론된 우려는 해당 지역 고유의 표준과 관행, 문화와 관습이 단일 IRB의 심의로는 적절히 반영될 수 없다는 점과 문제 발생 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점, 그리고 기관별 책임과 역할을 기술하는 협약 (reliance agreement)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템플릿의 필요성이었다[24]. 반면, 찬성자들은 연구의 사회적 가치, 과학적 타당성, 위험·이득, 사전 동의 심의는 고유한 관점이 필요하지 않은 기본 요인으로 단일 IRB를 통해서도 충분히 검토될 수 있으며, 지금과 같이 심의 일원화를 자율적으로 할 경우, 개별 기관을 중심으로 한 심의 경향을 변화시킬 수 없으므로 의무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SACHRP의 권고에 따라 단일 IRB 활성화 방안을 연구한 NIH도 산하 연구기관인 NCI의 CIRB를 통해 시간 단축, 비용 절감과 같은 효율성 입증7)에 근거하여, 2014년 「Draft NIH Policy on the Use of a Single Institutional Review Board for Multi-Site Research」를 발표하며 대중들에게 단일 IRB 의무화 정책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27]. 일부에서는 중복 심의 감소와 빠른 연구 시작에 지지를 표했지만, 단일 IRB를 통해 예상되는 효율성과 비용 절감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었다. 이들은 전면 의무화보다는 인센티브를 통해 이용을 장려하거나 시범운영을 통한 단계적 도입을 제안하였다. 그 외에도 일정 규모의 연구들, 예컨대 10곳 이상의 기관이 협력하는 연구나 3년 이상 IRB를 통해 관리·감독이 필요한 연구 등에만 제한적으로 단일 IRB를 강제하는 방안과 단일 IRB 역할을 수행할 기관의 선정 기준이나 최소한의 자격 요건 등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단일 IRB로 선정한 이유와 정당성을 연구비 신청서에 제출하는 방안도 제안되었다. 뿐만 아니라, NIH 정책 초안이 단일 IRB 구축에 필요한 비용과 자원 (추가 인력, 전자관리시스템, 소통 도구 개발 등)을 포괄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기관 간 사용할 수 있는 표준화된 협약 체계의 마련도 요구되었다[28].

이외에도, SACHRP는 NIH 정책 초안에 대해 가장 구체적이며 명확한 의견과 권고를 제시하였다. 위원회는 기존 제도의 개선과 효율화를 위한 NIH 시도는 마땅히 격려되어야 하나 심의 외 조사·감독 등 연구 전반의 관리에 대한 IRB 기능 이양 등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문제를 지적했다[29]. 또한, 단일 IRB 의무화 정책이 단일 IRB를 운영해야 하는 기관과 심의를 의뢰해야 하는 개별 기관 간에 새로운 업무 절차와 정책을 수립하도록 하므로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간소화보다 새로운 과제를 부여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의견을 바탕으로 SACHRP는 NIH에게 1) 단일 IRB 이용의 장단점을 평가하는 연구를 지원하고, 2) 단일 IRB 운영 경험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배포할 것과, 3) 연구커뮤니티와 단일 IRB 논의를 개진하며, 4) 연구보조금을 줄이지 않으면서 단일 IRB 운영과 개별 기관의 IRB 운영을 모두 지원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도록 권고했다[29].

NIH는 단일 IRB 정책 초안에 대하여 연구커뮤니티, 대중 및 SACHRP로부터 수렴한 방대 한 의견에 따라 정책을 보완하였다. 먼저, 기관별 역할과 책임을 정립하는 표준화된 협약(reliance agreement) 수립을 위해 마스터 IRB 협약(master IRB reliance agreement) 개발 자금을 지원했다[30]. 2016년에는 표준화된 협약을 보다 광범위하게 보급할 수 있는 SMART(Streamlined, Multisite, Accelerated Resources for Trials) IRB 협약 플랫폼8) 개발을 지원하였다. NIH가 제안한 단일 IRB 정책과 정책 수립을 위한 노력은 연방 규정을 비롯한 법적 근거를 가진 제도는 아니므로 강제력은 없으나, NIH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는 기관에 대한 관할권에 기반한 행정적 강제력을 내포한 정책으로 이해될 수 있다.

III. 단일 IRB 의무화 정책과 법제화

단일 IRB의 의무화는 45CFR46의 개정에 대한 의견 수렴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도화가 추진되었다. 2011년 ANPRM에 따라 제출된 대중들의 의견은 2015년 사전입법예고(Notice of Proposed Rule Making, NPRM)에서 수렴·반영되어 다음과 같은 정비를 예고했다[32]. 첫째, 지역 고유의 표준과 관행이 단일 IRB 심의에 적절히 반영되기 어렵다는 우려에 따라 단일 IRB 이용 예외 기준을 두며, 둘째, 단일 IRB와 기관 IRB 간 문제 발생 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고 제기된 바 책임 규정을 수정하고, 셋째, 기관별 책임과 역할을 기술하는 협약 수립을 비롯하여 책임과 의무를 문서화하는 규정의 명시를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단일 IRB에 대한 새로운 정책, 절차 및 합의 수립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하여 단일 IRB 의무화 효력일을 커먼룰 개정일인 2018년 1월 19일로부터 3년 이후인 2020년 1월 20일로 제시함으로써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실행력을 높이고자 하였다.

보건부 산하에서 실질적으로 연구를 관리하는 NIH 또한 기존의 단일 IRB 정책 초안을 최종 정책으로 발전시켰다. NIH의 최종 정책은 커먼룰에 앞서 해당 기관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는 다기관 공동연구에 대해 단일 IRB 의무화 정책을 먼저 시행함으로써 커먼룰의 단일 IRB 제도화 방향 설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단일 IRB에 대한 NIH의 최종 정책과 보건부 규정에 근거 한 단일 IRB 의무화 제도를 살펴보고자 한다.

1. NIH의 단일 IRB 의무화 정책

NIH는 2016년 「Final NIH Policy on the Use of a Single Institutional Review Board for Multi-Site Research」를 통해 해당 기관이 자금을 지원하는 연구 중, 동일한 연구계획서를 가지고 수행하는 비면제 인간대상 다기관 연구의 윤리적 심의에 단일 IRB를 이용해야 한다는 정책을 공식화했 다[28]. 최종 정책은 단일 IRB 이용 시, 지역 고유의 특성과 맥락에 대한 이해가 적절히 수렴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 따라, 1) 단일 IRB 심의가 연방, 부족 또는 주 법률, 규정, 정책에 의해 금지되거나, 2) (법·규제 또는 정책에 기반하지는 않으나) 예외에 대한 정당성이 있는 경우 이를 증명 할 합당한 근거가 제출된다면 검토를 통해 예외를 인정하도록 정했다. 단일 IRB 예외 연구가 아닌 경우, 연구비 신청자는 모든 기관을 대표할 단 일 IRB를 잠정적으로 선정하고 연구계획서에 해당 IRB를 단일 IRB로 지정한 이유와 단일 IRB 운영 및 소통방식을 작성·제출해야 한다. 또한, 단 일 IRB 이용은 연구보조금 수여 통지(grant award notice)와 계약(contract) 조건으로 규정되어 의무화되었다. 단일 IRB 이용에 따른 비용은 연구비 신청자가 단일 IRB 수립과 심의·운영에 대한 추가 비용을 NIH의 연구비 지원 정책이 정한 합리적인 수준에 따라, 정당성에 기반하여 일관성 있게 처리할 경우 해당 비용을 직접비로 부과할 수 있도록 보완되었다.9) 최종 정책은 개별 기관이 자체적으로 심의를 수행하는 것을 금지하지는 않으나, 이를 정책 의도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해당 비용은 지원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NIH는 신청자가 제시한 단일 IRB가 적절한 자격이 있는지를 검토하여 최종적으로 연구비 수여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 연구비가 승인되면, 연구비 수여자는 단일 IRB와 개별 기관 간 의사소통방법을 정하여 협약(reliance agreement)을 체결해야 한다. 다기관 연구의 심의를 위해 지정된 IRB(단일 IRB)는 윤리적 심의를 담당하고 연방규정을 준수해야 하며, 필요 시 개인정보와 의료정보보 호에 관한 법(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 HIPAA)에 따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역할을 하여야 한다. 심의를 단일 IRB에게 맡기는 개별 기관에게도 책임은 부여된다. 개 별 기관은 연구대상자보호와 서면동의 획득 등의 준수 및 관리, 그리고 수행 중 연구의 진행 과정 관리와 예상치 못한 문제나 미준수 사항을 단일 IRB에 보고하고 해당 주(州)와 지역의 규제에 대한 정보도 공유해야 한다.

