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Journal of Medical Ethics
The Korean Society for Medical Ethics
Article

섹스 로봇의 현황과 그 규제에 대한 세 가지 입장

김수정1,*https://orcid.org/0000-0001-5520-1019
Soo-jung KIM1,*https://orcid.org/0000-0001-5520-1019
1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과, 부교수
1Associate Professor, Department of Medical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College of Medicine, Catholic University of Korea

ⓒ Copyright 2020 The Korean Society for Medical Ethics.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Aug 18, 2020; Revised: Aug 19, 2020; Accepted: Sep 14, 2020

Published Online: Sep 30, 2020

요약

본 논문은 섹스 로봇의 정의와 현황을 소개하고 섹스 로봇에 대한 찬반 논쟁을 다룬다. 데이비드 레비(David Levy)는 섹스 로봇을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섹스 로봇의 긍정적 측면을 제안한다. 그러나 캐더린 리차드슨(Catherine Richardson)은 여성의 성적 대상화와 성 상품화를 경고하며 섹스 로봇에 대한 반대 캠페인을 펼친다. 존 다나허(John Danaher)는 섹스 로봇의 전면적 금지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서 소아착취성애와 강간 판타지를 체화한 특정 섹스 로봇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원주의적 민주사회에서 개인은 자신이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추구할 자유를 보장받아야 하지만, 타인에게 직접적 해가 가해진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을 때 공공의 안전과 질서를 위해서 개인의 자유 행사를 규제할 수 있다. 본 논문은 섹스 로봇에 대해서 개인의 신체적·정서적·사회적 유익을 위한 섹스 로봇 사용을 허용하면서도 강간이나 소아착취성애와 같은 분명한 해를 가하는 범죄 행위를 모방하거나 함축하는 행위에 대해서 적극적 규제를 하도록 제안한다.

Abstract

This article examines and evaluates the views of David Levy, Kathleen Richardson, and John Danaher on the ethical and legal issues involved in human-robot sex. While Levy welcomes the introduction of sex robots and extols the benefits of this technology, the other two writers are much more critical of sexual relationships with robots. Richardson campaigns against sex robots, warning that they will lead to the further objectification of women and commodification of sex; and Danaher, who considers a complete ban on sex robots unrealistic, argues that it is necessary to regulate and even criminalize particular sex robots, such as those embodying child sex abuse or rape fantasies. In a pluralistic society, individual freedom or autonomy should be respected as long as doing so does not cause harm to others or threaten public safety or social order. Therefore, this article defends a view similar to Danaher’s on policies concerning human-robot sex: it is argued that while sex robots should be permitted for individual use, the industry should be strongly regulated, and sex robots associated with rape fantasies or child sex abuse should be prohibited.

Keywords: 섹스 로봇; 인공지능; 성; 사랑
Keywords: sex robot; artificial intelligence; sexuality; love

I. 서론

성(sexuality)은 인간의 생물학적 충동과 쾌락, 욕망과 사랑, 성적 자아 인식과 발달, 정서적 유 대감 발달과 인간관계, 생식과 출산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역에서 개인의 내밀한 삶과 사회적이며 공적인 삶에 영향을 미친다. 인간이 자신의 성적인 본능을 어떻게 표현하고 제어하고 충족하는지에 따라 개인이 사회 속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돕기도 하지만, 성적 표현은 때로 오명(scandal)과 낙인(stigma)의 뿌리가 되거나 혹은 누군가에게 위해와 착취를 조장하여 사회적 불의와 악을 야기하게 되기도 한다[1]. 성에 대해 갖는 태도와 행동이 개인의 삶, 인간관계,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섹스 로봇의 사회적 함의와 법적 규제 여부의 정당성을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본 논문은 섹스 로봇의 정의와 현황을 소개하고 섹스 로봇에 대한 적극적 환영을 표현하는 데이비드 레비(David Levy)와 섹스 로봇 반대 캠페인을 벌인 캐더린 리차드슨(Catherine Richardson)의 논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섹스로봇을 허용하지만 소아착취성애 로봇과 강간 모드의 섹스 로봇을 규제해야 한다는 존 다나허(John Danaher)의 논의를 고찰함으로써 논문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Ⅱ. 본론