NIH의 정책은 해당 기관이 지원하거나 수행하는 인간대상연구에만 기본적으로 적용되므로 법적 강제력이 있는 제도는 아니지만, 관할권에 의한 행정적 강제력이 있는 정책으로 2018년 1월 25일부로 효력이 발생되었다. NIH는 이후 단일 IRB 운영 시 심의 관련 비용 시나리오, 이용 가능한 표준화된 협약 예시, 단일 IRB 예외 관련 방침, 단일 IRB 정책 집행 관련 지침, 개정 커먼룰에 따른 NIH 단일 IRB 정책 안내 등 총 6번의 고시를 통해 정책 가이드를 제공하여 단일 IRB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28,33-37].

2. 보건부(HHS)의 규정 개정

보건부(HHS)의 45CFR46 제114조(공동연구 (cooperative research)) 규정이 개정되며 사실상 다기관 공동연구에 대한 단일 IRB 의무화가 제도화되었다. 그동안 다기관 공동연구에 대한 심의 일원화를 권장 또는 권고했던 것과는 달리, 개정 커먼룰은 규정에서 열거한 예외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한 단일 IRB 이용을 의무화하였다. 이를 통 해, 미국에서 수행되는 공동연구는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한, 한 곳의 심의 IRB(reviewing IRB)를 정하여 하나의 IRB로 운영해야 한다. 심의를 담당할 단일 IRB는 연구를 지원하거나 수행하는 연방 부서 또는 기관이 선정하거나, 연구를 지원하는 연방 부서 또는 기관의 수락을 조건으로 책임연구 기관이 제안하도록 규정하였다. 따라서 단일 IRB는 특정 IRB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연구에 대한 심의를 위해 해당 연구에 지정 또는 선정된 ‘하나의 IRB’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커먼룰 제114조는 미국 내 커먼룰의 적용을 받는 연구로 한 개 이상 기관에서 수행 되는 다기관 공동연구에 단일 IRB를 이용하도록 의무화하였다(제114조(b)(1)). 다만, 1) 미국 인디언·알래스카 원주민 부족 등이 제정한 부족 법률에 의해 한 곳 이상의 IRB 심의가 요구되거나, 2) 연구를 지원하거나 수행하는 연방 부서·기관이 단일 IRB 이용이 특정 맥락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이를 문서화 하는 경우는 예외로 하였다 (제114조(b)(2)).

NIH의 최종 정책이 ‘설득력 있는 정당성이 있는 경우 이를 증명할 합당한 근거가 제출된다면 검토를 통해 예외를 인정’하도록 하는 것과 비교하여, 커먼룰은 법률과 연방 부처가 서면으로 한 곳 이상의 IRB 심의를 요구하거나 문서화 한 경우에만 예외를 인정하여 차이가 존재한다. 단일 IRB 이용 예외 규정인 ‘단일 IRB 이용이 특정 맥락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이를 문서화 하는 경우 (제114조 (b)(2)(ii))’와 관련하여 OHRP는 현재까지 두 차례에 걸쳐 단일 IRB 예외를 고시했다. 먼 저, 단일 IRB 의무화가 시행되는 2020년 1월 20일 이전 연구가 이미 승인된 경우, 중간 단계에서 단일 IRB로의 전환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갑작스 러운 운영비용에 대한 우려가 표명됨에 따라, 해당 시점 이전에 승인된 연구 등10)에 대하여 각 기관의 IRB를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38]. 또한, 2020년 10월 8일에는 “보건부 장관에 의해 공공보건 비상사태로 명명된 COVID-19 기간 동안 IRB에 의해 지속 또는 초기 심의를 받는 연구 중단일 IRB 이용·수용이 실용적이지 않은 경우, 그리고 그에 따라 해당 연구를 수행·지원하는 보건부 기관이 단일 IRB 예외를 승인한 경우”를 제 114 (b)(2)(ii)에 따른 단일 IRB 이용의 예외로 발표했다[39].

개정 커먼룰에 따른 단일 IRB 업무 범위는 정규·신속 심의 모두에 적용된다. 연방관보는 “기관들은 여전히 개별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IRB 심의를 추가로 수행할 수는 있으나, 이러한 심의는 커먼룰 준수 측면에서 어떠한 규제적 유효성을 갖지 못한다”라고 하여[40], 오로지 지정된 한 곳의 IRB를 통한 심의만이 법적 효력을 가진다고 명시하였다. 개정 커먼룰은 단일 IRB를 의무화했다는 것외에도 전과 비교하여 운영에 몇 가지 변화를 가져왔다. 개정 전, 심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권장했던 방식 - 1) 다기관 연구에 대한 공동심의 협약(joint review agreement) 체결 또는 2) 다른 IRB 심의를 수용하거나(rely on the review of another IRB), 또는 3) 이에 준하는 유사한 조치를 취하는 방식의 IRB 운영 -은 114조(b)에 따 른 단일 IRB 의무대상이 아닌 연구에 대하여 기관이 취할 수 있는 방안으로 명시되었다. 또한, 이러한 운영을 위해 연방부처와 연방기관의 장으로부터 승인을 얻도록 했던 승인 절차는 삭제되었고, 연구를 지원·수행하는 연방정부에서 단일 IRB를 정하거나 연구를 지원하는 연방정부기관의 수락을 조건으로 책임연구기관이 단일 IRB를 제안할 수 있도록 했다. 책임 규정도 정비되었다. 개별 기관은 단일 IRB에 심의 등 책임을 이양하더라도 이전과 동일하게 대상자의 권리와 보호를 위한 책임 의무를 갖는다(제114조(a)). 하지만, 과거 책임 소지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에 따라 단일 IRB가 개별 기관의 심의·감독 기능을 대신하는 경우, 단 일 IRB 이용에 따른 수용 범위와 규정 준수를 위해 각 주체가 이행해야 할 책임을 문서화하도록 규정했다(제114조(e)). 이 외에도 제101조(a)는 연구계획서 심의를 총괄·담당하는 IRB에 커먼룰 준수를 요구하고 위반 시 제재 집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단일 IRB 의무화에 따른 실행계획과 새로운 정책, 절차 및 합의를 수립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고려하여 단일 IRB 이용의 효력 발생 시점을 3년 후인 2020년 1월 20일로 규정했다.

3. 제도화의 함의

단일 IRB 의무화는 반세기 동안 개별 기관의 IRB를 중심으로 운영되던 시스템의 변화이다. 커먼룰 NPRM은 서두에서 “최종 커먼룰은 연구에 참여하는 연구대상자를 더 잘 보호하고, 동시에 가치 있는 연구를 촉진하고 연구자의 부담, 지연 및 모호성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현재의 규제 체계를 보다 현대화, 단순화 및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라고 언급하며[32], 보호와 촉진을 분리하거나 이 중 하나를 우선하지 않을 것을 명확히 했다. 즉, 단일 IRB 의무화는 ‘대상자의 보호(protection)’와 ‘연구의 촉진(promotion)’을 균등하게 추진하는 조치 중 하나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과 같이 다기관 연구 수행을 위해 연구계획서를 모든 참여 기관의 IRB에서 심의하던 관행은 형식적으로는 대상자 보호를 위한 여러 겹의 장치일 수 있으나, 연구 시작의 지연을 일으켜 결과적으로는 연구 촉진을 저해하는 요소로 비추어질 수 있다.11) 특히 모든 연구 참여 기관의 IRB에서 반복적으로 심의하는 데 따른 비용과 시간, IRB 간 의견 불일치 등의 문제는 신기술과 이머징 테크놀로지가 어느 때보다 빠르게 출현하는 시대에 연구 촉진의 장애물로 인지될 수 있다. 이에 미 보건부(HHS)는 인간대상자 보호를 유지하는 동시에, 오늘날 연구 형태의 주류가 된 다기관 연구를 촉진하기 위한 새로운 규제적 조치로서 단일 IRB를 의무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21세기의 과학·정보 공유·빅 데이터를 통한 공동연구 확산이 큰 경향이라고 볼 때, 그동안의 개별 IRB의 심의체계를 단일 IRB로 전환하는 것은 정부기관의 관리·규제 측면에서 변화된 연구 환경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개정 커먼룰은 해당 규정으로 규제되는 인간대상연구에 대하여 예외를 제외하고는 다기관 공동연구의 모든 심의에 단일 IRB를 의무화했다. NIH 정책과 커먼룰 모두 기관 간 협약 및 문서에 근거하여 단일 IRB를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그 외에 특정한 운영 방안이나 모델을 제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단일 IRB는 동일한 연구 네트워크에 기반한 특정 연구에 대하여 중앙 IRB를 지정·운영하거나, 공동연구에 참여·수행하는 기관들이 심의를 담당할 단일 IRB를 선정하고 협약을 통해 운영하는 방법이 모두 가능할 수 있다. 즉, 단일 IRB는 특정 또는 고정된 IRB가 아닌, 다기관 공동연구 심의 전 과정을 하나의 IRB를 통해 관리·담당하도록 선정된 IRB를 통칭한다고 이해될 수 있다. 연구계획서에 따라 채택된 한 곳의 IRB를 이용하고 운영하는 것이므로 수행되는 연구에 따라 적절한 주체와 관리 방안을 마련하여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점은 FDA의 입장이다. 다기관 임상시험과 같이 동일한 연구계획서에 의해 수행되어야 하나, 연구대 상자 보호를 위한 수행 중 관리가 중요한 의약품, 생물학적 제제, 의료기기 등의 제품에 대한 임상 조사를 관할하는 FDA의 경우는 커먼룰을 채택하지 않았다. FDA는 기존 21CFR56 제114조 규정을 유지하여 여전히 중앙화된 IRB의 운영이 가능한 경우 운영할 수 있다고 인정하며 그 이용을 권고하고 있으나, 모든 의료기관과 임상시험에적 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FDA가 21CFR56 제108조(b)에 따라 IRB의 역할로 규정·요구한 ‘연구대상자등에게 초래하는 예기치 않은 위험에 관한 사항’, ‘관련 규정을 미준수하는 경우’에 대한 IRB의 결정, 그리고 ‘IRB의 승인 중지나 종료 등에 대한 신속한 보고’ 등의 업무는 실제 수행기관별로 반드시 관리되어야 하므로 모든 공동연구에 단일 IRB를 강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간주된다.

IV. 국내 다기관 공동연구에 대한 제도와 정책

1. 인간대상연구에 대한 제도 변화와 다기관 공동연구

국내 인간대상연구에서 윤리적이고 안전한 수행을 위한 법제화는 1995년 식약처(당시, 식약청) 중심의 임상시험에 대한 규제를 바탕으로 시작되었다. 약사법에 근거하여 「의약품 임상시험 관리 기준(이하 KGCP)」 등이 마련된 것이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대학병원 등에서 시행하던 임상시험이 중등병원과 지역병원 등으로 확대되면서 임상시험 실시기관의 증가와 함께 IRB도 증가하였다[41]. 임상시험실시기관의 증가는 식약처 규제 대상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임상연구 등을 증가시켰으며 이들 연구는 자연스레 임상시험 관리기준을 준용하며 심의 및 관리되어 왔다. 2005 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윤리 법)」이 시행되고 임상에서 발생하는 검체를 활용하는 유전자연구에 관한 일부 규제가 마련되었으나, 임상시험실시기관이 아닌 곳에서 인간을 대상으로 수행될 수 있는 연구를 포괄하는 규정은 없었다. 이후 2013년 생명윤리법 전면 개정이 시행됨에 따라 미국의 45CFR46과 같이 인간대상연구에 대한 제도적 환경이 조성되었다.

의약품에 대한 인허가 관리를 하는 식약처를 중심으로 수행되는 임상시험에 대한 규제 목적과 방법, 그리고 생명윤리법에 따른 인간대상연구에 대한 규제 목적과 방식은 당연히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다기관 공동연구에 대한 심의나 관리의 쟁점도 이 두 제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하며, 다기관 임상시험과 임상시험 외 연구에서의 다기관 공동연구는 달리 검토되어야 한다. 먼저, 임상시험 관리기준에 따라 식약처는 임상시험을 수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임상시험실시기관’으로 지정하며, 이에 따라 임상시험은 별도의 식약처 승인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상시험실시기관에서만 시행되어야 한다(KGCP 제2호 소목).12) 즉, 임상시험은 임상시험에 이용되는 의약품을 관리하고,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수행하며 관련 기록과 자료를 보관하는 것과 같은 일련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임상시험실시기관)에서, 의료적 전문성에 근거한 의사를 중심으로 통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해당 지정 의료기관의 관리 의무와 그 기관에 설치된 IRB의 역할이 명확하며, 이는 KGCP에 의해 엄격하게 규제된다. 게다가 실제 임상시험실시기관에서 임상 시험을 실시하는 ‘시험책임자’인 의사는 IRB 심사의 의무를 갖지만(제6호 가목 2),13) 동 기준 제2 호 초목14)에 따라 ‘시험책임자’는 ‘시험기관에서 임상시험의 수행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규정되어 사실상 연구계획에 대한 책임은 없다. 오히려 “임상시험의 계획·관리·재정 등”은 시험책임자가 아닌, ‘임상시험의뢰자’의 역할로 규정되어 있다(제6호 보목).15) 따라서 연구자 자신 이 임상시험계획을 수립하여 수행하는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이 아닌 ‘의뢰자 주도 임상시험’이라면, 시험책임자는 연구계획서 수정 및 변경의 권한이나 책임이 없다. 이처럼, 연구계획을 수립하는 임상시험의뢰자는 법에 따른 승인을 위해 연구 계획서를 작성하여 식약처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식약처 승인과 함께 임상시험 수행을 위해서는 실시기관 IRB의 승인도 필요하지만, 실시기관 IRB는 제출된 계획 또는 변경계획과 관련, 임상시 험에 참여하는 대상자의 권리, 안전, 복지의 보호와 해당 기관에서 계획한 시험이 수행 가능한지를 검토16)한다. 다기관 임상시험의 경우도 임상시험 의뢰자가 계획하여 작성·제출한 하나의 연구계 획서에 따라 둘 이상의 실시기관이 수행(제2호 나 목)17)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시험책임 자는 임상시험을 계획하지 않으며, 실시기관에 설치된 IRB는 계획서나 동의서 등을 지속적으로 검토하나, 그 검토의 이유는 해당 임상시험에 참여 할 또는 참여한 시험대상자의 권리 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제2호 오목). 임상시험심사위원회는 이 과정에서 의약품임상시험 관리기준 제6호가 목 6)18)에 따라 ‘대상자의 권리·안전·복지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대상자에게 제공되는 추가 정보의 제공 등에 대한 변경을 ‘의뢰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