1. 섹스 로봇의 역사적 배경

섹스 토이(sex toy), 섹스 인형 혹은 섹스 돌(sex doll), 섹스 로봇(sex robot)은 모두 섹스에 이용될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섹스 토이가 인간 생식 기관의 모양을, 섹스 인형이 인간의 모습을 본뜬 것인데 반해, 섹스 로봇은 인공 지능을 탑재해서 아직은 조잡한 수준의 반응이지만 일정 정도 인터액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섹스토이의 기록은 2005년에 발견된 것으로 길이 20cm 너비 3cm의 돌로 만든 남자 생식기 모형이 있는데 28,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2]. 역사적 유물 가운데 여성의 생식기나 남성의 생식기가 개발된 흔적들이 있으며, 1700년대에 네덜란드 항해 선원들이 갖고 다녔던 여행의 여인(dame des voyages)의 기록은 피그말리온(Pygmalion) 신화를 본 딴 섹스 인형의 대표적인 형태로 간주할 수 있다. 사람의 형태를 가진 물건을 만들고 그것을 의인화해서 사랑에 빠졌다는 고대 이야기는 라오다미아(Laodamia)와 피그말리온 신화에서 찾을 수 있다. 피그말리온 신화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으므로 라오다미아의 이야기를 소개하기로 한다. 아주 옛날 라오다미아라는 여성이 있었는데,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남편인 프로테시라우스(Protesilaus)가 트로이 전쟁에 나가 첫 번째로 죽임을 당하였다. 슬픔에 젖은 라오다미아를 위로하기 위해 그리스 신들이 죽은 프로테시라우스를 저승에서 데려와 세 시간 동안 만날 수 있게 하였다고 한다. 다시 헤어지게 된 것에 상실감을 느낀 라오다미아는 남편을 본 딴 청동 인형을 만들어 함께 잠을 자곤 했는데, 이것을 알게 된 라오다미아의 아버지가 청동 인형을 불 속에 던져 버리자 라오다미아도 그 인형을 따라 불 속에 뛰어 들어 죽음을 택했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3].

조각상이나 인형 혹은 마네킹 등에 성적 매력을 느끼는 것을 아가말토필리아(agalmatophilia)라고 한다[4][5]. 그리스어인 아가말(agalma)은 조각을 의미하고 필리아(philia)는 사랑을 의미한다. 앞서 언급한 라오다미아는 자신이 그리워하는 남편을 투사한 인형을 사랑한 것이므로 인형은 죽은 남편의 모상이자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피그말리온은 현실에서 자신이 좋아할 여성을 찾을 수 없었기에 상상 속에 그리는 이상적 여성의 대체물로 조각을 만들었고 그것과 사랑에 빠졌을 수 있거나 혹은 사랑에 빠졌다고 착각했을 수 있다. 정령주의(animism)는 식물이나 무생물, 혹은 자연현상에 영혼이나 의지가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있다고 간 주하는 것이다. 애니마(anima)는 라틴어로 숨, 혼, 생명 등을 의미한다. 의인화(anthropomorphism)는 인간의 특질이나 감정이나 의도 등을 무생물에 부여하는 것이다.

인간과 유사한 외형을 갖고 있거나 인간 행동과 유사한 것에 맞닥뜨릴 때, 우리가 이것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으로서 타인에 대한 우리 지식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애착을 느낀 대상에 공감을 느끼고 보살피고 상호관계성을 형성하게 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살아있는 사람과의 관계를 원하기 때문에 그 대체물로서 복제품인 섹스 로봇과 섹스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섹스 로봇 자체에 매료되기 때문일까?[3]

“로봇”이란 표현은 카레 카펙(Kare Capek)의 희곡인 1922년 “로슘의 보편 로봇(Rossum’s Universal Robots)”에서 사용되었는데, 복종 (servitude)이라는 동유럽어의 어근을 갖고 체코어로는 강요된 노동자(forced worker)라는 뜻을 갖고 있다. 카펙은 인간과 비슷한 모양으로 제조된 것을 묘사하기 위해 로봇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국제로봇연합(The 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은 산업용 로봇을 “자동적으로 제어 할 수 있고, 다시 프로그램 가능하며, 여러 목적을 위해 조작 가능한 것으로서, 산업에서 자동 활용 체를 한 장소에 고정하거나 이동 가능할 수도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6][7]. 이를 바탕으로 다나 허는 “인간의 형태를 갖고 있고, 인간과 유사한 움직임이나 행동을 하며, 약간의 인공 지능을 가진 것으로서 성적으로 이용될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공적 존재”라고 섹스 로봇을 규정하고 있다[2]. 섹스 로봇은 인간의 외형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간 몸의 특정 부분만을 본뜬 섹스 토이와 다르며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인터액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섹스 인형과도 다르다. 바로 이러한 두 가지 점, 즉 인간을 본뜬 모양이라는 점과 인터액티브 하다는 특성이 섹스 로봇의 사회적·윤리적 논의를 불러일으킨다[2].

섹스 로봇이 대부분 성적으로 과장되거나 성적 매력이 강조된 여성의 외모를 하고 있다는 점이 어떤 사회적 상징성을 띤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것을 사용하는 남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상징하거나 대체한다고 여겨지는 여성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특히 섹스 로봇이 인터액티브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가 성에 대해서 갖는 믿음과 가치 및 특성을 섹스 로봇에 탑재 하는 것이 적절할까? 성적 행동을 하도록 프로그램 된 섹스 로봇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나 그가 만나게 되는 성적 파트너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인간이 친밀감을 느끼는 방식이나 성적 욕망, 혹은 사랑하는 방식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더 나아가 사회는 이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인가[3].