반면, 생명윤리법은 ‘인간 및 인체유래물을 대 상으로 연구를 하려는 자’ 즉, ‘연구자’에게 연구를 수행하기 전에 ‘연구계획서를 작성하여’ 심의를 받도록 규정(생명윤리법 제15조 및 제36조)19)한다. 즉, 연구에 대한 심의 신청의 의무가 있는 사람도, 심의를 신청할 수 있는 사람도 모두 해당 연구를 계획하여 연구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는 사람이다. 또한, 법 제10조제3항제1호에 따른 기관위원회 심의 업무 범위를 볼 때, 연구자는 단순 연구 계획의 수립뿐이 아닌 대상자 동의 및 안전, 개인 정보보호 등과 수행과정 및 결과에 대한 처리 등의 책임을 포괄할 수 있어야 하므로 사실상 수행 전 과정과 결과 등을 책임지는 사람(이하 연구책임자)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임상시험에서 연구 계획은 의뢰자의 역할이므로 연구계획 작성을 하지 않는 의뢰자 주도 임상시험의 시험책임자는 생명윤리법에 따른 심의의무가 있는 연구자는 아니다. 연구계획을 수립하면 누구라도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기관위원회가 연구책임자의 자격 및 적법한 수행 환경 등을 검토하는 것은 중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생명윤리법에서는 적어도 연구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는 사람은 기관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 이를 반대로 말하면, 생명윤리법에 따라서는 연구계획을 하지 않는 사람이 단지 연구에 참여한다는 이유만으로 기관 별로 심의를 신청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볼 수 있다.20) 또한, 생명윤리법의 경우, 연구자가 수립하여 제출한 연구계획의 적절성을 기관위원회가 심의21)하도록 하며, 해당 기관에서 수행 중인 연구 과정과 결과 등을 조사·감독하고 교육 수립과 지침 제공 등의 지원 활동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같이 의약품 임상시험 관리기준에 따라 임상 시험실시기관에 설치된 IRB와 생명윤리법에 따라 배아연구기관과 같은 특정 기관에서 수행되어야 하는 법적 요건 없이, 불특정하고 다양한 인간 및 인체유래물을 대상으로 수행되는 연구를 심의하는 기관위원회 간의 그 역할과 책임의 범위는 다를 수밖에 없다. 생명윤리법은 인간 및 인체유래물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것에 대한 규제보다는 윤리적이고 안전한 수행을 지원하기 위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기관의 경우도 생명윤리법은 연구와 관련하여 기관에서 발생 가능한 윤리적 문제, 안전과 위험에 대하여 기관에서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운영되는 기관위원회를 중심으로, 기관 스스로 관리하는 자율 규제 방식으로 운영되지만[42], KGCP의 경우는 실시기관으로 지정받은 기관의 의무와 관리 책임이 더 중요하게 작동될 수 밖에 없고, 실제 식약처도 규제기구이므로 규제적 성격이 크다. 이 같은 규제 목적에 따른 제도적 차이를 이해하지 않으면 수행되어야 하는 연구나 해당 연구의 수행 및 관리에 대한 기관의 책무를 간과하거나 오인하게 되는 등 불필요한 갈등의 요소가 발생될 수 있다. 종합하면, 의뢰자가 작성한 계 획에 따른 시험 수행에 대하여 규제를 받는 임상 시험실시기관이 제도 내에서 수행하는 연구와 연구자가 연구계획을 작성하여 연구를 수행하도록 하고, 이를 기관의 자율적 방식에 따라 운영되는 위원회를 통해 관리하는 기관과는, 같은 기관이라 하더라도 두 제도에서 요구받는 역할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모두 동일하게 기관에 설치되어 연구에 대한 심의를 하는 독립적인 윤리위원회지만, 법률을 통해 규정하려는 목적과 방향에 따라서 위원회의 책임과 권한이 달라지므로, 다기관 공동 연구에 대해서도 수행되는 해당 공동연구의 성격에 따라 심의 범위와 기준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다기관 공동연구의 경우 연구에 대한 효율적 관리 이전에, 연구에 따른 법과 규정에서 부여 한 연구자 및 연구자가 속한 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물론, 연구계획과 수행, 연구대상자 보호에 대한 책임은 수행되는 연구 내용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그렇게 간단하게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IRB가 연구계획 및 수행을 총괄하는 책임자와 수행만을 총괄하는 책임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바는 다를 것이므로 심의 권한은 연구에 대한 책임에 부합하여 부여되어야 할 것이다.

2. 다기관 공동연구에 대한 심의 및 관리

KGCP에 따라 식약처에서 승인을 받은 하나의 연구계획서로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경우 각 실시 기관의 IRB는 임상시험 수행과정에서의 대상자 권리 등을 검토한다. 즉, 임상시험 연구계획서에 대한 계획 수립의 타당성이나 과학적 타당성 등은 검토하지 않는다. 물론, 대상자의 권리·안전·복 지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의뢰자에게 계획 수립의 타당성과 관련한 변경 등을 요청할 수 있겠지 만 이는 매우 특별한 경우다. 또한, 다기관 임상시험에서 실시기관에 있는 시험책임자는 생명윤리법에 따른 연구자(연구계획서를 작성하여 심의를 신청할 자격이 있는 사람)라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실시기관별 IRB는 임상시험 연구계획서에 대하여 해당 기관에서 그 연구계획서대로 수행할 경우 예상되는 대상자 보호에 관한 검토를 수행한다. 이는 다른 수행기관에서 고려할 수 없는 사항이므로 타 기관의 심사로 대체되기 어렵다.

반면, 생명윤리법의 경우는 연구계획과 심의 의무를 연구자에게 주고 기관에게는 소속 기관의 연구자 관리와 지원을 위한 기관위원회의 설치와 운영 수립을 비롯한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생명윤리법에서의 연구자는 연구계획과 심의, 연구의 수행과정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가진 자를 의미하므로 연구의 심의는 ‘연구책임자’를 중심으로 작동된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연구 책임자가 다기관 공동연구에 참여하는 연구자와 수행기관 간 역할에 대하여 책임을 지고, 연구 계획서를 작성하여 소속기관의 기관위원회에 제출하여 승인을 받으면 되는 구조로, 연구계획 수립 및 수행의 책임이 없는 연구자가 속한 기관 단위로 심의를 받아야 할 의무는 없다.22)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미국의 커먼룰은 연방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 기관이 수행하는 인간대 상연구에 대하여 각 기관 IRB의 역할과 책임을 규정하고 있기에, 다기관 공동연구에 대한 중복심의의 비효율성이 일찍이 지적되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공동심의(joint review)를 이용하거나, 적절한 다른 IRB의 심의를 수용(rely on)하거나 유사한 방식을 이용’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이 경우에도 기관의 부담이 경감될 수 없고, 기관의 규정 준수 여부를 관리하는 OHRP에서도 수행 기관의 관리 책임은 유효하다고 보았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의 IRB 운영이 활용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즉, 미국의 경우, 기관에서 수행되는 연구에 대한 심의 의무가 개별 기관 및 IRB에 부여되어 연구에 대한 개별 기관의 관리 책임이 상대적으로 강조되므로[42], 중복심의에 따른 노력과 시간을 감소시키는 대안으로서 심의 일원화가 적극적으로 요구되었다고 할 수 있다. 커먼룰에 따른 인간 대상연구에 요구된 이 같은 변화 촉구와 달리, 임상시험을 관할하는 FDA는 개별 IRB의 역할로 규정된 사항23)의 업무가 수행기관별로 관리되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단일 IRB를 강제하지 않았고, 심의 효율화를 위해 중앙 IRB의 이용을 권고했던 기존 입장을 유지하였다.