2. 섹스 로봇의 실태
1) 섹스 로봇의 현황

현재 개발된 섹스 로봇으로는 미국 리얼보 틱스(Realbotix)에서 맷 매컬린(Matt Mcullen) 이 제조한 하모니(Harmony)와 트루컴패니언 (TrueCompanion)에서 만든 록시(Roxxi), 유럽 바르셀로나에 본부를 둔 세르게이 산토스(Sergi Santos)가 개발한 사만타(Samantha)를 들 수 있다[8]. 하모니의 경우 얼굴 모양이나 머리 형태, 목 소리 등 사용자의 취향대로 여러 특질을 맞출 수 있다. 예컨대, 하모니는 웃거나 윙크를 하거나 찡 그릴 수 있으며 농담도 하고 사용자의 생일이나 취향을 기억하며 영화나 음악이나 책 등에 대한 대화도 할 수 있다고 한다. 록시는 “활발하고 모험심이 강한 거친 웬디(Wild Wendy-outgoing and adventurous)”, “당신의 고통과 쾌락의 환상을 함께 나눌 준비가 된 에스앤앰(S&M Susan-ready to provide your pain/pleasure fantasies)”, “이제 겨우 18세밖에 안 되고 당신이 가르쳐 주기를 기다리는 어린 요코(Young yoko-oh so young (barely 18) and waiting for you to teach her)”, “매우 경험이 많아서 당신을 가르치고 싶어 하는 농염한 마사(Mature Martha-very experienced and would like to teach you!)” 등 다양한 인성(personalities)을 부여 받는다. “트루컴패니언의 섹스 로봇은 당신이 말하는 것을 들을 수도 있고 말하고 당신이 만지면 느낄 수 있으며 자기 몸을 움직일 수 있으며 역동적이며 감정과 인성을 갖고 있어요 (TrueCompanion’s sex robots can hear what you say, speak, feel your touch, move their bodies, are mobile and have emotions and a personality)”라고 광고하는데, 가격은 $9,995이며 2018년 현재 4,000개의 주문을 받았다고 한다.

현재 생산되는 섹스 로봇은 인공 지능이 부착되었다고는 하지만, 기능이 매우 제한적이고 몇 가지 감지기가 부착된 마네킹에 지나지 않는다[9]. 사만타(아랍어로 ‘듣는 사람’)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몸의 11곳에 센서 감지기가 있어서 목소리를 통한 인터액션이 가능하다. 인터액션의 경우는 가족 모드(Family Mode), 낭만적 모드(Romantic Mode), 성적 모드(Sexual Mode), 동반자 모드(Companions Mode), 유희 모드(Entertaining Mode), 오락 모드(Fun Mode), 취침 모드(Sleep Mode), 분석 모드(Analysis Mode) 등 다양한 유형으로 이용가능하다고 한다. 현재 바르셀로나에는 세계 최초의 로봇 섹스 성매매 업소가 생겼다가 논란 끝에 문을 닫고 숨어서 운영 중이며, 몇 가지의 감지기가 부착된 섹스 마네킹이 생산되었다고 한다[9].

이 외에도 중국 쉔젠 아탈 인텔리전트 로봇 기술 주식회사(Shenzehen Atall Intelligent Robot Technology Co., Ltd)가 개발한 엠마(Emma)의 광고가 인상적이다.

요리나 세탁 등 집안일 뿐만 아니라 당신의 이상적인 연인입니다. 당신은 결코 다투지 않고 냉전을 겪지 않을 것에요. 인내심을 갖고 당신의 내면에 항상 주의를 기울이며, 당신의 지원이 부족해도 비웃지 않고 당신과 항상 함께하며 당신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그녀는 당신이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데 충실한 동반자가 될 것입니다. 그녀는 또한 당신의 특별한 필요도 충족시켜 줄 거에요[10].

엠마의 광고는 사용자가 하기 싫어하는 일을 대신해 준다는 의미에서 초기 로봇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상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동반자로서의 기능도 강조하고 있다. 사용자의 정서적 욕구를 충족하면서도 사용자의 심기를 거슬리는 않는 존재라는, 한층 진화된 노예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섹스 로봇의 원래 기능은 가장 마지막에 넌지 시 제시하고 있다. 본 광고를 통해 섹스 로봇 시장이 상당히 포괄적인 범위의 소비자를 포섭하려고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섹스 로봇이 단 순한 물리적 기능에 충실한 섹스 토이와 차별성을 보이며 사용자의 심리적 정서적 욕구를 충족할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다.

2) 섹스 로봇의 역할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와 반응

랭카스터 제임스(Langcaster-James)와 벤틀리 (Bentley)는 섹스 돌을 구입해서 이용 중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섹스 돌의 구입 동기와 이용 경험에 대해 알아보았다[11]. 온라인을 통해 83명의 연구 대상자로 연구를 수행한 결과, 이들은 섹스 돌의 구입자들이 섹스 돌과 꼭 성적이지만은 않은 연인, 반려자 등의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섹스 돌 구입자들의 가장 일차적인 목적과 용도는 언제든 성적 파트너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이는 실제 인간 파트너와 맺는 관계에서 오는 여러 가지 부담과 어려움을 회피하거나 보상 받고 싶은 동기도 있었다. 구입자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정신 건강과 치료적 이익, 취미나 예술품, ‘의사소통’ 등의 상호 관계 등도 소유 용도로 나열했다. 특히 정신 건강과 치료적 이익의의 미는 사회적 고립의 느낌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리적으로 격리되거나 구속되어 있거나 정신 건강 문제, 혹은 실제 인간관계가 어려워짐에 따라 생길 수 있는 사회적 고립감과 배제의 결과를 줄이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섹스 로봇 구입자들은 섹스 로봇이 일종의 타인으로서 기능하며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킬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랭카스터 제임스와 벤틀리는 포스트 휴먼 반려자와의 관계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알로돌 (allodoll)”이란 좀 더 중립적인 표현을 쓰자고 제안했다[11]. 이들이 제시하는 알로돌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전형적인 사실주의에 입각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필수적이거나 바람직한 사회적 관계를 대신하거나 대체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 성적 기능을 제공할 수도 안할 수도 있지만, 사용자에게 반드시 적어도 매우 중요하면서도 성적이지 않은 구실을 제공해야 한다. 이것은 유아적 형태나 성인의 형태를 띨 수 있으며 움직이지 않고 멈춰 있거나 로봇 공학 기술이나 언어 기능, 움직임 등 기능을 포함할 수도 있다. 이것은 인위적인 친족관계, 환상의 연인 관계, 혹은 그 외 범사회적인 형태의 관계를 고양한 다[11].

세리 터클(Sherry Turkle)은 『제2의 자아(the Second Self)』에서 과학기술이 우리가 하는 행동 뿐만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도 변화시킨다고 주장한다[12]. 특히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가는 방식, 서로를 알아가는 방식, 더 나아가 세계와의 관계를 알아가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터클은 실제로 상이한 연령이나 유형별로 사람들 이 컴퓨터에 자신의 의도와 감정을 투사하며 살아 있는 대상으로 다루며 유대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을 여러 실험관찰과 인터뷰 연구를 통해 보여 주었다.

어린이들은 성장하면서 형이상학, 능숙함과 지 배, 정체성의 단계를 거치며 컴퓨터와 인터액션을 수행하였다[13]. 예컨대 아주 어린 아이들은 기계가 생각하는지, 살아 있는지, 느끼는지 질문하며 컴퓨터를 다루었고, 7세에서 8세 이상의 어린이들은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는 데 더 관심이 있었으며, 청소년기에 들어서면 프로그래머의 태도로 자신의 가치와 태도를 투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터클은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부터 자신의 사고를 유추하며 자신을 기계처럼 생각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결국 인간은 상호적이며 복잡한 인간관계를 맺지 않고도 컴퓨터와 인터액션을 통해 일종의 동반자적 관계를 형성하고 스스로를 이해하고 사회와 관계 맺는 방식에서 다양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터클은 특히 로봇이 소위 “관계적 인공물(relational artifacts)이기 때문에 다른 기술품과 다르다고 주장한다[13]. 관계적 인공물이란 무생물이지만 사람들이 그것과 상호 관계성을 맺고 있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하도록 충분한 반응을 하는 것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그래서 관계적 인공물은 자아감, 정서적 행복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성 등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섹스 로봇은 그 사용자에게, 우리가 동료 인간을 대하는 방식에, 그리고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섹스 인형은 대부분 여성의 외형을 갖고 그 외모와 작동 방식이 특히 성적인 부분을 과장하고 강조하여 성적 대상으로 이용되도록 만들어진다. 인터액션 기능을 갖춘 섹스 로봇이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묘사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용된다는 점에서 성 상품화와 여성의 대상화를 조장할 뿐만 아니라 성적 행동에서 상호성을 간과하게 만들어 실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인간의 특정한 외형과 행동을 모사한 복제품으로써 섹스 로봇은 그 사용자와 인간에게, 그리고 사회 일반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3. 제기되는 문제와 이슈
1) 섹스 로봇이 갖는 보편적 위해와 위험

우선 섹스 로봇의 오작동으로 인해서 생길 수 있는 신체적 위해와 섹스 로봇에 입력되고 기억되는 내용이 누출되어 생길 수 있는 사생활 침해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 로봇 오작동의 문제와 사생활 유출 가능성의 문제는 로봇을 제작하고 작동 프로그램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므로 본 글에서는 다루지 않겠다.

일부 사람들은 섹스 로봇이 인공지능을 갖기 때문에 섹스 토이나 섹스 인형과는 다르며 성적 파트너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섹스 로봇이 성적 파트너를 대체하게 된다면, 사용자의 취향이나 요구대로 언제나 어떤 식으로든 작동하도록 프로그램된 섹스 로봇을 이용하는 사람은 성적 관계 형성에서 이런 모습이 당연하거나 바람직하다고 착각하게 되어 인간에게조차 이런 이기적이며 일방적인 관계를 기대하거나 강요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14].