국내의 경우 미국과는 그 상황이 또 다르다. 생명윤리법은 미국과 같이 개별 기관과 IRB 중심의 규제가 아닌 연구의 수행과정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가진 이른바 ‘연구책임자’를 중심으로 한다. 따라서 다기관 연구 시 개별 기관과 해당 기관의 IRB에게 부여되는 책임과 의무, 즉 연구계획 수립과 수행의 책임이 없는 연구자가 속한 개별 기관 단위로 심의를 받아야 할 의무가 없다. 실제 연구를 외부 공표할 때에도 발표되는 연구 단위로 승인번호를 요구하지, 수행에 참여한 기관별 승인번호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수행기관 단위별 심의 의무가 있어야 한다고 볼 수 없다. 반면에, KGCP에 따른 임상시험의 경우, 수행기관의 IRB가 수행하는 연구계획서 검토는 해당 기관에서의 시험 수행 가능성과 적정성, 이때의 대상자보호에 대한 것으로, 타 기관의 심사로 대체되기 어렵다. 즉, 미국 FDA의 사례와 같이 심의 일원화를 강제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 국내 연구에 대한 규제의 적용 범위와 대상, 심의 및 관리 방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Table 1> 참조)

Table 1. 국내외 연구 심의 및 관리 체계 비교
내용 미국 한국
21CFR45 45CFR46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및 별표 4(KGCP)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적용 범위 FDA 규제 대상 임상시험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 기관이 수행하는 인간대상연구 의약품 등의 임상시험 인간대상연구, 인체유래물연구
대상 해당 임상시험을 수행할 각 기관의 등록된 IRB 연방정부 자금 지원을 받는 각 기관의 등록된 IRB 식약처장이 지정한 임상 시험실시기관 및 기관에 설치된 임상시험심사위원회 연구자가 속한 연구·교육기관 및 병원 등의 기관에 설치·등록된 기관생명윤리위원회
심의 의무 해당 기관에서 수행되는 연구에 대한 IRB 검토 및 관리 의무 해당 기관에서 수행되는 연구에 대한 IRB 검토 및 관리 의무 지정 기관에서 수행되는 임상시험에 대한 IRB 검토 및 관리 의무 연구자(연구계획서 작성 자)에게 소속 기관에 심의 제출 의무
공동 연구 중복심의에 따른 비효율성 감소를 위한 노력(중앙 IRB 이용 등)은 인정(권고) 미국에서 수행되는 공동 연구에 대한 단일 IRB 원칙(예외 규정 마련) 기관장 협의 하에 공동심사위원회 운영 인정 (공동심사를 기관별 심사로 인정) 연구계획서 작성 단위별 심의 의무로 공동연구에 대한 별도 규정 불필요 (다만, 공동연구에 대한 공동 위원회 운영 가능 규정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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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국내의 규정과 법에 따라 운영 가능한, 그리고 요구되는 다기관 공동연구의 운영 방안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관위원회 대부분은 연구 유형이나 해당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의 성격, 그에 대한 기관 및 기관위원회의 역할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임상시험실시기관 단위 즉, 수행 단 위별 검토가 중요한 IRB의 영향을 받아 수행기관 단위의 심의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는 그동안 임상시험실시기관인 의료기관과 의료기관 IRB별로 시행되어 왔던 심사 및 관리 관행이 더 중요한 작동의 원리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러하지만, 국내 다기관 연구에 대한 심의 일원화는 KGCP 개정을 통해 공동 IRB 운영 등으로 모색되고 있으며, 식약처는 학계와 현장에서 제기된 다기관 연구의 심사 진행·접수·업무 중복 문제를 해결하고자, 2008년 6월 KGCP를 개정하며 다기관 임상시험에서의 공동임상시험심사위원회(이하 공동 IRB)를 규정했다.24) 2010년에는 「공동 심사위원회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간 하여 1) 공동 IRB 운영 기본사항, 2) 공동 IRB에서 임상시험 주체의 역할과 업무, 3) 기록·협정의 문서화 및 절차 등 공동 IRB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지침을 제공했다[44]. 또한, 대한기관윤리심의기구협의회(KAIRB)는 2010년 대학병원 5곳과 협약을 맺어 지정된 IRB의 심사결과를 협약기관에서 인정하는 ‘IRB 상호인정제’ 형태의 공동 IRB를 6개월간 시범사업으로 추진[45]하는 등 임상시험에 대한 심의 효율화를 모색하였다. 생명윤리법의 경우, 다기관연구 심의 시 연구책임자 단위의 심의가 가능하지만, 연구책임자가 속한 기관위원회에서 해당 연구를 심의하기 어려운 경우와 연구의 유형과 특성에 따라 수행기관의 기관위원회에서 심의하기가 어려운 경우 등에 대하여, 기관위원회 공동운영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생명윤리 법 제12조제2항, 시행규칙 제9조1호 나목).25) 불필요한 심의를 피하기 위한 기관 간 신뢰에 바탕으로 둔 협약은 충분히 존중되어야 하겠으나, 이 과정에서 연구대상자 보호와 직결되는 문제가 있는 연구계획이나 수행과정 중 연구대상자 보호를 위한 활동이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V. 다기관 공동연구에 대한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 제언

1. 규제별 적용 범위 및 대상 명확화

미국은 각 규제의 적용 범위가 명확하다. 특히, FDA는 “FDA 규제 대상 임상시험”에만 적용되며, 인간대상연구에 대한 보편 규정인 커먼룰은 연구를 “일반화 가능한 지식의 개발 및 기여를 목적으로 설계된 연구개발, 시험 및 평가를 포함한 체계적인 조사”로 정의하고,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 기관에서 이 정의를 충족하는 활동에 대하여 심의하도록 규정한다. 즉, 연구에 대한 심의 및 관리의 책임이 해당 기관에 있으므로 공동 연구에 대한 심의 및 관리 개념도 기관별 관리를 원칙으로 한다. 반면, 우리는 식약처 규정상 임상 시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임상시험실시기관에서 수행되는 연구는 마치 모두 임상시험인 것처럼 이해되는 경향이 있으며, 생명윤리법도 연구유형별 정의는 있지만, 연구 자체에 대한 정의가 없어 연구 및 연구자의 자격을 검토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는 개인정보보호법 개 정으로 업무용으로 수집된 개인정보에 대한 가명 처리 특례 조항이 마련되며, 가명 처리된 개인정 보의 활용을 목적으로 ‘과학적 연구’26)로 우회하기 위해 연구목적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학술적 가치 등을 고려하지 않거나, 미흡한 상태에서 수립되는 연구까지 등장하고 있다.