이것은 잔인하거나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현실에서조차 그런 폭력성을 실현하고자 한다는 주장과 유사하다. 가상현실에서 게임을 즐기는 것은 이용자의 기호나 취향의 문제이지만, 일부 잔혹한 게임에서 묘사되고 행해지는 폭력이나 범죄가 현실에서 자행될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게임과 무관한 사람들에게조차 심각한 사회적 우려를 자아낼 것이며 게임 프로그램은 검열과 교정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가상현실 속에서 즐기는 게임의 잔혹성과 폭력성이 현실에서의 삶과 무관하며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섹스 로봇은 인간과 닮은 외형을 갖추고 제한적 이나마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상현실 보다 더욱 실재성과 물질성을 부여받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우려는 트루컴패니언의 록시 모델(Roxxxy TrueCompanion) 중 “경직된 파라(Frigid Farrah)”라는 세팅에서 강화되었다. 이 로봇은 성적인 저항을 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어서 강간 판타지를 조장한다고 비난 받았다[15]. 현실의 사람이 아니라 로봇을 이용하는 것이므로 실제 강간 범죄를 줄일 것이며 문제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 로라 베이트는 다음과 같이 비판하였다[15].

이런 사고는 여성에 대한 남자의 성적 폭력이 본성이며 불가피한 것이어서 금지할 수 없고 중재할 수만 있다고 전제하는데, 이는 남성 대다수를 모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범죄의 책임을 여성과 사회에 전가하며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것이다. 또한 섹스 로봇의 이용자는 섹스 로봇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왜곡된 이미지나 환상을 갖게 되고 자신의 의사결정능력이나 판단 능력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예컨대 자기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인간관계에 어려움과 좌절을 느끼고 사회적 관계를 회피하거나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본과 한국에서는 가상현실을 이용한 여자 친구 갖기 게임이 유행이라고 한다[16]. 가상현실 속에 고립되어 현실에서 사람을 만나 사회적 관계를 갖게 되는 것을 꺼리게 되거나 스스로 소외되는 오타쿠 등의 문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2) 섹스 로봇을 옹호하는 데이비드 레비(David Levy)의 주장

데이비드 레비(David Levy)는 2007년에 출판한 『로봇과의 성과 사랑(Love & Sex with Robots)』에서 로봇과의 사랑과 성관계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설사 로봇이 어떤 감정이나 사랑의 표현을 하도록 ‘디자인’되었다 할지라도, 그런 감정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17]. 레비는 로봇에게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단계에서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부여함으로써, 그리고 인간과 유사한 외형을 가지도록 로봇을 만듦으로써, 우리는 작동 기능 단계만이 아니라 개인적·인간적인 의미에서 로봇과 상호관계를 맺을 수 있는 시기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레비는 로봇이 가진 재능과 감각, 능력으로 인해 인간의 반려자로서 엄청난 매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로봇이 사랑과 성관계에 대한 인간의 생각을 변혁시킬 것이라고 주장 한다. 레비는 반려동물에게 애착을 느끼듯이 전자물에게도 애착을 느끼게 됨을 언급하면서, 섹스 로봇이 사랑하거나 사랑 받을 상대가 없는 외로운 사람의 공백과 불행을 채워 주어 세상은 더욱 행복한 곳이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18]. 레비는 동성 간 사랑과 결혼이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게 되었듯 이 미래에는 로봇과의 섹스도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한다. 매춘이 쓸모 없어질 것이 며[17], 친밀감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인공지능이 해결책이 될 것이며, 미래에는 소프트웨어가 발달해서 로봇이 정서적으로 반응하고, 대화를 나누며, 웃고, 인간 파트너로부터 배우고 심지어 가르치게도 될 것이라고 한다.