불필요한 중복심의를 막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수행되는 연구에 대한 심의와 관리의 목적, 그에 따른 연구자와 각 수행기관의 책임, 그리고 합리적인 책임의 분담을 논의하지 않은 채, 심의 일 원화를 논하는 것은 지지를 얻기 어렵다. 따라서 심의 대상 연구에 대하여 공동 심의 또는 기관별 심의를 할 경우에 따른 득실을 면밀히 검토하고, 심의 일원화가 연구대상자 보호에 대한 면책이나 소홀로 연결되지 않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연구 시작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다기관 공동연구에 대한 적절한 심의를 위해서는 기관위원회 심의가 필요한 목적과 이를 위해 심의를 받아야 하는 연구의 범주, 그리고 심의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도 분명해야 한다. 연구자가 제출하는 연구계획서에 의존하여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이라는 이유로, 기관별로 해당 연구계획서의 과학적, 윤리적 타당성을 심의하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렵고, 불필요한 논쟁으로 소모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다기관 연구를 수행하는 여러 기관 중 어느 한 곳에서 연구계획서를 검토한 심의위원이 해당 연구에 대하여 ‘과학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심의의견을 제출했다고 가정하자. 기관위원회 승인 기준과 관련한 과학적 근거나 타당성에 대한 근거도 명확하지 않지만, 사실 미흡의 정도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는다면, 그 의견이 연구 승인 여부에 영향을 주는 의견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다. 즉, 과학적 근거가 부재하여 연구 수행이 불가하다는 것이 아닌, 단지 과학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지적만으로 수행 단위별 연구계획서를 검토하는 것은 연구자나 위원 모두에게 소모적일 수 있다. 따라서 심의 및 관리 등 규제 필요성과 목적에 맞는 적용 범위와 대상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명윤리법은 일반적인 인간 대상연구 및 인체유래물연구에 대한 보편적인적 용의 기준과 절차를 다루는 기본법이 되도록 하되, 임상시험과 같이 별도의 적법한 수행을 위한 요건은 예외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적절할 것이다.

2. 심의 목적에 맞는 의무 부여

생명윤리법은 심의 의무를 연구자에게 부여한다. 미국의 규정이나 임상시험 관련 규정이 수행 기관과 기관위원회에 심의 및 관리 의무를 부여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리고 이때 연구자는 연구계획서 작성(법 제15조제1항) 책임은 물론, 설명 및 동의 책임(법 제16조)과 연구 수행과정 중 연구대 상자 보호(법 제17조)와 기록 관리 등(법 제18조 및 제19조)의 종합적 관리 책임을 갖는다. 연구계획서를 검토하여 심의해야 하는 기관위원회의 입장에서, 해당 연구에 대한 계획과 수행을 모두 총괄하는 연구책임자와 일부 수행만을 위탁받아 수행하는 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수준이 다른 것은 너무나 명백하게 예측할 수 있다.

임상시험에서와 같이 단순히 연구를 수행하는 수행자이지만, 특정 법이나 윤리적 기준에서 해당 연구 수행자에게 특수한 전문성을 요구하는 기준이 있는 연구이거나, 연구대상자 보호를 위한 추가 자격이 요구되는 특별한 심의가 아니라면, 연구의 일부를 위탁받거나 참여하여 수행한다는 이유만으로 연구 수행을 위해 해당 기관에서의 심의를 무조건 의무화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연구를 위한 수행기관의 허가 또는 허락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해당 기관에서 연구를 수행해도 된다는 결정을 반드시 기관위원회 심의로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생명윤리법은 수행 단위가 아니라, 연구계획서 작성 단위의 연구자에게 심의 및 관리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공동연구지 만 수행기관 단위별로 별도의 연구 설계가 요구된 다거나27) 반대로 수행기관에서 대상자 보호 및 관리의 책임을 갖지만, 연구계획 및 동의 등이 동일하게 시행되는 것이 중요하여 수행 단위별 연구계 획의 변경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심의를 제출하는 연구계획서의 범위는 연구자가 판단하여 적절하게 통합 또는 분리 제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고려 없이, 단지 공동 연구의 일부를 위탁받아 참여한다는 이유로 연구 중 일부를 수행하는 참여자에 불과한 연구자를 연구책임자가 되도록 하여 심의를 신청하도록 강요 한다거나, 과학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이유 등으로 수행단위별 연구의 심의를 요구하거나, 종합적 연구계획과 다를 수 있는 계획 또는 동의서의 수정 등을 요청하는 것은 오히려 해당 연구의 계획 및 수행, 결과 등을 왜곡시킬 수 있다. 연구대상자 보호를 위한 검토와 보호가 소홀히 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연구의 수행 조건과 연구자의 자격, 연구 대상자 보호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연구의 맥락에 따라 합리적으로 심의를 수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해당 기관에서의 수행 여부와 이를 위한 연구계획서에 대한 기관위원회의 심의가 반드시 동일할 필요는 없으며, 적어도 생명 윤리법에 따른 심의 의무는 수행기관 단위가 아닌, 연구계획서 작성 및 수행을 총괄하는 연구책 임자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연구책임자가 제출한 계획에 대한 과학적·윤리적 타당성을 심의할 책임은 기관위원회에 있기 때문에 기관위원회에서 연구자가 제출한 연구계획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거나 각 참여기관에서의 역할에 따라 연구대상자 보호를 위한 추가 확인이나 대책을 요구할 수는 있겠지만, 수행기관별 심의가 의무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생명윤리법에서 다기관 심의 일 원화는 의미가 없다. 의료기관과 같이 수행기관의 특수성이나 대상자 보호를 위한 수행 단위별 책임이 강조되어야 하는 경우에도 심의 일원화를 강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으며 이는 미국 FDA가 단일 IRB 법제화를 채택하지 않은 이유와 관련이 있다.

3. 자율에 근거한 제도적 보완

합리적 단위에서의 중복심의를 피하기 위한 노력은 중요하지만, 연구 유형에 따른 수행 조건 등을 고려하지 않은 심의 일원화의 강제화는 기관의 반발은 물론, 수행 및 관리의 취약성에 있어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합리적인 연구의 추진을 위해 수행기관의 연구계획서 검토와 관련하여 심사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은 검토할 가치가 있다. 무조건 심의 일원화의 도입을 검토하기보다는 공동연구에 대하여 수행자별 관리 범위 수립과 참여 기관 간 협약 등을 통한 상호인정제, 그리고 이를 위한 IRB 운영의 표준화 등과 같은 정책적 지원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특히, 임상시험 의뢰자나 정부에 의해 다기관 공동연구로 수행되는 다양한 네트워크 연구에 대해 적절한 연구계획서 수립과 작성 지원을 위한 컨설팅이나, 각 수행기관 단위별 심의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초기 심의 등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상황을 살펴보면, 미국은 민간 자본이 투자된 연구의 경우, 이른바 상업적 IRB(commercial IRB)28)를 이용한 심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상업적 IRB는 다양한 연구 유형에 따른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고, 수행 단위 별 심의의 수고를 상당히 경감시켜주는 표준적 심의를 진행하며, 연구대상자의 자율성을 위한 동의서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하여, 비단 민간자본 연구뿐만 아니라 다기관 임상시험도 이들 IRB를 통해 초기 심의를 받아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선호되고 있다.29)

우리나라에서 미국과 같은 상업적 IRB를 도입하는 것은 비용을 지불하고 심의결과를 사는 것으로 자칫 인식될 수 있으며, 이때 심의 제도에 대한 공정성의 훼손으로 이어지는 불신을 초래할 수 있어 위험할 수 있다. 그 대신에 우리나라의 경우, 다기관 공동 임상시험에 대하여 미국의 상업적 IRB와 같은 형태는 아니나 이들과 같이 다양한 연구에 대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동의서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수행할 수 있는 ‘공동 IRB’를 공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때에 공적 공동 IRB에 심의 및 관리에 대한 강제적 권한을 부여하기보다는 기관별 심의 및 관리 권한은 유지하되 수행 목적 및 내용에 맞는, 사실상 컨설팅에 가까운 계획서와 동의서에 대한 초기 검토를 하도록 한다면 기관별 심의 부담을 경감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생명윤리법의 경우에는 해당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이 둘 이상이라 하더라도 심의 및 관리 범위를 연구책임자가 속한 기관위원회에 두되, 해당 위원회가 수행 중인 연구대상자 보호에 대한 중요한 관리가 어렵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수행기관에 추가 심의 또는 관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이는 현재 생명윤리법 내에서도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 아니므로 기관위원회 운영을 위한 지침 등을 통해 안내하고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임상시험과 같은 특수한 환경과 조건이 요구되는 연구와 연구자 책임 범위 내에서 수행 가능한 일반적인 연구에 대한 구분이나, 실제 수행되는 구체적인 내용과 수행기관별 연구 수행 내용 등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단일 IRB 도입을 논하는 것은 우리나라 제도에 맞지 않는다. 국내 제도와 환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단일 IRB 제도 도입을 고려하는 것은 90년대 후반 심의 일원화에 대한 요구가 있었지만, 약 20년간 시행착오와 혼란을 겪었던 미국의 경험을 그대로 답습하는 일이 될 것이다.

Notes

본 글은 (재)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서 발간한 보고서 「미국 다기관 공동연구에 대한 심의제도 연구 - 단일 IRB 운영 의무화를 중심으로」를 일부 재구성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인간대상자보호를 위한 보건부(HHS) 규정인 45CFR46은 연방정부가 수행·지원하는 인간대상연구를 규제하는 규정이나 총 20개 부처가 채택하여 따르고 있어 커먼룰(common rule)이라고 불린다. 다만, OHRP의 Subpart A of 45CFR Part 46: Basic HHS Policy for Protection of Human Subjects에 따르면, 미국식품의약국(이하 FDA)은 보건부(HHS) 관할 내 있는 기관이나, 의약품, 생물학적 제제 및 의료기기와 같은 제품의 임상적 조사 및 인허가 등을 관리하는 규제기관으로 45CFR46이 아닌 21CFR56에 따라 운영되어 공통규칙을 따르는 기관으로 간주되지 않는다[1].

1974년 제정된 미국 국가연구법은 연구에 참여하는 대상자의 권리, 안전, 복지를 보호하기 위해 인간대상자를 포함한 생물의학 및 행동연구를 수행하는 데 해당 연구를 심의하는 위원회(IRB)의 설립을 증명하도록 규정하였다. 동 법은 인간대상연구에 대해 IRB의 설치와 심의를 제도적으로 의무화한 것과 동시에, ‘생명의학 및 행동연구에서의 피험자 보호를 위한 국가위원회(The National Commission for the Protection of Human Subjects of Biomedical and Behavior Research)’를 설립하도록 한 법률로서 의의가 있다. PUBLIC LAW 93-348-JULY 12, 1974(cited as National Research Act).

다기관 연구의 심의 체계와 절차를 조명한 기존 연구들은 개별 IRB의 심의 결과와 수정·변경 등 요구의 차이가 크며, 이로 인해 연구 지연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에 대한 다기관 치료 시험의 경우, 복수의 개별 IRB로부터 승인을 얻는 오랜 절차로 인해, 대부분 사이트가 전염병이 극에 달했을 때 대상자를 등록할 수 없었으며[3], IRB 간 승인 시간, 요청된 변경 횟수와 내용에 상당한 편차가 존재하고, 개별 IRB들이 연구의 정당성, 통제, 중재, 대상자 등록 기준, 사전 동의서, 모니터링 및 종료 등에 대하여 각기 다른 우려를 제기한다고 설명하였다[4,5]. 또한, 개별 IRB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동의서를 광범위하게 변경하여 결국에는 동의서가 길고 복잡해질 뿐만 아니라 종종 오류를 발생시키며, 의미 있는 개선보다는 표준화된 문구 반영을 위한 것이 대부분으로 이 같은 변경에 따른 이익(benefit)이 불명확한데도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다고 설명한다[6].

미국 FDA 규정으로 임상시험을 관할하는 21CFR56 제114항(공동연구)[7]는 “다기관연구에 참여하는 기관은 공동 심의를 이용하거나, 다른 자격을 갖춘 적격한 IRB의 심의를 수용하거나, 또는 중복 노력을 피하기 위한 유사한 조치를 이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였다. 미국 보건부 규정으로 인간대상연구를 관할하는 45CFR46의 경우도, 커먼룰 개정 전 동법 제114항[8]도 “공동연구프로젝트는 둘 이상의 기관이 참여하는 본 정책이 적용되는 프로젝트로서, 공동연구프로젝트 수행에서 각 기관은 인간대상자의 권리와 복지를 보호하고 이 정책을 준수하여야 하며, 또는 기관장의 승인을 받아 다기관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관은 공동 심의 협약을 체결(may enter into a joint review arrangement), 다른 자격을 갖춘 적격한 IRB의 심의를 수용하거나 노력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유사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명시하였다.

중앙 IRB(Central IRB)는 2001년 국립암연구소(NCI)가 NCI가 지원하는 연구네트워크, 병원·대학 등의 기관이 암 예방과 치료를 목적으로 수행하는 다기관 연구계획서를 심의·관리하는 NCI CIRB가 처음 발족되었다. 이후 2011년에는 신경장애 관련 생산성 향상과 신속한 치료발전을 위한 NIH NeuroNEXT CIRB가 발족되었으며, 2013년에는 급성 뇌졸중 치료, 뇌졸중 예방과 관련한 NIH StrokeNet CIRB가 발족되었다.

NCI CIRB는 NCI가 지원하는 암 예방·치료 관련 다기관 연구계획서를 심의 및 관리하는 소위 중앙화된 방식의 IRB로 초기 NCI CIRB는 협력기관이 수행 또는 NCI가 지원하는 성인 대상 후기 시험(late-phase oncology trials in adults)에 대해 중앙 IRB(CIRB)를 운영하였으며, 2004년 소아암 CIRB, 2013년 성인 Early Phase Emphasis, 2015년 Cancer Prevention and Control CIRB를 운영하였다. 초기 NCI CIRB는 Facilitated Model(FR) 방식으로, CIRB 심의가 먼저 승인하면 개별 IRB가 수락하거나 개별 기관의 현지 상황이나 정책을 고려하여 동의서 변경 여부 등을 검토하여 신속한 검토로 대체하는 형태로 운영되었다. 이후, NCI CIRB는 2012년 AAHRPP 인증을 획득하고 독립 모델(Independent Model)로 변경하면서, 기존의 CIRB 심사 후 개별 기관의 심사 절차를 없애고 NCI CIRB가 전 과정을 대표하는 IRB로 기능하도록 체계 전환하였다.

NCI의 중앙화 방식의 단일 IRB인 CIRB의 운영을 통해 식별된 운영의 효과는 다음과 같다. 비 CIRB 이용 기관과 비교하여 CIRB의 심의 시간이 평균 33.9일 더 빠르며, 초기 심의에서 CIRB 이용은 심의 건당 $717을 절약한다고 나타났다[25]. 또 다른 연구는 학술·병원 IRB에서 연구계획서 제출 후 승인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각각 평균 43일과 42일인데 반해, NCI CIRB의 경우, 연구자가 연구 개시를 위한 워크시트 제출 이후 승인까지 평균 7.1일이 소요되며, 이는 개별 IRB 대비 CIRB 심의가 1개월 이상의 시간을 감축한다고 밝혔다[26].

SMART IRB는 실제 IRB는 아니며, NIH 단일 IRB 정책 이행을 위해 기관 간 협약 체결(reliance agreement)을 지원하는 플랫폼이다[31].

NIH는 연구비 수여자가 연구를 함께 수행하는지, 단일 IRB를 어느 곳으로 지정하는지에 따라 주요·부수적 활동비용을 어떠한 경우에 간접비 또는 직접비로 부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때, 주요 활동은 연구계획서 심의, 동의서 템플릿 심의 등 심의 관련 활동을 의미하고 주로 간접비로 부과되며, 부수적 활동은 연구자 자격, 기관 역량, 사이트별 특화된 고려 관련 심의, 예상치 못한 문제, 연구계획서 이탈, OHRP 보고, IRB 감독, 민원 해결, 미준수 보고, 소통에 대한 활동으로, 해당 비용이 적절히 정당화될 때 직접비로 부담 가능하다[33].