레비는 1987년 신디 하잔(Cindy Hazan)과 필립 셰이버(Philip Shaver)의 정서적 유대감과 낭만적 사랑의 유사성을 밝힌 연구로부터 시작한다. 이들 이론에 따르면, 낭만적 사랑은 유대감과 보살핌과 섹스로 이루어진다[17]. 어떤 사람이 낭만적 사랑을 경험할 능력이 그가 어떤 것에 유대감을 느끼게 되는 시간과 과정에 의존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물건을 소유한 사람이 빈번하게 그것을 사용하고 ‘인터액션’까지 하게 되면 그 소유자에게 그 물건은 고유함과 독특함의 위상을 갖게 될 것이며 소유자는 그 물건에 강한 유대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빈번하게 사용하고 우리 가까이 있는 것, 특히 우리는 우리가 강한 통제력을 행사하는 대상에 대하여 더욱 내 것이라고 느끼면서 나의 삶의 연장된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레비가 세리 터클의 『제2의 자아』에서 아이들이 컴퓨터에 자신의 바람과 욕망을 투사하고 소 위 컴퓨터와 말하고 울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서 로봇과 인간관계의 실마리를 찾는다는 것은 흥미롭다[17]. 터클은 어린이들이 컴퓨터의 작동방식을 모르기 때문에 투사와 거울효과(mirroring)를 통해 컴퓨터라는 대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으로 간주하였다. 하지만, 내가 말과 행동을 통한 사회적 활동을 통해서 관계를 맺게 되는 사람과 내가 자주 사용해서 좋아하는 물건과의 동일시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즉 나의 것, 나의 친구, 나의 배우자라는 표현에서 드러나는 ‘나의’라는 표현에 함축된 소유 관계를 통해서, 내가 자주 사용하고 애착을 갖는 물체와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인간을 동일하게 간주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다. 내가 어떤 사물을 자주 사용하고 나에게 맞추어 최적화되어있다는 사실이 나로 하여금 더욱 그 사물을 특별하게 느끼게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나의 그런 특별한 애착은 인간의 공감(empathy)이 지나치게 연장되어 형성된 의인화(anthropomorphism)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로봇의 경우 언제든 기억이나 감정 등을 조작 가능하고 리셋이나 복제 가능해서 ‘나와’ 고유한 관계를 만들어 발전시켜 가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로봇의 작동이 프로그래머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행위 주체로 간주할 수 없고 독립적이고 고유한 행위능력(agency)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레비는 컴퓨터 자판에서 글자를 입력하고 마우스를 클릭하며 어떤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양자 상호적 관계라고 규정한다[17]. 레비는 로봇과 사랑에 빠지는 세 가지 길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17]. 첫 번째, 인간의 외형이나 성격을 더욱 닮게 되면서 인간과의 유사함으로 인해 로봇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 기계와 기술 자체에 대한 사랑을 통하는 것이다. 기술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컴퓨터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작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데, 레비는 바로 자신의 의지대로 조작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작업을 섹스에 비유한다. 프로그램이 통제의 유형, 즉 컴퓨터가 프로그래머의 의지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 다른 표현으로 정복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고 한다. 세 번째는 인터넷상에서 형성되는 것과 유사한 감정으로부터 로봇과의 사랑이 진화할 것이라는 것이다. 즉,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여러 가지 특성을 은폐한 채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든 보이게 할 수 있는데, 바로 이런 형태를 띠고 온라인상에서 누군가와 친밀감과 관계를 맺게 되는 것에서 로봇과의 친밀성과 관계의 진화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레비가 말하는 세 가지 유형의 사랑을 연장된 의미에서 사랑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첫 번째, 섹스 로봇이 인간과 유사한 외모를 갖추고 인간과 유사한 행동을 하는 것은 결국 모방에 지나지 않는지? 그 행동이 어떤 프로그램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자발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선택된 행동도 아니며 언제든 조작 가능하다는 점에서 행위 주체성을 인정하기 힘들 것이다[2]. 행위 주체에 귀속할 수 없는 감정과 행동은 흉내 내기와 자동적 작동에 지나지 않는다. 두 번째, 통제와 임의대로 조작 가능하다는 정복 심리를 섹스에 비유한다는 점도 수용하기 힘들다. 바람직하지 않은 인간관계에서 볼 수 있듯이, 내 의지대로 조종할 수 있는 상태에서는 나만 존재하고 상대가 이미 대상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상호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소유와 사용하는 주체만 남지 않을까. 세 번째, 사이버 공간인 가상현실에서는 여러 아바타로 탈바꿈할 수 있다. 누구라도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유연한 정체들 간의 관계란 그만큼 실재성을 갖기 힘들다. 더욱 정확히 표현하면, 상황에 따라 어떤 품성이든 선택할 수 있는 정체라면 개인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서로의 관계에 믿음을 쌓게 되는 사회적 관계를 맺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레비가 언급하는 세 가지 방식의 사랑은 각각 소유와 애착, 통제와 정복, 기만과 속임을 전제하고 있어서 상호성이나 관계를 배제한 일방적인 투사나 모방 혹은 거울효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3) 섹스 로봇 반대 캠페인을 벌이는 캐더린 리차드슨(Catherine Richardson)의 주장

캐더린 리차드슨(Kathleen Richardson)은 레비의 주장이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면서, 레비가 사람들의 불안정성에 대해서 존재하지 않는 해결책을 제시한다고 주장한다[19]. 예컨대, 소아성애자나 강간범들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없는 사람들이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형이 아니라 치료라는 것이다. 인간은 다른 인간과의 상호관계를 통해서 인간적으로 성숙해지는데, 과연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로봇이 해결책이 되겠는가? 더 나아가 인간처럼 ‘보이는’ 로봇과 상호작용하면서 인간의 사회성과 친밀감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20] 리차드슨은 노인들이나 취약한 계층을 위해 개발된 소위 사회화된 로봇을 향한 움직임은 사람들이 기계를 통해서 소통하도록 해서 결과적으로 사회적 네트워크를 약화시키고 로봇에만 개별적으로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리차드슨은 레비의 책 6장 “왜 사람들은 성관계에 돈을 지불하는가(Why People Pay for Sex)”에 기초해 반대 논증을 실은 논문을 발표했으며 에릭 빌링(Erik Billing)과 함께 2015년 9월에 섹스 로봇을 반대하는 캠페인(Campaign against sex robots)를 전개했다[19]. 리차드슨은 섹스 로봇의 등장으로 매춘이 줄어들 것이며 소아성애자 등 사회에서 통용되기 힘든 왜곡된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의 범죄도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레비의 주장을 이 글에서 정면으로 반박한다. 인터넷 등 새로운 과학기술의 등장은 매춘과 포르노 산업이 더욱 부흥하고 웹상에서 소아성애자와 성적 착취 물이 더욱 범람하도록 이끌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더 나아가 섹스 로봇은 반사회적이고 왜곡된 성적 취향을 승인하고 그 관문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신지아나 귀티아스(Sinziana Gutius)도 사용자가 섹스 로봇과 반사회적 인터액션을 반복적으로 하게 되면 사용자는 자신의 반사회적 경향에 더욱 나약해지고 개인적·사회적 문제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더욱 좌절될 것이라고 지적한다[21]. 또한 사용자의 임의대로 다룰 수 있는 섹스 로봇의 이용은 여성에 대한 강간 판타지를 조장하고 여성의 인간성을 무시하는 경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여성을 대상화하는 포르노그래피와 남성잡지 등에 노출된 남성이 여성에 대한 폭력을 더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와도 동일한 입장에 있다. 특히 섹스 로봇이 몸을 가지고 존재하며 인터액티브하다는 점에서 사용자에게 가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과 각인 효과가 더욱 심각할 수 있다.

리차드슨은 섹스 로봇이 매춘 산업, 강간, 포르노에서 전제하는 여성의 몸의 대상화와 성의 상품화를 체화하고 있으며, 여성의 몸을 본딴 섹스 로봇이 시장에서 매매되며 폐기되는 현상은 여성의 몸의 상품화와 성 역할의 불평등 심화에 일조할 것이라고 경고한다[19]. 매춘은 성을 사는 사람과 성을 파는 사람으로 구성되지만, 실제 매매에서 성을 사는 사람이 상대를 성적 쾌락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하기 때문에 상대의 경험이나 느낌은 무시되고 단순히 상품으로 전락하고 만다. 리차드슨에 따르면, 섹스 로봇은 사용자로서 성을 구매하는 주체와 상품으로서 소비되는 대상으로 전락한 몸이라는 불평등한 관계를 상징한다.

더구나 섹스 로봇은 사물에 지나지 않으므로 사용자의 바람과 취향에 맞게 작동하도록 프로그램될 수 있다. 섹스 로봇은 도구에 지나지 않는 사물이므로 사용자가 섹스 로봇에 대한 공감(empathy)을 전혀 느낄 필요가 없으며, 행위 능력(agency)을 결여하고 있으므로 동의(consent)를 구할 필요도 없다. 섹스 로봇의 상징성은 성적 관계에, 예컨대 사물이며 ‘도구’에 지나지 않는 섹스 로봇이 여성에 대한 사회적 태도에 부정적 영향을 주어서 여 성을 복종적이며 차별적이며, 신체적으로나 성적으로 착취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게 한다[22]. 공 감과 자율성에 대해 전혀 고려할 필요가 없는도 구와 상품으로서의 섹스 로봇에 대한 이런 일방적인 태도가 실제 인간 파트너에게도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섹스 로봇은 특히 젊은 여성의 외모를 본뜨고 비현실적으로 글래머러스한 모습을 갖고 주로 명령에 따르는 복종적 역할을 하게 되어 있어서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환원주의적 시각을 조장하여 여성을 대상화하고 사회의 성적 규범에 영구적인 해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4) 소아성애 로봇과 강간 모드를 규제해야 한다는 존 다나허(John Danaher)의 주장

다나허(Danaher)와 맥아서(McArthur)는 섹스 로봇 기술의 발전에 대한 다음 네 가지 쟁점을 제시한다[23]. (1) 섹스 로봇이 인간들 간의 친밀한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2) 섹스 로봇은 사용자와 사회에 위해를 가할 것인가? (3) 섹스 로봇의 상징성(symbolism)과 관련해 어떤 문제가 될 만한 것이 있는가? (4) 로봇과 친밀한 사 랑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

이들은 리차드슨의 우려가 지나친 것이며, 섹스 로봇 기술의 잠재적 이득을 무시하는 것이며, 섹스 로봇 금지가 성공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언급한다. 하지만 이들도 섹스 로봇에 대한 어느 정도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예컨대 어린이 모습을 한 섹스 로봇을 만들지 못하게 하며, 강간 판타지를 조장할 수 있는 행위를 금지해야 하며, 섹스로 봇을 구매하는 연령을 제한하며, 특정인의 외모를 본뜨지 못하도록 섹스 로봇의 외모에 대한 규제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나허는 섹스 로봇이 강간이나 소아착취성애를 모사하도록 의도적으로 디자인되거나 사용된다면 로봇과의 그런 행위로 인해 직접적인 해를 입는 사람이 실제로 없다고 할지라도 규제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24].