OHRP는 제114조(b)(2)에 따른 단일 IRB 예외 연구로 1) NIH 이외 보건부 기관에서 수행 또는 지원하는 공동연구로 IRB가 초기 연구를 2020년 1월 20일 이전에 승인한 경우, 2) NIH가 수행 또는 지원하는 공동연구로서 i) NIH 단일 IRB 정책이 적용되지 않고 IRB의 초기 심의가 2020년 1월 20일 이전에 승인된 경우 또는 ii) NIH가 2020년 1월 20일 이전에 단일 IRB 정책에서 제외한 연구의 경우, 각 기관의 IRB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커먼룰 NPRM은 다기관 협력 연구에 대한 반복적인 IRB 심의에 따른 비효율성은 심의 절차에 관료적 복잡성을 추가하고 반복적인 심의가 연구대상자에게 추가적인 보호를 제공한다는 근거 없이 연구 프로젝트의 시작을 지연시킨다고 명시하였다.

의약품 임상시험 관리기준 제2호 소목 “임상시험실시기관(Institution, 이하 ‘시험기관’이라 한다)”이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별도로 지정하는 의료기관 또는 특수연구기관으로 실제 임상시험이 실시되는 기관을 말한다.

의약품 임상시험 관리기준 제6호 가목 2) 심사위원회는 시험책임자가 제7호라목3)에 따라 임상시험과 관련하여 제출한 문서를 실시기관 표준작업지침서에서 정한 기한까지 심사하여야 하며, 임상시험의 명칭, 검토한 문서, 심사일 및 다음의 구분에 따른 심사 의견을 기록하여 보관하고, 시험책임자에게 심사결과를 통보하여야 한다.

의약품 임상시험 관리기준 제2호 초목 “시험책임자(Principal Investigator)”란 시험기관에서 임상시험의 수행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의약품 임상시험 관리기준 제2호 보목 “임상시험의뢰자(Sponsor, 이하 ‘의뢰자’라 한다)”란 임상시험의 계획·관리·재정 등에 관련된 책임을 갖고 있는 개인, 회사, 실시기관 및 단체를 말한다.

의약품 임상시험 관리기준 제2호 오목 “임상시험심사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이하 ‘심사위원회’라 한다)”란 계획서(변경계획서를 포함한다)나 대상자로부터 서면동의를 얻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나 제공되는 정보를 검토하고 지속적으로 확인함으로써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대상자의 권리·안전·복지를 위하여 시험기관에 독립적으로 설치한 상설위원회를 말한다.

의약품 임상시험 관리기준 제2호 나목 “다기관임상시험(Multicenter Trial)”이란 하나의 임상시험 계획서에 따라 둘 이상의 임상시험실시기관에서 수행되는 임상시험을 말한다.

의약품 임상시험 관리기준 제6호 가목 6) 대상자의 권리·안전·복지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심사위원회는 제7호아목10)에 따른 정보 외에 추가적인 정보를 대상자에게 제공하도록 의뢰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15조(인간대상연구의 심의) ① 인간대상연구를 하려는 자는 인간대상연구를 하기 전에 연구계획서를 작성하여 기관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제36조(인체유래물연구의 심의) ① 인체유래물연구를 하려는 자는 인체유래물연구를 하기 전에 연구계획서에 대하여 기관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미국의 커먼룰이 생명윤리법과 다른 점은 생명윤리법 제15조 및 제36조처럼 연구자에게 심의 의무를 주지 않고 오히려 KGCP와 같이 수행기관 및 IRB에게 심의 등의 관리 의무를 부여한 점에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10조제3항 제10조(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설치 및 기능) ③ 기관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업무를 수행한다.

1. 다음 각 목에 해당하는 사항의 심의

가. 연구계획서의 윤리적ㆍ과학적 타당성

나. 연구대상자등으로부터 적법한 절차에 따라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

다. 연구대상자등의 안전에 관한 사항

라. 연구대상자등의 개인정보 보호 대책

마. 그 밖에 기관에서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사항

일례로, 보건복지부 지정 기관생명윤리위원회 정보포털은 다기관연구 심의와 관련하여 “생명윤리법에 따른 인간대상연구의 경우에는 연구책임자 단위로 심의”를 받도록 안내하고 있다. “다만, 연구의 내용에 따라 연구책임자가 속한 기관에서 연구대상자 보호를 위해 연구참여기관의 심의를 추가로 요청할 가능성은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43].

21CFR56 제108조(b)에 따라 ‘연구대상자등에게 초래하는 예기치 않은 위험에 관한 사항’, ‘관련 규정을 미준수하는 경우’에 대한 IRB의 결정, 그리고 ‘IRB의 승인 중지나 종료 등에 대한 신속한 보고’ 등의 사항이 개별 IRB에게 부여되었다.

2018년 KGCP가 개정되며 현재 다기관 임상시험에서의 공동임상시험위원회 관련 규정은 KGCP 6호의 라목(다기관 임상시험에서의 심사위원회)에 명시되어 있다.

KGCP 6호의 라목(다기관 임상시험에서의 심사위원회)

라. 다기관 임상시험에서의 심사위원회

1) 임상시험을 복수의 임상시험실시기관에서 실시할 경우에는 임상시험실시기관의 장 간의 협의에 의하여 공동으로 심사위원회(이하 “공동심사위원회”라 한다)를 개최하여 심사·결정하거나, 개별 임상시험실시기관의 심사위원회 결정으로 다른 임상시험실시기관의 심사위원회에서 심사·결정한 사항을 인정할 수 있다.

2) 공동심사위원회의 업무·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하여는 가목부터 다목까지의 규정을 준용한다.

3) 공동심사위원회에서 심사·결정한 사항 또는 다른 임상시험실시기관의 심사위원회에서 심사·결정한 사항으로서 개별 임상시험실시기관의 심사위원회에서 인정한 사항은 해당 임상시험의 개별 임상시험실시기관의 심사위원회에서 심사·결정한 것으로 본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12조(공용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지정 및 기관위원회의 공동 운영) ② 둘 이상의 기관이 공동으로 수행하는 연구로서 각각의 기관위원회에서 해당 연구를 심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수행기관은 각각의 소관 기관위원회 중 하나의 기관위원회를 선정하여 해당 연구를 심의하게 할 수 있다.

동법 시행규칙 제9조(공용위원회의 업무 등) 제1호나목. 둘 이상의 기관이 공동으로 수행하는 연구로서 각각의 소관 기관위원회 중 하나의 기관위원회에서 심의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어 수행기관의 장들이 공용위원회를 이용하기로 합의한 연구

개정 시행(`20.8.5.)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가명 처리된 개인정보는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을 위하여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가명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때 과학적 연구의 범위와 내용이 명확하지 않으며, 개인정보처리위원회에서는 민간 자본 투자에 의한 상업적 연구도 과학적 연구에 포함된다고 해석하여 논란이 있다.

예컨대, 전체 연구 중 인간대상연구를 수행하는 기관과 인체유래물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이 달라서 수행기관별 연구계획이 필요한 경우 등이 가능할 수 있다.

당초 Western IRB가 대표적이었으나 이후 지역 또는 연구 전문성 등에 따라 다양한 상업적 IRB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Western IRB는 2020년 10월 Copernicus Group IRB(CGIRB), Midlands IRB(MLIRB), New England IRB(NEIRB), Aspire IRB를 통합하여 WCG IRB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하지만, 상업적 IRB는 법적 근거가 있는 IRB가 아니므로 45CFR46에 따른 공동연구의 수행에 대한 단일 IRB로 지정이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실상 수행 여부를 결정하는 승인의 권한은 없다.

Conflict of Interest

There are no potential conflicts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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