첫째, 강간이나 소아착취성애에 대한 욕망은 그 행위자의 왜곡된 성적 선호나 취향을 반영하며 그런 욕망의 반복된 실현은 강박과 중독으로 이어져 개인의 복지에 심각한 해를 가할 수 있다. 사회는 행위자의 도덕적 품성이나 복지에 심각한 해를야 기할 행동을 제재하고 교정할 책임을 갖는다. 둘째, 강간이나 소아착취성애는 여성과 어린이를 억압하고 착취하는 그야말로 심각한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는 문제이므로, 사회적 구성원과 약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도덕적 감수성이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는 사람의 욕망 표현을 규제할 수 있다.

행위자 자신의 도덕적 품성에 해를 가하는 것을 막고 그 행위가 지니는 사회적 함축을 고려하여 사회는 타인에게 직접적인 해를 가하지 않고 단순히 위험을 부과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본질적으로 잘못된 행위를 처벌 할 수 있다. 특히 다나허는 가상현실에서 아바타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과 달리 섹스 로봇과의 행위는 현실에서 주체와 대상 간에 실제로 행해지는 행위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타인이 직접적으로 해를 입지 않은 경우에도 섹스 로봇을 통한 왜곡된 성적 선호나 취향의 표현을 규제하는 것이 사회의 책임이 될 수 있으며 제조·유통·공급하는 사람도 그런 잘못된 행위를 용이하게 하고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형벌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24].

III. 결론

지금까지 섹스 로봇에 대한 적극적 찬성과 환영을 주장하는 레비, 반대 캠페인을 벌이는 리차드슨, 제한적 허용을 주장하는 다나허의 주장을 살펴 보았다. 레비와 같은 섹스 로봇의 옹호자들은 개인의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유익을 추구하는 목적으로 섹스 로봇이 유익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리차드슨은 섹스 로봇이 여성의 상품화와 성적 대상화를 악화시킨다고 금지할 것을 주장한다.

현대 다원주의 사회에서는 서로 다른 가치를 가진 각 개인이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자유롭다. 섹스 로봇에 대한 극단적인 반대 입장에 대해서 의견을 조정할 방법은 타인에게 가해지는 해를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성의 상품화를 근거로 한 섹스 로봇의 전면 금지는 미디어나 여 타의 문화적 환경과의 연속성에서 고려할 때 현실적이지 않고 다원주의적 가치를 존중하는 민주사회의 질서에 해를 가할 수 있다. 하지만, 강간이나 소아착취성애와 같은 범죄행위는 타인의 안전과 건강을 해치는 분명하고 명백한 행위이므로 이를 모방하거나 함축할 수 있는 것에는 적극적 제재를 취해야 한다.

과학기술 자체는 중립적이지만, 특정한 과학기 술이 어떤 목적에 쓰일 때는 이미 어떤 가치가 들어가게 된다. 섹스 로봇의 디자인과 프로그램은 성, 성 역할, 인종, 권력, 계급 등에 대한 제작자의 입장과 관점을 담게 되며, 그것의 작동과 활용은 그런 가치관을 더욱 확산시키고 강화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어떤 기술의 소개와 활용은 가치중립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계를 적극적으로 구성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의 소개는 결과적으로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다시 형성하게 된다. 디지털 존재와 친밀함을 느끼는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은 가치중립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보게 되는 방식과 서로에 대해 친밀함을 느끼는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25]. 인간은 쉽게 쓸쓸함과 외로움을 느끼는 취약한 존재이다. 인간은 타인과 소통하고 사회적 관계를 맺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데 그런 욕구가 충족되지 못할 때 괴로워하고 우울감으로 힘들어 한다. 매슬로우 (Abraham Maslow)도 인간의 생리적 욕구와 안전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면 타인과의 소통, 우정을 쌓고 애정을 주고 받는 것, 공동체에 속해 지내려는 소속 및 애정의 욕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섹스 로봇 구입자들은 섹스 로봇이 일종의 타인으로서 기능하며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욕 구를 충족시킬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일부 사람들은 섹스 로봇이 일정 정도 외로움과 무료함을 달 래줄 반려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언제 어디서든 함께 있어주고, 내 편만을 들어주고, 내 취향과 선호대로 행동하는 ‘인터액티브’ 한 존재 말이다.

그런데 과연 섹스 로봇과의 관계를 상호성의 측면에서 인정할 수 있을까? 인간행동의 특성인 자 발성, 숙고를 통한 선택과 결단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프로그램된 로봇의 작동 방식에 선택과 자유라는 행위 주체의 특성을 부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사용자의 투사와 거울효과에 지나지 않을까? 이것이야말로 심각한 형태의 고립을 야기하지 않을까?

섹스 로봇 기술에 대해서도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개인의 성적 선호와 취향의 자유를 존중할 필요가 있지만, 사용자의 왜곡된 반사회적 취향이나 욕망을 키우지 않도록 디자인, 제조, 유통, 판매, 소유, 사용의 전 과정에서 규제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섹스 로봇이 사용자나 동료 인간, 인간 관계, 사회 일반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면밀하게 파악하여 인간의 존엄성, 자율성, 상호존중을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Conflict of 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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